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본지에서 시작한 연재가 예상치 않게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되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였습니다. 덕분에 지난 3월 26일, [SBS 호구들의 비밀과외-요람에서 무덤까지] 편에 출연하여 다시 한번 전자제품 결합 상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너무 잘생겨서 사람들이 놀랄까봐 

얼굴을 가렸다...!! 

이렇게 이리저리 불려다니다 보니 제가 운영하는 후불제 장례 전문 주식회사의 홍보를 위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품는 분들이 있습니다. 옳은 의구심입니다...! 부정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제 분야에 대한 글을 쓰는 궁극적인 이유는 '현재의 선불식 상조 시장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보다 투명한 장례 시장 구현'에 목적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산업구조가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는 점점 성장하고, 전문가 영역의 시장일수록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가 등장하여 시장을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유망한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인 보험, 중고차, 건축 인테리어 시장 등이 그러합니다. 각각 분야별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과거 폐쇄적인 산업의 구조가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변화되었습니다.

유독 장례(상조)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 영역이고, 시장은 계속적으로 성장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폐쇄적이고 불합리합니다.

이는 구매 유형과 상황의 특수성에 기인합니다. 아무래도 빈번하지 않은 구매 유형이다 보니, 고객들이 제대로 된 상품 정보를 탐색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고, 죽음이라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특수하기에 합리적인 소비를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시장과 고객의 특성으로 선불식 상조 회사는 성장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지만, 여전히 선불식 상조회사의 논리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선불식 상조회사가 주장하는 논리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대형 상조 회사는 품격 있는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 상조 회사는 자신들의 장례 서비스가 우수하다며, 서비스의 차별성을 강조합니다. 현재 대형 상조 회사에서 진행되는 장례는 일부 업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역의 장례의전업체와 도급 계약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장례지도사가 대형 상조 회사에 소속된 정식 직원이 아니라, 도급 직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지역의 장례의전업체는 대형 상조회사의 도급계약으로 장례를 진행하지만, 다른 상조 회사와도 계약하여 중복으로 진행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즉, 상조 회사의 유니폼만 바꿔 입고 현장에서 장례를 진행하는 지역의 장례 업체는 같다는 의미입니다.

대형 상조 회사가 장례 서비스를 진행한다 하여도, 다른 상조 회사와의 서비스 차별점은 미약합니다. 왜냐하면, 장례를 진행하는 지역의 장례 업체는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2. 미리 가입해야 저렴한 가격으로 진행할 수 있다?

대부분 선불식 상조 회사들이 강조하는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지금 미리 가입하는 것이 10년, 20년 후에 고객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선불식 상조 회사들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지난 10여 년간 상조 상품이 물가 상승률과 연동하여 상승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위 도표와 같이, 지난 10여 년간 상조 상품 가격 상승 요인은 전자 제품 대금과 상조 회사의 마진이었습니다. 물론, 각각의 장례 용품에 대한 물가 상승률이 적용되어 상승한 요인도 분명 있겠지만, 상품 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대형 상조 회사가 주장하는 물가 상승률에 영향받지 않고 미리 가입해야 고객에게 이득이라는 논리는 결국은 상조 회사의 마진을 더 크게 가져 간 상품 구조였다는 것입니다.

3. 고객의 납입금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이해되지 않습니다. 상조 회사는 마치 고객이 납입하는 납입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선불식 할부거래업법상 상조 회사는 고객의 납입금은 50%만 보호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객 납입금 100%를 보호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50% 보호만 하는 것임에도 마치 대형 상조 회사는 고객의 납입금을 투명하게 보호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상조 회사는 과연 그 50%만이라도 안전하게 잘 보호하고 있을까요? 고객의 납입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납입금 5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상조 회사는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별도의 상조공제조합에 가입하여 50%를 보장받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왜! 상조 회사는 고객의 납입금을 은행에 예치하지 않고, 상조공제조합에 예치할까요?

이는, 상조 회사 운영 자금 때문에 그렇습니다.

고객이 납입하는 월 납입액 50%를 은행에 예치할 경우, 상조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운영 자금이 부족합니다. 더욱이 상조 회사는 고객의 월 납입금을 모아 별도의 사업 투자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데, 50%를 은행에 예치할 경우, 회사의 운영자금과 투자금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래서 상조 회사들은 별도의 상조공제조합을 만들어 20% 내외의 예치금을 적립하고, 50%를 보장받는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20% 내외의 예치금을 적립하고 50%의 상조 부금을 보장받는 시스템이라면, 상조 회사 입장에서는 시중 은행보다는 상조공제조합을 통하여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객의 납입금 50%만 보장된다면 이러한 구조를 비난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조공제조합에 가입된 다른 상조 회사가 부도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집니다. 부도난 상조 회사가 상조공제조합에 적립한 예치금 보다, 고객에게 환급해야될 금액이 더 클 경우, 각각의 조합에 소속된 다른 상조 회사가 예치한 금액에서 지출되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상조공제조합이 고객 납입금 50% 조차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조 회사에서 부도가 나면, 고객 피해가 커지는 것입니다. 50% 금액조차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대형 상조 회사의 브랜드를 믿고 상조를 가입하였으나, 장례 서비스의 뚜렷한 차별화도 없고, 더욱이 오랜 시간 동안 납입한 돈을 100% 보장해 주지 않는 이 상품을 도대체 왜 가입해야 할까요?

지금 가입해야 물가 상승률과 상관없이 합리적으로 장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실상은 물가 상승률이 아닌, 전자제품 대금과 상조회사 마진으로 가격이 상승하였다면 과연 대형 상조 회사를 신뢰하고 가입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여전히 상조 가입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시 한번 상조 상품 가입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합리적인 장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4줄 요약

1. 선불식 상조 시장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2. 유니폼만 다를 뿐, 대부분 지역 장례 회사와 도급 계약을 하기에 대형 상조 회사라고 서비스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3. 상조 상품 가격 상승 요인은 물가가 아니라, 전자제품 대금과 상조 회사 마진이다.

4. 고객 납입금은 100% 보장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