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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근육병아리는

 

요리에 관한 어떤 정식 교육도 받은 적 없으며,

 

 오직 유튜브와 만화책으로만 수련 중인

야매 수산인으로

 

 기사에 담긴 그 어떤 레시피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근육병아리-갑오징어최종-회식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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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창원의 명문 대산고등학교의 역사는 새로 쓰여지고 있었다.

 

문제가 남느냐 내가 남느냐. 골든벨 타종까지 남은 문제는 단 하나. 최후의 1인에 올라선 학생이 마지막 골든벨 문제를 받아들었다.

 

오징어, 문어, 각종 조개류는 이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소의 쓸개즙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 물질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사람과 포유동물의 인체 내에서는 심장, 뇌, 간 등에 다량 함유돼 있는데요. 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 물질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빰빠바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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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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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의 최후 학생. 획을 두 줄 더 긋는 바람에, 탈락하고 만다.

 

이 사건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인생은 한 끗 차이로 모든 걸 날릴 수 있다는 어른 세계의 냉혹함을 심어줌과 동시에 우리 교육의 객관식 시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방송 직후 대한약사협회가 '고등학생이 타우렌이라고 했으면 맞은 거로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관용이 사라진 우리 사회에 뼈아픈 경종을 울렸다(뻥이다).

 

아무튼. 우리가 이 안타까운 사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또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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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에는 뭔가 쩌는 게 많이 들어있다는 것.

 

바닷속의 박카스

 

2-아미노에테인술폰산, 일명 타우린.

 

혈압을 안정시키고 심장근육이 원활하게 수축할 수 있게 하며 피로 해소 및 회복에 직빵인 물질. 대체 이게 뭐길래, 이런 불로초급 효능을 탑재한 것일까?

 

함 알아보자.

일단 화학식부터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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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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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나 같은 호기심 많은 문과생이 살기엔 너무나 험난한 세상이다.

 

대신, 우리에겐 느낌적인 느낌 전법이 있다. 화학에 무식하다고, 현대 인류는 어째서 박카스 같은 타우린 음료를 만들어 그토록 처마시며 살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포기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무학의 통찰, 해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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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면 자야지..

 

 

일단 만만한 어원부터 파보자. 타우린(taurine)은 '소'를 뜻하는 라틴어 타우루스(taurus)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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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타. 당장이라도 상대의 마빡을 짓이겨 버릴 거 같은 두 황소의 정력이 가득 차 있는 레드불의 주성분도 타우린이다. 근데 사실 타우린은 황소의 파이어볼이 아니라 소의 쓸개와 관련 있는 성분이다. 그저 레드불이 마케팅을 천재적으로 해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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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담즙에서 최초로 타우린을 분리해 낸 프리디리히 티에데만 (Friedrich Tiedemann)이라는 아저씨다. 이 양반의 연구는 인류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 자연 상태에서 무지성으로 섭취하던 음식에서 피로회복 물질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타우린이 골격근 망막 및 중추 신경계 발달에 큰 상관관계가 밝혀지면서 생리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뿐만아니라 뇌 신경기능에도 연루되어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알츠하이머 치료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딱 들어도 포유류의 생존에 겁나 중요한 거 같은 이 유기화합물을, 흥미롭게도 고양이는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한다. 즉, 고양이는 타우린이 함유된 식사가 필수적이라는 것. 그래서 대부분의 고양이 사료에는 타우린이 들어가 있다. 타우린이 많은 생선 냄새에 고양이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이유다. 본능적으로 아는 거다. 살기 위해선 먹어야 한다는 것을.

 

해산물 중에서도 두족류와 패류에 타우린이 몰빵되어 있다. 그중 갑오징어는 타우린이 특히 풍부하다. 100g의 오징어 살에 1200mg 정도의 타우린이 응축되어 있다. 흔히 구할 수 있는 '박카스F' 120ML에 타우린이 1000mg 함유되어 있으니, 갑오징어 한 마리를 씹어삼키면 대강 카페인 빠진 박카스 몇 병을 때려 마신 거랑 같다.

 

그러니 앞으로 병문안이나 남의 회사를 방문할 때 식상한 드링크류 대신 꾸덕하니 잘 말린 오징어 한 축을 싸들고 가서,

 

"타우린 보충하시고 빨리 쾌차하십시오"

 

"황소의 기운과 같이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라는 멘트를 날려보자.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무튼 수산자원 유통 활성화에 일조한 인상적인 방문자가 될 것이다.

 

무한 오징어게임

 

나는 이미 딴지에서 회식추진맨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직책을 맡고 있는 충분히 인상적인 인간이지만, 대용산시대 피로에 지친 동료들을 위해 회사에 타우린을 살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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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해산물이 그렇듯, 첫 번째 단계는 껍딱 벗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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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같은 두족류는 탈피가 수월한 편이다. 따로 비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살과 껍질 사이에 분리가 잘되어 있다. 걍 죽 잡아 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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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에 엄지를 쑤셔 넣고 그립을 만든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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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욱 잡아째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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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것들이 여전히 28마리라는 것.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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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함정이 있는데, 갑오징어는 내장을 감싸는 내피도 있다. 사실 그냥 쌩까고 넘어가도 먹는 사람은 잘 모를 수 있지만, 내피를 제거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회로 먹을 때 식감에서 극명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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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으면 모를까 알면서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 이래서 모르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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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꺼이꺼이 스무 여덟 고개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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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대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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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바엔 그냥 박카스를 먹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연재의 핵심은 니가 얼마나 고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라는 편집장 죽돌의 응원(?)을 상기하며 이빨을 꽉 깨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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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타우린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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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징어 회의 매력은 두툼한 살집을 어떻게 즐기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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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을 낸 방향의 직각으로 썰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 1) 매끈한 살점보다 간장이 잘 묻고 2) 입안에서 부챗살이 풀어지듯 좋은 식감을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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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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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썰어놔도 그럴싸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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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식의 영광은 촬영 지원 중인 죽돌.

 

근병 : 맛이 어때요?

 

죽돌 : 오! 오징어 맛이야!

 

근병 : ..그..러겠죠.

 

죽돌 : 오징어보다 훨씬 맛있는 오징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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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하는데 별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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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은 게 있었는데.. 갑오징어도 지느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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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오징어로 치면, 그 머리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그거다. 호프집에서 마른 오징어를 씹어보면 알겠지만, 살 부분이랑은 다른 식감과 맛이지 않은가. 갑오징어의 지느러미도 그렇다. 독특한 맛과 식감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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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부분의 껍질은 몸통 부분처럼 잘 분리되지 않고 미끄덩거리는 데다가, 벗겨놔도 살점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부위. 그래서 손 바쁜 업장에서는 그냥 안 쓰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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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주방에선 그런 나태함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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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갑오징어는 지느러미가 양쪽으로 두 개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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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X 2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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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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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 때 저항감이 크다는 게 지느러미의 매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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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을 잔뜩 넣어 날 고생시킨 이 녀석의 매력을 감소시켜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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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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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돌 : 오! 오징어 맛이야!

 

근병 : (포기) ...

 

죽돌 : 오징어보다 훨씬 맛있는 꼬독꼬독한 오징어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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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이래저래 변주를 줘가며 오징어 군단을 난도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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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맛도 입혀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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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린 만땅 갑오징어 회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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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급식을 준비할 차례. 딴지엔 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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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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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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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돌 : 오! 오징어 초밥은 처음이야!

 

근병 : (기대) 어때요?

 

죽돌 : 처음 먹는 오징어 맛이야!

 

근병 : 나한테 왜그래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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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그렇게 급식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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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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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님 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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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퍼지는 타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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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한때.

 

화식 열전

 

자고로 고기는 불이 닿아야 맛있는 법. 오징어라고 예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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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조업된 수산물을 시장에서는 '당일바리'라고 한다.

당일바리 갑오징어로 오직 딱 하루 그날만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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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통찜이다.

 

오징어 내장은 풍미가 끝내주지만, 숨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도도한 성질이 있다. 녹아내린 내장은 금방 살에 스며들어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기는데, 그 속도가 엄청나서 하루가 지나면 회나 통찜으로는 출전 불가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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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푸닥거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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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로 목욕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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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한 마음으로 불 위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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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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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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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퍼 리얼 오징어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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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하게 익은 내장과 먹물이 자연스럽게 미친 소스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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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액이 쭉쭉 나오는 마늘을 사정없이 부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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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치트키 버터 갈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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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다리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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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놈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다이어트 중인 갤러리들이 욕을 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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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호환 오다리 완성.

 

버터갈릭 냄새에 이성을 잃은 죽돌이 카메라를 던지고 참전하는 바람에, 이것이 이날 회식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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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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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뵈이다 녹화로 통찜맛을 못 본 두목님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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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총수님.

 

기사 보고 있는 거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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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 니가 고생이 많다.

 

근병 : 그런 거 같습니다.

 

총수 : 다음엔 뭐 할 거야?

 

근병 : (못 들은 척) 나토 정상회의 특집기사 이런 거 준비하려구요.

 

총수 : (무관심) 와사비 더 있니?

 

근병 : (안간힘) 법무부장관이 FBI 왜 방문하는지 함 파볼까 하는데..

 

총수 : (질겅질겅) 야 이거 꼬소하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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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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