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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날뛰던 코로나를 겨우겨우 진정시키나 싶었더니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몰려왔다. 전 세계가 간신히 코만 내밀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젤렌스키와 푸틴이 박 터지게 싸우기 시작했다. 금세 끝날 거라는 예측과 달리 이 전쟁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서로 죽고 죽이는 야만적인 전쟁을 하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이 전쟁이 가져올지도 모를 결과, 인류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결과 소위 한 국가의 정상이라는 작자들이 무지·무관심·권력욕으로 나 몰라라 하는 게 더 어이없다.

 

스스로 세상을 어지럽혀 놓고 영웅 놀이에 빠진 이들은 전쟁이 끝나면 영웅보다는 전 인류의 공적(公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물간 소로스 같은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3차 세계대전이나 경제 위기 같은 위험을 높였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어떤 시설이나 장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전쟁 물자를 아낌없이 소비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아주 드라마틱하게 끌어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면 전 인류가 직면한 더 위급하고 절박한 기후 위기 문제를 푸틴과 젤렌스키가 한층 악화시키고, 그동안 전 세계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애써 쌓아온 공든 탑의 한쪽 기단을 무너뜨렸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잖아도 모래로 쌓은 듯 취약한 탑을 아주… 말아 먹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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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1. 전쟁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악마

 

군사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군사 관련 모든 시설·장비·산업이 전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한다는 걸 모를 사람은 별로 없다.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드론 정도를 제외하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군용장비나 무기는 없다 봐도 무방하다.

 

탱크·전투기·폭격기·대포·미사일·군사 트럭·군함 등 현대전에 동원되는 모든 무기와 전술 체계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다. 애초에 연비 같은 에너지 효율성은 고려하지 않고 만든 물건들이라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군용차량 험비(HUMVEE)의 연비는 리터 당 2.55km다(2015년부터 미군의 군용차량은 험비에서 Oshcosh Defence사의 JLTV로 교체되었는데 연비가 약 20% 정도 향상되었다. 리터 당 2.55km에서 0.5km 늘어난 3.0km가 되었다는 소리다). 경무장 군용차량이 이 정도니 덩치도 더 크고 무거운 다른 중무장 이동무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개별 장비를 봐도 기후 위기에 끼칠 영향이 상당할 듯한데, 군사 부문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정리된 데이터가 없어 그 전모를 알기 어렵다. 각 나라 정부도 이와 관련된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1) (각주는 참고 문헌을 써 놓은 것이므로 기사를 읽는 동안에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2021년 미군이 어쩐 일로 미 국방성이 유발하는 기후 위험에 대한 보고서가 발간했다.2) 놀랄만한 진전이다 싶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 보고서는 미군이 기후 위기에서 미국 국민들과 세계를 구하겠다는 슈퍼히어로 선언문이다. 하늘을 나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이 이산화탄소와 각종 환경 물질을 뿜어대며 지구를 거의 박살 내다시피 하면서 세계를 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보고서에서 쓸만한 정보는 미군과 미 국방성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는 사실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야 민간 과학자들과 언론을 중심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군사 부문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취재가 수행되고 그 결과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의 제왕들과 꽃들을 쫓기 바쁜 포브스마저 이런 기사를 실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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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보고서 : 미군은 많은 산업화 국가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출처-<포브스>

 

대개의 연구가 세계 최고 군사력을 가진 미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터졌던 현대 전쟁 중 미군이 참견하지 않는 전쟁이 거의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군사 부문이 전 세계 기후 위기에 끼치는 영향의 규모를 짐작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1~2018년까지 미군이 해외 분쟁 지역인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이라크·시리아에서 배출한 온실가스는 4억 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의 일개 부처인 국방부가 일 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산업화한 국가인 덴마크·스웨덴·포르투갈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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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많은 나라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다

출처-<statista>

 

또 다른 연구는 군사 목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 정도로 추정하는데 이는 전 세계 항공 운송 산업이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5) 이 수치들은 평화 시 한가할 때 이야기고, 전쟁이 발발하면 군대가 육해공으로 더 부산하게 움직일 테니 당연히 배출량은 많아진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싸운다고 두 나라의 부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나토군·미군·중국군 다 움직인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몇 명이 참전한다며 비행기를 탔다.

 

전쟁은 폭발과 화재를 수반한다. 도시 전체가 불타오를 뿐만 아니라 대량의 화석연료를 저장하고 있는 산업시설도 폭격을 맞아 불타오르며 파괴된다. 1991년 이라크가 걸프전에서 퇴각하며 쿠웨이트 유전을 불질렀는데 이때 전 세계 이산화탄소량의 약 2%가 발생했던 것으로 미 상원 위원회에 보고 되었다.6)

 

온실가스뿐만 아니라 폭탄은 기본적으로 화학물질들을 급격한 연소 과정, 즉 폭발시키는 화학반응을 기제로 쓰는 것들이어서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와 오염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대량파괴 무기는 말할 것도 없다. 도시나 산업시설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중요한 이산화탄소 저장고인 숲과 경작지도 파괴한다. 이래저래 전쟁이 나면 이산화탄소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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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채널 SBS 뉴스>

 

전쟁이 끝나도 문제다. 전후 복구는 전쟁이 없었다면 배출할 필요 없었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만든다. 전쟁 복구에 나선 우크라이나의 정부가 국가 재건 계획을 꼼꼼하게 친환경적으로 세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전쟁 전 우크라이나의 행보로 봐서는 부정적이다.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완전히 망가진 시민들의 생활 터전과 생산시설을 신속하게 복구하려면 현재로서는 화석연료·석유에 기댈 수밖에 없다. 복구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자는 화석에너지·석유에 기반한다.

 

전쟁이 끝난다고 끝나는 게 아니란 소리다.

 

2. 6번째 대멸종, 남일이 아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전쟁의 여파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다. 문제는 국경을 넘어가면서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증폭되고 시간마저 뛰어넘는다. 지구의 기후 역학 구조에서는 기후 결정 요소들이 개입되고 그 효과가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지연 시간이 존재한다. 현재 발생한 사건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고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난 다음 발현된다. 때에 따라서는 당대에 결과를 경험할 수 있지만 대개는 영문도 모르는 미래 세대가 그 결과를 겪게 된다.7) 그것도 전 지구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위협을 느낀 독일이 그동안 부정적이던 군비 확장 정책을 폐기하고 군비 확장을 선언했다. 모름지기 늘어난 방위비의 상당 부분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무기를 구입하고 운용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군비 확장에는 독일뿐만 아니라 나토에 가입한 모든 국가와 새로 가입하겠다고 나선 스웨덴이나 핀란드도 동참할 터이다.

 

기후 위기를 생각할 때 유럽 국가들의 군비 확장도 걱정이지만 지난 5월 24일 블룸버그에 게재된 이런 기사는 더 큰 우려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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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가스를 끊으면 석탄 발전으로 돌아간다는 독일8)

출처-<블룸버그>

 

독일은 전 세계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며 그 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다. 비상 대책이겠지만 재생에너지 모범 국가 독일이 저렇게 나오면, 현실적 이유를 들며 화석연료 발전과 핵발전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국가들이 계속 석탄을 땔 거라 고집을 피워도 말리기 어렵다. 당연히 전쟁 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이고, 2050년까지 계획한 이산화탄소 넷제로(Net Zero, 지구 기후에 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균형에 이른 상태)의 달성은 요원한 일이 된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옷을 벗어 던지고 사바나로 달려들어 가, 15,000년 전 수렵과 채집을 하던 폭력의 시대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 시나리오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가능한 더 엽기적인 시나리오도 있다.

 

"오로지 인간 활동만으로 완성하는 6번째 대멸종9)"

 

다 골로 간다는 시나리오다. 오래전에 폐기한 그로테스크의 끝판왕, 순장 문화마저 되살리며 주변의 생물들도 함께 데려가는, 아주 반지성적이고 미개한 시나리오인데 기후 위기는 여기에 다는 급가속 페달이다.

 

천 길 낭떠러지 같은 시나리오에서 한 걸음이라도 멀어지려고 지지고 볶고 난리를 쳐왔는데, 현대인의 지성과 양심으로는 도저히 이해도, 용납도 되지 않는 이유로 푸틴과 젤렌스키가 낭떠러지 앞에서 우리 등을 열심히 떠밀고 있다. 이들은 전쟁 영웅도, 제국의 영화를 꿈꾸는 황제도 아니고 그냥 동네 양아치이고 똥멍청이다. 이런 똥멍청이에게 해줄 말은 하나밖에 없다.

 

"아~~~ 씨바! 이러다 다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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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ASA>

 

3. 대통령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보자

 

아뿔싸, 우리도 그에 못지않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았다. 청와대에서 단 하룻밤도 자기 싫다며 매일 도로를 막고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며 출퇴근하는 대통령을 갖게 된 것이다. 전쟁이나 재난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중년 남성이 매일 4.6톤의 온실가스를 가뿐하게 혼자 배출하는(혹은 배출하게 만드는) 건 전 세계 유례(類例)가 없는 일이다.

 

이산화탄소 4.6톤이라… 에이 그 숫자를 어떻게 계산하나 싶겠지만 계산할 수 있다. 우린 아직 옷 벗고 사바나를 뛰어다니는 수렵채집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엄연히 양자역학을 유튜브에서 대중 강연으로 듣고 즐기는(?) 현대 지성인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출퇴근하는 바람에 출퇴근차들이 도로에 배출하는(정확히는 배출을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페르미 추정을 사용해서 간단하게 어림 계산할 수 있다. 어림계산이긴 하지만 정확한 정보가 있고, 정보들을 다소 보수적으로 사용하면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페르미 추정을 하려면 몇 가지 기본 정보가 필요하다.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곱셈, 덧셈으로 이루어진 아주 간단한 계산을 하면 4.6톤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첫 번째 정보. 2022년 서울을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대당 배출량

 

한국에너지공단에서 2020년에 발행한 ‘2020 자동차 에너지소비효율 분석집’ 에 따르면 2019년 출시된 승용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도심에서 168g/km다. 그 이전에 출시된 차들도 도로를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 이 숫자를 대푯값으로 사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두 번째 정보.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의 교통량

 

서울시 교통량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주로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 반포대교는 2021년 5월 출근 시간대(오전 8~9시) 교통량이 도심 방향으로 약 3,700대 정도 되고 퇴근 시간대(오후 5~6시)는 2,000대 정도 된다.10) 반포대교 인근에 있는 한강대교와 한남대교를 이용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반포대교 이용 차량수가 가장 적다. 따라서 아침 출근 시간대와 퇴근 시간대에 반포대교를 통과한 숫자인 3,700대와 2,000대를 대푯값으로 사용하면 결과가 과장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 번째 정보. 교통 통제 시간

 

출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 그의 출근길 교통통제로 옴짝달싹 못 하고 자동차가 도로 위에 발이 묶이는 시간은 20~40분 정도로 예상된다. 중도를 지키며 중간값 30분을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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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신문>

 

계산에 사용할 값은 모두 구했으니 이제 곱셈과 덧셈만 하면 된다.

 

첫 번째 계산. 도로 통제로 인해 공회전하는 자동차의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평균 연비가 12km/ℓ 인 승용차가 10분 정도 공회전하면 약 1.6km를 주행할 수 있는 138cc의 연료를 사용하게 된다.11) 30분이면 약 4.8km를 운행할 연료를 소모하는 셈이다. 승용차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도심에서 168g/km였으므로 교통통제로 인한 공회전 때문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대당 약 806.4g이 된다(168g x 4.8 = 806.4g).

 

반포대교의 길이가 1.495km이므로 논스톱으로 운행했다면 약 251g 정도만 발생할 이산화탄소를 윤 대통령께서 4.2배가 넘는 대당 총 1,057g을 배출시켰다.

 

두 번째 계산. 출퇴근 총배출량과 일 년 배출량

 

출근 시간에 발이 묶인 차량이 약 3,700대이므로 추가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량은 2,983kg(806.4g x 3700=2,983kg), 톤(ton)으로 환산하면 약 3톤이 된다. 퇴근 시간은 2,000대이므로 806.4g x 2000=1,612.8kg, 약 1.6톤이다. 윤석열 대통령 혼자 매일 4.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인데, 일주일에 5일 근무한다 치면(주말 나들이도 하는 것 같은데, 그냥 5일로 계산하자.), 1년 1,196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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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고 성실하며 염치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차

출처-<아주경제>

 

4. LG전자의 2.5%를 해내는 대통령

 

이 양이 얼마나 되는지 감이 잘 안 온다. 이때는 생활 가전을 생산하는 LG전자의 도움을 받자. 기업 친화적인 윤 정부의 성향을 고려할 때, 윤 정부도 계산 결과를 수긍할만한 탁월한 선택이다.

 

LG전자는 2021년 약 9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2019년에 비해 10%, 100,000톤을 줄였다. 1년 평균으로 치면 50,000톤을 저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1년간 배출하게 될 1천 톤의 이산화탄소는 연간 80조 원 매출의 LG전자가 지난 1년간 고생 고생해서 줄인 이산화탄소의 2.5%에 해당하는 양이다.

 

기업이 이산화탄소 배출 1%를 줄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제품 설계·공정 설계·공급망과 운송망 등 전사적 공정 일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얼마나 어려운지, 2021년 포스코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기는커녕 늘었다. 심지어 국가가 공짜로 준 탄소배출권을 팔고도 이 모양이다.12)

 

이산화탄소만 문제일까? 자동차가 공회전일 때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CO)·탄화수소(HC)·질소산화물(NOx)·알데하이드·입자상 물질(PM) 같은 환경오염 물질이 4~6배 정도 많이 배출된다. 이 물질들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일산화탄소만 빼면 모두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들이다. 대통령 혼자 매일 서울시민들에게 4.6톤의 이산화탄소와 함께, 1급 발암물질을 선물하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푸틴의 뻘짓만큼이나 현대인의 지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진기한 행동이다. 전쟁이나 재난의 상황도 아닌데 일국의 정상이 앞장서서 세계적인 기후 위기 연대 행동에 반기를 드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과 그 부인에 대해선 신발·양복· 티셔츠·스니커즈·반려견·술과 음식 따위의 패션 기사, 먹방 기사나 쓰고 앉았으니 돌아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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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녹색연합>

 

5. 기후 위기가 맞다 

 

기후 위기는 지난 30년간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골몰하고 논쟁하고 합의했다 배반하고, 그래도 찝찝해서 다시 모여, 치고받고 싸우다 아주 최근에야 해결의 첫 단추를 채운 인류 최고의 난제다. 기후 위기에 비하면 지금 뜨거운 감자 인플레이션도 일회성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손잡아도 그냥 모른 척해주고,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더 이상 적대시하지 않으면 뜨거운 감자도 식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후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기후 자체가 복잡계인데다 기후 위기를 촉발한 화석연료는 인간 문명이 선 사회-경제-기술적 토대라 포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화석연료 대신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세력도 너무 많다.

 

뿌리치는 손을 놓지 않고, 숱한 난관을 함께 넘어서며 현생 인류가 서 있는 토대의 근본 구조를 바꾸기 위해 철학적 전복과 기술적 혁신을 쉬지 않고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후 위기로 가는 길은 가만히 서 있어도 낭떠러지로 미끄러지는 내리막 빙판이다.

 

이러다 정말 망할 게 점점 확실하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기후변화라는 용어는 최근 들어 기후 위기(climate crisis)라는 좀 더 긴장감·경각심·위기감을 고조하는 단어로 대체되었다. 인간에 의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기후 위기의 주체인 인간에게 사용하기엔 ‘변화’라는 단어는 너무 탈가치적이다. 무고한 사람을 끔찍하게 죽이는 연쇄살인범에게 ‘너는 인간이라는 고등생명체를 분자 단위 물질의 세계로 급격하게 변화시킨 촉매지!’라고 말할 순 없다.

 

얼마나 심각해서 기후변화 대신 기후 위기라고 쓸까? 평소에 관심이 있어 정보도 찾아보며 심정적으로 공감하며 바닷물이 높아지고, 더워지고, 기상이변이 생기고 하니까 위험하지 싶다가도 과학자라며 ‘빙하기로 가는 타이밍인데 추운 것보다 낫잖아!’ 한마디 하면 그런가 싶다. 더구나 적당한 위도에 놓여 사시사철이 뚜렷한 한반도에서 전 인구의 50%가 사회적 간접자본이 잘 갖춰진 서울과 수도권에 모여 살다 보니 누군가 목소리를 키우면 위기감이 생겼다가 금방 잊곤 한다.

 

언론이 나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대중들의 주위를 계속 환기해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사태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언론은 자타공인 지구 최강의 저질 장사치라 돈 되지 않는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 열라 공부해서 대오각성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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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 있는 인물의 한마디가 중요하다

출처-<링크>

 

6. 다 죽을 수 있으니까 

 

기후 위기에 대한 이 연재 글을 쓰려는 목적이다.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고, 함께 깨달아 행동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만이 사회를, 세계를 바꿀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가 헛발질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푸틴·젤렌스키·트럼프 같은 문화 지체자, 시대 지체자가 또 등장해서 난동을 부려도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딴지 눈팅하는 이과 출신 언론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프랑스의 르 몽드(Le Monde), 독일의 짜이트(Die Zeit), 미국의 NBC·CBS·ABC·CNN·엘에이 타임스(LA Times)·뉴욕타임스(NYT)·블룸버그(Bloomberg), 영국의 BBC·타임스(The Times)·가디언(The Guardian) 등 세계 유수의 언론이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돌아보시라. 이들의 깊이 있는 기사를 읽다 보면 희미하게 이런 소리가 들릴 것이다.

 

"아~~~ 씨바! 니들처럼 하면 다 뒤져!!!"

 

 


 

주) —

1) 군사관련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거의 베일에 가려져 있다. 1997년 38개국이 참여했던 쿄토 의정서에서 군사 부문은 정보 공개 의무에서 예외로 했기 때문이다. 우여 곡절 끝에 2015년 파리 협약에서 이 규정은 삭제되었지만 여전히 군사부문의 온실가스 관련 정보 공개는 각 국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5) Stuart Parkinson, "The carbon boot-print of the military", Responsible Science, no.2, Winter 2020,(2020)
6) Neta C. Crawford, ibid, p. 21
7) 유엔은 기후 변화에 대한 시간 단위를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으로 설정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발간되는 보고서도 모두 30년을 단위로 작성된다.
9)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경고하는 6번째 대멸종의 원인은 기후 위기만이 아닌 모든 ‘인간 활동’을 전제한 것이다. 대중매체나 일부 과학자들은 국제자연보호연합(IUCN: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의 멸종위험목록(the Red List)를 근거로, 최근의 멸종율은 배경 비율, 즉 자연스러운 멸종 비율보다 그다지 높지 않다며 대멸종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해당 목록에 등재된 생물이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특정 종에 편향되었기 때문에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대미문의 멸종 사건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최근 연구 결과들은 경고하고 있다. Robert H. Cowie et. al, The Sixth Mass Extinction: fact, fiction or speculation?, Biol. Rev. (2022), 97, pp. 640–663. 참고.
10) 2021 서울시 교통량 조사보고서, pp. 294 ~ 299
12) 조선일보답게 정부가 기업들의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조차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침을 튀기고 있는 판에, 윤석열 대통령은 솔선수범 이산화탄소를 배출 중이다 : <탄소중립법 곧 시행인데… 철강·정유, 온실가스 배출량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