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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출처 - 링크

 

이번 방문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후과는 반드시 미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책임 져야 할 것이다.

 

- 중국 외교부의 공식 성명 中 발췌

 

군사행동으로 반격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다.

 

- 중국 국방부의 공식 성명 中 발췌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중국은 공식, 비공식적으로 미국에 압박을 보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백악관에서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아니,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하는 건 중국 주권 침해가 아니라니까! 그리고 보자 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나 본데... 우리 미국이야! 미국! 우리가 그런 위협에 쫄 거 같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국, 화 낼만 하다

 

원래 8월은 미국 하원의 여름 휴회 기간이다. 이때 덜컥 낸시 펠로시가 한 마디를 던진다.

 

“나 대만 갈래.”

 

완전 난리가 났다.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사람이 대만을 가겠다고 하는 거다.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25년 전인 1997년에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는 호기롭게 중국 찍고 대만을 간 거다. 이때는 왜 말이 없었을까? 이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당시 미국과 중국의 상황

 

둘째, 뉴트 깅리치와 낸시 펠로시의 중국에 대한 입장 차

 

셋째, 상호 합의와 배려의 존재 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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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

 

하나씩 살펴보자.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미국은 서로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던 시점이었다. 그 직전에 있었던 소위 ‘양안사태’ 때 미사일 쏘고 난리도 아니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한참 위기가 고조되던 시점에 미국은,

 

“야, 그렇게 미사일 쏜다고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 너네도 경제 개발해야 할 거야. 응? 자자 화 풀고 응?”

 

이런 상황이었다. 뉴트 깅리치와 낸시 펠로시의 입장 차도 확실하다. 깅리치는 공화당 출신이고, 이 당시 야당 출신 하원의장이었다. 낸시 펠로시는 민주당이며 여당 출신 하원의장이다. 이 당시 깅리치는 중국에 나름 우호적이었다.

 

“야야, 천안문이 언제 적 일이야? 이걸로 언제까지 중국 발목 잡을래? 중국 제재 풀어주고... 이제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하지 않겠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낸시 펠로시? 이 분은 뼛속까지 반중 정서를 가지고 계신 분이다. 정치 인생을 중국 까는데 모두 바친 분이라고 해야 할까?

 

1991년 베이징 방문했을 때 천안문 광장에서 시위하는 걸로 유명한데, 이때 들고 간 플래카드가 압권이다.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중국 엿 먹인 거다. 중국 애들이 제대로 미쳐 돌아갔다. 그냥 이 정도만 해도 봐줄까 말까인데, 펠로시는 중국 싫어하는 건 골라서 다 했다. 중국이 달라이 라마 싫어하니까 달라이 라마랑 친하게 지냈고, 중국이 올림픽 한다니까 올림픽 가지 말자고 그러고 여하튼 중국이 싫어하는 짓은 다했다. 이러다 보니 중국도 낸시 펠로시를 찍어 놓고 미워하기 시작했다.

 

1997년에 깅리치는 중국 찍고 대만을 다이렉트로 간 거도 아니고, 일본 찍고 돌아서 갔다. 그나마 대만에서의 체류 일정은 3시간이 다였다. 나름 중국에 대한 배려를 했다. 결정적으로 이건 중국 정부와 사전에 합의가 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낸시 펠로시는... 다 필요 없고, 펠로시가 대만에 도착하고 발표한 성명을 보면 상황을 알 수 있다.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깅리치가 배려와 합의를 했다면, 펠로시는 대놓고 엿을 먹인 거다. 중국으로서는 제대로 열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도 떨떠름했다

 

펠로시가 대만을 갈 거 같은 분위기를 잡았던 7월, 시진핑이 바이든과의 통화에서 경고를 날렸다.

 

“지금 불장난하자는 거냐? 한 번 불쇼 한 번 해볼까? 확 불질러 버릴까?”

 

이런 식의 압박을 날린 거다. 이 정도면 어지간하면 가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역시나 삼권분립이 잘 된 미국이었다. 바이든이 우회적으로 돌려서 안 갔으면 하는 의견을 냈다.

 

“낸시 누나 그러지 말고... 누나 좀 있으면 은퇴할 거 아냐? 이렇게 똥 싸지르고 갈 거야?”

 

낸시 펠로시는 바이든 보다 2살이나 많다. 무려 82살이나 된다. 하원 의원으로 18선을 했다. 무려 36년이나 하원에 있었던 거다. 이러다 보니 강단이 장난이 아니다. 트럼프를 대놓고 조롱하지를 않나, 트럼프 연설문을 찢지를 않나(그래서 트럼프가 ‘미친 낸시’라고 불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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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4일. 도널트 트럼프 전 미 대통령 국정연설 중,

그의 연설문을 찢고 있는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당원 중에서도,

 

“할머니! 너무 오래 해 먹었어요. 이제 그만 내려오시죠?”

 

이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까놓고 말하자면 한국에서 펠로시 정도의 정치 경력은 故 김영삼, 9선 김종필 정도다. 바이든이 어떻게 해볼 분이 아니란 소리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중국은 완전 꼭지가 돌아가게 됐고, 손님을 맞이하게 된 대만도 부랴부랴 준비를 해야 했다. 펠로시가 대만에 오면 중국이 군사행동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여하튼 난리가 났었다. 미국도 한바탕 난리를 쳤던 게,

 

“중국 애들 지랄할지도 몰라. 항공모함 전단 인근에 투입해!”

 

미국이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전단을 대만 쪽에 배치하자, 중국도 발끈하고 항공모함을 동원했다.

 

“너네만 항공모함 있냐? 우리도 있어!”

 

중국이 전투기를 띄우고, 미국도 일본에 있는 전투기 띄우고, 펠로시를 태운 C-40C의 비행경로를 확인해 보겠다고 저마다 플라이트레이더 24에 몰려들어서 플라이트레이더 24의 서버가 터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플라이트레이더 역사상 가장 많이 조회된 기체가 됐을 거다.

 

미국 측도 중국이 정말 미친 짓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레이시아에서 남중국해 거쳐서 대만을 가는 항로가 아니라 다른 길을 택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펠로시가 가로질러서 대만을 간다면?

 

“그래 대놓고 우리 무시하는 거지? 그래 한 번 해보자!”

 

라는 상황이 되는 거다. 결국 펠로시는 말레이시아 - 인도네시아 - 필리핀 - 대만 코스를 선택했다. 평소라면 5시간 걸릴 거리를 7시간에 걸쳐서 돌아서 들어간 거다. 이걸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었던 거다.

 

왜 하필 지금 낸시는 대만을 간 걸까?(원래는 봄에 가려고 했는데, 하필 이때 코로나 걸려서 여름에 간 거라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첨예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이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고, 대중국 포위망의 건재함과 칩4 동맹에 대만을 끌어오기 위해서 등등의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기가 너무 안 좋다.

 

가을에는 시진핑의 ‘운명’이 걸린 당대회가 있다. 여기서 장기 집권으로 가는 길을 닦아야 하는 시진핑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도 11월에 중간선거가 있다. 대만도 11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세 나라다 뒤로 빠지는 모양새를 비쳤다간... 정치적으로 힘들어지는 거다.

 

이 상황에서 펠로시가 날아간 거다. 중국이 광분하면서 대만을 포위한다, 미사일 쏜다, 포탄 쏜다 등등의 난리를 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다. 펠로시의 대만행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내뱉은 성명에서 모든 게 끝났다.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의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지금 세계의 구도가 어떤 식으로 재편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쇼 좀 그만해라!”

 

라는 한마디로 정리를 할까 한다. 뉴스에 나오는 펠로시를 보면, 미국이 마치 대만에 대해 엄청난 지원을 할 거 같고, 대단한 연대와 외교적 지원을 할 거 같은데... 실질적으로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있냐고 반문하고 싶다. 대만이 지금 제일 필요로 하는 건 ‘무기’다. 당장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데, 대만은 제대로 무기를 사 올 나라가 없다. 중국의 압박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었던 트럼프가 무기 수출을 승인했고, 바이든도 대통령이 된 후에 대만에 무기 수출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미국의 우선순위기 우크라이나가 되면서 무기 인도도 늦어지고,

 

“야야, 우선 급한 불 좀 끄자 응? 미안, 나중에 내가 잘해줄게 응?”

 

이랬다는 거다. 아니, 그 이전에 미국이 대만에게 한 짓을 생각해 보자.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무기 판매하는 걸 보면 대만으로선 환장할 노릇이다. 펠로시가 아무리 연대를 외치고 민주주의를 떠들어도 대만에게 더 필요한 건 무기다. 무기라도 화끈하게 팔아주면 모를까(공짜로 달라는 거도 아니고, 돈 주고 사겠다는데 대만은 무기를 살 수 없다). 미국은 여전히 찔끔찔끔 무기를 흘리고 있다. 펠로시의 행보가 그닥 진정성 있게 와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며, 국제정치가 얼마나 냉정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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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와중에 우리 윤석열 대통령. 펠로시를 패싱했다.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에, 미중 사이의 스탠스를 얼마나 잘 잡느냐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나라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곧 수장의 실력이다(마치 트럼프 당선이라는 국제 위기(?)상황에서 문재인 정권이 이를 잘 이용했듯). 헌데, 앗쌀하게 패싱을 해버려서 좀 황당하긴 하다. 

 

이유가 있는 거겠지? 이유가 있을 거라 믿어보자. 음주운전을 하는 것보다는 아예 운전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위안을 가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