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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SNS를 통해 진중권 누이 진회숙이 윤석열 후보의 “쭉뻗”에 대해 “합성 같다”며 쉴드를 쳤다는 주장을 읽었다. 진회숙이 누군지는 물론이고 진중권에게 누이가 있는 줄도 몰랐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룬가 이틀 후, SNS를 통해 진회숙의 발언 전문을 보게 되었다. 내가 들었던 주장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진회숙은 해당 글에서 쉴드는커녕 윤석열을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운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합성’은 외려 ‘상식적으로 믿기 힘든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반어법이었다. 진중권의 그간 행태에 대해 심하게 반감을 품은 이들이 진회숙의 글을 보고 단지 진중권의 누이라는 이유로, 엉뚱하게 넘겨짚었다. 분노와 증오에 눈이 가려지고 판단력이 흐려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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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 씨 페이스북 캡쳐(원문은 삭제됨)

 

그 이튿날 진중권이 강양구의 SNS를 빌어 ‘사과문’(?)을 게재했다. 전문을 읽어봤다(진중권 발언 전문 링크).

 

우리는 흔히 ‘선진국’이란 단어를 곧잘 비유나 상징의 도구로 사용한다. 근대사에서 전쟁을 경험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시대를 지나며 오로지 시급히 도달해야 할 지고지순한 목표로 삼지 않았던가. 그러니 뭔가 우리보다 좋고, 잘났고, 상식적이고, 원칙과 순리대로 돌아가는 합리성의 대명사로 말이다. 이런 관념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가 실제로 선진국에 거주하는 경험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부분을 진중권이 모를 리 있을까. 진중권의 발언은, 전체를 통틀어 그냥 이죽거린 거다. ‘진씨 가문’ 운운은 그 이죽거림의 화룡점정이었고. 이에 대해 한 땀 한 땀 성의를 다해 반박한 진회숙의 노고가 안쓰러울 지경(진회숙의 반박 글 전문 링크).

 

발언의 무대를 빌려준 강양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술 더 뜬다. 진회숙이 “사안의 경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선택적 분노’를 하며 “선진국” 어쩌고 호들갑을” 떨었단다. 그래서 “그의 행태가 눈에 거슬렸”단다.

 

기본적으로 유권자는 대선 기간 벌어지는 오만가지 해프닝과 이슈에 대해 자기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사안의 경중을 헤아리고 판단한다. 그래서 유권자를 향한 각 캠프의 캠페인이 시시콜콜한 부분에서조차 치열한 거다. 유권자의 이러한 판단을 두고 누가 누구한테 시건방을 떨며 꼴같잖게 훈계질할 성질의 것이 아닌 거다.

 

사안의 경중으로 따지면, 강양구의 말이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긴 하다. 윤석열을 둘러싼 오만가지 의혹들(본인-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대장동 김만배와의 관계, 삼부토건 특혜수사 등등. 부인-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각종 허위이력과 경력 조작 등등. 장모-양평 땅 투기 특혜, 요양 급여 불법 수급, 각종 세금 탈루, 편취 등등)에 비하면 열차 좌석에 구둣발 좀 올린 게 무에 대수랴. 선택적 분노,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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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둣발 올림,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디다스

 

그러나 누군가는 어느 특정한 행위에 대해 버튼이 눌릴 수 있고 이로 인한 생각과 주장, 감상 따위를 SNS에 게재할 수 있다. 이런 타인의 행위가 제 눈에 거슬리는 것도 제 자유지만 말이다. 그걸 구경(?)하는 사람들은 또 앞뒤 맥락을 살펴 스스로 판단을 가질 테다. 진중권이나 강양구가 그동안 악다구니처럼 달려드는 홍위병들에게 얼마나 시달렸기에 저렇게 피해 의식에 절어 있나 싶지만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위 에피소드 자체가 아니다

 

2.

내가 진중권과 강양구의 발언을 보면서 느꼈던 건 오직 하나, ‘분노’였다. 저 사람들, 정말 화가 많이 나 있구나. 그 분노가 향하는 지점은 대한민국을 도탄에 빠트린 문재인과 민주당 일당들이기도 할 테고, 그들의 홍위병이 되어 자신들의 댓글 창에 악플을 달아대는 문빠광신도들이기도 할 테다.

 

조국 일가와 관련해, 자신들은 올곧은 정의와 진실을 외쳤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던 거짓 선동가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오늘도 호시탐탐 세상을 훔치려 드니 억장이 무너지고 있을 테다.

 

온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저 홀로 외로이 정의의 담지자로서 피투성이가 되어 세상과 투쟁해왔다는 자기연민의 서사. 세계관이 참 단순해서 일단 부럽긴 한데, 이것도 뭐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궁금한 건, 과연 ‘분노’의 힘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나는 분노보다는 해학, 증오보다는 사랑의 힘이 더 세다고 믿기 때문이다.

 

흔히들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가는 동인(動因)은, 1) 그 후보가 좋아서 2) 그 후보가 필요해서 3) 상대 후보가 싫어서라고 한다. 물론 모든 선거라는 게, 당시의 구도와 시대정신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판일 테다. 하지만 난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승리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고 제언하고 싶다.

 

물어보자. 우리가 이회창이 싫어서 김대중을 뽑았는가. 우리가 이회창이 싫어서 노무현을 뽑았는가. 우리가 홍준표가 싫어서, 유승민이 싫어서, 안철수가 싫어서 문재인을 뽑았는가.

 

윤석열 후보가 얼마 전 유세장에서 “민주당이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을 선거 장사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던데, 그럼 윤 후보님도 자기네 당이 배출한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의 정신을 자랑하면 되지 않겠나. 자당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넷씩이나 있는데 왜 자꾸 남의 당 대통령을 들먹이시는지...

 

이재명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김대중과 노무현, 문재인을 이을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아닌 건가. 이재명은 그저 윤석열과 국민의힘이라는 거악이 싫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함량 미달의 민주당 후보인가. 그 누구보다 우리가 먼저 이 점에 대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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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얼마 전, 한국일보 최문선 정치부장의 <민주당만 모른다>는 칼럼을 읽었다. 대선정국에서 이렇게까지 민주당에 약이 되고 한껏 애정이 담긴 충언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칼럼 중 한 부분을 발췌해 소개한다.

 

“민주당은 지난 5년간 차곡차곡 벌점을 쌓았다. 보수는 치부(致富)하고 진보는 정의에 헌신한다는 믿음을 배반한 부동산 내로남불의 벌점, 내 새끼 위한 사다리 걷어차기엔 너나없다는 걸 까발린 조국 사태의 벌점, 거대 여당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의회주의에 흠을 낸 입법 독주의 벌점, 당헌에 새긴 선거 무공천 약속을 태연하게 깬 국민 무시의 벌점. 무엇보다, 누적된 벌점에도 몸을 낮추지 않은 오만의 벌점.”

 

읽는 이에 따라 어느 부분은 동의하고 어느 부분은 동의하지 못할 테다. 하지만 난 글자 한휙까지 절절히 도움이 됐다. 지금은 우리 표가 아닌 이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설득해야하는지 알려주는 거 아닌가.  

 

단언컨대, 이재명의 능력이 윤석열보다 못할 거로 의심하는 유권자는 대한민국에 없다. 윤석열의 능력이 이재명보다 나을 거라 믿는 유권자 또한 똑같은 이유로 없다. 하지만 윤석열의 지지가 이재명과 쌍벽을 이루고 심지어 앞서기까지 하는 건 오직 하나, ‘정권교체’ 열망이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 이것은 팩트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백날 윤석열한테 침을 뱉고 국민의힘을 저주한들, 달라질까. 과연?

 

다락방에 묵혀 둔 수제 금장 키보드를 꺼내서 지난 한 달 동안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밤새도록 쥴리가 어떻고 법사가 저떻고 키보드 질을 해봤잖은가. 바뀌었는가. 바뀔 조짐이라도 보이드나?

 

왜 ‘성난 민심’을 부정하는가. 이게 부정해서 될 일이더냐. 분노한 것은 진중권, 강양구뿐이 아니다. 오만가지 이유로, 내 부모, 내 형제, 내 가족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분노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여기에 대고 “(우리 후보도 잘난 건 없지만) 저쪽 후보가 너무 모자라서” 분노를 삭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씨알이 먹히겠는가.

 

우리가 자랑스러운 대통령을 선택하고 나서 아쉬웠던 걸 복기해 보자. 정권을 가져오면 하루아침에 젖과 꿀이 흐르는 에덴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의회 권력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의회 권력까지 몰아줬다. 위의 최문선 정치부장은 ‘입법 독주’라 평했지만, 실제로 (비록 감질나긴 하지만) 약간의 효능감을 맛본 것도 사실이잖은가.

 

속 시원한 뚫어뻥 같은 정치를 바랐지만 지나 보니 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되는 것도 없는 이상한 정치 아니었던가. 막힌 건 뚫고 꺾인 건 펴고 빈 건 채우고 구멍 난 건 메우는 시원한 정치, 그걸 원하지 않았나. 이명박도 ‘불도저’ 대통령이라며 열광했잖은가. 그리고 드디어 우리에게 진짜 불도저가 왔다. 그런데 기특하게도 이 불도저는 덮어놓고 막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안되면 왜 안 되는지 들여다보고, 방법을 찾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종국엔 해낸다. 일머리가 있다. 이거 엄청 귀한 재능이다. 이런 리더십이야말로 우리가 지난 70년 동안 목말라했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의 화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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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기도>

 

다시 묻자.

 

우리가 우리 스스로 이재명을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우리가 우리 스스로 이재명을 부끄러워했던 건 아닐까.

 

잘못한 건 알겠는데, 어쩌다 보니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찾았다고. 모든 걸 다 해결하는 마법사는 아니지만, 첨예한 미-중 갈등과 북핵, 우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일자리 부족과 소득 양극화, 그로 인한 경제 불평등 등 우리가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모멘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일꾼이라고.

 

성남시장 재임 동안 공약 이행률이 96%였다고. 심지어 '보수 벨트'로 불리는 분당 만족도가 81%였다고. 청년 배당을 실시해 대상자 중 96.3%가 도움이 되었다 응답했다고. 이재명이 정치를 시작한 계기가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때문이라고. 국내 최초의 시민 발의 설립 시립의료원이며 펜데믹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 아니냐고.

 

경기도지사 시절엔 전국 최초로 체납관리단을 도입했다고. 체납징수액 795억 원, 생계형 체납자 1,421명을 구제했다고. 공공 건설 원가를 공개하고 대금 지급 확인시스템을 도입하고 공공 배달 앱을 개발하고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지정해서 기획부동산을 사전차단하고 경제선 순환형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24시 닥터헬기를 도입했다고. 경악스러울 정도로 유능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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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의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출처 - <연합뉴스 화면 캡쳐>

 

시민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왔다고. 우리의 눈높이에서, 우리 손을 잡고, 우리를 위한 세상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소명 의식 하나로, 이를 악물고 여기까지 온 사람이라고. 그래서 난 이재명을 사랑하고 자랑스럽다고, 앞으로 5년 동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의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라고 말이다.

 

밥 먹기 전에, 검색창에 ’이재명 공약’을 넣어보자. 양치질하고 나서, 검색창에 ’이재명 공약’을 넣어보자. 출근길에, 검색창에 ’이재명 공약’을 넣어보자. 커피 마실 때, 검색창에 ’이재명 공약’을 넣어보자. 저녁 먹으면서, 검색창에 ’이재명 공약’을 넣어보자. 상사 뒷다마까다 말고, 검색창에 ’이재명 공약’을 넣어보자. 똥 싸면서, 검색창에 ’이재명 공약’을 넣어보자. 자다 말고 일어나, 검색창에 ’이재명 공약’을 넣어보자.

 

나는, 분노보단 해학과 유머가, 증오보단 사랑이, 강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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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