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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끝난 지 20여 일 조금 더 지났는데 하루하루 소용돌이가 몰아치며 국민들은 스뜨레쑤(!)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한국만 하겠냐마는 영국에도 현재 다양한 사안들이 있다. 이번 기사는 그중 다음 사안들을 디벼본다.

 

1.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영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2. 선거 날을 코앞에 둔 이웃 국가 프랑스의 대선에 어떤 입장인가

3. 얼마 전까지 전방위로 사퇴 압박을 받던 존슨 총리의 현재 입지는? 차기 총리는? 

 

 

먼저, 유럽 내 영국은?

 

위 질문, 그중 1번 질문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선 우선 영국의 국방을 이야기해야 이해가 빠르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매년 영국이 지출하는 국방비 예산은 유럽 내에서 1등, NATO에서는 미국 다음으로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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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문화일보> 링크

 

2021년 7월에 영국 국방부(Ministry of Defence) 발표에 따르면, 영국은 2025년까지 약 4년간 850억 파운드(약 140조 원)의 국방비를 추가 지출할 예정이다. 영국의 국방비 예산은 GDP의 2%를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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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경제> 링크

 

요즘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브렉시트(Brexit) 이전 EU에 속해있을 때부터 유럽 내에서 가장 많은 비율의 국방비를 책정해왔다. 물론 지출이 많다고 무조건 대표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사실상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비 지출과 연관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볼 때, 영국의 영향력이 꽤 될 것이라는 건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세계 국방력 상위 1위부터 10위까지 중 2-10위 국가들의 국방비를 모두 합산해야 비등한 정도다. 이런 국방비를 바탕으로 미국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육해공 전투 장비와 무기를 동원하여 세계 경찰 노릇을 하고 있다. 결국 전투력도 돈과 직결된다는 의미로 유럽 내에서 매년 지출하는 국방비 예산이 1등인 영국의 위치를 짐작해볼 수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 국면에서 EU에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도 국방력 때문이었다.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잠잠해야 했고, 프랑스는 지난 70년간 이렇다 할 전투 경험이 전무한 상태인 반면, 영국은 전투 경험이 있고 앞서 말했듯 유럽 국가 중 NATO에 지원금을 가장 많이 내는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 제외하고) 지도를 펼쳤을 때, 현재 유럽 내에서 국방 면을 총괄(?)하는 나라는 영국인 셈이다. 이런 걸 보면 영국이 유럽을 지키는 관문 역할을 한다는 게 충분히 납득 간다. 미국과의 관계도 영국의 위상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다. 서로 형제지간이라며 영국과 미국이 상부상조하는 관계인 건 유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면모들이 영국이 EU와 관세&난민 문제로 원탁에 있을 때, 스스로 ‘이 구역의 짱은 나’라는 식으로 배짱을 튕기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영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위에서 말한 영국의 면모는 현재 영국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하여 러시아에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내뱉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영국은 아직도 대영제국의 영광(?)을 내면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추진하는 정책을 살펴보다 보면 그런 자아도취적(?) 정체성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꽤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도 영국이 연일 러시아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그런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이 구역(유럽)은 책임진다는 암묵적인 뉘앙스’를 폴폴 풍기며 (아무도 뽑아주진 않았지만) 스스로 반장이라 생각하는 아이(영국)가 싸움을 시작한 다른 아이(러시아)에게 다가가 한마디 하는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TV를 틀면 뉴스 채널에서는 하루 종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소식뿐이다. 자신들에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국민들에게 우리가 갈등 해결에 앞장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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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사안을 다루는 영국 매체들. 

 

사실 영국은 섬이고, 내륙과는 다르게 입국 절차 역시 까다롭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발생하고 전쟁 후폭풍이 몰아친다 한들 피해가 크지 않다. 시의적절하게 EU를 탈퇴한 시점에 발생한 일이라 난민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적은 편이다. 게다가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가스관을 통해 지하자원의 혜택을 받고 있지도 않다. 

 

돈도 가장 많이 부담하고 있고, 미국과 친하고, 국경이 맞닿아 있지도 않으니 가장 피해가 적을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어 ‘홍차 놔라 오렌지 놔라’ 하기에 딱 좋은 포지션이다. 그리하여 영국은 연일 러시아를 맹비난하며 전쟁 중단을 비롯한 평화 촉구, 인권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난민에 대한 사안까지 폭넓게 오지랖 넓히는 중이다. 

 

영국의 이러한 오지랖은 단순히 자아도취적 정체성을 고취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영국은 이번 전쟁을 통해 일석이조 혹은 삼조까지도 노려보려고 한다. 경제적인 제재에 따라, 영국으로 유입된 러시아 금융투자액을 모두 틀어막으며 막대한 금액의 투자금을 움켜쥘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전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NATO에서의 영국 역할에 대해 집중적인 나대기가 가능해졌다. 

 

사실 NATO는 냉전이 만들어낸 산물로 미-러 갈등이 없는 한, 존재 의미가 없는 기구 중 하나다. 그런 NATO에서 매년 수많은 부담금을 안고 있어야 했던 영국에겐 이번 전쟁을 통해 NATO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각인시키며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또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등을 졌던 유럽 내륙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즉, 영국이 정반대의 목소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대해 연일 볼륨을 높이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속뜻은 다 자국의 이익과 영향력 확대를 위함이다. 이를 명분으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마음껏 발산하는 중이다(물론 목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수많은 군사 지원과 물자, 인적 자원을 보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웃 나라 프랑스의 대선, 영국의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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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REUTERS> 링크

 

관심 없다. 뉴스나 기타 언론에서 언급하긴 하지만, 영국인들은 대체로 프랑스를 가볍게 여긴다. 특히 이번에는 마크롱 현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시 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 프랑스 대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관한 기사 ‘프랑스 브리핑 7: 문재인 대통령의 동기와 늘어나는 극우 세력’ 링크)

 

여기에서 마크롱의 재선이 유력시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유럽 국가들의 정치문화 특징이 있는데, 유럽 국가들은 국가의 재난이 발생한 경우, 행정부에 대한 평가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 

 

마크롱이 39살이라는 나이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을 때, 그는 ‘경제개혁’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연금개혁을 통해 개개인의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다. 우리나라였으면 달랐겠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이를 정부의 무능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판데믹으로 모두가 고충을 겪고 있으니 당초 계획했던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고 용인한다.   

 

마크롱이 현재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로 재선이 유력시 된 것에는 이런 정치 문화가 한몫하고 있다. 물론,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RN)의 후보 마린 르 펜보다도 더 극우로 평가 받는 보수논객이자 언론인인 ‘에릭 제무르’가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그 지지율은 10-15%로 마크롱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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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제무르

출처-<AFP=연합뉴스>

 

때문에 제무르는 자국중심주의, 보호무역과 같은 발언으로 극우성향을 지닌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솅겐 조약을 깨뜨리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일부에겐 큰 지지를 얻고 있지만, 대중적으로 정권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반향을 못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간 두 나라와의 인적, 물적 자유무역 및 왕래로 얻은 것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이런 식의 주장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어려운 대목이다. 

 

암튼 프랑스의 상황이 그러거나 말거나 영국은 관심 없다. 어차피 브렉시트를 통해 유럽연합에서 탈퇴했고, 더 이상 프랑스와 난민수용 문제로 다툴 이유도 없으니 손 뗀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며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기에 바쁜 시점이다 보니 프랑스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더 신경을 안 쓰고 있다.

 

 

사퇴 압박을 받던 존슨 총리의 현재 상황은?

 

올해 초, 영국의 존슨 총리는 전방위로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일반적인 영국 총리였다면 벌써 사퇴하고도 남았겠지만, 남의 사생활을 캐내어 기사를 쓰고 이름을 알린 기자 출신 총리 답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I will fix it”라고 말하며, 고치면 될 거 아니냐는 식의 태도로 꿋꿋하게 버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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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경, 텔레그래프 브뤼셀 특파원 시절의 보리스 존슨.

나중에 이 청년은 후덕한 총리가 됩니다...

머리 스타일도 좀 달라집니다... 

출처-<Guardian, Charles Grant>

 

존슨이 사퇴를 받게 된 사건은 대략 다음과 같다. 

 

락다운 기간 동안, 국민들에게는 집 밖에 일체 나갈 수 없다 하며 가족의 죽음조차도 지키지 못하게 했던 존슨이, 동료들과 함께 수 차례에 걸쳐 술 파티를 벌였다는 사실이 올해 초에 확인되며 보도된 것이다. 이는 국민적 공분을 사게 되며 사퇴 여론까지 일어났다. 

 

(해당 사건에 대한 기사 ‘영국브리핑 14: 인도계 정치인은 어떻게 유력 총리 후보가 됐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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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총리 관저에서

술을 즐기는 존슨의 모습.  

출처-<Guardian>

 

게다가 존슨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열렸던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 PMQ)에서도 몇 차례 말 바꾸기 및 거짓 진술을 한 것이 들통나 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렇게 존슨이 사퇴하면 현 재무부 장관인 리시 수낙이 유력한 차기 총리 아니겠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존슨에게 호재가 찾아왔다. 러시아의 도발&침공으로 전국민적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쏠리게 된 것이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뉴스는 정보의 접근성도 좋은 장점이 있지만, 접근성이 좋고 뉴스가 많은 만큼 휘발성이 강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단점도 있다. 존슨의 문제도 마찬가지로 휘발되며, 현재 국민적 관심은 온통 우크라이나에 쏠리고 있다. 

 

교회에 가도, 각종 모임에 나가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국민들은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면밀하게 관찰 중이다. 다행히도(?) 현 집권당인 보수당은 러시아의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게다가 대영제국의 향수를 충분히 느끼고도 남게 할, 아무도 맡기지 않은 반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존슨에 대한 비난은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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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총리(좌)와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기 총리로 지목되었던 리시 수낙에 대한 지지도 잠잠한 눈치다. 사실 그의 능력은 판데믹 상황을 거치며 충분히 인정 받았고, 국고를 탈탈 털어 아낌없이 지원을 해 전국민적 인지도를 높인 것은 맞지만, 일시적인 통화량의 증가와 맞물려 시작된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의 후폭풍이 발생한 건 사실이니, 이에 대한 책임 역시도 리시 수낙에게 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영국의 집값은 우리나라보다 몇 배 더 상승했고, 차량 주유비나 월세, 식료품 비용까지 크게 증가하면서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체감이 될 정도이기에 향후, 이에 대해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던 리시 수낙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이상으로 최근 영국에서 있었던 세 가지 빅이슈에 대한 브리핑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