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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기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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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해당 기사 캡처(링크)>

 

 

 

 

『어제 이집트에서 열린 K9 자주포 수출 계약 체결식입니다.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국산 K9 자주포 약 200문과 탄약, 후속 군수지원 등을 합쳐 역대 최대인 2조 원대 규모라고 방위사업청은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는 우리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상당 액수를 빌려 한화디펜스에 자주포 대금을 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밀리터리 관련으로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다 들고일어나 이 기사의 팩트 체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에 대해 전해 듣고 눈만 껌벅이다.

 

“왜들 호들갑이지? 또 누가 기레기짓 했나 했다.”

 

이때는 보도했던 언론사나 기자가 누군지를 몰랐다. 그리고 기사를 확인했다. 내 입에서 나온 첫 마디, 

 

“아...”

 

다음날 OOO에 대해서 아는 이들, 회사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다들 그러려니 했다.

 

“OOO이 OOO했다는 반응이던데요?”

“나무위키에 또 한 줄 올라가겠는데요?”

“SBS가 반정부 성향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OOO이 그냥 지른 거 아닌가요?”

“에이, 설마 OOO이도 짬밥이 얼만데...이런 말도 안 되는...”

“야야, 두산 파워팩 실드 치던 인간이야. 이거 작정하고 깐 거야.”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론은 한 가지였다.

 

“OOO이 OOO 했다.”

 

우선 팩트 체크를 해보자.

 

(당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 현 정권에 대한 호불호와 전혀 상관없는 사실의 영역으로 접근해 본다)

 

무기는 어떻게 파는가? 

 

『이집트는 우리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상당 액수를 빌려 한화디펜스에 자주포 대금을 낼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게 무슨 상당한 문제가 있는 듯이 말하는데, 무기 수출국의 정부가 보증을 서주고 국책 은행이 구매자금을 대출해 주는 건 너무도 흔한 방식이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너무 흔해서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한 때 ‘제3의 길’을 고집하며, 냉전 시절 미국 무기 사기도 어렵고, 소련 무기도 사기 곤란한 이들한테 쏠쏠하게 무기 장사 잘했던 프랑스도 이런 식으로 무기 팔아먹었다. 이 이야기를 잠깐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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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

 

1970년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 무기 판매 총액은 영국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1973년이 되면 프랑스가 영국을 제치게 된다. 그리고 1985년이 되면 프랑스가 영국의 2배가 된다. 

 

프랑스가 갑자기 이렇게 ‘잘나가는 죽음의 상인’이 됐던 이유가 있을까? 

 

“프랑스 무기가 좋아서”

 

혹은 

 

“국제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랑스제 샀다.”

 

이딴 소리는 하지 말자. 이것도 물론 이유겠지만, 프랑스 정부가 빤스를 벗어 던진 것도 주효했다. 이 당시(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프랑스는 한 마디로 말해서 대금 결제 능력이 없는 나라들에 미친 듯이 무기를 팔았던 거다. 

 

“카푸어가 아니라 웨폰 푸어를 만들자!”

 

빈털터리들에게 무기를 팔면, 프랑스는 땅 파서 무기 만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럴 때 등장하는 게 구상무역(Compensation Trade) 같은 것들이다. 

 

구상무역이나 바터무역(Barter Trade) 같은 게 무기 거래 시장에서는 너무 흔하다. 무기의 가격이 원체 비싼 데다가, 없는 살림에도

 

“저 새끼 모가지 따고 싶어!”

 

를 외치는 나라들이 많은 덕분에 이걸 위해서 무기를 살 때 다른 형태의 거래를 하는 거다. 

 

“야, 미라지 3... 10대만 줘.”

“너네 돈 없잖아.”

“...대신에 보크사이트 줄게 어때?”

“메르시 보쿠!”

 

이렇게 되는 거다. 프랑스는 무기 수출에 작정하고 덤벼들었기에 법적으로도 무기 생산업체의 ‘수출’을 장려했는데, 프랑스의 예산 조항을 보면 ‘파격’ 그 자체이다. 이 당시 프랑스는 예산 조항에다가,

 

“혹시 쟤들이 만들었다가 수출에 실패하면...프랑스군이 구매하는 걸로 하자.”

 

프랑스 미라지 2000 C 전투기.jpeg

프랑스 미라지 2000 C 전투기

 

이런 파격까지 감행했다. 이러다 보니 무기 수입국에 대출해준 다음, 무기를 파는 건 너무도 흔한 일이 됐다. 일례를 들자면, 1차 걸프전 당시 프랑스는 터키 쪽에다가 이동식 레이더를 팔려고 했다. 문제는 당시 터키가 돈이 없었다는 거다. 

 

“레이더가 필요하긴 한데...하 씨바 돈이 없네.”

“전쟁 났는데 뭐할 거야? 레이더 안 사?”

“아니, 그게...돈이 없어서...”

“야! 요즘 누가 제값 다 내고 차 사냐? 아니...무기 사냐?”

“그럼? 할부로 사야지!”

 

1990년 국립파리은행(BNP)은 터키에 1억 1,400만 불을 융자해 줬다. 이 당시 프랑스 톰슨의 이동식 레이더 14세트의 가격이 1억 5천만 불이었다. 

 

프랑스만 그런 거 같나? 스웨덴도 브라질에다 그리펜 전투기 팔 때 차관을 제공했다. 아예 처음부터 전투기 팔 때, 

 

“우리 너네한테 이만큼 돈 빌려줄 수 있어!”

 

이걸 옵션으로 거래를 하는 게 무기 시장에서는 상식이다. 좀 큰 무기 체계나, 비싼 물건을 살 때 보면 기술 이전, 차관 제공, 절충 교역('하나 사줬으니 너희도 우리 거 하나 사줘!' 혹은 '그만한 기술이전 해줘' 등등)은 너무도 흔한 이야기이며, 상식 중의 상식이다. 

 

스웨덴 사브 JAS 39 그리펜 전투기.jpeg

스웨덴 사브 JAS 39 그리펜 전투기

 

우리도 프랑스에서 TGV 들여올 때 프랑스 차관 들여왔었다. 이건 너무나 상식이라...이걸 설명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한국도 2천년대 들어 ‘제대로’ 무기 팔겠다며 동남아 시장을 두드렸을 때,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다. 필리핀에 초계함 팔 때도 그랬고,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팔 때도 사전에 다 협상을 했는데...

 

“우리 수출입은행에서 너희들한테 차관 보내 줄 거야.”

 

이렇게 된 거다. 이게 유독 이집트에서만 그랬다는 게 아니다. 뭐 이렇게 입 아프게 떠들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뭐 그렇다는 거다. 

 

혹시나 해서, 

 

“이렇게 무기 팔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거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전투기로 예를 들어 보겠다. 전투기 한 대를 들여오는 사업이 있다고 했을 때 최초 이 전투기 1대를 들여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이 프로그램 전체 예산의 1/3 수준이다. 나머지 2/3는 이 전투기를 운영하는 기간 동안 들어갈 비용이다.

 

“야, 전투기는 그냥 띄우기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아? 부품 갈아줘야지, 정비해 줘야지... 그리고 미사일 안 쏴?”

 

그렇다 전투기를 사는 것 보다 그 이후에 운용유지비가 더 드는 거다. 이런 무기 시장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면, 운용의 편의성 때문에 계속 그 나라 무기를 산다는 거다. 그렇기에 이렇게 기를 쓰고 무기를 팔려고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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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주포 시장 50%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디펜스의 K9

출처 - <한화디펜스 공식 홈페이지>

 

이 자리에서 굳이 K9 자주포의 성능까지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내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이번에도 OOO이가 OOO이를 했네.”

 

정도로 마무리 지으려 한다.

 

상대적으로 국방 영역은 기자들이 구라를 치기 쉬운 종목이란 거, 나도 안다. 방송쪽 기자들이 매일 속도에 치이다 보니 겉은 화려해도 공부할 시간 부족하고 깊이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는 한다만...  

 

그래도 국민들이 제일 잘 접할 수 있는 게 아직 공중파고 방송 아니냐. 업계에서 돈 제일 많이 받는 것도 니들이고. 그러니 담부턴 기본기는 좀 갖추고 하자. 구라를 쳐도 성심성의를 다해야지 나중에 다른 일 해도 먹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