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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82조 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됩니다.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은 현 정세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성이야 말하면 사족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것은 그 중요성에 비해 여전히 관심도가 떨어지는 교육감 선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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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링크

 

교육감 선거는 30대와 40대만 간신히 50% 정도의 관심을 보이고 나머지 연령대 모두에서 30, 40% 정도입니다. 대부분 지방의원 선거 관심도보다 낮습니다. 문제는 교육감의 권한이 실로 막대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감은 차관급 의전 대우를 받으며, 교육감 자신이 지방교육 자치기관입니다. 교육청은 교육감의 보조기관이며 소속 지자체의 모든 초중고, 유치원과 학원까지 교육감의 관할에 놓입니다. 무엇보다도 17개 시·도에서 1년에 집행하는 교육 예산이 무려 82조입니다. 경기도만 올해 예산이 19조 3,940억이며, 서울은 10조 5,886억입니다.

 

막대한 권한과 함께 82조에 달하는 교육 예산 편성권까지 갖고 있는 교육감 선거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하는 것은 민주 시민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입니다. 더군다나 교육은 향후 우리 사회의 100년을 결정할 전형적인 미래 사업입니다. 

 

이 글은 이토록 중요한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쓰는 글입니다. 전 지자체를 모두 검토해야 하나 물리적 시간상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제가 속해 있는 경기도와 수도 서울만을 1, 2위 후보 위주로 다룹니다. 물론 내용은 모든 지자체 교육감 선거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선택의 기준은? 미래교육과 평등교육

 

교육감 판단과 선택의 기준으로 절대 양보할 수 없고, 양보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 기준입니다.

 

첫째, 미래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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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보수 교육감 후보들의

전교조 교육감을 심판해달라는 기자회견.

출처-<뉴시스>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 후보와 조전혁 서울시 교육감 후보 등이 한 공동 기자회견입니다. ‘반전교조’를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잠시 지금이 80년대인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레드콤플렉스’라는 냉전 시대의 유물을 꺼내 들고 있습니다. 이들의 수준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우리는 현재 세대 단위도 아닌 연 단위, 월 단위로 급변하는 디지털 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고 지금 전 세계 교육계의 화두는 ‘창의융합형’ 인재입니다. 변화된 패러다임에 걸맞은 교육, 다가올 미래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여전히 낡은 가치관의 소유자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둘째, 평등교육입니다.

 

평등의 관점이 사라지는 순간, ‘공교육’은 ‘공’자를 떼어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부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을 파악해보면 ‘학벌의 세습’이 대단히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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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가난한 집 아이들도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명박의 업적(?)인 자사고 등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으나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로 실행이 불투명해졌습니다. 반드시 교육감 선거를 통해 이를 이루어야 합니다. 

 

또한 수시가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수시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불만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정시는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빈·부간, 도·농간 교육 격차를 더욱 확대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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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명쾌하게 파악될 것입니다. 2021 수능 수리영역 결과입니다. 수학 1등급 4%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서울을 제외한 전 지역이 미달입니다. 서울은 1등급 비율이 6.3%로 가히 압도적입니다. 왜 지방이 몰락하는지 왜 서울 집중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대답입니다. 교육 문제가 해결돼야 이러한 문제도 해결됩니다.

 

수시는 공교육을 강화시키고 부모의 재산이나 출신 지역의 한계를 넘게 해 주는 훌륭한 제도입니다. 수능은 ‘자격 고사’ 정도가 되고 수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평가 방식의 공정성이나 객관성 문제는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 이런 문제로 수시 제도를 약화시키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를 태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조희연(공교육 찬스) VS 조전혁(전교조 심판)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조희연 후보와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이자 전교조 불법 명단 공개로 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는 조전혁 후보가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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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조희연 후보는 ‘공교육의 질을 높여 학생들이 부모찬스가 아닌 공교육 찬스를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교육청의 모든 정책이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제가 가장 주목했던 것은 ‘자사고’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는 것입니다.

 

“(새 정부가) 6·1 지방선거 때문인지 정책적 고려 때문인지 자사고에는 아직 모호한 화법을 쓰는 것 같다.”

 

“교육부 장관이나 7월 출범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거쳐 결정하자고 제안하고 싶고 만약 자사고 유지가 확정되면 (새 정부와) 대립할 수밖에 없다.”

 

조전혁 후보가 가장 내세우고 있는 것은 ‘전교조 심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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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에듀프레스>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는 좌파 수구세력을 없애고 교육철학이 있는 교육감을 뽑는 투쟁의 자리다.”

 

“조희연의 비호 아래 전교조와 좌파세력이 구축해 놓은 강고한 기득권과 헤게모니를 걷어내야 한다.”

 

자신의 교육 철학이나 정책보다는 ‘전교조와 좌파세력 척결’이라는 낡은 시대의 이념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조 후보자는 다음과 같은 교육정책도 발표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코딩교육을 강화하고 AI를 이용, 학생들의 문해력을 높이겠다.”

 

저는 20년 넘는 세월을 아이들이 문해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도해 주는 국어강사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위의 ‘AI를 이용 학생들의 문해력을 높이겠다’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코딩’, ‘AI’ 이런 단어들을 쓴다고 ‘미래교육’이 아닙니다. 미래의 변화에 대한 통찰력과 그것에 대응하는 구체적 실천 전략이 있어야 미래교육입니다. 

 

교육 공약 외에도 조 후보자는 서울에서 출마한 보수 교육감 후보자들과 단일화 문제로 요즘 논란을 겪고 있습니다. 사건은 대략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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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조전혁, 조영달, 박선영 이 세 명의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은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보수 후보들입니다. 조전혁 후보는 조영달 후보와 보수 단일화를 위해 통화를 했습니다. 그 통화에서 조전혁 후보가 ‘미친X’이라며 박선영 후보를 비방했고, 그 통화의 녹음본이 조영달 후보 측으로부터 유출되었습니다. 

 

이 욕설이 공개되며 박선영 후보는 조전혁 후보를 비방하고, 조전혁 후보는 조영달 후보를 비방, 조영달 후보도 조전혁 후보를 비방하는 ‘비방 각축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사안에 대한 MBC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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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경제>

 

 

경기, 성기선 vs 임태희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가장 교육 예산 규모가 큰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비슷한 성향의 후보들이 단일화함으로써 ‘가톨릭대 교수이자 문재인 정부 교육과정 평가원 원장’ 성기선 후보 vs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전 한경대 총장’ 임태희 후보의 양자 대결이 되었습니다. 

 

성기선 후보는 수능을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 평가원 원장 출신으로 역대 최장 임기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차이를 학교 교육을 통해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다룬 것처럼 ‘평등교육’이라는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원 원장이면서도 ‘수능 자격 고사화’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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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공교육을 통해 부모 소득으로 인한 학력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력 격차는 단순히 학력을 보강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가정 배경의 격차를 공교육에서 완화하기 위한 지원과 학생의 개인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종합적으로 실현될 때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 반갑게도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과 ‘자사고 폐지’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되는 교육 정책을 보면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 자사고, 외고의 부활 등 과거 특권교육, 차별 교육, 서열화 교육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따라서 저는 교육감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결코 경기 교육이 뒤로 가지 않고 아이들이 상처받고 피해받지 않도록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임태희 후보는 구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및 청와대 대통령 실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이계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경대학교 총장직이 가장 최근의 경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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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아이뉴스24>

 

임태희 후보가 주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특성화고(직업계 고교) 지원입니다.

 

“경기도의 특성화고 충원율이 2020년 기준 전국 15위로 매우 낮아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해 만든 특성화고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학생복지제도 강화를 위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개인용 컴퓨터를 지원하고 전공 수업 다양화, 정형화된 컴퓨터실 개편으로 다양한 수업 모형 공간을 확보하겠다.” 

 

또한 임태희 후보는 그동안 경기도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해 온 혁신학교(학생의 자율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존 교사의 일방향식 지식 제공 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실험적으로 운영하는 공교육 학교)의 양적 팽창을 지양하겠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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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서울 조전혁 후보 등 여러 지역 교육감 후보들과 연대하여 ▲반지성교육 아웃 ▲반자유교육 아웃 ▲전교조 아웃을 슬로건으로 정책연대, 지지연대, 선거캠페인 연대 등의 추진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연대 출범식을 마친 뒤,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 교육감들이 아이들을 즐겁게 바보로 만든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선거다.”

 

“이 자리에 모인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교육권력 교체, 교육교체를 위해 함께 연대했다. 대한민국 권력 교체, 교육교체를 반드시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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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헤럴드경제>

 

 

연간 82조 원의 예산과 100년 미래를 위한 선택

 

예전에 작가 김규항 씨가 자신의 칼럼에서 진보적인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자녀가 ‘진보적인 명문대생’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납니다. 김규항 씨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 말은 진심으로 뼈아픈 것이었습니다. ‘진보적’은 낯 뜨거움을 감추기 위한 수식어일 것이고 진심은 ‘명문대생’일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녀 교육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진보와 보수가 없습니다. ‘교육’은 사라지고 ‘입시’만이 남아 있습니다. 오직 ‘부모의 욕망’과 ‘학벌 쟁취’라는 과제가 결합한 치열한 투쟁의 마당으로 아이들을 밀어 넣을 뿐입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교육이 아닌 ‘국영수과 사교육’에 연간 22조를 쓰고 있습니다. 마음껏 뛰어놀다 들어온 초등학생이 엄마 아빠와 동화책을 읽다가 잠드는 광경은 현실이 아닌 네버랜드의 추억일 뿐입니다. 초등생은 고사하고 유치원생 때부터 영어니, 독서 논술이니 하면서 아이들을 학원으로 밀어 넣는 학부모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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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국민일보> 

 

교육 전문가였던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 아이들을 행복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게 해 주는 것은 ‘학벌이 아니고 진로’이며, ‘암기력이 아니고 창의성’입니다. ‘이기심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의 책무’가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정말 힘듭니다. 아무리 역사는 직선이 아니고 나선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5년이라는 반동의 시간을 어찌 견뎌야 할지 모르겠으며, 또 그 이후의 시간이 다시 변화의 시간이 되리라는 확신도 잘 서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이유가 바로 교육문제 때문입니다.

 

미디어를 망치면 30년이 암흑이지만 교육이 망가지면 100년이 암흑입니다. 대한민국 교육감 선거는 1년에 82조 원이라는 시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거입니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우리 사회 100년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이기도 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유권자들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현명한 선택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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