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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에 리뷰노예로 납치된 불가사리. 거액의 제작비로 복수하겠다 다짐했지만, 딴지가 던져준 주제는 온통 싸구려들. 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이하 죽돌)는 ‘맛집 리뷰’를 하라고 불가사리를 설레게 했으나, 굳이 ‘돈까스’라는 주제를 제시한다. 불가사리는 실망했지만 남산으로 향했고, 박기태 변호사라는 자를 만나 돈까스 대결을 시작한다. 과연 불가사리는 성공적으로 딴지의 등골을 빼먹을 수 있을까?

 

불가사리의 소비 대모험, 기대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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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돈까스 4개를 먹은 상태, 불가사리는 더 먹을 수 있었지만 나약한 박기태 변호사의 포기로 인해 리뷰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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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일어나, 돈까스 먹으러 가야지

 

박변: 내일... 제발... 살려줘..

 

이래서 바로 다음 날 11시를 맞춰, 박변과 남산에서 만났다.

 

박변: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젠 오직 돈까스만 먹어서 실수했습니다. 오늘은 밥도 먹겠습니다.

 

불가사리: ...그런다고 되겠습니까? (+가소로운 웃음)

 

박변: 그런데 정말 잘 드시네요. 사람 맞습니까?

 

불가사리: 불가사리인데요.

 

박변: ... 가시죠.

 

 

남산 돈까스 원조 논쟁 정리

 

처음 간 집은 당연히 ‘1992 남산돈가스’였다. 1992년부터 운영한 남산 최초의 돈까스집이라고 당당히 소개하고 있는 그 곳이고, 유튜버 ‘빅페이스’가 이 가게가 운영되던 장소에서 현재 운영중인 ‘101번지 남산돈까스’를 저격하면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이 가게의 역사는 지난 남산 1편(링크)에서 설명했다. 다만 좀 더 자세히 정리를 해보겠다. 유튜브뿐 아니라 기사 등에서도 잘못된 사실관계를 말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대개의 사실관계는 판례(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다50203,50210 판결)를 통해 살폈고, 박기태 변호사와 함께 정리했다. 나약하고 돈까스도 많이 못 먹는 양반이지만 돈까스 값은 해야 하니 대부분 자료를 박변에게 정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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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부분이 있으면 이 사람에게 따져라. 

 

이 가게는 1992년 소파로 105(현재 ‘미나미야마’가 위치하고 있다)에서 순두부와 돈까스를 파는 기사식당으로 가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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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가 직접 찍어온 사진

 

그리고 1997년에 소파로 101번지(현재 ‘101번지 남산돈까스’가 위치하고 있다)로 옮겨 돈까스집을 운영했다. 운영 방식은 임대인의 아들 명의로 사업자를 낸 후 그 명의로 세금 등을 납부하되, 업무는 임차인(현재 ‘1992 남산돈가스’ 측)이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101번지 임대인이 사망하고 8명에게 지분 상속이 이루어지자, 원활한 임대차계약이 힘들어져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생겼고, 임차인은 2011. 8.까지의 차임만을 지급한 후 음식점 영업을 중단하고 현재의 자리인 소파로 23으로 이전했다. 이 자리에는 원래 추어탕과 돈까스를 팔던 기사식당이 운영하고 있었던 곳이었다(당시의 이름은 불분명하나, ‘남산돈까스 기사식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01번지에서는 원래 사업자를 가지고 있던 임대인의 아들과 다른 상속인들이 과거 사업자, 과거의 메뉴, 간판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돈까스집을 운영하였고, 몇 년 후부터는 적극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유치하여, 남산의 다른 돈까스집들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확장되었다. 

 

반면 23번지의 경우 남산돈가스 거리와 약간 떨어져 있기도 해서 과거 기사식당 손님들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처음 운영되었던 소파로 105에는 ‘남산뚝배기돈까스’, ‘남산돈정’등의 돈까스, 기사식당이 위치하다 현재 ‘미나미야마’라는 가게가 위치하고 있다. 

 

유튜버 빅페이스의 저격 이후, 사람들이 ‘101번지 남산돈까스’에 대하여 분노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는 임차인이 애써 일구어 놓은 가게를 임대인이 빼앗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임대인 측에서 과거 가게의 간판을 그대로 이용한 점, 이후에도 ‘Since 1992'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들이 1992년부터 운영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점,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등 크게 성공한 모습을 보면 더욱 공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면도 있다. 

 

물론 101번지 측에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우선 해당 점포를 1992측에서 운영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위치의 사업자는 처음부터 101번지 측의 이름으로 냈으므로, 구체적으로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느슨한 형태이나마 동업이라 생각했을 수 있다. 

 

이 사건의 판례에선, 임대인이 임차인의 공을 모두 차지하려 임차인을 내보냈다고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봤다. 해당 위치에서 10년 이상 영업한 가게를 내보낸 것이기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또 남산 돈까스가 지금처럼 성공한 것은 101번지 측의 적극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이 기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어쨌든 사업자 명의가 바뀐 것이 아니기에, 101번지 측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업체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기에 간판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즉 법적으로 101번지 측은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01번지가 도덕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해당 위치에서 가게가 운영된 것은 1992년이 아니라 1997년이다. 즉 아무리 그들의 주장을 다 들어준다 해도 5년 간의 역사는 현 101번지 측에서 주장하기 힘든 역사인데, 그럼에도 최근까지 101번지는 ‘Since 1992'라는 표현을 고수해 왔는데 이는 '1992'의 역사를 무단 도용한 것이 분명해 옹호하기 어렵다. 현재 없어진 프랜차이즈 홈페이지 등에서 이야기하는 역사가 대부분 거짓인 것도 욕먹을 대상이다.

 

즉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상황인 것이다. 지금 101번지가 받는 비난이 조금 과도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101번지에서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도 분명하다.

 

다만 원조 논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불가사리가 지난 기사에서 이야기했듯, 1992년 경은 이미 돈까스는 매우 흔한 메뉴가 된 시점이고 기사식당식 돈까스 스타일이 완비된 시점이라 남산 돈까스의 원조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굳이 따지자면 ’촛불‘이 원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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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걸려 있는 연혁. 이 가게가 1978년부터

경양식집으로 운영되며 돈까스를 팔았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물론 그렇다고 ’촛불‘이 완벽한 원조라고 못 박아 이야기하긴 쉽지 않다. 굳이 따져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현재 ’촛불‘을 운영하는 장경순 사장은 1994년부터 해당 점포를 운영했고, 과거 경양식 돈까스 스타일과 현재 ’촛불‘ 및 ’산채집‘의 돈까스 스타일은 큰 접점이 없다. 

 

즉 80년대 후반 중산층의 확대, 서울올림픽, 택시 대수의 증가 등 여러 요인이 어우러져 성북동을 중심으로 ’기사식당 돈까스‘라는 장르가 생겨났고, 남산을 비롯하여 기사식당으로 유명하던 다른 장소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런 돈까스를 팔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결국 현재의 비난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으나, 소비자인 불가사리의 입장에서는 지금 얼마나 맛있는지, 그리고 좀 더 기대한다면 ‘한국식 돈까스’, ‘기사식당 돈까스’에 대한 철학과 역사 의식이 있는 맛인지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남산 돈까스들을 먹으며 느낀 것이지만, 고기 두께와 반죽-빵가루 굵기, 기름의 양 등이 어우러져 균형을 이루는 집들이 흔치 않았다. 이것은 돈까스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원조라 하더라도 지금 맛이 없다면 무슨 의미인가? 연혁적으로 원조가 아니라 하더라도, 원조가 마땅히 가져야 할 역사성을 그 맛에 구현하고 있다면 그것이 진짜 원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1992 남산돈가스

 

‘1992 남산돈가스’는, 유튜브와 언론의 영향인지 다른 곳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붐비는 분위기였다. 남산의 다른 어느 돈까스집도 이렇게 북적거리거나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여기는 아침 11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밖에 줄이 나와 있었다. 다만 줄이 긴 것은 아니었고, 작은 공간에 테이블을 꽉 채워 넣었으며, 사람들이 먹고 금방 나가는 분위기인지 3분 정도 기다리니 금방 자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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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사람과 차가 많은 것이 보인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기사식당과도 같은 친숙한 분위기였다. 조금 세련된 척을 하는 경향이 있는 남산의 다른 돈까스집들과 달랐고, 성북동의 ‘서울돈까스’, ‘오박사네 돈까스’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즉 기사식당의 정체성을 그대로 가진 것이 눈에 보였다. 다른 곳과 달리 손으로 쓴 (글씨가 멋졌다) 메뉴판이 있었고, 돈까스 외에도 조선국밥, 순두부, 꽁치김치찌개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과거 기사식당으로 운영했던 메뉴를 최대한 살리고 있는 듯 했다. 돈까스의 가격은 9,500원으로, 헤르지아(무한도전)와 산채집의 9,800원보다 300원이 쌌고, 림돈까스의 12,000원, 1번지 남산돈까스의 13,500원보다는 훨씬 더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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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이번에도 BDM(Bulgasari Don-ggassu Method)을 이용하여 맛을 분석해 보았다.

 

1. 수프와 가니시(곁들여 나오는 것)

 

수프는 오뚜기 맛이다.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림돈까스’, ‘1번지 남산돈까스’와 달리 스프 셀프 등의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 풋고추와 깍두기, 김치는 셀프이긴 했으나 셀프 바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리마다 그득하게 쌓여 있는 방식이어서 편했다. 다만 코로나 시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위생적이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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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마다 있는 고추와 깍두기.

뚜껑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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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가니시는 양배추와 옥수수 통조림.

성의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2. 고기의 두께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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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남산에서 탐방한 모든 가게 중 가장 얇았다. 고기가 적은 느낌은 아닌데 열심히 눌러 펴다 보니 크기는 매우 커 보였다. 고기의 맛은 덜 두드렸는지 폈는데도 질감이 느껴졌는데 워낙 얇다보니 식감상 무난했고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두드러졌다.

 

3. 튀김옷과 빵가루, 기름

 

고기가 얇은 만큼, 튀김옷과 빵가루도 매우 얇았다. 즉 균형이 잘 맞았다. 고기가 얇으면서 반죽이 두껍고 빵가루가 큰, 아무런 고민도 없는 돈까스가 많은 현실에서 반가울 정도였다. 반죽과 고기는 잘 붙어 있어서 일체감도 훌륭했다. 

 

다만 큰 문제가 있었는데 너무나 큰 문제여서 모든 장점들을 다 누를 정도였다. 기름이 너무 많았고, 고기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불가사리의 돈까스 탐방에서 간 20개 이상의 가게를 통틀어 가장 기름이 많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다 먹고 나니 아래에 기름이 둥둥 남아 있을 정도였다. 센 불에서 제대로 튀겨내지 않은 것인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름이 너무 많아 느끼하고, 두 입 정도는 고소한 맛이 들지만 그 뒤로는 먹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고기를 누르면 아래로 기름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오래된 기름의 쩐내가 나는 것은 아니었으나, 배어물면 기름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은 그닥 기분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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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워낙 많고 빠르게 서빙이 되고 있던 만큼, 기름 문제가 늘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바쁜 나머지 이 때만 생겼던 문제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갑자기 바빠지다 보니 기름을 충분히 빼지 못해 생긴 문제라고 믿고 싶다. 다만 이 날 먹은 돈까스는 ‘튀김 요리’의 측면에서 함량 미달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4. 소스의 맛과 어우러짐

 

소스는 시판 오뚜기 돈까스 소스, 우스터 소스의 맛이 많이 났다.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기사식당식 돈까스 소스 대부분이 브라운 소스 라인을 가거나 아니면 새콤달콤 라인을 타는 상황에서 그닥 흔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소스 맛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어째서 과거 우스터 소스를 돈까스 소스로 사용했는지 알 수 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튀김에 기름이 너무너무너무 많아 느끼했기에, 강한 향과 신 맛이 두드러지는 우스터 소스와는 궁합이 좋았다. 뒤집어 말하면, 우스터 소스 덕에 겨우 먹을 만 했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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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면 뭐해? 기름이 과다한 느끼한 돈까스. 기사식당이면 몰라도 돈까스 전문점이라고 평하기 어렵다. 사람이 많아져서 생긴 일시적 문제일 수도”

 

이번 돈까스 맛만 가지고 보면, 수준 미달이라 보아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갑자기 사람이 많아져서,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건 불가사리와 박변이 간 날만 생긴 문제이길 빈다. 원조이고 그것이 밝혀져 인기를 끌었다면,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인기에 부합하는 맛을 선사해 주길 바란다.

 

 

101번지 남산돈까스

 

원조 논쟁의 한 축인 1992를 갔으니, 그 다음은 ‘101번지’를 갈 차례다. 가게의 외관은 다른 가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모습이었고, 가게 내부의 모습도 비슷했다. 줄 서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직원 수는 많아서, 성북동 ‘금왕’과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고 기사식당이라기보다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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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과 안의 모습

 

메뉴판도 가장 깔끔했다. 전형적인 프랜차이즈의 모습이었는데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생긴 자산인가 싶었다. 가격은 만 원으로 헤르지아, 산채집보다 200원 비싼 무난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깔끔한 가게 분위기 값으로 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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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1. 수프와 가니시(곁들여 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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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는 오뚜기 맛. 끝. 양배추는 가늘게 채 치고 마카로니와 베이크드 빈스, 고추가 있어서 플레이팅은 깔끔하고 성의가 있는 편이다. 다만 고추 한 개는 좀 아쉽고, 플레이팅에서 약간 차이가 있을 뿐 뭔가 대단히 맛있는 반찬은 없다. 

 

2. 고기의 두께와 맛

 

고기는 ‘1992’보다 살짝 두꺼운 수준, 남산 기준으로도 가장 얇은 편이었다. 크기도 거의 1992만큼이나 크게 보였다. 고기의 질감은 무난했다.

 

3. 튀김옷과 빵가루, 기름

 

고기가 이렇게 얇음에도, 튀김옷은 두껍고 빵가루도 굵은 일본식 빵코를 썼다. 얇은 고기에 입자가 굵은 빵가루를 쓰는 것은 근래 한국식 돈까스의 특징이라고 보아도 되지만, 고기 맛을 살리지 못한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얇은 고기 맛을 살리는 shallow-frying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균형이 맞지 않았다. 고기를 얇게 하는 한국식 돈까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어중간하게 튀김을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기름에 문제는 있었을지언정 고기와 튀김옷 빵가루의 두께 부분에서는 균형이 맞았던 ‘1992’에 비해 철학적인 격이 떨어졌다.

 

게다가 아침에 갔음에도 기름 냄새가 꽤 나는 편이었다. 1992처럼 기름이 질질 새어나오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두꺼운 튀김옷에 기름이 많이 남았고, 최소한 기름의 향에는 문제가 없었던 1992와 달리 그 기름의 향이 유쾌하지 않았다. 다만 고기와 튀김옷이 분리되는 느낌까지는 아니었고 일체감은 있어서 ‘림 돈까스’보다는 나았다.

 

4. 소스의 맛과 어우러짐

 

소스는 시판 오뚜기 돈까스 소스, 우스터 소스의 맛이 많이 났다. 이 점에서는 ‘1992’와 거의 비슷하다고 보아도 좋다. 다만 브라운 소스 맛이 좀 더 낫다. 다른 남산 돈까스 스타일과 확연히 다른, 두 가게의 특징에 가까웠다. 역시 기름이 많이 남아 느끼한 느낌이어서 이런 소스가 잘 어울리긴 했다. 뒤집어 말하면, 우스터 소스 덕에 겨우 먹을 만 했다고도 할 수 있다.  

 

번외로 ‘마늘 돈까스’라는 메뉴가 있어서 시켜 보았는데, 양념치킨 소스 같은 맛이 조금 더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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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의 악덕은 그대로, 원조의 미덕은 없어진 돈까스. 무난하다면 무난하지만 굳이 찾아 먹을 가치는 없다.”

 

 

미나미야마

 

마지막으로 향한 집은 ‘미나미야마’다. 원조 논란 이전까지 남산에서 평점이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였고, 규모 면에서도 가장 큰 편이다. 불가사리의 아내는 남산 근처에서 오래 일을 했는데, 늘 ‘미나미야마와 산채집 말고는 볼 것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을 정도로 인기가 좋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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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가기 전에 그나마 리뷰가 가장 믿을만한 곳인 ‘카카오맵’에서 평점을 보았는데, 평점이 불과 1.8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개 낮은 평점을 준 사람들은 맛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원조가 아니다’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1점 평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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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지만 원조 여부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미나미야마’는 ‘1992’의 과실을 따먹은 가게라고 보기도 애매해서 여기를 욕하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 이 곳의 명칭에 ‘1976’이 들어가는 이유에 대해 나무위키에서는 아무런 근거 없이 ‘1976년이라는 뜻이 아니라 남산돈까스의 뒷자리 전화번호인 1976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써 놓았는데, 뇌피셜이다. 미나미야마에서는 실제로 ‘이곳이 바로 1976년 남산에 처음으로 생긴 원조 왕돈까스 전문점입니다’라고 써 놓고 홍보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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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기사에서 살폈듯, 1976년에는 기사식당형 돈까스, 왕돈까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이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좋다. 그 옆의 돈까스집이 1977년 순두부집으로 창업하였던 것 등을 볼 때 다른 식당으로 창업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여기에 더 미묘한 것은, 이 장소가 ‘1992’측이 1992년부터 돈까스집을 운영했던 장소라는 것이다. 

 

즉 1976이라는 숫자는 불분명하지만, ‘이 곳(장소적인 의미의 단어이다)’이 남산 최초의 왕돈까스 전문점이라는 이야기가, 말 자체로 거짓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곳’이라는 표현이 해당 장소(105번지)가 아니라 ‘미나미야마’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사실이라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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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해당 장소의 모습

 

미나미야마는 일단 이름이 일본식(‘남산(南山)’을 일본어로 읽은 것이다)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생긴지 오래된 가게가 아니다. 신사 탐방로부터 성장한 남산 길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던 시절의 한국인들이 이런 이름을 용납했을 리가 없다.

 

2009년 4월만 해도 해당 장소에는 ‘남산돈정 왕돈까스 부대찌개’가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대찌개 뿐 아니라 김치찌개, 순두부 등도 팔고 있었다. 미나미야마가 생긴 것은 그 이후, 아마도 2010년의 일인데, 생긴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2010년 10월에는 ‘미나미야마 남산 1위 맛집선정’이라는 표현으로 홍보하고 있었고 원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아마 비슷한 시기에 방송을 통한 많은 홍보를 한 모양인지, 2011년 10월에는 ‘SBS 영웅호걸 대표돈까스집 선정’, ‘생생정보통 남산1위 맛집선정’, ‘생활의 달인 철판돈까스 달인의 집’등의 표현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2년 6월 붙여 놓은 현수막에서 처음으로 ‘원조 남산 왕돈까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2015년 간판 변경시에 간판에 ‘1976 원조’라는 말을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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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가게의 변천사

 

즉 처음엔 원조라 주장하지 않다가 슬그머니 원조 이야기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볼 때 해당 가게에서 돈까스집을 운영하는 업주가 1976년부터 남산에서 돈까스집을 운영했을 가능성은 없고, 과거 존재했던 돈까스집으로부터 권리금 등을 주고 원조의 권리를 사 왔을 가능성도 없다. 그러므로 해당 장소가 원조의 장소라는 표현 자체는 거짓이 아니지만 최소한 오해받을 만한 공간이다. 다만 어차피 진정한 원조를 따지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상황에서 이 가게의 홍보 방식이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받을 만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식에 돌입했다. 여기 돈까스는 11,000원이라 살짝 비싼 편이고, 특이점은 짬뽕, 라멘, 우동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면을 직접 만드는 제면기가 있다. 일본식 이름이 ‘일본식 돈까스’가 아니라 우동과 라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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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프와 가니시(곁들여 나오는 것)

 

스프는 또 오뚜기다. 오늘 세 가게의 스프 맛은 동일했다. 가니시는 양배추 샐러드, 오이피클, 파인애플 통조림이 나왔고 김치가 나왔다. 조금 다른 스타일이지만 그닥 손이 가는 가니시들은 아니었다. 

 

2. 고기의 두께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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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오늘 갔던 다른 가게들만큼이나 얇았다. 고기의 질감은 무난했고 가장 부드러운 편이었다. 

 

3. 튀김옷과 빵가루,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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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얇은 만큼 튀김옷이 매우 얇아서 잘 어울렸고, 빵가루는 굵은 일본식 빵코를 썼지만 많이 뿌리지 않아서 균형이 잘 맞았다. 빵코를 효과적으로 쓰고 기름 온도를 잘 조절해서인지 겉이 상당히 바삭하고 맛있었는데, 한국식 돈까스와 일본식 돈까스를 약간 섞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에 센 불로 확실하게 튀겨 준 것인지 바삭하고 기름기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서 담백하고 산뜻했다. 기름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얇은 고기를 바삭하게 튀겨내다 보니 고기 안쪽까지 조금 오버쿡이 된 것 같은, 즉 ‘겉바속촉’이 아닌 ‘겉바속바’인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바삭하고 산뜻한 과자 같은 맛이 났다. 비록 한국식 돈까스 또는 기사식당식 돈까스의 특징과는 달랐지만 새로운 전범이라 보아도 될 만큼 상당한 맛이었다. 

 

4. 소스의 맛과 어우러짐

 

소스는 시판 오뚜기 돈까스 소스, 우스터 소스의 맛이 많이 났다. 오늘 갔던 세 가게의 소스는 대동소이하다. 튀김을 산뜻하고 바삭하게 잘 했기에 소스가 뿌려진 것은 조금 아까운 느낌이 들었고, 소스를 따로 내어 찍먹으로 먹는 것이 어떤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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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돈까스를 남김없이 먹은 불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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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한국식 돈까스의 한 전범. 일본식의 장점과 기사식당식의 장점을 두루 취했다. 굳이 원조라 주장하며 어그로를 끌 필요가 있을까?”

 


 

지금까지 갔던 남산 돈까스집들의 평을 정리한다. 원조 논쟁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돈까스 맛으로만 평가했다. 순서는 다녀온 순이다. 

 

불가사리와 박변이 다녀간 날 특별히 컨디션이 좋거나 나빴을 가능성도 있으니 참고용으로만 보길 바란다. 그리고 가장 동쪽에 있는 ‘원조 남산왕돈까스’는 리뷰하지 못했는데, 불가사리가 두 번 남산을 찾아갔을 때 모두 휴무일이라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AS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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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사를 통해 계속 언급해서 이제 입이 아프지만, 원조 논쟁에 대해 한 마디만 보태겠다. 

 

가게들을 보면 처음에는 ‘원조’를 언급하지 않던 곳들도 이후 원조라는 말을 붙인 경우들이 많은데, 이는 사람들이 ‘원조’라면 좀 더 낫거나 맛있는 집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어떤 가게가 독창적인 음식을 개발했다면 ‘원조’라는 게 의미있을 수 있고, 그 상권을 스스로 개척했다면, 또는 다른 가게들과 달리 오래 살아남았다면 원조 여부가 의미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산의 돈까스 스타일은 남산에서 시작되거나 발명된 것이 아니고, 특정 돈까스 가게가 이 동네의 인기를 혼자 견인한 것도 아니며, 대부분의 가게는 비슷한 시기 생겨난 것이라, 누가 원조인지 알기 힘들며, 누가 진짜 원조라고 한들 그 가게가 더 나은 가게라고 볼 이유도 없다. 

 

우리가 칭찬해줘야 할 곳은 제대로 된 재료로 맛있는 돈까스를 좋은 가격에 제공해주는 곳이 아닐까? 만약 남산 돈까스의 맛에 실망했다면, 여기에 맛을 정밀하게 평가하지 않고 원조라면 왠지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원조 여부를 도덕적으로 평가하여 맛과 무관하게 평점 테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맛 평가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언론들도 기여했음은 분명할 것이다. 

 

암튼, 불가사리의 남산 돈까스 순례는 여러 숙제를 안겨 주었다. 남산의 돈까스집들 중 인상적이었던 가게들은 ‘얇은 고기, 얇은 튀김옷과 가는 빵가루, 새콤달콤고소한 소스’라는 한국식 돈까스의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하기보다는, ‘얇은 고기’라는 틀 안에서 일식 돈까스와 비슷한 굵은 빵가루와 바삭함을 시도하는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식 돈까스의 원형에 가까운 맛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한국식 돈까스의 발전된 모습은 무엇일까? 불가사리는 이 해답을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고, ‘서울역 그릴’, 그리고 인천과 강남에서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죽돌: 그, 그곳이 어디입니까?

 

불가사리: (‘만땅’ 넣은 주유소 영수증 다섯 장을 내밀며) 제주도는 못 보내 줘도 기름값은 주셔야죠. 

 

죽돌: 이제는 딴지를 쿠팡맨으로 여기다 못해 주유소로 생각하는 거냐.. (중얼)(중얼)

 

불가사리: 다 들린다니까요.

 

과연 불가사리의 돈까스 인질극은 성공할 것인가? 지켜봐달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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