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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촛불 열망을 안고 치렀던 19대 대선쯤 후보별 로고송 분석 기사(링크)를 내놓았던 슈하올시다. 그냥 넘어가긴 아쉬우니, 요번에도 유력 대선 후보들의 로고송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가독성을 위해서 이제부터 반말 시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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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언더독으로 시작, 이 자리까지 온 그는 현 상황 속에서 어떤 결말을 지어 보일까. 이재명의 로고송은 총 아홉 곡으로 세미 트로트 네 곡과 록・댄스 성향 다섯 곡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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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진또배기’. 이 트로트가 가진 쉽고 흥겨운 멜로디의 장점을 오롯이 살려낸 커버. 다소 복고적인 가사 역시 이 곡에 익숙할 중년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게 잘 달라붙는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가창력도 곡 자체보다 메시지에 집중하는 효과를 살린다. 무엇보다 ‘진또배기’라는 제목을 변주한 ‘진짜배기’라는 어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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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윗 유는 놀랍다. 유권자의 귀를 붙들기 위해 익숙한 기존 가요 번안에 몰두하던 로고송 계에 파격적인 오리지널 곡이라니. 그것도 격정적인 업비트 곡이 아니라 잔잔한 감동을 노린 소프트 록 성향의 곡을. 어쩌면 이것이 많은 굴곡을 지나온 민주당, 이재명의 저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정도 곡이라면 굳이 ‘로고송’ 이란 꼬리표를 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완성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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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로고송 경진대회를 열어 로고송들을 선정하였다. ‘Everything Fighting’은 대중에게 익숙한 록 성향의 세미 트로트 곡으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의 매력을 살려냈다. 그러나 후렴에 집중한 나머지 가사의 메시지에 깊이가 없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다. ‘대한민국 파이팅, 국민의힘 파이팅’ 이나 ‘승리는 우리의 것’ 같은 가사는 로고송의 타깃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이가 아닌, 일반 유권자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다소 빗나간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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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와 같이 대중에게 익숙한 세미 트로트를 주로 선택한 국민의힘의 두 번째 곡은 ‘아파트’ 다. 선거 때마다 질리도록 나온 곡인 만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여당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타겟팅으로, 제법 메시지가 날카롭다. 특히 도입부의 ‘평생을 벌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달려왔지만 너무도 비싸 살 수가 없어’ 같은 가사는 목표가 명확한 ‘한방’이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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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정의당은 9곡에 이르는 두 후보에 비해 다소 소박한(?) 여섯 곡을 선정했다. ‘오로나민씨’, ‘간 때문이야’, ‘질풍가도’는 지난 총선・지선・대선 골고루 우려먹었던 레퍼토리로 정의당의 현 자금 사정을 짐작하게 한다. 그중 먼저 살펴볼 곡은 ‘신호등’으로 포크 성향의 스탠더드 넘버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의 분위기와 다르게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대변되는, 양당과 구별되는 정당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굳이 로고송에서조차 이런 네거티브 메시지를 넣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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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오리지널 넘버로 로고송계의 파격을 선보였다면 정의당은 무려 ‘연주곡’을 로고송으로 선보였다. 유튜브의 커버 영상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캐논 변주곡’ 위에 ‘주4일제, 복지국가’라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로고송으로 사용하기에 좀 짧은 감은 있지만, 무엇보다 메시지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진보정당다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적어도 지난 대선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던 랩보다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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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첫 번째 로고송은 ‘수퍼스타’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포크록 성향의 곡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소위 ‘감성’에 호소하는 곡으로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후렴이 이미 로고송으로서의 자격을 갖춘 곡으로 여겨진다. 가사는 공약이나 자극적인 메시지가 아닌 ‘인물’ 에 집중해 곡의 분위기와 잘 달라붙는다. 다만 뜨거워야 할 유세 현장에 사용하기에 좀 밋밋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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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널 로고송이 뜬 이번 대선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곡들을 개사한 로고송은 식상한 까닭이다. 오리지널 송인 안철수 후보의 ‘4번 타자 안철수’는 기호의 특징을 살리면서 ‘해결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잘 보인다. 싱어송 라이터 송만기 씨가 만든 이 노래는 흥겨운 세미트로트 리듬에 걸쭉한 중년 남성의 보컬이 살아난 후크 송으로의 역할에 충실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안철수 이름 하나 만큼은 확실히 전달하겠다는 집요한 선명성이 엿보이는 곡이다. 그로 인해 '왜 안철수이어야 하나'라는 물음표가 붙긴 하지만. 

 

부록 : 

 

이 정도로 기사를 마무리 할까 싶은 와중에 지난 대선의 막판에 다루었던 ‘조원진 후보’의 로고송이 문득 궁금해졌다. 과연 곰세마리 조원진의 이번 로고송은 어떨까.

 

'짱이야'

익숙함 ★★☆☆☆

가창력 ★☆☆☆☆

전달력 ★★☆☆☆

 

아아. 이번에도 우리의 조원진 후보는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곰 세 마리’에 버금가는 명곡을 내놓은 것이다. 노래에서 취기가 느껴지는 가창력은 물론, 미묘하게 어긋나는 박자와 음정, 올드함을 감출 수 없는 철지난 유행어 ‘짱’에다가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11번까지... 조원진 후보의 명성에 부족함이 없는 명곡이다(어쩌면 가사의 ‘믿음직한 조원진 짱’이란 최고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상대를 친숙하게 부르던 그것이 아닐까..?)

 

이로써 이번 20대 대선에 출마한 유력후보와 (유쾌함으로)주목할 만한 후보까지, 다섯 후보의 로고송을 살펴보았다. 선거 홍보가 늘 그렇듯 그 즈음 주목받았던 노래를 앞 다투어 개사한 게 대부분이다(이번 대선에선 다소 뜬금없이, 비교적 마이너한 지명도의 하드록 넘버 ‘질풍가도’ 가 그런 대표적인 곡이었다). 한편, 후보들의 이미지를 충실히 전달할 수 있는 오리지널 로고송이 지난 대선부터 이어졌다는 점에서 선거 홍보의 새로운 문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지난 대선, 작곡가 김형석 씨가 오리지널 로고송을 선보였었다). 

 

후보를 위해 운동에 나선 모든 이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이 로고송들이 힘든 선거 유세 기간, 작게나마 흥과 위로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 필자의 대선 로고송 리뷰는 다시 5년 뒤가 되겠지? 설령 5년 뒤가 아니더라도 탄핵에 의한 것은 아니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니 잘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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