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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흔히 멀쩡한 사람도 정치에 들어오면 망가진다고들 한다. 정계입문 전 어린이 위인전기가 나올 정도로 존경받던 반기문이나 안철수 같은 이들조차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내린 걸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며 한때 참검사의 표상으로 여겨졌던 전 검찰총장 윤석열 후보는 어떨까. 정계입문 후 4개월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되었지만, 아뿔싸, 검증이 부실했던 탓이었을까? 이후 입만 열면 흘러나오는 주옥같은 멘트들을 듣노라면 대통령은커녕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할지조차 의심스럽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순전히 예능의 관점에서 배를 잡고 웃을 때가 많이 있다. 영구 심형래와 맹구 이창훈의 뒤를 잇는 바보연기의 달인으로 등극할 그 분의 기세에, 코미디 프로그램의 존립이 위태롭게 느껴질 지경이다.

 

이 글에서는 지난 몇개월간 쏟아진 그 분의 어록을 유형별로 분석하여,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그의 캐릭터를 검증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1. 시대착오형

 

"조금 더 발전하면 학생들이 휴대폰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면 어느 기업에서 지금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시간 정보로 얻을 수 있을 때가, 아마 여기 1, 2학년 학생이 있다면 졸업하기 전엔 생길 것 같다"

- 2021. 12. 22. 전북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윤석열의 생각은 훌륭했다. 이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이 얘기해줬을 리가 없으니 창의적인 생각이란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기술의 발전이 이미 그 분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어 버렸다는 것...세계적인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답게 구인구직 어플도 이미 수십수백가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검사 26년, 법무법인 1년 등을 거치며 이렇다 할 구직활동을 해본 일이 없는 분답게, 아직도 '교X로' '벼X시장' 같은 생활정보지를 통해서나, 인력시장, 중개사무소 등을 통해서만 사람을 뽑고 일자리를 구하는 세상에 살고 계셨던 것 같다.

 

“원천징수영수증이 필요한 경우 직접·즉시 발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

- 2022. 2. 2.  '석열씨의 심쿵약속' 28번째 공약

 

국세청 사이트 '홈택스'에 들어가보면, 본인인증을 거쳐 5년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검사나 공무원도 연말정산을 하는 근로소득자이므로, 2021. 3. 4. 부로 검찰총장에서 퇴직한 윤석열 씨 또한 인터넷으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발급받고 출력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혹시 몰라서 직접 해봤는데 PC와 본인명의 휴대폰 또는 공동인증서만 있으면 약 5분 안에 해결 가능했다. 홈택스(www.hometax.go.kr) 사이트 접속, 본인인증, 이후 상단 메뉴바에서 '신청/제출'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대면 팝업메뉴가 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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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근로.사업등)지급명세서 제일 상단에 있는 '근로소득' 왼쪽에 + 표시를 클릭한뒤 4번째에 뜨는 '근로소득 지급명세서 조회'를 선택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뜨면서, 사업자번호를 클릭할 경우 근로소득원천징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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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몰랐을 수 있지만 네O버에 검색만 해봐도 고수들이 친절히 알려주는데... 이걸 확인도 하지 않고 공약으로 내는 배짱에 '심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26년간 검사를 천직으로 여겨온 분인만큼, 검사실 실무관에게 부탁하거나 총무과 경리계에 전화를 해서 발급받는게 더 편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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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부터는 학교들을 좀 나눠야 할 거 같다. 기술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 2022. 2. 9. 홍진경의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에서

 

귀찮아서 나무위키를 찾아본 바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20개의 과학고등학교와 28개의 예술고등학교가 있고, 특성화고등학교 중 윤석열이 지칭한 '기술고등학교'로 명명된 학교도 서울도시과학기술고, 인덕과학기술고, 신진과학기술고, 대구과학기술고, 경북과학기술고, 포항과학기술고, 울산과학기술고, 숭의과학기술고 등 여러 개가 있었다.

 

윤석열이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대에도 오늘날 특성화고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공고, 상고, 농고 등 실업계 고등학교는 물론, '예술고등학교'도 여러 개 있었는데, 이제와서 고등학교를 나눠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면 평균적인 유권자들로서는 고개를 갸웃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연일 계속되는 시대착오적인 공약에 감동한 네티즌들이 인터넷 댓글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음식 배달 주문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고속도로에서 정차하지 않고 통행료를 지불할 수 있게 해주세요' 등등 윤후보 수준에 맞는 제언(필자는 이를 '윤석열 챌린지'로 명명했다)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시간을 달리는 남자 윤석열 씨... 만일 대선후보가 아니었다면, 또는 그분이 살고 있는 세계관이었다면 멸공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간첩신고를 당하지 않았을까?

 

2. 약자무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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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2021. 7. 19.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1주일은 24시간X7일=168시간. 1주일에 120시간 근무를 하려면 주5일로는 불가능하며, 휴일없이 하루평균 17시간씩 근무하고도 1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 하루 7시간으로 수면 + 식사 + 개인정비를 모두 해야 된다는 뜻. 아마 노예나 죄수도 이렇게 일하진 않을 것이다.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전제조건이 붙긴 했지만, 명백히 갑을관계인 노사관계에서 개별 노동자가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얼마나 자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등 노동관계법에서 규정한 법정근로조건은 어디까지나 근로조건의 '하한선'이라는 것. 이 또한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최소한의 장치임을 설마 몰랐던 건 아니겠지?

 

물론 윤석열 본인은 검사 시절 밤샘 수사를 밥먹듯 하며 주 120시간 근무도 했을지 모르겠지만... 부지런한 윤검사 때문에 하루 17시간씩 조사를 받았을 피의자들에겐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부정식품이라 그러면은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된다 이거야... 이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 2021. 7. 19.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불과 5년 전까지 '불량식품'은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4대 사회악 중 하나였다. 그것도 윤석열이 몸담고 있는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 정권 때였다.

 

만일 식품위생법위반으로 단속된 피의자가 윤석열 검사 앞에서 저런 소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십중팔구는 이런 모양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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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8. 3. 국민일보 만평

 

아울러 윤석열은 위 발언을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인용했다고 주장하나, 2021. 8. 4.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선정수 뉴스톱 기자에 따르면 위 책에는 ‘부정식품 단속과 관련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다고 한다. 

 

그 외에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를 못합니다"(2021. 12. 22.  전북대학생들과의 타운홀미팅에서), "지금 유럽은 해고도 자유롭게 만들어 놨어요"(2021. 9. 13.) "안전장치를 껐다가 다치면 본인 책임"(2021. 12. 2. 도로포장공사 중 근로자 3명이 사망한 현장에서) 등 주옥같은 발언들이 넘쳐나는데...

 

이를 종합해 보면 윤석열의 세계관이란, 없이 사는 사람들은 자유가 뭔지도 모르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지만 해고는 자유롭게 당할 위기 속에서 주 120시간씩 노동하고 부정식품이라도 먹으면서, 사망할 경우 오롯이 자기 책임으로 돌아가는 '멋진 신세계'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지역갈등형

 

"(코로나) 초기확산이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

- 2021. 7. 20.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호남은) 민주당이 수십 년간 나와바리인 것처럼 해왔는데 해준 게 없지 않느냐?"

- 2021. 10. 11. 국민의힘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이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 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 그거는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 2021. 10. 19. 부산 해운대갑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윤석열은 서울 출신이고 부친 윤기중 교수는 충남 공주 출신이다. 영호남에 딱히 연고나 악연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도 연이어 대구를 추켜세우고 광주와 호남을 비하하는 발언들이 나왔다. 이 정도면 세계관의 문제인데, (지역차별이 살아있던) 구시대 사람답게 대구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 2022년 현재 대한민국 대구광역시에 살고 있는 평균적인 대구시민이 아니라,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는 잘 했'던, 그래서 정관계의 요직을 대구 경북 출신들이 독점하던 시대에 잘 나가던 대구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략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호남 사람들이 죽어도 국민의힘을 찍지 못하고, 노무현 문재인에 이재명까지 영남 출신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게 그저 민주당 '나와바리'이거나, 단지 '군사 쿠데타와 5.18' 때문일 거라고만 생각하는 모습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렇게 지역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통합은 물건너가지 않을까?

 

4. 외교문제형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형사처벌과 관련한 사법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좀 두테르테식"

- 2021. 9. 2. 홍준표 의원의 흉악범 사형집행 공약을 비판하며

 

필리핀은 6.25에도 참전한 우리의 우방국이며, 지난해에는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했다. 평범한 사람들이야 뭐라고 얘기한들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우방국의 국가원수에 대해 비하적인 맥락으로 사용하는 것은 자칫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거꾸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스타일'을 비하적으로 거론한다면 어떻겠는가?

 

"사람이 손발로 노동하는 것 그런 건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다."

- 2021. 9. 13. 안동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인도를 준다해도 셰익스피어와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셰익스피어를 돋보이게 하려는 표현이었겠지만 듣는 인도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모 대학생들이 '마광수는 결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주한인도대사관의 항의를 받고 철거했던 사례도 있다. 하물며 작가를 칭송하기 위해 견준 표현도 이럴진대, 손발노동을 비하하기 위해 '인도도 안한다'는 표현을 썼다면 이건 큰 결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의식 중에 한국>>>>인도>>>>아프리카라는 제국주의적 서열의식이 드러났다는건 더 써봤자 팔만 아플 것 같아서 그만둘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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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열아... 인도가 니한테 뭐라 카드나...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이지만, 최근 현대 기아차의 파키스탄 협력업체가 '카슈미르 연대의 날'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바람에 인도 네티즌들이 현대기아차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인도인들의 입장에 비추어 보면,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일본 법인이 다케시마의 날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린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결국 정의용 외교장관이 유감을 표명하는 등 외교문제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 인도를 비하했던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한국-인도 관계는 어떻게 될까?)

 

같은 당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조차 "언론에서 1일 1망언이라고 한다"며 "'손과 발을 사용하는 노동자는 아프리카에서만 한다'라고 해서 젊은 세대들이 (그럼) 나는 한국계 아프리카인이라고 한다. 손과 발을 사용 안 하고 자벌레처럼 몸통으로만 일하는 사람이 있냐. 해명해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하고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

- 2021. 12. 28.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 간담회에서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국민들의 반중정서가 강해진 건 사실이다. 중국에서도 반한정서가 불거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서냉전은 이미 끝났고 이웃에 있는 중국은 지속적인 교류협력이 필요한 국가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지도자가 이렇다 할 대안이나 해결책도 없이 한국인의 반중정서나 중국인의 혐한정서를 거론하는건 상당히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후쿠시마 방류에 대해) 사실은 과거에는 크게 문제를 안 삼았거든요."

- 2021. 7. 6. 문재인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 멀어진 탄소중립과 에너지자립을 주제로 한 만민토론회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

- 2021. 8. 4.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필리핀, 인도, 중국 등 국가에 대해서는 무례한 멘트를 남발하며 외교문제를 야기하던 윤석열은, 정작 문제를 삼아야 할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이나 오폐수 방류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이런 사람이 국가원수가 되어 정상외교에 나선다면, 쓸데없는 데에는 얼굴을 붉히다가 중요한 국익에는 침묵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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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석열이 쌩유! 

방사능 유출 안된 거 맞음! 여기 집 지어줄게! 

사진 출처-연합뉴스

 

 

 

5. 자당비하형

 

"정권을 가져 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

- 2021. 10. 13. 캠프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권교체는 해야되겠고 더불어민주당에는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제가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습니다." 

- 2021. 12. 23. 전라남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은 2021년 6월 29일. 입당 4개월만에 일약 대선후보가 된 셈이다. 새롭게 창당된 당을 제외하고 이 정도로 빠른 시간에 대권후보가 된 사람은 전무후무하다. 경선당시 경쟁자였던 홍준표(1996년 입당)는 물론, 유승민, 원희룡(2000년 입당)도 20년 이상 당적을 갖고 있었던 점(다만 홍준표는 2020년 총선 과정에서 탈당했다 복당했고, 유승민과 원희룡도 박근혜 탄핵 당시 바른정당을 만들어 나갔다가 돌아오긴 했다)을 생각해 보면 국힘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데렐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경선 결과를 보더라도 민심(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에게 뒤지고도, 당심(당원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이겨 후보가 된 윤석열이다. 민정당 시절부터 당을 지켜온 국힘 당원들 입장에선, 기껏 후보로 만들어줬더니 어쩔 수 없이 들어오긴 했지만 없어지는게 맞다는 소리나 지껄이는 윤석열의 정신머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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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게도 사과드립니다

 

6. 모순+염장형

 

"집이 없어서 만들어 보진 못 했다."

- 2021. 9. 23.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본 적 있느냐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질문에 대해

 

주택청약통장은 무주택자에게 아파트 분양의 기회를 주려고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집이 없는 사람만 만들 수 있는 게 원칙이다. 참고로 유승민이 이걸 물어본 이유는 "군 복무자에게 청약 가점 5점을 주겠다"는 윤석열 본인의 공약 때문이었다. 윤석열의 말대로 집이 있는 사람들만 청약통장을 만들 수 있다면, 청약가점 5점을 준다해도 집이 없는 군필자들에겐 의미가 없을 터. 즉 윤석열은 자기가 내건 공약이 무슨 의미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 실수를 해명하기 위해 더 큰 망언을 하고 마는데...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

- 2021. 9. 29. 유튜브 석열이형 TV(현재는 삭제)에서 위 발언을 해명하며

 

이렇게 윤석열은 스스로 치매 환자라는 점을 셀프 인증함과 동시에, '치매 환자'를 비하적 표현으로 사용함으로써 치매로 고생하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화법을 구사했다. 

 

그렇다면 집이 없는 윤석열은 왜 청약통장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을까?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에는 전두환 집에서 멀지 않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우연히도 얼마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누나 김명옥 씨가 매입한 바로 그 집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검사가 되어서는 발령받은 지방검찰청에서 제공하는 관사(보통 해당 검찰청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를 전세로 얻어준다)에 살다가, 재력가 김건희 씨와 결혼한 후 그녀가 소유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자리에 세워진 주상복합 아파트로, 윤석열이 일하던 대검과 중앙지검에서 가깝다)에 거주했으니 말이다.

 

결국 집은 없지만, 굳이 청약통장을 만들 필요도 없었던 것. 그렇다면 윤석열의 청약에 대한 무지는, 청약가점 5점에 목을 매는 무주택 서민들을 보며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는데' 라며 혀를 쯧쯧차는 무개념 위정자의 모습과 다른 게 없지 않을까?

 

"수사과정에서 자살하는 건 세게 추궁하고 증거 수집도 열심히 하니깐 초조해서 하는 것"

- 2021. 12. 29. 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27년간 수사 외길을 걸어온 윤석열에게 피의자 자살은 수사를 잘했다는 일종의 훈장인 모양인데... 검찰총장까지 했던 사람의 인식이 이러하다면 실로 절망적이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과 같은 검사 출신인 홍준표 의원마저, '서울중앙지검장 때 1000여 명을 소환하고, 200여 명을 구속하고 그중 5명이 자살했다. 얼마나 포악하게 수사하면 그러냐'(2021. 9. 16. 국민의힘 경선 TV토론에서)고 윤석열을 맹비난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모두는 윤석열의 말을 반박할 수 있는, 너무나 뼈아프고 눈물겨운 한 사람의 이름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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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이었던 그는 2009년 대검 중수부로부터 포괄적 뇌물죄로 수사를 받던 중 투신 서거하였다. 풍문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조사했던 우병우 대검 중수1과장이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사법고시 선배도 아닌 뇌물수수 혐의자로 앉아 있는 거다"라면서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손혜원 의원이 이 사실을 지적했으나 우병우 본인은 이를 부인했다). 아울러 대검 간부들과 수사팀 검사들이 CCTV를 통해 조사 광경을 라이브로 지켜보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답변이 있을 때마다 담당분야 수사검사들이 우병우에게 메신저를 통해 '그러면 ~을 물어봐라'는 등의 이야기를 건넸다고 한다(이는 한겨레 법조팀장을 맡던 이순혁 기자가 쓴 '검사님의 속사정'이란 책에 잘 드러나 있다). 

 

결국 윤석열의 세계관에 따르면 이렇게 '세게 추궁하고', 중요 참고인이자 뇌종양을 앓고 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보석도 허가해 주지 않을 정도로 '증거 수집도 열심히' 한 결과 노무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얘기다. (노무현 서거 2년 뒤, 윤석열은 우병우가 앉아 있던 대검 중수1과장에 부임했다) 훗날 그는 여러 차례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언급하며, 특히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는 노 대통령 서거 이후 자주 들었다며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기까지 했지만, 이쯤되면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는 뻔한 것이다. 

 

이런 사람이 이제 와서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기가 차면서도, 한편으로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며 정치보복을 예고하고 있으니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본인이 가진 걸(검사 경력, 부모님이나 와이프의 주택) 은근히 자랑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서민들의 염장을 지르는게 이 분의 또다른 특기가 아닌가 싶다.

 

7. 마치며

 

결국 윤석열의 어록을 종합해 보면 시대착오적이고, 약자를 무시하며, 지역과 외국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으며, 자기 당에 대한 애정도 없고, 앞뒤 안 맞는 말로 서민들의 염장을 지르는 캐릭터가 떠오르는데, 이를 두 글자로 줄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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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영문 위키백과, BBC 페이스북 등 다수의 외국 사이트에서조차 원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불멸의 단어 '꼰대(KKONDAE)'는 정확히 윤석열과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제 4주 남은 대통령선거는 개인적으로 '꼰대와의 전쟁'이 되리라 생각하며, 이 글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P.S : 이 글을 쓰는데 1주일 가량 걸렸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집중하기 어려웠던 이유와 함께, 쓰는 도중에도 1일 1망언이 튀어나와서 계속 추가를 거듭하느라 시간이 늘었고, 발언의 수준이 하도 어이 없어서 웃기긴 한데 뭐라고 반박하기조차 어려웠던 탓도 크다. 그러므로 이 글의 수준이 너무 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발언의 원출처인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에 책임을 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