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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역사적·문화적·지정학적·경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 없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포기한다? 이걸 한국으로 치면,

 

"한국인이 백두산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얼추 이 정도 느낌일 것 같다. 러시아의 뿌리는 키예프 공국이다. 키예프 공국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그 뿌리 하나가 갈라져 나가 만든 게 바로 모스크바 공국이다. 즉,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뿌리다. 러시아로서는 당연히,

 

"우리 고향이고, 우리 뿌리인데... 이게 서방으로 넘어간다고?"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다. 갑자기 경상도나 충청도 한쪽이 떨어져 나가서 독립하게 됐는데, 이 떨어져 나간 애들이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겠다고 하면, 우리 국민들은 이 떨어져 나간 나라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1 푸틴과 우크라이나.jpg

출처 - <KBS뉴스>

 

이제는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키워드별로 분석해서 알려주겠다. 최종 정리편 정도로 생각해 주기 바란다.

 

1. 가스 때문에 가스미 아픈 나라들

 

냉전 시기부터 서유럽은 소련의 가스를 공급받았다. 지금 러시아도 그 가스로 톡톡히 돈을 벌어 먹고살고 있다. 러시아 GDP의 20% 이상을 지하자원 수출이 차지한다. 문제는 이 가스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이다. 서유럽의 경우는 대략 전체 가스 소비량의 30~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가깝고, 싸고, 물량 확실하고! 이런 데가 또 어디 있어?"

 

이게 서유럽의 입장이다. 자, 문제는 냉전 시절부터 파이프라인이 우크라이나를 거쳐서 서유럽으로 넘어갔다는 거다. 이 부분에 대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독립시키기 전부터 상당히 고민해야 했다.

 

"저것들이 수틀려서 가스관을 막아버리면?"

 

"아니, 저것들이 가스를 빼먹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예전에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러시아어: Газпром, Gazprom. 러시아 에너지 기업) 사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우리 가스를 몰래 훔쳐 갔어요!"

 

"진짜? 이 색희들... 당장 가스 끊어!"

 

라는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상남자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 트집 잡은 거로 생각했는데, 우크라이나가 가스를 좀 훔치긴 했다(우크라이나가 좀... 가난하다. 그래서 그런 거다). 푸틴은 러시아의 ‘경제 목줄’을 우크라이나가 쥐고 있는 격이니 못내 이 가스관이 불안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치 상황’이 요동칠 때마다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가스관 건설을 고민하게 됐다. 2013년부터 2014까지 우크라이나가 유로마이단 사태(Євромайдан, EuroMaidan. 우크라이나에서 유럽 연합 통합을 지지하는 대중들의 요구로 시작된 대규모 시위이자 시민 혁명)로 시끄러워지자, 러시아가 갈고 있던 칼을 뽑아 든다.

 

"우크라이나 색희들 불안한데? 이참에 노선 갈아타자!"

 

이렇게 해서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노선인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가스관을 만들려고 시도한다. 그런데 푸틴 형이 날름 크림반도를 먹어버리자  EU가 들고 일어난다.

 

"야, 너희들 그러면 안 되지! 우리 너희 제재할 거야!"

 

EU가 러시아에 경제 재재를 가하자 사우스 스트림이 지나는 경로에 있던 불가리아는 가스관 건설에 난색을 표한다. 이렇게 해서 사우스 스트림 노선이 막히자 나온 게 바로 터키 스트림(Turk Stream)이다. 흑해를 찍고 터키·불가리아·그리스·북마케도니아·세르비아·헝가리·슬로바키아 등등에 가스를 보내는 거다.

 

2 터키 스트림_출처 polygraph.jpg

사우스 스트림(붉은 선)과 터키 스트림(파란 선)

 

2. 가스관들 중에 인싸(?) 노르트 스트림

 

이런 가스관들 중에서 요즘 가장 핫한 게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이다. 이건 가스관이 러시아에서 발트해 찍고 독일로 다이렉트로 들어가는 노선이다. 첫 번째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 1은 2011년 개통됐다. 두 번째인 노르트 스트림 2가 2021년에 개통됐고 지금 EU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실상 이 노르트 스트림 사업은 당사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싫어하는 사업이었다. 당장,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다.

 

"야! 계속 그렇게 가스관 빵빵 뚫어놓으면 너네 계속 러시아에 끌려간다니까! 언제까지 잠가라 밸브에 놀아날래?"

 

"그럼 대안 있어?"

 

"그럼! 우리 셰일가스 있잖아! 이거 사가면..."

 

"그거 운송비는?"

 

"아니 그게... 러시아와 싸우려면..."

 

"러시아는 파이프 꽂아 놓으면 그냥 다이렉트로 넘어오는데?"

 

노르트스트림_출처 서울경제.jpg

출처 - <서울경제> 

 

동유럽 쪽에서도 불만이 있었다.

 

"아니, 중간에서 운송비 떼먹고 좋았는데... 이게 뭐야! 너희들끼리 다 해 먹으면 우린 어쩌라고?"

 

통과 수수료가 만만찮다. 당장 우크라이나만 하더라도 유럽 행 가스관을 폐쇄하면 연간 20억 달러의 통과 수수료를 잃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가스관 통과 수수료로 먹고사는 동유럽 국가들이 좀 있다. 

 

유럽이 러시아의 가스에 의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겨울철만 되면 이 가스를 가지고 ‘장난질’을 친다. 유럽은 전전긍긍하게 된다. 물론 유럽도 수입노선을 다변화하겠다고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가스 밸브를 가지고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크라이나 경유 가스관들의 ‘안전성’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거다(그렇지 않으면, 우회 루트를 왜 만들겠는가?) 정리하자면 서로 물고 물린 상황이란 거다.

 

아. 부언. 따지고 들어가면 EU가 약자이긴 하다. 천연가스와 원유의 30~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가스를 잠가버리면? 요소수 대란은 우습다. 지옥이 열리는 거다. 

 

3. NATO와 러시아 사이의 완충지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정책을 계속 유지하려면 안전보장이 필요하고, 그 안전보장이 대안이 바로 나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가 아무리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북대서양 조약 기구)에 들어가고 싶어 해도 나토가 이걸 원하지 않는다. 폴란드나 헝가리가 나토에 들어가는 것과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들어가는 건 차원이 다르다.

 

"아니, 다 같은 동유럽인데 뭐가 달라?"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최소한 ‘국경’이 닿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국경이 닿았다.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 찍으면 460㎞ 정도다. 국경이 닿아있다는 건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는 거다.

 

4 유럽 나토 맵2.jpg

영국·프랑스·독일을 비롯한 NATO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나토의 핵심 가치인 워싱턴 조약(북대서양 조약) 5조를 보자.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있는 하나 또는 복수의 회원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모든 회원국을 상대로 한 공격으로 간주 한다.(an armed attack against one or more of them in Europe or North America shall be considered an attack against them all)』

 

소위 말하는 올 포원, 원 포 올(All for one, One for all) 조항이다. 나토의 핵심 가치이자,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이 조항이 우크라이나에도 적용된다고 치자. 어떻게 될까? 당장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자신들의 고향이자, 민족의 토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땅에 나토군이 들어온다면? 그리고 만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계속해서 충돌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돈바스 지역에서는 유혈 충돌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러시아 민병대라 쓰고, 러시아 정규군이 옷만 갈아입고 나갔다고 읽어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들어간다면, 나토와 러시아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다. 

 

"완충지대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나토도 필요하다."

 

4. EU가 우크라이나에게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유

 

우크라이나는 ‘유럽’이 되고 싶어 한다.

 

"우리 정체성을 왜 너희들이 규정해? 우린 러시아 꼬붕 아냐! 우리 유럽 할 거야!"

 

라고 외치는 거다. 그런 우크라이나를 러시아는 잡아채고 있는 거다. 이 상황에서 유럽이 러시아와 ‘한 판’ 붙으면 어떻게 해결이 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건 불가능하다.

 

당장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먹었을 때 EU는 경제 제재를 때렸으나 거기까지다. 우크라이나를 대하는 EU의 겉과 속은 다르다. 겉은 이렇다.

 

"우... 우크라이나가 EU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고, 그래, 우리가 뭐 도와줄 수 있으면 돕지 뭐."

 

이미 정치 분야 협력 협정도 맺었고, FTA도 맺었고, 우크라이나가 경제위기에 빠졌을 때 100억 유로 이상을 지원해 준 것도 EU다. 러시아에 두들겨 맞고, 경제 위기 겪는 우크라이나 보며 말한다.

 

"야, 너희들 먹고살기 힘들지? 앞으로 관세 없다."

 

"어 정말? EU... 너희 진짜 우릴 좋아하는구나!"

 

"아니 뭐... 사는 게 궁해 보여서."

 

상황이 이러니 우크라이나는 EU의 일원으로 합류할 수 있을 거란 꿈에 부푼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뒤에는 러시아가 있었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붙잡고 유럽을 협박하는 상황이다 보니 EU도 우크라이나를 보는 시선이 좀... 그렇다.

 

"EU야! 나도 EU에 가입하고 싶어! 여기 신청서 가져왔어."

 

"그래, 거기 놓고 가."

 

"아니 안 읽어 보는 거야?"

 

"내가 지금 바빠서... 나중에 시간 나면..."

 

"아니, 지금 돈바스에서 죽은 병사만 1만 3천 명이 넘어가는데..."

 

"아니, 내가 언제 안 본데? 지금 좀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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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합(EU) 현황

 

EU는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EU도 알고 있는 거다.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EU에 들어가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으나 EU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러다 보니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는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종착점이 어디인가? 그것이 있기나 한가? 모든 우크라이나인은 그 신호를 보고 싶어 한다."

 

라고 말할 지경에 이른다. 그도 그럴 것이 친서방 정책을 시행하자마자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빼앗아 갔고, 내전이라고 포장된 돈바스 전쟁에서는 러시아군이 민병대인 척 옷 갈아입고 탱크 몰고 쳐들어오는 상황. 시시각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는 줄어드는데, EU는 러시아 눈치를 보고, 뜨뜻미지근하게 가입되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거다.

 

EU에 들어간 상황도 아닌데, NATO 가입은 또 언제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사이에 우크라이나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