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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5. 26. 화요일

미녀라서암쏘소리








나는 트잉여다. 그리고 대부분의 트잉여가 그러하듯 트잉질의 전문분야를 따로 가지고 있다. 내 전문분야는 텔레비전이다. 눈으로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그에 대한 감상을 트윗하는 게 내 인생의 유일한 낙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트잉여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ask.fm’을 한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 트윗 밖에 안 하기 때문에, 질문의 99%가 방송과 관련된 것뿐이다. 나는 트잉여기 때문에 들어오는 질문에는 질문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성의 넘치는 답변을 달아준다. 질문자는 방송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고, 나는 관심 받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어서 좋다. 이후 소개할 글들은 ‘ask.fm’을 통해 익명의 트위터리안들과 내가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의 기록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은 뭘까? 두말할 필요 없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시청률만 보면 빅히트작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인터넷 상에선 <무한도전> 부럽지 않게 화제몰이를 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유가 뭘까? 뭐가 그리 재미있고, 네티즌들의 스위치를 올려서 인터넷 방송 시간엔 서버가 다운되고, 본방 때는 실시간 검색 순위를 점령하고, 백종원이란 누가 봐도 동네 정육점 아저씨 같은 사람을 가장 핫한 스타로 만들었는가. 내 ‘ask.fm’에도 요즘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 바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줄인 <마리텔>에 관한 내용이다. 그 중에 질문이 재미있거나, 내 답변이 내가 나에게 반할 만큼 위트 넘치고 지성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추려보았다.



Q: <마리텔> 시청률 순위에서 백종원이 월등히 높잖아요? 이유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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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출연자 중 <마리텔>이란 방송의 기획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출연자가 백종원이기 때문입니다. <마리텔>의 가장 큰 특징은 방송 중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건데, 그 미션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이 백종원이에요. 불통왕으로 유명했던 초아는 말할 필요도 없고, 채팅할 시간에 나를 따라 운동하라고 외치던 예정화, 나름 소통한다고 채팅장의 내용을 읽어주기만 했던 김구라와는 달리 백종원은 요리하는 내내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물론 백종원의 방송 내용이 요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백종원은 혼자서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언제나 채팅창을 주시하고,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방송을 진행해 나갑니다. 그리고 그 대화는 언제나 방송 내용에 반영됩니다. 이제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슈가보이’, 개구진 시식 리액션으로 유명해진 ‘기미작가’ 모두 시청자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입니다. 이런 적극적인 대화방식의 방송진행은 공중파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그것이 네티즌들의 스위치를 제대로 누른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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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 후 리액션으로 유명해진 기미작가. 기미상궁에서 따왔다.



Q: <마리텔>은 인터넷 방송과 기존의 텔레비전 방송의 결합이잖아요? 둘의 차이가 뭐고, 둘이 합쳐진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A: 간단하게 말하면 인터넷 방송은 ‘과정’이고, 텔레비전 방송은 ‘결과’입니다. 인터넷 방송은 방송의 풀타임을 여과 없이 시청자들에게 노출하고, 그 과정에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즉, 같이 시간을 보내는 행위가 인터넷 방송의 핵심입니다. 그에 반해 텔레비전 방송은 결과에 집중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걸러지는 것, 가장 재미있거나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것들만을 추려서 방송에 내보냅니다. 그러니까 <마리텔>은 과정과 결과 모두를 시청자들에게 오픈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시청자들은 과정을 통해 참여의 기쁨을 느끼고, 방송은 결과만 뽑아서 내보냅니다. 그리고 두 가지 과정 모두에 참여한 시청자는 방송을 만드는 생산자의 기쁨과 그 결과물을 즐기는 소비자의 기쁨을 모두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거죠. 이게 <마리텔>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봐요.



Q: 김구라는 아들까지 데리고 나와서 방송을 해도 시청자 순위가 신통치가 않던데?


A: 김구라의 방송 순위가 낮은 건 어느 정도 의도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그가 방송 소재로 택한 것들은 ‘야구’, ‘역사’ 그리고 ‘재테크’입니다. 인기몰이를 하기엔 한계가 있는 소재들이죠. 왜 굳이 이런 소재를 굳이 택한 걸까요? 방송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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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는 다른 출연자들과 인지도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가 시청자의 구미에 맞는 자극적인 소재들로 방송을 하면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균형이 깨져버립니다. 다른 출연자들이 활약할 공간이 좁아지는 거죠. 만약 김구라가 특유의 독설방송으로 첫 방송부터 치고 나갔으면, 백종원이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시기가 한참 뒤로 미뤄졌을 겁니다. 어찌되었건 김구라는 그 방송에서 유일한 프로방송인이고, 본인의 활약보다 더 중요한 것이 프로그램 자체를 띄우는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역할은 독립된 프로그램을 진행함과 동시에 프로그램 전체를 조율하는 관리자입니다.



Q: 초아와 예정화가 나가고 하니, 정준영, 홍진경이 들어왔던데 왜 그런 건가요?


A: 난 트잉여일 뿐이라 정확한 건 모릅니다. 다만 짐작을 좀 해보자면 둘 다 밑천이 바닥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정화는 매번 운동만 하는데, 몸매구경도 한두 번이지 항상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구성으로 계속 방송을 하면 시청자들이 싫증을 내지 않겠습니까? 초아의 경우도 비슷한 거 같고...


거기다 <마리텔>이 인터넷에선 뜨겁지만 본방 시청률이 10%를 넘어가고 그런 건 아니니까 본방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선 아무래도 유명 연예인을 투입하는 게 필요했을 겁니다. 이번에 초아와 예정화가 하차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온 건 프로그램의 반복을 막고, 더 유명한 연예인을 투입함으로써 본방 시청률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Q: <마리텔>이 인터넷에서 뜬 건 분명하지만, <무한도전> 같은 국민 예능이 될 수 있을까요? 나이 많은 분들이 보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텐데.


A: 기획의도 자체가 <무한도전>이 아닌데, <무한도전>과 같은 대중적인 예능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마리텔>은 타겟이 매우 분명한 프로그램이고, 자신이 타겟으로 삼는 연령층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역할을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아무리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다고 해도, 본방의 시청률이 낮으면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본방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거라고 봅니다.



Q: 인터넷 방송을 본 적 있나요? 누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나요?


A: 다 본 적은 없고, 김구라와 백종원 그리고 하니 편은 봤습니다. 김구라는 그냥 기존의 방송 보는 느낌이고, 백종원은 앞의 질문에서 답변했듯 끊임없이 시청자들과 대화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하니의 경우 굉장히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깨알재미가 있는 편입니다. 다만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방송은 아니었던 게 자기 팬들을 상대로 팬미팅을 하는 분위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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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에 뭐가 제일 재밌었냐고 물으면 백종원. 요리에 대한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눈높이의 요리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더군요. 그리고 의도인지 성격인지 모르겠으나 시청자를 프로그램의 생산자로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점이 참신했습니다.



Q: 앞으로도 백종원의 독주가 계속될까요? 백종원의 아성을 위협할만한 진행자로 누가 있을까요?


A: 당분간 백종원의 상승세는 막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백종원 방송의 특징은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인데요, 백종원이 그들을 방송에 개입시킴으로써 시청자를 참여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방송순위는 어쩔 수 없이 본방의 분량을 결정합니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백종원의 일당독재는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다만 방송은 포맷과 캐릭터만큼이나 컨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백종원이 내놓는 요리들이 기존의 요리만큼의 임팩트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시청률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하락한다고 해도 추세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지 한 순간에 폭락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백종원의 아성을 위협할만한 진행자는 현재시점에서 없습니다. 김구라가 작심하면 가능하겠지만, 앞 질문에서 대답을 드렸다시피 김구라는 방송 전체의 균형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본방 시청률이 수직하강 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Q: <마리텔>의 미래는 어떨까요? 장수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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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능성은 ‘반반무마니’입니다. 방송과 인터넷을 결합한 창조경제적 융합상품이란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만, 텔레비전의 주 시청자인 고령층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속단하기 이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백종원급의 신진 스타를 꾸준히 배출해낼 프로그램 자체의 역량을 기르게 된다면, 출연진이야 자주 바뀌어도 오래가는 방송프로그램이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현재 대세는 인터넷이고, 모든 문화상품은 이 인터넷과의 결합을 외면하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마리텔>은 공중파라는 기득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권력자와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을 감행할 정도로 용기와 지혜를 보여준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장수할 것인가 다음 학기에 사라질 것인가와 무관하게, 이런 식의 시도, 인터넷을 방송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는 앞으로 방송의 한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Q: 마리텔에서 새로 보고 싶은 진행자가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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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정은. 김정은이 나와서 먹방하면 완전 재밌을 듯 합니다.








미녀라서암쏘소리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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