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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자, 등장

 

이 나라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다. 오랜 기간 여러 대통령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과정을 조금 먼발치에서 떨어져 생각해보면, 거기에서 역사의 속성이라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 당선자가 등장한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이전의 경험과 사유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 투성이다. 전무후무하달까. 어떤 것은 너무나 뻔해서 이렇게 뻔할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건가 어안이 벙벙하다. 아무리 살펴보고 생각을 거듭해도 도사님의 조언 말고는 성립되는 가설이 없어 허무하고 허탈하고 모멸감까지 든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취임 후에도 현재의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의중은 확고해 보인다. 대체 왜 때문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차피 청와대나 국방부 청사나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인 것은 다르지 않다. 현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통령이 살지 않는 청와대는 경복궁에 딸린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갖기도 어렵다.

 

더구나 이사에 따른 많은 불편함과 경호, 의전 등 복잡한 문제를 감안하면 여염집도 아닌 청와대(+국방부)를 두 달 사이에 뚝딱 옮긴다는 건 굉장한 무리수다. 도저히 현 청와대를 임시 집무실로라도 쓸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방식의 이사를 강행하는 건 상식적이지 못하다. 폐지를 공약한 여성가족부에 신임 장관을 내정할 만큼 온건한(?) 당선자가 청와대만큼은 들어갈 수 없다니 그 고집의 이유를 알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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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그럴까. 도무지 그럴싸한 답이 없으므로, 도사님한테 청와대와 용산에 관한 무슨 소리를 듣고 저토록 겁을 집어먹었을까 함 예상이나 해보자. 이러고 있는 게 현타가 오긴 하지만, 전무후무한 대통령 등장이 역사의 명령이라면 또 순응하고 이해하는 것도 시대를 사는 촌부의 몫이므로.

 

도사님 가라사대 1 : 살을 피하라

 

경무대를 청와대로 개칭한 사람은 윤보선이다. 1960년 12월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이 태어날 무렵(1960년 12월 18일)이다. 윤보선은 1962년 3월 대통령에서 물러났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것은 그로부터 딱 60년 뒤인 2022년 3월이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윤 씨가 청와대에 가면 쿠데타로 쫓겨난다'라는 계시가 있었던 게 아니라면, '환갑이 지난 청와대(또는 윤석열)의 기가 쇠해 새로운 정기를 받아야 한다'라는 풍수상의 가르침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필이면 새로 옮겨간다는 곳이 국방부 청사 + 참모총장 공관이라 말인데, 혹시 어떤 법사님이나 스승님께서, 쿠데타를 막으려면 장군들의 기운을 받아야 한다든가, 국방부 청사와 참모총장 공관 자리에 왕기가 서려 있다고 조언하셨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도사님 가라사대 2 : 제사장이 되어라

 

윤석열 당선자는 현재까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곳. 어떻게 보면 가슴 아픈 곳이라 할 수 있으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윤 당선자가 원혼들을 달래 대권을 거머쥐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윤 당선자가 용산으로 관저와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 역시 억울한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윤 당선자가 계획하고 있는 관저와 집무실은, 2009년 용산참사 및 6.25 전쟁 중 한강 인도교 폭파로 많은 이들이 숨진 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죄인들과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장으로 쓰이던 새남터에서도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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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처형장이었던 새남터, 2009년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 터에 들어선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 6.25 전쟁 당시 폭파되어 수많은 사람이 숨진 한강인도교(한강대교)는 모두 새 대통령 집무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공교롭게도 국가권력의 남용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숨진 자리이다. 21세기에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사당을 세우거나 제사를 지낼 수는 없겠지만, 국가 원수의 거처를 옮긴다면 일종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조언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건진식의 엄중한 추측을 해본다.

 

도사님 가라사대 3 : 칠룡이 나르샤

 

공전의 히트를 거둔 토리야마 아키라 원작의 일본 만화 '드래곤볼'은 깊은 산속에 홀로 살던 소년 손오공이 부르마란 소녀와 만나, 소원을 이뤄주는 일곱 개의 신비한 구슬 드래곤볼을 모으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황룡사 9층 목탑에 불심을 통해 9개국을 정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듯, 윤석열 당선자는 드래곤볼을 모아 국운을 융성시키려는 깊은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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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윤 당선자가 찾는 드래곤볼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그분이 검사 시절 수사했던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미르'재단(미르=용의 순우리말)이 있다. 그 결과 그는 재'드래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시키는데 성공했다.

 

정치권에 진출한 그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경선에서 굴복시킨 뒤, 선대위 정책본부장, 인수위 기획위원장에 이어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하는 등 중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대통령이 된 그는 국방부를 계'룡'으로 옮긴 뒤, 자신의 집무실과 처소를 '용'산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2개는? 베일에 싸인 '윤핵관'의 실체나, 당선자 부부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는 신통하신 분들 만큼이나 찾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도 계속 그래왔지만 여기서부터는 진짜 막 던지는 영역인데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두 사람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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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링크)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의 아들인 장'용'준 씨와,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 변호사. 이름하야 '굥의 쌍용'되시겠다.

 

얼마 전 장용준 씨는 무면허 음주 운전과 경찰 폭행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사건 이후에도 윤핵관 중 1인으로 활약하던 그의 부친 장제원 의원은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당선자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기에 이른다. 연좌제가 폐지되었다고 하나, 민주당 정치인들의 자녀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윤석열 당선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아울러 윤석열 당선자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이기도 한 강용석 변호사는 '용'자가 Dragon(龍)이 아니라 얼굴 용(容)인 것은 넘어가도록 하자. 어쨌든 스스로 개천용을 자부하고 있다. 숱한 논란과 물의에도 불구하고 가로세로연구소를 세워 저격수로 맹활약하더니,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정치권에 복귀하여 국민의힘 복당과 경기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어쩌면 당선자에겐 아픈 손가락일지 모르는 이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에 오르는(?) 날, 윤석열의 드래곤볼 미션도 완성되는 게 아닐까.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한가? 나도 안다. 오죽하면 이러겠는가.

 

나쁜 놈들 전성시대

 

유시민 작가에 대한 징역 1년 구형,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에 대한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에 대한 불기소 처분 등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대선 후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 선진화, 속칭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검찰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반발 또한 의미심장해 보인다.

 

사실 도사님들의 문제는 곁가지인지 모른다. 미신을 맹신하는 대통령의 안절부절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것은 빤스벗고 거대하게 발기하는 검찰 세력이다. '은근슬쩍'이나, '눈 가리고 아웅' 같은 것도 없다. 구역을 접수하러 온 건달들의 군상과 무엇이 다른지 도무지 찾질 못하겠다. 사실 그만도 못하지. 조진웅네 나이트클럽 먹을 때 하정우는 명분이라도 만들어서 쳐들어가고 그르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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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위)영화<범죄와의 전쟁>, (아래) 국회사진기자단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검찰을 비롯한 행정기관의 권한은 국회가 입법으로 정하는 것이고, 검찰은 해당 법률에 따라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맞다. 물론 입법 과정에서 정부기관이나 소속 공무원 개개인이 의견을 제기할 수 있지만, 무슨 검사장 회의니 평검사 회의니 해가며 구성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도 반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가령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에 따라 폐지 위기에 처한 여성가족부나, 뜬금없이 이삿짐을 싸게 된 국방부에서 국장 회의, 과장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집단행동을 하거나 조직적으로 반발한다면 윤 당선자가 가만히 있어 쥴리 없다.

 

오직 이 나라에서 검찰과 법원, 더 정확히는 검사와 판사들만이 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집단행동을 불사하는데, 이것이 공직자의 도리도리나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하는지 진심으로 의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만이 국가 권력 체계 위에 있다고 믿고 있는 게 아닐까?

 

총력전이 필요한 이유

 

보수정권 때에는 대체로 잠잠하던 이들의 분노는 항상 진보정권에 대해, 그것도 정권말 같이 취약한 시점에 비로소 발휘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불과 한 달 뒤면 자신들의 대빵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시점에 만만한(?) 민주당에 대항해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면, 8월 16일부터 독립운동에 나서는 호연지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웅장해진다.

 

어쨌든 시민사회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자는 논의가 대세가 될 정도로 여론이 나빠졌다면 집단행동에 나서기 앞서, 지난 70년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횡포를 부렸던 자기 조직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고, 그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순리다.

 

그러나 자신들의 조직 논리에 지극히 충실한 검사들은 스스로의 잘못에는 침묵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발에만 펄쩍 뛰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2,292명이나 되는 검사 중에 임은정 검사만이 보수정권 시절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냈고, 지금도 조직 논리에서 벗어나 공익의 대표자라는 검사의 본분을 다하고 있을 뿐, 허나 정권마저 바뀐 가운데 앞으로 얼마나 모진 핍박을 받게 될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검사들은 소위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자신들이 수사하고 있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에 대한 수사에 치명적인 공백이 발생할 거라고 주장한다. 거짓말이다.

 

위 사안 중 부패, 공직자, 방위사업은 거의 100% 공직자와 연관되어 있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에서 수사할 수 있고, 나머지 사안들의 경우에도 전문성이 있는 담당 부처(가령 선거는 선관위, 대형 참사의 경우 소방청) 공무원들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임명하여, 수사를 맡기면 된다. 특히 부패, 선거 수사를 통해 정치인들의 목줄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과거의 검찰을 생각해 봤을 때 소위 6대 범죄 수사야말로 검찰권 남용이 더 우려되는 지점이어서, 한시바삐 수술이 불가피하다.

 

물론 경찰에도 많은 문제가 있음은 당연하다. 제도 도입에 따른 과도기의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 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비해 경찰은 오직 수사권만을 가질 뿐이며, 이 역시 자치 경찰 등의 제도를 통해 통제될 것이다. 또한 검사는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이를 위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런 수사구조가 정착된다면 검찰이 수많은 사건 중에 마음에 드는 몇 가지만 골라 직접 수사하는 현재보다, 모든 사건을 훨씬 더 면밀히 검토하고 적절히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본다.

 

천상천하 검사독존

 

시기 상조라는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청와대도 준비 없이 뚝딱 옮기려는 윤석열 당선자와 새 집권세력들이 할 말은 아니지 싶고, 최근 윤석열 당선자와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해 벌어진 일들을 보더라도 수사권의 공백은 '검수완박'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 의지의 문제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예컨대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손준성 검사가 관련된 소위 '고발사주' 의혹(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서 수사중인 사안이나, 두 사람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윤석열 당선자와 인수위는 공수처에 대해 무시 또는 폐지를 압박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사건이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이나 윤석열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 씨, 장모 최모 씨 등에 관련된 여러 의혹들에 대한 수사, 재판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고문에 대해서는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사화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의 아들 장용준 씨에게는 비록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재판 지연 전술이 성공하여 이전 사건에 대한 집행유예 기간은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2022년 6월 11일까지 위 판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앞선 사건에 대한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 장용준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1년형만 살면 된다.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 1년 + 앞선 사건에 대한 1년 6월 = 총 2년 6월 복역).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나 염동열 전 의원은 실형 선고를 받은 반면, 검사 출신의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심지어 윤석열 당선자는 국정 농단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전 대통령 박근혜에게 찾아가 인간적인 미안함을 호소하기까지 했다니 어느 게 그의 본심인지도 잘 모르겠고, 대통령이 될 그의 법치가 어떤 모습일지도 걱정스럽다. 그가 수사했던 다른 피의자들과 피고인(ex 조국일가)들은 뭐가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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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

 

한창 이 글을 쓰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당선자가 새 정부의 첫 법무부장관으로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했다. 현직 검사가 옷을 벗고 바로 정치에 뛰어들거나 장관이 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풍습이 된 걸까.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에 진짜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길지도 모르겠다. 가령,

 

성직자(검사)

귀족(법조인, 고위공직자, 여당 정치인)

서민

 

의 K 카스트제도를 이 땅에 정착시킨다거나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