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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 절규 : 민주당은 원래 그랬다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지선에서도 졌다. 이번엔 처참할 정도로 졌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은 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당연한 수순일 뿐이다. 앞으로 2년 후 총선, 그리고 5년 후 대선에서 이기려면 민주당이 졌다는 현재의 사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팔아야 한다.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유권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정당은 존재할 수 없다. 민주당은 왜 졌나.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 유권자에게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거 하나다. 못난 정당, 이걸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아니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매력적으로 보이면 된다. 표를 주고 싶게 만들면 된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정우성이나 강동원처럼 생기진 않았다. 그럼 나 같은 놈은 29살(이때까지가 그나마 내 리즈 시절이었다)에 칵 죽어버렸어야 했나. 나는 나만의 킬 포인트가 있다. 사람이 참 착해. 그리고 엄청 귀여워. 못생기고 못 배우고 꼬추도 작지만, 착하고 귀엽다는 장점을 극대화해서 여태껏 연애도 하고 장가도 갈 수 있었단 말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걸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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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선 캠페인에서 내가 거의 유일하게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선거 막판 경기도지사 후보 김동연의 복장이 터지는 모습을 본 것이다. 김동연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저런 후보와 내가 박빙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

 

김동연(당시) 후보가 이제 막 초짜 민주당 당원이어서 잘 모르셨나 본데, 그런 울분은 멀리는 DJ의 평화민주당과 새정치국민회의 때부터 가깝게는 2012년 박근혜-문재인 대선 때까지 민주당 당원이라면 뼈에 사무치도록 익숙한 감정이다.

 

“아니 어떻게 저런 인물과 우리 후보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압도적으로 팡팡 이기다 보니, 새우깡에 깡소주 마시며 풍찬노숙했던 시절을 그새 다 잊었나 본데,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민주당은 언제나 ‘스페어 타이어’였다. 그것도 저쪽이 IMF 사태로 나라를 말아먹거나 이쪽이 보수 후보와 극적 단일화로 역대급 드라마를 써서 엄청난 바람이 불거나 저쪽이 탄핵이라는 핵폭탄급 자폭을 하지 않는 한, 언제나 조연일 뿐이었다.

 

원래는 그냥 한화나 롯데였는데 어느 날 눈 떠보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전통 명문 최강두산이 되어 있었던 거다(한화나 롯데 팬들, 불만 있으면 나랑 같이 두산 야구 보러 가자. 두산 만세에에에에에!). 그러다가 대선과 지선에서 무너지며 졸지에 NC가 되어 버린 거다.

 

중도층은 없다

 

망한 집구석에선 ‘탓’ 공방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교과서엔 분명 구성원들이 서로 ‘내 탓’을 해야 빠른 시일 내에 훌훌 털고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다고 쓰여 있지만 그건 교과서일 뿐이다. 현실은 다르단 걸 다들 알잖냐.

 

선거에서 이기는 기본 요소 세 가지는 구도-인물-바람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헌데 난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겠다. 바로 ‘원팀’이다. 민주당이든 국힘이든 세상 어느 정당이든 간에 적전분열해서 이기는 꼬라지를 본 적이 없다.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과 윤석열 캠프는 두어 번 세게 부딪혔다. 급기야 김종인 위원장이 짐 싸서 집에 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종국엔 윤석열과 이준석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깨동무하는 사진을 박아서 뿌렸다. 그럼 되는 거다. “쑈하고 자빠졌네”보다 힘이 센 게 “쇼라도 하는구나”인 거다. 절박한가 보구나. 이기고 싶어 죽겠나 보구나. 이거, 유권자 눈에 정말 중요한 거다.

 

유권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중도층이란 건 없다. 그냥 아무 생각 없는 무관심층이 있을 뿐이다(ex. 우리 엄마). 광화문 광장에 차벽이 세워진 건 신문과 뉴스를 통해 봤지만 누가 왜 세웠는지는 모른다. 관심도 없다. 밑도 끝도 없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간다니까 “미친놈”이라고 욕하지만 또 청와대 관광은 좋아한다. 검수완박이 숙박업의 새로운 형태인가 했다가 손실보상금 준다니 기쁠 뿐이다.

 

하루하루 쎄가 빠지게 일하고 다사다난한 생의 한복판을 정신없이 헤쳐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네들 눈엔 민주당이나 국힘이나 그놈이 그놈일 뿐이다. 그러다가 TV조선에서 윤미향을 욕하고 김정숙을 욕하면 그런가부다 하며 따라서 욕할 뿐이다.

 

그들에게 왜 정확한 여러 정보를 균형감 있게 취합해 시시비비를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않느냐고 욕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맨날 “진보는 남을 가르치려고 들어서 기분 나쁘다”는 소리를 듣는 거 아니겠냐. 딴지일보에 기어들어 와 이따위 글이나 처 읽고 자빠진 네 탓인 거다. 네가 지은 죄가 이렇게나 크다.

 

여하튼 이른바 ‘중도층’이나 ‘무당층’이라 불리는 평범한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촉’이다. 이건 분위기나 기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애초에 민생과 딱히 관련이 없는 세세한 정책 따위엔 관심도 없다. ‘느낌’과 ‘드라마’가 중요할 뿐이다. 앵간해선 그저 “이기는 편, 우리 편”이다.

 

플레이 과정에서 실책이 나올 수도 있다. 안 나오면 제일 좋겠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럼 더욱 유능한 플레이로 상쇄하면 된다. 헌데, 이건 실책도 아니고 그냥 빈둥거리며 열심히 뛰지 않는 플레이어가 있는 팀이라면? 승리를 향한 강한 염원이나 열정이 딱히 느껴지지 않는 팀이라면? 빠들이야 어쩔 수 없이 자기 팀을 응원하겠지만 무당층이 그런 헐렁한 팀을 응원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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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매력을 찾아

 

민주당이 대선과 지선에서 내리 깨진 이유는 정확히 5조 3천억만 8백4십6천2백3십4개 정도 된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첫 번째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적전분열’을 꼽겠다. 민주당은 원팀이라는, 선거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전제를 지키지 못하고 적전분열 했다. 그래서 졌다.

 

박지현이니 검수완박이니 팬덤정치니 5조 3천억만 8백4십6천2백3십3개의 패인은 그저 민주당 지지자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곁다리이자 결과론일 뿐이다. 당의 기강이 나가리 난 것이 가장 첫손가락에 꼽히는 패인인 것이다. 당의 이름으로 모든 구성원이 똘똘 뭉쳐 총폭탄이 되어도 이길까 말까 한 척박한 바닥에서 어쨌거나 당이 결정한 후보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사보타주로 일관한 것부터가 심각한 에러다.

 

그런 인간이 지선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책임론’을 설파한다.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을 찍겠다"라는 정신 나간 인간들 등에 업혀 정치질했던 인간이 옆에서 의뭉스레 맞장구를 치고 자빠졌다. 팀웍은커녕 최소한의 염치도 없는 행태가 횡행하는데도 그저 일상적인 ‘당권싸움’으로 치부된다. 그것부터 바로잡는 것이 첫 단추다. 아니냐.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도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 검사들이 앞장서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기재부 모피아가 뒤를 받쳐 이끌어갈 대한민국이 의외로 순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확률이 지극히 낮을 것이란 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출현 이래 400만 년의 인류 역사가 증명한다. 하물며 애당초 윤석열 정부는, 태생부터가 윤석열을 찍은 이들조차 ‘희망찬 비전’을 기대하지 않고 있잖냐. 망하지만 않으면 장땡인 거다.

 

그동안 민주당은 스페어 타이어나 대안세력을 넘어 매력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태생이 장동건이나 원빈이 아니고 마사오인데 어쩌겠는가. 이상한 짓 하지 말고 평소 잘하던 걸 잘해야지. 그러기 위해서 우선 당의 ‘리더십’이 세워져야 한다. 현재 시끄러운 민주당 내 소란의 97.45%는, 리더십이 세워지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들이다.

 

그러고 나서, 평소 잘하던 걸 잘해야 한다. 우리가 뭘 잘했지? 그동안 이겼을 때 우린 어땠지? 아 맞다. 무상급식으로 오세훈을 집에 보냈지. 역사책에서나 보던 역대급 펜데믹을 잘 막을 정도로 유능했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자 중도좌파로서, 안정감과 혁신의 에너지를 동시에 드러냈을 때 민주당은 제일 매력적이었지.

 

30년 넘게 현재를 규정하고 있는 87년 구체제를 갈아엎어야지. 유권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는 의회를 만들어야지. 백날 천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해 떠들지만 말고 예산권을 국회로 가져오든지. 문재인 정부가 처음 들어섰을 때 사람들이 그렸던 ‘촛불’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지.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챙길 건 챙겨야지. 그렇게 하나하나 하면 된다. 아니냐.

 

이 정도까지 생각하고 나니까 대선-지선 패배고 나발이고 다시금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냐? 무엇보다, 김한규와 임미애라는 찬란한 미래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민주당의 큰 수확이었다.

 

민주당은 이제, 잘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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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한규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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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