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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정치 왕국, 일본

 

필자가 일본 유학을 시작한 1990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일본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의 제77대 수상(내각총리대신)은 자민당의 가이후 도시키(2022년 사망) 총리였다. 그 후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제101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정권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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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출처-<연합뉴스>

 

그 사이 총리를 역임한 사람은 정확히 17명이다. 그 17명 중에 ‘세습 의원’ 출신이 아닌 총리는 가이후 도시키, 호소가와 모리히로, 무라야마 도미이치, 모리 요시로, 간 나오토, 노다 요시히코, 스가 요시히데 7명뿐이다. 이 중 자민당 출신으론 가이후, 모리, 스가 3명만이 세습의원이 아닌 총리 역임자다. 

 

가장 최근 치러진 선거인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높은 세습의원 비율은 변함없이 높았다. 부모, 처가 부모, 조부모 중 누군가 국회의원이(었)거나 또는 3대 내의 친족이 국회의원이며 동일 선거구에서 출마한 후보를 ‘세습’이라고 정의할 때, 지지통신의 보도(2021년 10월 19일)에 의하면, 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131명이 세습이었다. 이전 선거의 128명보다 3명이 늘었다고 한다. 

 

세습 비율을 정당별로 보면, 자민당이 특히나 많았다. 전보다 1.2% 증가한 29.5%(99명)이었고, 이어서 입헌민주당의 10.4%(25명) 이었다. 공명당, 일본 유신의회, 국민민주당의 세습 후보는 각 1명이었다. 

 

현재의 기시다 내각의 경우, 기시다 총리 자신이 3대 세습 의원에 해당한다. 그리고 외무 하야시 요시마사, 재무 스즈키 슌이치, 농림수산 가네코 겐지로, 방위 기시 노부오(아베 전 수상의 동생), 부흥청 니시메 코사부로 등이 세습 의원이다. 각료 중에 세습 의원이 많은 것도 주목할 점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요 자리인 외무대신, 재무대신, 방위대신 등이 모두 세습 의원이라는 점은 세습 의원들이 일본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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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기시다 내각.

출처-<47NEWS>

 

정당의 주요 보직을 봐도 이같은 특징은 그대로 나타난다. 

 

집권당인 자민당 집행부 구성을 보면 총재 기시다 후미오, 부총재 아소 다로, 간사장 대행 가지야마 히로시, 총무회장 후쿠다 다츠오, 참의원 간사장 세코 히로시게, 조직운동본부장 오부치 유코 등이 세습 의원이다. 

 

자민당 간부들.PNG

자민당 집행부.

출처-<NHK>

 

이같은 특징은 오래전부터 일본 정치의 특징 중 하나였다. 그러다 1996년부터 소선거구제 선거가 도입되며 세습 정치 문화가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시선도 있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공천권을 쥐는 당 집행부의 영향력이 강해지므로, 각 지역에서 대대로 영향력을 갖고 있다해도 당의 공천을 못 받아 자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지 못하면 당선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 집행부는 세습 의원들이 차지했다. 전술했듯 현재 당 집행부와 내각 주요 요직은 세습 의원들이 차지하고 있고, 당내 세습 의원 비율은 여전히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 글을 접하는 독자들께서 알고 있는 일본 정치가를 한번 상기해 보시길 바란다.  

 

아베 신조, 아소 다로, 고도 다로, 고이즈미 신지로, 이시바 시게루, 오자와 이치로, 하토야마 유키오, 기시다 후미오 등 

 

전・현직 수상을 비롯 일본의 거물 정치가들이 '전원' 세습 의원이다. 이쯤 되면 일본의 세습 의원의 현상에 대해서는 ‘비판’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정치 ‘문화’ 내지는 ‘풍토’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왜 세습 의원이 많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일본의 정치가 중에서 세습 의원이 많은가에 대해서는 일본의 특이한 선거구조와 정치 풍토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의 중의원은 소선거구제 비례대표병립제라는 선거제도로 선출된다. 그 이전(1994년 공직선거법 개정 이전)까지는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중선거구제 선거제도였다.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제는 정당 후보로 한 사람만이 공천되고 지역구에서 1위를 해야만 당선이 되기에 전술했듯 정당의 공인 후보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중선거구제 선거제도 하에서는 동일 정당에서 복수의 후보가 입후보하여 선거를 치르게 되는 구조라서 정당보다는 개인의 역량과 파벌의 영향력이 크게 발휘되었다. 당시 자민당은 과반수 확보를 위해 각 선거구에서 복수의 후보를 내는 전략으로 선거전에 임했다.

 

이렇게 한 정당에서 복수의 후보자가 나오므로 각 후보자의 능력과 인지도, 자금력 등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선거 풍토가 자리 잡게 되었고, 이를 위해 정치가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온 힘을 기울이며 ‘후원회’와 ‘지지 조직’을 결성하여 이를 중심으로 지역구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만 했다. 

 

이는 일본의 정치가 ‘이익유도형’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며, 금권정치로 부패를 낳는다는 비판과 함께 1994년도에 선거제도 개정이 이루어져 현재의 소선거구제로 바뀌게 된 이유다.  

 

이로 인해 생긴 말이 ‘긴키카라이(金帰火来)’다. 즉 도쿄에서 의정 활동을 마친 의원이 금요일에는 지역구로 귀성하여 주말을 보내고 화요일에 도쿄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과거부터 이어져 온 지역구의 ‘후원회’나 ‘지지 조직’은 정치가에게 있어서는 생명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세습 의원은 선대가 평생을 갈고 닦아놓은 지역구의 ‘후원회’와 같은 지지 조직과 기반을 고스란히 이어받게 된다. 자연히 정치 신참자에 비해 많은 특혜를 누리며 정치 무대에 데뷔한다. 

 

현재 대표적 세습 의원으로는 가나가와현 요코스가시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고이즈미 가문의 세습을 들 수 있는데, 증조부부터 시작하여 4대째 이어지고 있으며 기간도 100년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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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 '고이즈미 신지로'.

현 중의원 의원이며 전 환경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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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가문의 지역구.

 

고이즈미 전 총리가 재임기간 중 ‘구조개혁’과 ‘기득권 타파’를 슬로건으로 많은 지지를 얻고, 국민들에게는 신자유주의와 구조개혁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것을 강요했지만, 정작 자신이 정계를 은퇴할 때에는 지역구와 후원회를 고스란히 차남(고이즈미 신지로)에게 물려주는 눈물겨운 부정(父情)을 보여주었다. 

 

 

일본 정치에 필요한 세 가지: 지반, 간반, 가방

 

일본 정치에서 세 개의 ‘반(방)’은 필수라고 얘기된다. 지역구의 지지 기반을 나타내는 ‘지반(地盤)’과 전체적인 지명도를 나타내는 ‘간반(看板,간판의 일본식 발음)’ 그리고 가방(鞄,정치자금)이다. 

 

이 세 가지 중 세습 의원은 자연스레 선대의 지반과 가방을 물려받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거기에 본격적으로 정치가로 데뷔하기 전 선대의 비서 등으로 채용되어 지역구에 얼굴을 알리며 자연스레 후계자 양성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대가 정계를 은퇴하거나 사망 시에 지역구와 정치자금 등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출마한다. 물론 당선 확률도 매우 높기에 이런 과정을 거쳐 세습 의원들은 양산되고 있다. 

 

아버지 지역구 기시다.PNG

1992년 아버지가 사망하며 1993년 아버지의

지역구(히로시마현 제1구)를 물려받으며 첫 당선된 기시다.

 

세습 의원의 자질이나 능력은 차치하고 이런 구조 속에서 자연스레 세습이 이뤄지는 건 지역구 지지자들에게 정서적인 면에서 선대의 후계자라는 ‘안심’과 ‘기대’를 안겨주게 된다. 세습 의원은 정치 신인보다 중앙에서 영향력을 더 발휘할 수 있고, 선대부터 이어온 지지자들과의 관계가 그대로 가기 때문이다. 

 

지역구 지지자 중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은 지역구 후원회 등인데, 이들은 지역 경제의 일익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에 보조금이나 공공사업 등을 유치하여 이들의 지지에 대한 보답을 한다. 국회의원과 상부상조하는 일종의 이익단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 신인보다는 중앙정치 무대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정치가를 선호하는 구도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다. 

 

선대의 후광에 힘입어 당선된 세습 정치가는 당선 횟수를 거듭하며 승승장구하게 되고 선대로부터 이어지는 사회 각계(재계, 지역구, 정계 등)와의 파이프 등 특혜를 활용하여 지지기반과 행동 영역을 넓혀가며 거물 정치가로 거듭나게 된다. 

 

이렇게 세습 의원은 선대가 사망이나 은퇴를 하더라도 선대가 닦아놓은 기반(지명도나 인간관계와 이해관계 등)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선대와 같은 동업자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세습 정치를 개혁하려다 토사구팽 당한 스가

 

지금의 기시다 수상 앞에 정권을 담당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수상은 자민당 수상 역임자 중에 드물게도 세습 정치가가 아니다. 한때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민당을 개혁할 것으로 국민의 기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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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전 수상.

출처-<AFP>

 

그러나 주지하는 대로 스가 전 수상은 일 년이라는 단명 정권으로 막을 내렸다. 그 이유로는 코로나 팬데믹에의 대응과 도쿄 올림픽 강행 등으로 인한 국내 정치의 혼돈 속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 생각한다. 

 

또한 스가는 자민당 내 무파벌 정치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절대적 지지 기반이 되는 파벌이 없다는 것도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지만, 스가는 이전부터 세습 의원에 대한 반발이 많았던 정치가로도 유명하다.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하던 시절, 스가는 세습 의원 규제를 위한 활동을 하기도 하였으며 수상이 된 이후에도 세습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는 했다. 

 

이로 인해 세습 의원들의 반발과 불만을 사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스가는 당내 집행부 인사를 단행하고 해산 총선거를 실시하여 정국을 돌파한다는 플랜을 갖고 의욕을 불태웠다. 

 

그러나 7년 8개월을 관방장관으로 물심양면 서포트했던 아베 전 수상과 아소 다로 등의 자민당 권력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토사구팽 당하는 수모와 함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민당 총재 불출마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스가 불출마.jpg

출처-<AFP>

 

왜 아베는 스가를 끝까지 지지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세습 의원들이 당내 중추적인 역할과 위치에 포진하고 있는 자민당에서 스가와 같은 비 세습 의원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는 추론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지만, 작금의 자민당의 권력 구도를 보면 비 세습 의원이 비록 파벌 논리에 의해 어쩌다 수상은 될 수 있을지언정,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통치자는 되지 못하는 한계가 자민당 내의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민당에 유리하게 변한 일본 사회  

 

지반, 간반, 가방과 지역구 후원회와 의원의 관계 등을 말하며 세습 의원을 만들어 내는 구도를 전술했다. 이는 결국 중앙정치와 지방의 관계, 그리고 각 지방의 지역 내 기득권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민당이 1955년 결성된 이래, 약 5년 정도의 기간을 빼고는 지금까지 집권 정당의 위치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처럼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에서 특정 정당이 반세기 이상을 집권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이는 자민당의 장기 집권에 따는 일본 사회 각층과 지역에도 자연스레 이로 인한 권력 구도가 공고히 자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흔히 일본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고, 자민당을 제외한 야당의 지지율이 한심할 정도로 한 자리 숫자에 머물고 있는 현상을 두고, 혹자는 일본 유권자들이 변화를 싫어하여 자민당을 지지한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투표하는 일본 유권자.jpg

투표하는 일본 유권자들.

출처-<연합뉴스>

 

이번 5월에 발표된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을 보면, NHK 5월 조사의 경우 지지가 55%이고 지지하지 않는다가 23%이다. 보수 계열인 요미우리 신문의 5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율이 63%로 더 높으며, 지지하지 않는다가 23%로 NHK의 조사결과와 같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각 정당의 지지율이다. NHK 조사 결과를 보면, 자민당의 지지율이 39.8%로 약 40%에 육박하고 있지만, 다른 정당은 입헌민주당이 5%, 공명당이 2.7%, 일본 유신의회 3.5%, 국민민주당 1.2%, 공산당 2.7%, 레이와 신센구미 0.5%로 처참할 정도로 야당은 전부 한 자리 숫자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과를 보면, 일본 유권자가 개혁이나 변화를 기피하고 있다는 단편적인 판단보다는, 자민당의 장기 집권에 따른 사회구조적인 지지층의 확보와 유지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즉, 특정 정당의 장기 집권에 따른 사회의 구도가 결국 특정 정당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순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지지 구도와 정치 지형 속에 세습 의원에 대한 수용과 지지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본 유권자

 

유명 정치저널리스트인 이토 아츠오(伊藤惇夫) 씨는 말한다. 일본 정치가 중에 세습의원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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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아츠오.

출처-<일본 문화방송>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당선된 의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지역구는 자신의 영지(領地)다. 그러니 도노사마(殿様,영주)가 죽으면 젊은 도노사마(若殿様)가 뒤를 잇는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영지 내에서는 도노사마를 떠받드는 후원회, 지원단체 등의 가신그룹이 있다. 도노사마가 젊은 도노사마로 이어짐으로써 그 조직은 유지되게 된다. 따라서 가신단들은 이권, 권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런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고 한다. 

 

이토 씨의 대답은 다분히 냉소적인 면이 있어 보이지만, 일본 사회에 만연한 전근대적 종적(계급) 사회에 대한 용인과 수용의 아비투스가 기능하고 있는 것이 이런 세습의원의 단절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실제로 일본 사회에는 가부키 같은 전통 예능 분야는 대를 이어 세습되며, 이름까지도 습명을 한다. 

 

이런 전통 예능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세습이 아니면 계승의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일본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수, 배우, 코미디언 등의 연예 예술 분야를 보면 전통 예능이 아닌 분야에서도 부모나 가문의 후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기를 구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정치가뿐 아니라 연예인도 부모가 누구인지 또는 어느 가문 출신인지에 따라 남보다 쉽게 장래의 길이 열리고 보장된 듯한 느낌마저 들게 된다. 굳이 민주주의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회의 ‘기회 균등’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사회 현상을 목도하게 된다. 

 

백번 양보해서 연예계는 차치하더라도, 정치는 국민과 국가를 위한 공익적 활동이다. 사회를 더욱 공정하게 만들 의무가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에서 정치가를 선별하는 과정이 애초부터 공정하지 않다는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 세습 의원의 문제다.  

 

이런 공정하지 않은 시스템을 선택하는 유권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선 전술한 이토 씨는 답하기를 

 

“유권자는 역시 친숙한 이름, 예를 들면 아버지가 잘했으니까 자식도 괜찮을 것이다라는 안심감으로 투표를 하게 된다. 일본인은 의외로 세습을 좋아하며 기꺼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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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

 

세습 정치가라고 해서 모두가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같은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능력도 자질도 뛰어난 정치가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이나 자질 이전에 타고난 환경에 의해 장래가 보장되고, 그런 사람들이 정치가로 데뷔하여 순탄대로 걷듯이 당선 횟수를 늘려가며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닌 듯하다.

 

이는 결국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인 ‘공정’과 ‘평등’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며 기본적인 ‘기회의 균등’에 어긋나는 일이다. 결과의 균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마라톤을 하는데 스타트 지점이 각각 다른 상태에서 출발하는 불합리를 시정하려고 하지 않고, 저 선수는 특별하니까 반환점에서 출발해도 된다는 식의 사회적 용인과 이를 받아들이는 아비투스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세습 의원의 문제도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일본에선 그런 아비투스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 법학부 교수, 정치학 박사)

 

 

 

 

 

편집부 주

 

30여 년간 도쿄에 살며 일본 정치를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이헌모 교수가

재일한국인의 눈으로 본 생생한 일본정치 현장과

일본 우경화의 현주소를 진단한 책이다.

 

일본 정치가 돌아가는 원리와 어떻게 우경화가

독주할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는 집어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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