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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에 리뷰노예로 납치된 불가사리. 거액의 제작비로 복수하겠다 다짐했지만, 딴지가 던져준 주제는 온통 싸구려들. 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이하 죽돌)는 ‘맛집 리뷰’를 하라고 불가사리를 설레게 했으나, 굳이 ‘돈까스’라는 주제를 제시한다. 불가사리는 돈까스를 먹다 지쳐버린 상황, 과연 불가사리는 성공적으로 딴지의 등골을 빼먹을 수 있을까?

 

불가사리의 소비 대모험, 기대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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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굴소스가 없다

 

돈까스를 연속으로 먹다 지쳐버린 불가사리는 오랜만에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 했다. 웍에 기름을 두르고, 파를 다져서 볶다가, 다진 마늘을 넣고, 계란을 풀어 넣는다. 여기서 불을 끄고 소금과 후추를 아주 약간만 넣은 후 식은 밥을 넣어 섞는다. 이제 굴소스 약간, 간장 약간, 운이 따라서 집에 남은 XO소스가 있다면 약간 넣고 섞은 뒤 불을 켜고 성실하게 섞으면서 밥을 뒤집어주면, 완벽한 중식 볶음밥 완성이다.

 

그런데, 굴소스 병에서 굴소스가 나오지 않는다.

 

왜 나오지 않는 거지? 아무리 봐도 한 번 정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양은 남아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쳐대도 나오지 않는다. 잠시 굴소스 병을 거꾸로 세워 놓았더니 온통 병 입구에 들러붙는다. 모든 준비가 다 되었는데 동남풍이 없다... 가 아니라 굴소스가 없다. 불가사리는 굴소스 없이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다.

 

불가사리, 죽돌에게 전화를 건다.

 

불가사리 : 편집장님?

 

죽돌 : 무슨 일이십니까 또.

 

불가사리 : 집에 굴소스가 없습니다.

 

죽돌 : (뭐지?) 그래서요.

 

불가사리 : 굴소스 리뷰를 할 테니 굴소스를 보내 주시죠.

 

죽돌 : (에잇 이제 자기 살림을 아예 여기서 하나)

 

불가사리 : 다 들립니다.

 

죽돌 : 알겠습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굴소스 리뷰를 하시려면 굴소스로 중국음식을 하셔야겠네요? 소스별로 따로.

 

불가사리 : 아니 그걸 번거로워서 어떻게 합니까? 안 하고 말지..

 

죽돌 : 아 잠시만요, 아이가 부르네요! (뚝)

 

이렇게 불가사리의 험난한 굴소스 여행이 시작된다.

 

굴의 역사

 

고작 굴소스인데 지식편이 뭐가 있나 싶겠지만 나는 불가사리, 굴소스만 가지고도 10편의 글을 써낼 수 있는 남자지..

 

굴소스 이야기를 하는데 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굴은 동서양 고금에서 아주 예전부터 먹어 왔던 식재료다. 선사시대 주거지 군락이나 패총에서 굴이 종종 발견된다. 굴이 오래된 만큼 굴 양식의 역사도 매우 오래되었다. 기원전 95년 로마인 세르기우스 오라타(Sergius Orata)가 굴 양식을 했던 기록이 있고, 동양에서는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불확실하나 송나라(420년경)에 대나무에 끼워 굴을 양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굴은 특히 유럽 문화권에서 매우 귀한 식재료였다. 로마인들이 ‘우리 바다(Mare Nostrum)’라고 불렀고 유럽 문명의 터전이었던 지중해는, 갯벌이 별로 발달하지 않고 바람과 물살이 세지 않아 굴이 귀하고 질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카이사르가 기원전 55년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을 침공했던 이유의 중요한 부분도 템즈강의 굴이었다. 영국 침공 이후 영국 템즈강 유역의 굴은 대부분 로마로 수출된다.

 

생선이나 다른 해산물을 날로 먹지 않았던 유럽에서 거의 유일하게 날로 먹는 수산물이었기에, 굴은 점점 더 귀한 식재료가 된다. 발자크(1799-1850)는 한 번에 144개(..)의 굴을 먹었을 정도로 애호가였다고 하고(한국에는 1444개의 굴을 먹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아마 누군가가 번역 과정에서 오타를 낸 것이 퍼진 것이 아닌가 싶다. 발자크가 먹은 굴은 12 다스, 즉 144개이다. 조선일보, SBS 등을 비롯한 유명 언론사들도 크로스체크 없이 1444개 설을 이야기하는데, 상식적으로 이상하면 검색이라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떤가 싶다. 1444개를 한 끼에 어떻게 먹어.. 고래도 아니고..), 나폴레옹도 틈만 나면 굴을 먹었다. 특히 굴은 정력에 좋다는 속설이 있어서, 카사노바는 매일 생굴을 50개씩 먹었다. 굴이 이만큼 비싼 음식인 만큼, 각 시대에 가장 부유한 지역이 굴 소비의 중심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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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STEEN, 남자의 삶(HET LEVEN VAN DE MENS), 1665

 

네덜란드의 굴 먹는 모임을 묘사했다. 굴을 까먹고 바닥에 버리면 이를 줍는 아이들의 모습, 굴을 먹으면서 여성을 유혹하는 모습 등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Jan Steen 이라는 화가는 그림에 죄다 굴을 그려 넣는 것으로 유명한 화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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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ias Beert, 굴, 과일, 와인이 있는 식사(Dishes with Oysters, Fruit, and Wine), 1620

 

당시는 굴 정물화를 붙여놓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다.

 

17세기 상업의 중심지였던 네덜란드 그림에도 굴이 자주 등장한다. 18세기에는 바로크와 로코코 전성기를 맞았던 프랑스 그림에, 18세기 후반 이후에는 산업혁명으로 부유해졌던 영국 그림에도 굴이 많이 나온다. 굴을 먹는 것이 부유한 나라의 풍습일뿐더러, 굴 그림을 붙여놓는 것 자체가 일종의 부의 과시였다. 서구의 굴 그림은 수없이 발견되고, 부유함, 성적인 긴장감, 방탕함 등을 묘사하기 위해 애용되는 그림의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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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François de Troy, 굴 저녁식사(Le Déjeuner d'huîtres), 1735년.

 

18세기 프랑스에서 굴을 먹는 방탕한 귀족들의 파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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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ly Milton, 아름다운 굴 파는 여인(The Pretty Oyster Woman), 1788.

명백히 성적 이미지가 가득한 그림으로, 영국의 전통 귀족의 방탕함이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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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런던의 거리: 굴이 들어온 날(The first day of oysters: A London Street Scene)

 

무엇이든지 풍부한 신대륙 미국에는 당연히 유럽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굴이 많이 났다(물론 현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굴은 주의 허가를 받은 사람들만 채취할 수 있었다. 이에 19세기에는 미국 체서피크 만을 중심으로 굴 해적(Oyster Pirates)들과 국가의 허가를 받은 어부들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매릴랜드 굴 경찰(혹은 굴 해군, Oyster Navy)들과 이들의 전쟁에 가까운 분쟁은 거의 100년간 이어졌다. 이를 ‘굴 전쟁(Oyster Wars)'이라고 부른다. 이 내용은 이상할 정도로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위키피디아 Oyster Wars(링크) 항목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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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미상, 굴 해적들(Oyster Pirates), 1884

 

이러한 문화적 배경, 여전히 양식에 적합한 기후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굴은 지금도 서구에서는 매우 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이다. 캐비어, 송로버섯 정도로 비싼 것은 아니지만 그 바로 아래급의 고급 식재료의 이미지라고 보면 된다. 몇 차례 굴 전염병으로 인하여 굴이 멸종하다시피 했던 것도 그 영향 하에 있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 등 전 세계에서는 주로 참굴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먹는 바로 그 굴이다. 태평양 지역에 자생하던 것을 유럽에서 가져와 키우고 파는 것이다. 시장 기준 하나에 싸도 1000원이 넘는다. 유럽 등지의 레스토랑에서는 하나에 1만 원씩 파는 것도 흔한 일이다. 1kg에 만 원이면 굴을 사 먹을 수 있는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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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굴

 

한국에서는 동서남해 모두에서 굴이 나와서 대부분의 지역에서 즐겨 먹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강원도를 제외한 7도 70개 고을의 특산물로 굴이 기록되어 있다. 굴 양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불분명하나, 1908년에 이미 일부 양식을 하고 있었다. 1908년 이후 일본인에 의하여 굴 양식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1930년에는 수하식 굴 양식법이 개발되어 굴의 생산성이 엄청나게 증대되었다. 그러다 해방 이후 수하식 양식 발전이 고도화되면서 1970년대부터는 안정적인 생산이 이루어졌다. 어떤 의미에서는 굴을 굴지랄낭비하는(?) 굴보쌈, 굴국밥, 굴밥 등이 모두 이 시대 이후 개발된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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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식 굴 양식법의 한 예

 

현재 한국 인당 굴 생산량은 압도적으로 세계 1위다. 갯벌이 많고 조수간만이 크며 물살이 세다. 굴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 서해와 동해에서 모두 널리 양식된다. 그러나 물량 자체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다. 2019년 기준 중국은 5,225,595톤을 생산하고, 한국은 326,190톤을 생산한다. 한국의 인구당 생산량이 2위인 중국의 1.5배 정도, 일본의 5배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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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한국에서 굴은 매우 흔하다. 수하식 양식 방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기후가 적합한 것도 있다. 그래서 대개 생으로 먹는 서구나, 말려 먹는 중국권과 달리, 생으로도 먹고 구워서도 먹고 쪄서도 먹고 국물도 내고 김치에도 넣고 등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먹는 방식이 발전했다.

 

물론 생굴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노로바이러스다. 이 노로바이러스는 주로 인간의 분변 등을 통해서 감염되는데, 너른 굴 양식장에 따로 화장실 없이 변을 보는 경우 여기에 바이러스가 조금이라도 들어 있다면 이것이 굴에 묻게 된다. 청결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바이러스가 묻은 굴을 조금만 먹어도, 36~48시간의 잠복기 이후 고열과 설사에 시달리게 된다. 2012년 화장실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한국산 굴 수입을 하지 않았던 해가 있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노로바이러스를 수출하지 못해서 굴이 흔하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실제 한국의 굴 생산량 절반 정도는 수출되고, FDA에서 수출을 금지한 기간도 몇 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전 세계 어디서 건 굴은 노로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식장 인근의 어선이 분변을 버리는 경우, 반드시 분변이 아니더라도 노로바이러스가 묻은 그릇이나 칼 등을 이용할 경우 등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경로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지 노로바이러스 뿐 아니라 비브리오 패혈증은 외려 더 위험하다. 이는 주로 여름철 기승을 부리기에 서구에서는 ‘달력에 R이 들어가지 않은 달(5월, 6월, 7월, 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 이런 이유에서 미국 공익과학센터(CSPI)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를 토대로 열거한 가장 위험한 음식에서 굴이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양 문화권에서 지어진 굴에 대한 시들에는 주로 이러한 독에 대한 언급이 많다. 다행히 굴을 말리거나 익혀 먹는 경우에는 위의 두 가지 병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굴소스의 역사

 

굴소스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식 굴소스 - 주로 갈색 또는 검은색에, 전분을 넣어 끈적하고, 단 맛이 나는 굴이 들어간 조미료 - 를 개발한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홍콩의 ‘이금기’라는 회사이다. 정확히는, 이금상(李錦裳)이 굴을 소금에 절이면서 나온 물을 가지고 굴소스를 만들고 이를 생산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이금기’이다. 李錦記이고 영어로는 Lee Kum Kee라고 쓴다. 한국 발음을 옮겨 적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금상이 살던 광둥성 주하이(珠海)에 과거 한자의 독음이 많이 남아 있어 한국식 발음과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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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상씨와 1902년 그가 최초로 만든 점포

 

이금기는 굴소스를 토대로 두반장, XO소스, 치킨파우더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이금기를 상징하는 것은 굴소스이다(홍콩에서 이금기는 200종류가 넘는 소스를 생산, 판매하고 있고, 그중에는 고추장이나 된장도 있다). 전 세계 굴소스 시장의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고 그 아성은 흔들림이 없다. 이 회사의 히트작은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미-중 화해 모드가 조성되던 시류에 영합하여 판다 마스코트를 가져와 만든 ‘판다 굴소스’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레시피가 간단하다 보니, 간장이나 소스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꽤나 만드는 편이다. 일본 소스계의 거인 기꼬망, 동남아 식재료의 본좌 네슬레 ‘Maggi' 등 브랜드에서 굴소스가 나오고, 특히 중국에서는 ’해천‘을 비롯하여 엄청나게 다양한 브랜드의 굴소스가 나온다. 한국에서는 백설과 청정원에서 굴소스가 나오고 있는데, 고추를 넣는다거나 여러 시도를 하는 편이다.

 

굴소스는 우리가 중국음식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맛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MSG를 따로 넣건 굴에서 나오건 어쨌든 주된 재료인 MSG덕에 감칠맛이 많이 나고, 말린 굴의 독특한 향미가 익숙한 ‘중국 음식’같은 느낌을 준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익숙한 ‘중국 음식’의 상당 부분은 1888년 이후에 시작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특히 볶음 요리와 매우 잘 어울리고, 굴소스만 잘 써도 괜찮은 중화 볶음밥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굴소스 리뷰

 

이런 이유에서, 한국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굴소스들을 골라 보았다. 이금기의 보급형 판다 굴소스,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 청정원 프리미엄 굴소스, 백설 남해굴소스, 해천 시그니쳐 굴소스이다. 리뷰의 방법은 우선 1) 라벨을 보고, 2) 당도계로 당도를 측정하고, 3) 찍어서 맛을 보고, 4) 각 굴소스로 볶음밥을 만들어 맛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정확한 리뷰가 아니라고? 언제는 정확한 비교를 한 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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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소스들과 당도계

 

여기서 당도계란 당도를 표시해주는 기구인데, 빛의 굴절 변화를 이용하여 액체 중 당도를 알아내는 기계라고 한다. 솔직히 이게 어떤 원리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리 부분에 액체를 올리고 망원경처럼 바라보면 신기하게 당도가 측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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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기 ‘판다’를 당도계 측정하였을 때의 사진

 

다만 리뷰를 하면서 좀 어려운 점이 있었다. 바로 굴소스 중에 굴의 함량을 알아내는 일이다. 회사마다 표기법이 제멋대로인데, 이금기의 경우는 굴추출물, 설탕, MSG, 소금, 밀가루가 성분인‘굴추출물농축액’이 주요 성분인데 그 중에 고형분함량을 표기하고 있고, 청정원은 ‘굴추출액’이 주성분으로 되어 있는데 ‘고형분함량’은 또 따로 표기되어 있으며, 백설은 이런 것 없이 독자적으로 ‘굴배합함량’만이 존재한다. 해천은 ‘굴추출물’ 중 고형분함량을 표기하고 있는데, 이 ‘굴추출물’이 이금기의 ‘굴추출물농축액’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농축액’의 성분인 ‘굴추출물’과 같은 것인지 등을 알기 어렵다. 결국 라벨만 보고 실제 굴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이 부분은 각 제조사의 표기를 모두 기재하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한다.

 

음식 리뷰는 가장 단순한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파와 양파와 마늘을 볶고, 계란과 밥을 볶은 볶음밥에 각 굴소스만으로 리뷰를 했다. 볶음밥 외에도 기본적인 굴소스 요리인 청경채 볶음 등에도 사용해보고 싶었지만 이것은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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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 재료를 연성중인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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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과 굴소스를 넣은 볶음밥

 

우선 전체적인 비교를 올리고, 이에 대하여 상세히 이야기하겠다. 리뷰의 순서는 무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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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금기 판다(팬더) 굴소스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 판다의 인기에 힘입어 인기가 좋고, 대부분의 업장 등에서 사용 중인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굴소스이다. 한국에서는 오뚜기가 수입한다. 가격은 ‘해천’을 제외하면 가장 저렴한 100g 598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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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는 굴추출물농축액 80%(고형분함량 44%)라고 되어 있다. 즉 소스 중 고형분 량은 35.2%이다. 다른 소스들과 비교하면 확실치는 않지만 굴 함량은 적은 편이다.

 

질감은 꽤 끈적한 편이고, 당도계로 잰 당도는 44 Brix 이다. Brix란 용액 100g 중에 당의 g을 말하는 것으로, 즉 이 소스 100g 중에 44g은 설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참고로 포도는 20brix 이상을 최고급으로 치고, 가장 단 과일인 파인애플도 22brix가 넘으면 최고급으로 친다.

 

찍어 먹어보면 굴 냄새가 살짝 나고, 익숙한 맛과 향이 난다. 짠 맛, 단 맛, 감칠맛 등이 익숙하다. 볶음밥을 했을 때는, 단 맛이 살짝 튀긴 하지만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다만 굴 냄새가 특별히 나는 느낌은 아니고, 적당히 감칠맛을 더해준 듯한 느낌이다.

 

2.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

 

이금기 판다 굴소스의 거의 2배 정도 가격인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이다. 이금기 굴소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디자인과 거의 흡사한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리뷰한 제품들 중 가장 비싼 100g 1,074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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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는 굴추출물농축액 95%(고형분함량 48%)라고 되어 있다. 즉 소스 중 고형분 량은 45.6%이다. 판다 굴소스에 비해 대략 1.5배 정도 굴 함량이 높다.

 

질감은 판다에 비해 더 꾸덕하다. 그래서 소스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소스 병을 뒤집어 보관하지 않으면 아래로 잘 내려오지 않고, 병 뚜껑에도 많이 남는 단점이 있다. 당도는 판다보다 높은 48brix이다.

 

찍어 먹어보면 굴 향이 판다에 비해 훨씬 많이 난다. 짠 맛과 단 맛은 비슷하다는 느낌이고, 굴 향은 큰 차이가 있음에도 감칠맛의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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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볶음밥을 해 보면 맛의 차이가 크다. 전체적인 맛의 계열은 비슷하지만 훨씬 더 맛있다. 굴 향이 훨씬 많이 나고, 당도는 프리미엄이 더 높음에도 단 맛이 적게 난다. 그리고 그냥 먹었을 때와 달리, 감칠맛이 더 많이 느껴진다.

 

3. 청정원 프리미엄 굴소스

 

청정원(대상그룹, 구 미원)에서 출시된 프리미엄 굴소스이다. 가격은 이금기 프리미엄보다는 싸고 판다보다는 비싼 100g 856원이다. 청정원에서는 이외에 ‘해물굴소스’, ‘직화파기름 굴소스’, ‘대게굴소스’등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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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는 굴추출액 함량이 90.4%라고 되어 있고, 고형분함량 59%로 되어 있다. 이것이 이금기의 ‘굴추출물농축액’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이금기의 굴추출물농축액의 재료인 굴추출액과 같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같은 것이라고 볼 때 고형분은 53.3%라고 볼 수 있다. 즉 이금기 프리미엄에 비해서도 굴 함량이 20%가 높다. 그런데 따로 표시된 굴 함량은 7.94%(생물기준)이라 되어 있어 정확한 계산 방법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느낌이다.

 

질감은 이금기 소스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묽은 느낌이고, 당도는 리뷰한 소스들 중 가장 높은 59Brix이다. 소스 전체의 60% 가까운 양이 설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아도 된다.

 

찍어 먹어보면 굴 향이 이금기 프리미엄과 비슷한 정도로 나고, 가장 짜고 가장 달며 감칠맛도 가장 많이 난다. 볶음밥을 해 보면 단 맛이 많이 튀고, 감칠맛도 나지만 어딘가 불고기 소스 같은 느낌에 한국 음식스러운 맛이 난다.

 

4. 백설 남해굴소스

 

백설(씨제이 제일제당)에서 나온 남해굴소스이다. 가격은 이금기 판다와 프리미엄의 중간, 청정원과 거의 비슷한 100g 834원이다. 백설에서는 이외에 해물맛 굴소스, 매운굴소스, 전복굴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품종마다 한두 종류 제품만 판매하고, 그 제품 선정에 꽤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 코스트코에서 굴소스의 대표로 선택한 굴소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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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는 굴농축액 함량이 82.15%로 표시되어 있고, 고형분함량은 따로 언급이 없으며 따로 ‘굴배합함량 15%’라고 기재되어 있다. 여기의 ‘굴농축액’이 ‘굴추출액’ 또는 ‘굴추출물농축액’과 같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이금기 프리미엄과 비슷한 수준이 아닌가 추측한다.

 

질감은 가장 묽고, 당도는 리뷰한 소스들 중에 가장 낮은 34Brix이다.

 

찍어 먹어보면 굴 향이 가장 많이 나는데, 짠 맛은 청정원만큼이나 짠데 단 맛과 감칠맛 모두 적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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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음밥을 해 보면 상당히 괜찮다. 청정원과 반대 패러다임의 굴소스라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굴 향이 가장 많이 나고, 단 맛이 거의 나지 않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이고 담백해서, 양파를 넣어 안 그래도 단 맛이 나는 볶음밥에는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다만 동파육 등 굴소스 외에 설탕이 따로 많이 들어가야 하는 소스의 경우 어떨지는 불분명하다.

 

5. 해천 시그니처 굴소스

 

중국의 ‘해천’ 브랜드의 시그니처 굴소스이다. 수입은 ‘남해굴소스’를 만든 씨제이제일제당의 계열사인 씨제이프레시웨이에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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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는 굴추출물 함량 19%, 고형분함량 30%로 되어 있는데 역시 이 굴추출물이 이금기의 ‘굴추출물농축액’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이금기의 굴추출물농축액의 재료인 굴추출액과 같은 것인지 알 수 없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산하면 고형분 함량이 5.7%라는 것인데, 이는 이금기 판다의 1/6밖에 되지 않는 양이고, 청정원의 1/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양이다.

 

질감은 판다와 비슷한 정도로 꾸덕하고, 당도는 이금기 계열과 비슷하지만 조금 낮은 46Brix이다.

 

찍어 먹어보면 판다와 일견 비슷하게 느껴지나 감칠맛이 더 강하고, 굴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선명하게 밀가루 냄새 또는 전분 냄새가 느껴진다. 볶음밥을 해 보면 역시 이금기 판다와 거의 비슷한 맛이지만 굴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다른 소스들에 비해 조금 질척대는 느낌이다.

 

여기까지 굴소스 리뷰를 마무리했다. 각 소스마다 특성이 있어서 일괄적인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고, 소스마다의 특성을 비교하여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가성비는 판다, 고급스러운 맛은 이금기 프리미엄, 한국음식에는 청정원 프리미엄, 깔끔한 맛은 백설 남해굴소스 식이다. 다만 저렴한 가격임에도 ‘해천’은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상 뽕을 뽑아 보자

 

문제는 굴소스다. 굴소스는 한 번 개봉하면 냉장 보관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곰팡이가 필 수 있다고 하는데, 한두 스푼만 사용한 굴소스 병 5개가 집에 굴러다니게 된 것이다. 굴소스 한 번 사면 보통 6개월은 먹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죽돌에게 보내기는 너무 아까운 마음에 매일같이 중국 음식을 해먹다 보니 설거지할 일이 늘었다. 마침 친구가 식기세척기를 줘서 설거지는 조금 편한데, 식기세척기 세제 가격이 또 보통이 아니다. 어차피 피도 눈물도 없는 딴지 편집부에게 큰 거 얻어내기 글렀으니, 이런 거라도 좀 알겨내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즈음, 걸려온 죽돌의 전화.

 

죽돌 : 굴소스 리뷰 좋네요. 변태라서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변태를 알아보는 나의 눈, 녹슬지 않았다는 자부심.

 

불가사리 : 豕眼見惟豕 佛眼見佛矣(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죽돌 : 박변에게 옮았습니까 왜 어려운 말을 하고 지...ㄹ...

 

불가사리 : 어쨌든 좋다니 저도 좋네요. 그런데 집에 식기세척기 세제가 없는데 다음 주제로 할까요?

 

죽돌: 아니 돈까스는 어쩌고 또 새로운 판을 벌리려고 하십니까.

 

불가사리 : 일단 식기세척기 세제 보내주기 전엔 안알랴줌.

 

죽돌 : (아니 이 인간은 나를 무슨 쿠팡맨으로 아는거여 뭐여)

 

불가사리 : 저기여 다 들린다니까여.

 

과연 불가사리의 인질극은 성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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