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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속상한 4번의 순간 

 

투표가 끝날 때부터 개표가 끝날 때까지 특히 아프고 속상한 순간이 4번 있었습니다.

 

0.7%P 뒤지는 방송 3사 출구조사가 나왔을 때, 개표율 50%를 넘어서며 역전을 허용했을 때, 결국 윤석열 후보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이재명 후보가 승복 연설을 했을 때,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분하고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이재명 전 후보의 포스팅을 보고, 끝내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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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어려운 상황인 걸 알고 있었지만, 검찰과 국힘이라는 최악의 콜라보가 내세운 준비되지 않은 후보에 정권을 넘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참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전엔 알지 못했던 이재명이라는 사람의 매력을 알게 되었고, 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딴지스 여러분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정성이 모인 결과가 16,147,738표라는 역대 개혁진영 최다 득표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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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공동취재사진

 

그럼에도 정권교체라는 4글자는 너무 강력해서,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겨낼 수가 없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정권 말 지지율을 생각하면,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누군가, 무언가의 탓을 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겠습니다. 2016년 총선부터 시작된 전국 단위 선거 4연승으로 인해 절실함을 잃었던 것 아닌가. 저들은 빼앗긴 정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들을 궤멸시켰던 검찰총장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하고, 안철수까지도 모셔가는데 우리는 너무 안일했던 게 아닌가.

 

다당제의 정착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해 놓고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일, 스스로 낙마한 지방자치단체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보궐선거에 당헌을 고쳐 후보를 냈다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일, 반대세력에 맞서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생각하지만, 개혁을 내세우며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검찰개혁, 페미니즘, 부동산 정책 등 대립되는 여러 사안을 놓고, 입장이 다른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듯 보였던 것이 반발과 갈등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짧은 시간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였지만, 조금은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민생과 경제 문제가 뼈아프게 느껴집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고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낫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비교 대상은 그나마 살만했던 코로나 그 이전일테니까요. 아쉽지만, 24만 7077표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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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

 

2. 같은 마음의 과반수 그리고 우리 지역의 이재명 

 

슬프고 힘든 와중에도 개인적으로 깔때기를 대자면, 2월 3일에 '[분석]역대 대선 결과를 통해 돌아본 48%의 법칙' 이라는 기사를 썼는데 이번 선거에서도 정확하게 48%를 기준으로 승패가 갈렸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48.56%를 득표했고, 이재명 후보는 47.83%에 그쳤죠.

 

윤석열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얻은 득표수였던 반면, 이재명 후보는 심상정 후보의 2.37%가 더해졌다면 50.2%에 달하는 과반수를 얻게 됩니다. 이재명 지지자 입장에서 아쉬움이 없을 수 없습니다. 심상정 지지자 중에서도, 결과를 알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하셨을 분도 계시겠지요. 그렇지만 지난 대선 심 후보가 얻은 표가 6.17%에 달한다는 걸 생각하면, 눈물을 머금고 심상정 대신 이재명을 찍은 분들도 상당히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문제는 다시 '결선투표'로 돌아갑니다. 15대 대선부터 반복되는 사표론과 단일화의 굴레를 끊고 소수정당 지지자들도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비롯한 정치개혁이 절실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정치교체' 공약은 의미심장합니다. 비록 선거에는 졌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국민이 과반수라는 점을 확인했고, 윤석열 후보를 찍은 안철수 지지자분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172석을 중심으로 소수정당과 무소속까지 대략 2/3에 육박하는 의원들의 뜻이 같다고 보입니다. 올 6월의 지방선거와 내후년 4월의 총선을 앞두고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론을 모아야겠습니다.

 

많은 점에서 2010년 서울시장 선거가 생각나는 결과였습니다.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 진보신당 노회찬,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가 맞붙었던 이 선거에선, 오세훈 후보가 유리하다는 예측과 달리 출구조사에서부터 0.2%P의 초박빙 경합으로 분류되었죠. 그 뒤 새벽 1시 30분경까지 한명숙 후보가 우세를 지켰고, 심지어 일종의 승리 선언까지도 하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개표 막판 소위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오세훈 몰표가 쏟아지며 오세훈이 역전했고, 득표율 0.6%P, 득표수로는 26,412표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렸지요. 3위 노회찬(143,459표), 4위 지상욱(90,032표) 후보는 물론 무효표(28,510표)보다도 적은 표 차이였습니다. 이번 두 후보의 격차(247,077표)가 3위 심상정(803,358표), 4위 허경영(281,481표) 후보는 물론 무효표(307,542표)보다 적었던 것과 유사합니다.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선거에, 근소한 2등이란 의미가 없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또한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끝나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중 대다수에서 패하고 의회 권력마저 내어준 2기 오세훈은 안하무인이던 1기 때와는 달리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과를 보여야만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압박에 시달린 그는, 무상급식을 놓고 의회와 싸우다 자리를 걸고 주민 투표를 시행하는 주관적 승부수, 객관적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그 이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는 다들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선인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분들이라면 50% 넘는 반대자들과, 60% 넘는 야당 의석을 존중하며 협치를 행할 것이고, 만일 업그레이드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오래지 않아 정권심판 또는 정권교체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권교체냐 재창출이냐도 하나의 수단일 뿐, 진짜 목적은 국가가 잘 되고 국민들이 행복한 것이겠지요. 윤석열 당선인이 성공적으로 국정을 수행하여, 국민들의 걱정이나 이재명 지지자들의 마음마저 돌릴 수 있길 기대합니다.

 

많은 어려움과 부족함 속에서도 끝까지 지지하고 연대해 주신 모든 분들, 특히 2030 여성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해 주신 덕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젠더 이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차기 정부에서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남녀 편가르기로 정치적 이익을 꾀하기 보다 모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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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끝났다고 인생까지 끝난 건 아니겠지요. 우리네 삶에 정치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깨달았으니 정치에 대한 관심도 놓아선 안 되겠습니다. 그런데 마침 지방선거가 이제 82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활동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았던 이재명 후보처럼, 우리 지역에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이재명을 매의 눈으로 찾아보고 응원해야 할 때입니다. 다시 어깨 펴고, 심호흡하고, 신발 끈을 동여맵시다.

 

우리는 졌지만 우리의 꿈과 희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