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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트럭이 움직이지 않을 때의 현장 

 

지난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거의 1주일간 일이 없었다.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사회면을 관심 있게 보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화물연대와 이전 정부가 합의했던 안전 운임제는 당시 '어느 정당의 맹렬한 반대' 때문에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 등에 한해 3년간 제한 실시(2020~2022년) 하기로 했었다. 그 정당이 여당이 되었고 연장이나 뭐 그런 거 안 한다고 하니 화물연대 형님들이 일주일 넘게 파업에 나섰던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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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운임제 하기로 했던 몇 안 되는 트럭 중 하나가

이거였다.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

 

위의 사진에 저분이 레미콘 공장으로 시멘트를 실어 날라야 콘크리트가 만들어진다. 또 그걸 레미콘 차가 열심히 실어 날라야 콘크리트를 부어 넣을 수 있다(현장에선 콘크리트를 타설한다고 한다). 그렇게 타설한 게 잘 말라야 그 위층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저분이 운행을 안 하시니 현장이 다 아래 사진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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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타설을 해야 거푸집을 떼어내고 그걸 갖고 그 위층 일을 진행할 수 있는데 철근만 엮어 놓은 상태에 방치되는 것이다. 내가 있는 현장은 그나마 건설업체 순위가 많이 높은 곳이어서 저 정도까진 아니었다만.

 

일이 더디 되어 정말 오랜만에 마님 모시고 나들이 좀 하고 들어왔었다. 밀린 이런 저런 일들 하고 일주일 치 반찬도 만들고 그러던 주말, 어느 분과 아침 일찍부터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나: 화물연대 파업 때문에 일을 못했어요. 이번 주말까지 쉬니까 노가다 삽질 연대기(링크) 원고 좀 빨리 쓸게요.

 

죽지않는돌고래: 어흑. 그(화물연대 파업) 이야기야말로 시의성 있는 소재 아입니까. 실제 직격탄 맞은 사람들은 뭐라 말하는지 궁금한데. 

 

나: ;;;;; ㅡ,.ㅡ 네.

 

 

화물연대는 왜 파업했을까

  

일단 중요한 포인트 두 가지를 확인하고 넘어가자.

 

1. 화물연대의 요구는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 품목 확대였다.

 

2.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그래서 3년 일몰제), 그것도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에 한정해서 시행하기로 했던 것은 ‘어느 정당의 결사투쟁’ 때문이었다.

 

위의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 같은 덩치에 과적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당연하게 ‘제동거리’가 늘어난다. 우리가 흔히 보고, 또 쓰는 1톤 포터는 과적이 일상이다. 그러니 그깟 제동거리 좀 느는 것 가지고 뭐가 대수냐고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잠깐 학교 다닐 때 물리 공부한 걸 기억해 보면, 

 

F=ma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이다. 질량이 커지면 당연히 힘도 커진다. 그런데 이게 단위가 커지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진다.

 

2015년에 교통안전공단에서 직접 실험해봤던 적이 있다. 9.5톤 실을 수 있는 화물트럭에 18.5톤을 실으면 어떻게 되는가 하고. 제동거리는 34% 이상 늘어난다. 그런데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는 공차 중량부터 저 숫자에 근접한다. 거기에 과적을 한다면 얼마나 꼭꼭 눌러 담을 수 있는지 상상이 되는가? 제동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운전자가 의도하는 속도로 가속하거나 감속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이다.

 

저런 차에서 사고 나면 운전자는 당연히 죽는다. 그리고 치우는데도 한참 걸린다. 고속도로 운전하셨던 분들이라면 저 트레일러가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큰 넘인지 알 거다. 그 큼지막한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가 자빠져 있다면 그거 치우는데 얼마나 많은 중장비가 사고 현장에 달려와야 할 것 같은가? 몇 안 되는 품목에 대해 안전운임제를 실시했던 것도 사고가 나면 그 여파가 크기 때문인 거다.

 

그런데 어느 정당에서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근거는,

 

“정부가 왜 계약자들이 결정하는 것에 개입하냐?”

 

는 것이었다. 20세기 초반의 막가파 자본주의의 세상, 미국을 보는 느낌이다. 20세기 초반에 우유 판매업자들이 상한 우유도 소비자에게 공급했었다. 냄새가 나고 색깔이 변하니까 각종 화학 약품도 듬뿍 섞어서. 그 꼬라지를 보고 뚜껑 열린 어느 마피아가 우유 판매업자들에게 납탄을 듬뿍 먹여주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우유 유통체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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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우유 유통체계를 만드신 분

 

아니, 저 논리면 금리도 은행과 대출 상대자와 자율적으로 정하면 되는데 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만들고 최대 금리도 제한하는 걸까? 중앙은행이 그런 걸 안 하면 대공황이라는 어마"무식"한 사태를 겪게 되기 때문이지. 여튼, 20세기 초반의 세계에 살고 있는 바보들 이야긴 각설하고, 

 

화물연대는 제한된 품목 운송과정에 있어서 안전 운임제가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하지만 계란판 생산업체들에선 거의 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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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애초에 저게 품목이 제한되고 기간도 제한되었던 것은 어느 정당의 결사 투쟁 때문이었다. 당시 야당이 결사 투쟁해서 품목이 제한되고 기간이 제한될 수 있었던 것은 화물연대의 교섭 상대가 누구였기 때문일까?

 

정부다, 정부. 당연하지. ‘제도의 도입’이었으니 교섭 상대가 정부일 수밖에. 그런데 신임 대통령께선 파업에 들어갈 즈음에 이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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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과적이 계속되면 반드시 사람이 죽는다 

 

난 저분의 전직이 무려 검사였다는 사실에 가끔 등줄기에 땀이 많이 흘러내린다.

 

화물연대는 저게 효과가 있었으니 전체 품목으로 확대하자고 한다. 그런데 20세기 초반의 방임주의 경제학을 따라야 국가가 잘 돌아간다는 신념으로 뭉친 어느 종교집단에선 여전히 대공황 이전에나 먹힐 근거들을 갖고 결사 항전 중이다.

 

예전처럼 과적하고 달리다가 사고 나면 운전자는 죽고, 그 엄청난 크기의 차가 길에 누우면 치우는 데도 한참 시간 걸린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운전자가 과적이나 과속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운송료를 정하자 했던 거다. 그런데 낡은 경제학의 신봉자들은 그게 맞는지 ‘검증’하자고 한다.

 

이거, 30년 전에 통계학 개론 시간에 배웠던 것의 반복이다. 미국민 vs 담배회사 재판. 담배가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을 하기 위해 미국 담배 회사들은 담배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사실은 감추고 사실관계가 혼란한 통계들’만 법정에 제출했었다.

 

마찬가지다. 과적했다가 사고 나면 운전자는 죽고 길 치우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걸 통계를 갖고 검증하자니.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 있는 사안에 통계 들이밀어선 안 된다는 건 학부 통계학 개론 시간에 배우는 거라고! 아니 ㅅㅂ 미국민 vs 담배회사의 소송이 언제적 이야기인데.

 

하긴 이 제도 도입을 결사반대했던 그 분들의 논리가 대공황 이전의 경제학이라는 걸 생각하면 꽤나 발전하긴 했다만, 지금은 그로부터도 두 세대는 족히 지난 상태다. 지금은 반도체 만들다 보면 원자의 세계에 접하게 된다. 양자역학이 일상이어야 하는 시기에 그 수준의 대가리 갖고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반도체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데 진공관 시대에도 근접하지 못한 머릴 갖고 있는 분들이 대한민국 정책을 결정하고 있단 말인가?

 

거기다 계란판 생산업체 직원들은 화물연대의 주장과 근거는 한 줄로 줄이고, 저 바보 같은 소리를 자기들이 적당히 알아먹은 걸로 기사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지금 현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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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 1CD 터미널 앞, 6월 13일 화물연대 총파업

지지 노동 사회 종교단체 경기지역 기자회견.

가운데 시커먼 남자분들이 우리 지부 간부들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화물연대 투쟁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결합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분들이 파업하면 건설노조에 소속된 조합원들은 모두 일을 못한다. 일을 못하면 일당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으로 결합했던 이유. 우리도 신임 정부에게 한 방 맞았거든.

 

지난 5월 25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 목수들의 사용자 단체라고 할 수 있는 철근 콘크리트 서.경.인 사용자 연합회에서 회원사들에게 이런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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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은 노동절이었고, 일요일이었다. 그리고 노동절은 몇 안 되는 유급휴일이다. 그런데 그거 유급 처리를 못하겠다고 한 거다. 거기다 노조에서 여기에 반발하면 그거 모두 법적 대응하겠다는 이야기. 뭔가 무시무시하지 않은가? 저걸 들이밀면서 유급휴일 수당 못 준다고 하기에 저 공문이 ‘근거’라고 이야기하는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정책과-743’과 ‘서울동부지청 근로개선지도 1과-8140’을 궁금해서 찾아봤다.

 

일단 ‘서울동부지청 근로개선지도 1과-8140’은 검색에 안 뜬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 정책과 -743’은 뜬다. 대체휴일은 유급휴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거 보고 5월 1일은 그냥 휴일이 있는데 왜 대체휴일 이야기가 나오냐고 따졌고 사측에선 바로 꼬랑지 말았다. 자기들도 그게 뭔 근거인지 안 찾아보고 협회에서 법적 대응 어쩌고 하니까 유급 휴일 인정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단다.

 

실제로 꽤 많은 현장에서 저 공문은 바로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저 공문 따라서 휴일 임금 지급 안 했던 곳들도 다음 달에 준다고 했다.

 

근데 회사가 그렇게 병신일 리가 없잖는가. 대공황 이전의 경제학을 믿는 신자들이 뭔 짓을 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확증을 찾진 못했다. 그래서 철콘협회에서 저 공문 쓰신 분이 어떻게 되는지만 일단 주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저런 걸 근거랍시고 들면서 협박하는 공문 썼다가 뽀록나면 자기 자리 유지하지 못하잖는가? 일단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실 쟤네 저러는 이유 뻔하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돈을 엄청나게 풀었다. 돈이 엄청나게 풀리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온다. 이 파도를 슬기롭게 잘 타야 하겠으나… 뭐 기대할 분들에게 그런 걸 기대해야지.

 

암울한 세계 속, 나의 준비

 

이미 전 세계적인 원자재 대란은 시작됐다. 거기다 환율까지 오르니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는 미쳤다. 나만 해도 작년 겨울까지 주유비만 15만 원 정도였는데 이전 정부가 유류세를 계속 내리면서 어떻게 방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20만 원을 후울쩍 넘더니 이젠 25만 원 쯤 찍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서민 생활에 닿기 시작하면 '0.7%로 이긴 정부'는 바로 위기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야당 시절에 국방부 보고 듣고 ‘월북 맞네’라고 했던 사안 끌어오는 거고, 그러니까 이 판에 임금 올려달라고 하는 조직노동자들부터 간 보는 거다.

 

MB503 시절에 심심하면 카카오에 영장 들이밀고 노조원들 카톡 내용 감청했던 넘의 나라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텔레그램을 주로 쓴다. N번방 때문에 찜찜해서 난 마나님과 찍은 사진 걸어놓고 쓴다. 그런 곳엔 가지 않는 계정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여튼, 그 텔레그램 방들이 카톡의 지옥과 같은 상태다. 안 읽은 메시지 몇 천개 뜨는 상태 말이다. 투쟁 소식방은 하루에도 수백 개의 메시지들이 전해진다. 그게 민주노총 전체 투쟁 소식을 전하는 방이 아니라 우리 지부에 한정해서 소식 받는 건데도 그렇다.

 

건설노조 조합원은 1년에 한 번씩 하루의 일당을 지부에 낸다. 투쟁기금이라고. 그거 지난 정부 내내 상당히 많이 쌓아놨다. 뭐 현 정부 당선될 때 마우스피스도 좋은 거 두 개 사놨다. 인도 대륙에서 하도 고생 많이 하면서 이를 악물어 내 이 상태가 많이 안 좋다. 이 상태에서 계속 악물면 이 모두를 임플란트 박아넣어야 한다는 치과 선생님의 경고가 있었다. 당장 임플란트 해 넣을 돈은 없으니 마우스피스라도 사야지 어쩌겠나.

 

여튼, 그렇게 나는 현 정부와의 일전을 준비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현장도 모르는, 엘리트 서울대 출신만이 득시글한 정권이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려 할 때, 단순히 '법 어기면 잡아 넣는다'라고 으름장 넣고, 현장을 모르는 중산층들이 '어 맞는 말 아닌가' 할 때, 우리가 포기하고 가만히 있으면 동료들은 도로 위에서 과로로, 사고로, 죽어나가는 꼴을 계속 봐야하는데 나는 그게 가장 겁난다.

 

해서, 동료의 죽음이 무섭지, 윗분들의 으름장은 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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