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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기사화 과정에서 텍스트로 보기 좋게 편집을 거쳤다. 내용은 같다. 

 

 

본 기사는 몽골 현지인의 시선으로 해당 국가의 모습을 말하고 알림이 취지다.

 

이번 편에선 몽골의 이웃국가와 자국 내 소수민족, 국가별 인식 에 대해 다룬다. 

 

몽골 밤하늘.jpeg

몽골 홉스골국립공원의 밤하늘.

출처-<The AsiaN>

 

기사에서 경향에 대해 말할 때는 ‘대체로 이런 경향이 짙다’는 일반적인 모습을 알기 쉽게 다룬 것이니, 모든 내용을 절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양하길 바란다. 같은 모습일지라도 누구를 통해 듣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대상자는 현지에서 약 20년간 거주한 교민이다. 몽골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교민 소식지 기자로 활동했으며 취재 경력이 풍부하고 현지에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현재는 몽골에서 여행사(컬쳐노마드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몽골 관련 카페(링크)도 운영 중이다(딴게이로도 활동 중이라는데, 닉네임은 '하늘과구름'이다).

 

해당 기사는 여러 몽골 교민과의 부분적인 인터뷰를 취합 또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몽골에 관한 여러 공식적인 자료를 덧붙였으나 중심이 되는 내용은 '하늘과 구름'과의 인터뷰임을 밝힌다. 

 

자. 그럼, 7번째 여행을 떠나보자. 

 


 

 

Q63 : 저번 임터뷰에는 몽골(외몽골)과 내몽골의 관계에 대해 다뤘다. 다음 질문이다. 몽골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가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이 외에 가장 가까운 국가는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과는 바로 옆에 있는데, 그사이 아주 좁은 땅을 중국과 러시아가 갖고 있어서 국경이 직접 맞붙어 있지는 않다. 그래도 워낙 가까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교류가 꽤 있을 것 같은데, 관계는 어떤가?

 

A : 교류가 많진 않다. 몽골이 카자흐스탄에게 필요한 게 별로 없다. 카자흐스탄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냥 이웃 국가로 여기는 정도다. 지리적으로는 상당히 가깝지만, (한국에게 있어 북한, 중국, 일본처럼) 몽골인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치진 않는다.    

 

몽골 카자흐.PNG

 

다만, 몽골 내의 카자흐족에는 감정이 많다. 몽골 제일 서북단에 있는 ‘바양울기’라는 카자흐족 자치구가 있는데, 지리적으로 카자흐스탄 바로 옆에 있다 보니 여기에 카자흐족들이 모여서 산다. 몽골 내 카자흐족은 2018년 3월 기준, 몽골 전체 인구의 4%인 124,578명이다(출처 링크).

 

(카자흐족 자체가 소수민족인 건 아니다.  카자흐스탄 인구 약 1,900만 명 중 66%에 해당하는 카자흐족까지 합치면 카자흐족이 몽골족보다 인구가 많다. 몽골 내에 살고 있는 카자흐족, 즉 카자흐계 몽골인들이 몽골에서 소수민족이다) 

 

이들의 국적은 몽골이나, 카자흐 민족성을 갖고 있다 보니 언어(카자흐족은 카자흐어를 쓴다)부터 문화, 사고방식 등에서 일반 몽골인들과 차이가 크다. 때문에 몽골인들 입장에선 이 사람들이 동화가 안 된다고 느낀다. 몽골의 전통과 관례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긴다. 몽골인들 기준에는 몽골에 살면 ‘몽골답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싫어하는 몽골인들이 많다. 

 

나우르즈.png

나우르즈를 기념하는 몽골 내 카자흐족

 

예를 들면, 한 해의 시작인 설날도 서로 다르다. 몽골의 설날은 ‘차강사르’라고 해서 우리랑 같이 음력 1월 1일이다. 그런데 카자흐족은 이 날을 기념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설날인 춘분(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날)을 ‘나우르즈’라는 이름으로 기념한다. 새해를 각자 기념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같은 나라의 국민이라면 최소한 공통으로 문화, 정신 등 겹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카자흐족 젊은이들이 연애는 비교적 자유롭게 하지만 결혼은 반드시 같은 카자흐족과 해야 한다는 전통이 있어 시간이 갈수록 몽골인들과 섞여지는 것도 아니다. 

 

제3자의 시선으로는, 몽골인들도 과거 청나라에 복속되어 있으며 다른 민족성으로 차별받은 역사가 있기에 카자흐족의 민족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가치판단을 차치하고 현재 몽골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기자님의 질문에 몽골인들의 생각과 감정을 말할 뿐이다.   

  

Q64 : 카자흐스탄을 포함해서 카자흐족은 대체로 종교가 이슬람이다. 그리고 몽골인들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는 티베트 불교다. 세계적으로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많이 있는데, 몽골인들이 카자흐족에 갖는 감정에 이런 거부감도 포함되어 있나?   

 

A : 그건 아니다. 몽골인들은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없다. 몽골인들은 사고가 굉장히 개방적이다. 종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몽골에선 이미 칭기스칸 때부터 그리스도교, 이슬람, 샤머니즘,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존재했고, 그들의 종교를 인정해줬다(티베트 불교는 칭기스칸 한참 후로 16세기에 몽골에 전파되었다). 

 

질문과 좀 벗어나는 이야기인데, 종교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나는 게 있다. 의외로 종교적으로는 한국인들이 욕을 좀 먹는다. 아시다시피 한국 개신교에서 몽골에도 선교하러 많이들 왔었다. 근데 선교하러 왔던 목사, 선교사들이 자기들 종교를 믿지 않으면 무조건 “지옥 간다. 사탄이다.” 뭐 이런 식의 논리를 펴기도 하고, 몽골에서 바르지 못한 행태도 많이 보였다. 때문에 몽골인들이 개신교라는 종교 자체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진 않으나 일부 한국 개신교인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감정을 갖는 사람들이 좀 있다.

 

또 코로나 사태 초기에 대구에서 코로나가 엄청 확산되었고 그 배후에 신천지가 있다고 밝혀지면서 비판이 많았지 않나. 몽골에도 신천지가 들어와 있었다. 그때 한국 소식이 보도되며 몽골에서도 신천지에 대한 비판이 생기기도 했다.

      

Q65 : 몽골 내 다른 민족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세계 어디를 가나 화교들을 많이 볼 수 있지 않나. 몽골은 어떤가? 화교 사회도 좀 있을 것 같은데?

 

A : 화교들은 거의 없다. 몽골 내 중국인들은 중국 본토에서 사업차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몽골에 투자해서 주로 건설업이나 광산업 관련해서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다. 이전 편(링크)에서 말했듯 몽골인들은 중국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감정도 대체로 좋지 않다. 

 

Q66 : 일본에 대해선 인식이 어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몽골도 일본과 전쟁을 했지 않나?

 

A : 맞다. 그래서 2차 대전 당시 몽골도 일본과 싸웠기 때문에 승전국의 지위를 가질 수 있었다.

 

1932년 일본이 만주에 사실상 자신들의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우며 몽골과 영토가 붙게 되었는데, 국경선이 확실치 않아 잦은 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당연히 소련도 개입하게 되었다. 만주국이 소련의 영토와도 붙어있었기 때문에 일본을 견제했던 것도 있고 또 당시 몽골은 사실상 소련의 손아귀에 있었기 때문에 몽골의 영토를 건드리는 건 소련도 용납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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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영토가 만주국.

 

그렇게 갈등이 커지다 1939년 5월부터 9월까지 몽골의 영토인 할힌골 지역에서 ‘할힌골 전투’라 불리는 전면전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전투에서 실질적으로 전쟁을 벌인 건 소련과 일본이다. 몽골은 일본과 대적할 국방력이 안 되었기 때문에 소련과 같이 싸운 정도다. 여튼, 이 전투에서 소련-몽골이 이겼고, 소련이 요구한 대로 할하강을 경계로 만주국과 몽골의 국경선이 확정되었다. 

 

이러한 역사도 있고, 살다 보니 일본은 어떻구나 하는 인식이 좀 있어서 중장년층 이상에선 일본에 대해 별 호감이 없다. 근데 흔히 우리의 MZ세대라고 하는 젊은층들은 일본 좋아하는 친구들 많다. 

 

이들에겐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인데, 가령 일본이 몽골에 도로도 만들어주고 다리도 놓아주는 등 인프라 지원을 하지 않냐. 일본이 그런 인프라 지원을 많이 하긴 했다. 그러면 일본은 몽골 매스컴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그걸 홍보한다. 필요 이상으로.

 

일본은 자기들이 무상 차관을 주거나 어떤 지원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홍보가 최우선이다. '우리가 니들을 위해서 이렇게 봉사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엄청 생색낸다. 그럼 역사적으로 일본이 어떤 국가인지 확고한 가치 판단이 서지 않은 사람들이 봤을 때는 일본이 옛날에는 만주국 세워서 우리 국경 침범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 지들 잘 산다고 우리 도와주고 지원해주네. 고맙네.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임권산의 코멘트 

할힌골 전투는 세계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전투다. 일본이 이 전투에서 패하면서 소련-일본 양국은 불가침 조약을 맺게 되었고,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는 바르바로사 작전 이후 독일이 소련의 극동을 공격해 달라는 요청을 계속했음에도, 일본이 끝까지 소련과 맺은 조약을 지키며 소련을 침공하지 않은 것도 이 전투의 패배 영향이 컸다. 할힌골 전투에서의 승리가, 독일과 일본이 손을 잡아 소련을 공격하는 것을 저지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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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7 : 의외로 독일에 대해서 호감이 꽤 크다고 하던데?

 

A : 맞다. 일단 대체로 몽골인들은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는 별 거부감이 없다. 독일 같은 경우는 이민 가서 정착한 몽골인들이 많다. 독일이 복지 제도나 사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나. 외국인으로서 거기에 살아도, 정책적 차별도 별로 없고 말이다. 물론 가끔 인종차별 같은 뉴스가 있긴 하지만... 

 

암튼, 독일에 대한 호감은 그런 독일의 좋은 점들을 거기에 사는 몽골인들이 자기 가족, 지인들한테 ‘우리 독일에서 잘 산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결과라고 본다.    

 

Q68 : 몽골도 이민의 역사가 좀 있나 보다? 

 

A : 거창한 이민의 역사라기보다, 우리나라도 70년대, 80년대에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 많이 갔지 않나. 그때는 미국을 많이 동경하던 시기였기도 하고. 비슷한 거다. 몽골보다 더 살기 좋은 환경에 가서 살자. 이민은 소련 붕괴 후에 몽골도 민주화되면서, 그 이후로 많이 갔다. 독일뿐 아니라 미국으로도 이민 많이 갔다

 

Q69 : 그 외 친분이나 교류가 있는 국가들은? 

 

A : 스위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교류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과거 사회주의 국가였던 만큼 CIS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과 친분이 깊다(친분이 크게 없더라도 몽골은 중국 외엔 악감정을 갖고 있는 국가는 딱히 없다).  

 

주요수출대상국.PNG

 

주요수입대상국.PNG

출처-<KOTRA>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몽골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국가는 한국이다(교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건 최근의 한류 때문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몽골인들은 꾸준히 한국을 좋아했다.

 

≫임권산의 코멘트

CIS의 풀네임은 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로 우리말로 ‘독립국가연합’이라고 한다. 1991년 소련(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로 독립한 국가들의 국제기구이다. 러시아, 몰도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공식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투르크메니스탄, 몽골, 아프가니스탄은 비공식 참관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Q70 : 그럼 이제 몽골인들에게 한국은 어떤 국가인지 이야기해보자. 

 

<계속>

 

 

 

※. 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정보를 공유한다. 

- "하늘과구름"님이 운영하는 몽골 현지 여행사: 컬쳐노마드 투어

- 운영 카페 주소 : https://cafe.daum.net/gomongol  

 

※. 세계적으로 코로나 국면 후반부가 되고, 일상이 회복돼가며 하늘과구름이 야침차게 '몽골 힐링여행'을 기획했다고 한다. 관심 있는 분은 (링크)를 참조하길 바란다.   

 

※. 독자 여러분들도 몽골에 관해 경험했거나 알고 있는 사실들을 댓글로 이야기해주시면, 기사의 내용 외에도 더욱 풍부하게 몽골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아 오해가 많은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계속 인터뷰 예정이다. 언론에서 현지 사정을 제대로 전하지 않아 불만이 많은 분들은 언제든 쪽지로 연락주시라. 검토 후 연락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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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