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근육병아리는
요리에 관한 어떤 정식 교육도 받은 적 없으며
오직 유튜브와 만화책으로만 수련 중인 야매 수산인으로,
기사에 담긴 그 어떤 레시피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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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의 농간으로 난데없이 딴지그룹 식사추진병이 된 근육병아리. 딴지 총수 김어준은 근병에게 회식메뉴로 참치를 잡아 오라는 미션을 하달하는데. 노량진에서 구한 참치를 어찌어찌 겨우 해체에 성공한 근병은 의기양양하게 회사에 승전보를 알리지만.. 전날 저녁 메뉴로 초밥을 먹은 편집장 죽돌은, 회식을 미뤄버린다.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횟감 숙성과 손질법을 시뮬레이션한 근병. 과연 무사히 직원 회식을 끝마칠 수 있을 것인가?
아차 싶더라고
운명의 회식날 아침.
오늘 있을 일전을 위해 아침 공복부터 비장한 마음으로 회칼을 숫돌에 문대던 근육병아리는 불현듯, 굉장한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참치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배식할 것인가.
딴지그룹의 조직도를 살펴보자.
편집부, 벙커, 마켓팀, 전산팀, 푸드팀, 운영팀 등등등...
문제는, 각 부서 업무 특성상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다 다르다는 거다.
회식. 모여서 먹는다. 근데 모일 수가 없다.
그르타. 이 이벤트는 처음부터 틀려먹어 있었던 거시다.
이때 근병은 두 가지 사실에 크게 놀란다.
1) 그걸 이제서야 깨달은 스스로에 대한 놀라움.
2) 참치는 대체 언제먹냐고만 하지 아무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는 안일함에 대한 놀라움.
갈던 칼을 내려놓고, 오른쪽 옆구리를 긁으며 해결책을 고민해 본다. 발코니로 나가 상큼한 아침 공기와 아이코스 몇 모금을 섞어 마시고 나서, 상큼한 결론이 났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몰라나도'
탈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작해보자.
일단 탈피부터.
칼이 닿기만 해도 스무쓰하게 껍질이 분리된다. 숙성이 완료되어 기름이 한껏 올라왔다는 뜻.
좀 더 예리한 칼로 바꿔 단면을 정리하고,
전날 시뮬레이션 한대로 용도에 맞게 모양을 잡는다.
열정의 항공샷(feat.죽돌 편집장)
껍질 안쪽에 박힌 참치 비늘. 다시 봐도 신기. 수 만년동안 바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진화한 건가..
소중한 뱃살
역시 기름기가 흥건.
탈피 완료. 이제 먹기만 하면 된다.
시식
한창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앞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난다. 사진을 찍고 있는 죽돌. 하긴 생참치 살덩이가 눈앞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는데, 회라면 사족을 못쓰는 죽돌에겐, 용산 집무실에 계시는 분이 낮에 소주 한 잔을 참는 거 만큼이나 힘들었을 것.
근병 : 먼저 맛 좀 보실래요?
죽돌 : (세찬 끄덕임)
시식용으로 몇 점 썰고 있는데,
귀신같은 타이밍에 그분, 등장.
찬물도 위아래가 있고, 똥물도 웨이브가 있는 법.
두목님께 먼저 진상.
총수 : 야!! 쥑인다 이거.
죽돌 : 총수님 근데 지금 다스뵈이다 녹화 드가실 시간 아닌가요?
총수 : (무시) 좀 더 썰어봐ㅋㅋㅋ
초밥잔치
"내꺼 남겨놔야 뒈~"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업무지시를 내리고 녹화장으로 떠나신 두목님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케이터링 시작.
주물
핫
촤
도킹
빙글
촤핫
전날 특훈의 효과인지 초밥을 쥐는 리듬감이 뭔가 좋아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문제는 이걸 150번 정도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
108콤보를 올리는 럭키짱의 기상을 온몸에 두루고, 내가 초밥이 되고 초밥이 내가 되는 초아일체의 지경에 빠져든다.
부재자들을 위한 도시락 제작이 거의 완성되고 있을 즈음,
현장 시식단 투입.
도시락 생성 단계와는 차원이 다른 급격한 초과수요.
순식간에 초밥 모라토리엄.
심호흡 한 번 하고,
추가경정예산 투입.
천수관음으로 모드 변경.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나도 모르게 갑자기 일수법 터득.
암튼 대강 됨.
재난지원 리필.
모양 빠지는 애들은 따로 집합.
토치빨 세워 줌.
담음새까진 포기.
드디어 잠잠해진 급식 행렬.
화기애매한 분위기 속에, 이로써 참치 대환장 회식 파티는 마무리.. 가 되는 줄 알았으나.
중요한 잔업이 남았으니,
여기는 늦은 저녁, 다스뵈이다 출연자 대기실.
야근 사유 : 두목님이 아직 초밥 맛을 못 봐서.
라스트 오더.
혼저 옵서예.
두목님의 야식 타임.
총수 : 야ㅋㅋㅋ 나 참치 좋아하네.
아직 한 발 남았다
다음날.
느지막이 출근하자, 1층 카페부터 4층 사무실까지 전날의 여운이 남은 자들이 DHA 가득한 얼굴로 따봉 행렬이 이어진다.
이토록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보는 건 입사 이래로 처음이다. 역시 인심은 곳간에서 나는 법.
오늘은 내가 회사에서 무슨 허튼짓을 해도 다 용서가 될 것만 같다. 가뜩이나 입맛 까다로우신 두목님께서 소고기가 아닌 음식을 맛있게 해치웠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사내에 퍼지고 있는 오늘, 나의 까방권은 풀게이지다.
오늘 같은 날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나에겐 이루지 못한 꿈이 하나 있다.
바로 볏짚 타다끼.
수산물로 할 수 있는 웬만한 뻘짓은 거의 다 해봤지만, 볏짚불로 생선살을 익혀 먹는 것은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었다. 내가 아무리 되는대로 산다 해도, 집에서 짚불을 태우는 짓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짚불의 강려크한 화력과 압도적인 불향이 코팅된 참치살이라니... 생각만 해도 심장의 비트가 치솟지 않는가 말이다. 가스레인지나 토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윗길임에 분명할 터.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작정 회사에서 쥐불놀이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 계획이 있었다. 딴지에는 훌륭한 인프라가 갖추어진 푸드팀이 있으니까. 전날에 카페팀에 갈 초밥 도시락은 따로 스페셜하게 뱃살 위주로 구성했던 것도 다 이 짓거리를 위한 포석이었다. 내가 이렇게 쓸데없는 데에 치밀한 놈이다.
카페 점장님과 주방장님께 흔쾌히 허락을 받고,
무난하게 주방 입성.
드디어 너를 불싸질러보는구나.
좋아.
짜릿해.
최고야.
근무시간에 대놓고 불장난을 하며 월급을 축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짜릿함이 온몸에 엄습한다.
사는데 별 도움은 안 될 것 같은 새로운 사실도 깨우쳤는데, 짚불은 3초 컷이라는 것. 졸라 화끈하지만 근성은 없는 놈이다.
그렇다면, 왕창 때려 넣어야지.
으흐흐흐흐흐.
화염에 휩싸인 주방에 놀라 호다닥 달려오신 점장님.
점장 :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잖아...)
하지만 이내 쥐불놀이 합류.
리빙포인트 : 불장난은 누구나 졸라 재밌다.
라스트 롤링.
오버쿡 방지 냉수욕.
과연 단면은?
이뿨~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성취감. 그거시 진정한 덕질.
그분, 2일 연속 귀신같은 타이밍에 등장.
총수 : 이건 또 뭐야?
근병 : 볏짚 타다끼요.
총수 : 볏짚으로 태웠다고? 왜?
근병 : 그러게요.
총수 : 오우..야..
총수 : 너는 이럴 게 아니라 횟집을 차려야 되는 거 아니니?
근병 : 권고사직인가요?
총수 : 아냐. 진짜 졸라 맛있어서 그래.
근병 : 딴지횟집 런칭해주심,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총수 : ... 아냐 없던 일로 하자.
총수 : 그나저나, 요즘은 뭐가 제철이니? 수산물.
근병 : 음 뭐 갑오징어랑, 농어, 장어, 소라, 민어 이런 게 슬슬 좋아지죠.
총수 : 오징어 맛있겠네.
근병 : .. 네?
총수 : 오징어. 오징어가 좋을 거 같아.
근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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