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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새끼 저새끼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마음이, (울컥) 그들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습니다."

 

우리 윤통께서 이준석 대표를 이새키 저새키 불렀다고 한다. 과연 상남자, 싸나이 오브 싸나이, 큰형님의 화통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미담이라 할 수 있겠다. 상상해보자. 만약 윤통께서 폭탄주 말아 드시면서 "이준석 대표님은 말이야~" 라고 말을 시작했으면 얼마나 모양이 빠지겠냐. 친밀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술이 쭉 쭉쭉쭉 쭉 쭉쭉쭉 들어가며 어깨춤을 추는 자리에서는 응당 이스키 저스키가 나와야 가오가 산다.

 

이같은 윤통의 화통함에 깊이 감명받은 바, 이번 글에서는 나도 이준석 대표를 친근감의 증표로써 준스키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스키야.

 

1.

영화 <7번방의 선물>조차 무감흥으로 코 후비며 봤던 나조차 준스키의 기자회견을 보면서는 눈물을 찔끔했다. <체험 삶의 현장>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삶의 애환을 느껴버렸기 때문에. 과학고에 하버드 나온 준스키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왜 인생을 탕진하고 있나 싶어서. ㅜ..ㅜ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준스키가 눈물을 찔끔 흘린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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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이라고는 없는 좌파들은 이 사진을 보고, '준스키가 손가락으로 눈 찌른 거 아니냐'고 의심하겠지만, 그런 의심일랑 접어두자. 영상으로 보면 분명 눈물이 찔끔 나온 다음, 손이 올라갔다. 이 냉혈한들아!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다음 장면이다. 터져 흐르는 눈물을 마스크로 닦아내던 바로 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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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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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자. 마스크로 눈물을 닦는다기보다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틀어막는 것에 가깝다. 그러니까 입에서 나오는 비말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를 눈에 착용함으로써 터져 흐르는 눈물을 막았다. 정확하게는 두 손으로 꾹꾹 눌렀으므로, 틀어막았다고 봐야 한다.

 

본디 기자회견에서의 눈물은 감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진정성을 주무기로 삼는 기자회견에서 진정성의 상징이라 일컫는 눈물이 흐른다면? 떙큐다. 하여 우리는 숱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봐오지 않았던가. 심지어는 30초 넘게 눈을 깜빡이지 않아 만든 차력에 가까운 눈물까지도.

 

 

그런데 준스키는 눈물을 마스크로 황급히 틀어막았다. 따라서 이날 준스키의 기자회견을 '눈물의 기자회견'이라 명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눈물을 삼켜가며 한 기자회견에 가깝다.

 

즉, 준스키는 이 기자회견이 퍼포먼스에 그칠 것, 퍼포먼스나 쇼로 해석될 것을 경계한 것이다. 왜냐면 퍼포먼스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가 그날의 기자회견에 있었기 때문에...

 

2.

모두 알다시피 이번 주 수요일(17일)은 윤통의 백일이다. 27년쯤 했나 싶은데 아직 100일밖에 안 됐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백일은 소중하다. 정권 잡자마자 지지율 20%대를 찍어버린 윤통에게는 더더욱. 백일이란 그때까지 살아남은 아이를 축하하는 잔치니까.

 

준스키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했을 때, 날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 주가 바로 백일인데 기자회견을 토요일 오전에 한다니?

 

통상 기자회견을 하는 가장 좋은 타이밍은 일요일이다. 일요일에 하나 던져 놓으면, 가장 주목도가 높은 월요일 헤드라인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근래에도 과학방역의 대명사, 윤통 1년 뒤에는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는 소름 돋는 예언을 한 정치천재 안철수가 일요일 기자회견의 재미를 보고, 일요일마다 기자회견을 때려 기자들을 킹받게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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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가장 임팩트 있는 기자회견 타이밍은 일요일이나 월요일, 진짜 맘을 단디 먹고 돌상을 엎겠다고 생각했으면(메시지도 그만큼 강해야 하겠지만) 백일 날 맞불 기자회견을 했었어야 한다.

 

17일에 준스키의 미래가 달린 비대위 무효 법원 심리(정식 명칭은 비대위 출범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 요약하자면 비대위가 출범하며 날아간 내 당대표 내놔~ 되겠다)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 역시 반만 맞다. 임팩트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심리 기일 직전이나 백일 직전 혹은 맞불 기자회견이 더 나으니까.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뭔가가 애매했다. 주먹은 날리는데, 손에는 보송보송한 솜털 장갑을 끼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 꾸리꾸리한 의문은 준스키의 기자회견을 보자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3.

준스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이라는 괴랄한 표현을 써가며 국힘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의원 실명을 깠고, 비례대표 공천 비리를 폭로하고, 수도권 출마라는 함정 카드를 던졌다(본인도 세 번 떨어졌으면서).

 

그러나 정작 윤핵관에 의지해 정국을 말아먹는, 이 사태의 본질이자 본체인 윤통을 비판할 때는 봄날의 나비 다루듯 조심 또 조심하고, 어느 검사님들의 룸방에서 폭탄주가 돌아가듯 말을 쉼 없이 돌리고 또 돌렸다.

 

윤 대통령도 언급했는데, 리더십 위기에 대통령도 포함되냐는 기자의 평범한 질문에,

 

"보통은 어느 정권이나 국민들은 통에 대한 상당한 존경심 가지고 정치 보고 직선제 대통령은 상당한 권위를 가지기 때문에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지지율 관계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정당을 견인하는 상황이 보통 나온다. 그런데 7월 초를 기점으로 정당 지지율보다 국정운영 지지율 낮다고 하면 리더십 위기가 왔다는 것을 해석적으로 볼 수 있어. 개인적 판단 보다 지표상 함의가 명확하다."

 

인생 참 고되다. 대통령 참 못한다는 말을 한마디 못 해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진다. '해석적으로 볼 수 있어', '지표상의 함의가 명확하다' 이런 괴랄한 표현들은 언제나 논리가 박약할 때 등장하지 않던가. 윤핵관에 대해서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합니다"

 

라고 바로 직전에 언급했었다. 발언의 결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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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문자에 대한 태도는 이보다 더하다. 그냥 문자도 아니고 대통령이 직접 준스키에게 개망신을 줬다. 그런데 준스키, 이 사태를 이렇게 정리한다.

 

"이번 텔레그램 유출 사태는 그랬기 때문에 저에게는 다소 특이한 경험이다."

 

특이했다. 보통에서 벗어났다. 보통은 안 그렇다는 것. 직역하자면, 우리 윤통께서 그럴 리 없다는 것이다. 이 무슨 한 없이 순한 어린양 같은 말인가. 우리도,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특이하다는 게 무슨 뜻이냐 기자가 다시 질문하자,

 

"아무리 사적으로 주고받은 텔레그램이라도 '이면에 다른 생각들이 있으셨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특이하게 생각했습니다."

 

라고 답한다.

 

그리고서는 윤핵관이 자신과 대통령 사이를 가로막았고, 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대통령과 저의 문제는 상당 부분 오해에서 기인 됐다는 생각이 있다."

 

"모든 오해의 근원이 되었던, 이미 1년 넘은 '패싱입당' 이런 것들 전부, 제가 정보 유출했다는 오해 속에서 시작된 갈등이다."

 

오해라니. 이놈스키 준스키, 윤통을 절대선, 반인반신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 아버지와 자신의 사이를 윤핵관이라는 제사장 3명이 나타나 갈라놓았다는, 창세기에서나 볼법한 이야기가 떠오를 지경이다. 대체 이 어린양의 나약한 울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게 진정 안철수 x신이라고 말했던 싸가지의 대명사 준스키란 말인가.

 

4.

하여, 우리가 기자회견이라는 말의 잔치에서 읽어야 할 메시지는 명확하다. 말에 현혹되지 않고 메시지를, 본질을 보아야 한다. 말이 아니라 몸짓을. 준스키의 이 처절한 구애의 몸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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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처연한 구애는 무엇을 위한 구애인가. 혹자는 8월 10일 '이준석 키즈'라 불리던 국민의힘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출신 박민영이 대통령실 대변인실에 발탁된 것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말하자면, 준스키 대체자를 찾았으니 유통기한이 끝난 준스키는 여기서 손절하겠다는 윤통을 향한, 구애라는 것이다. 혹은 심플하게 준스키의 모가지가 달린 성 상납 문제와 연결할 수도 있다. 검찰 공화국에서 검찰 출신 대통령의 힘은 그야말로 막강하니까.

 

이제 남은 것은 윤통의 답이다. 윤통이 준스키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준스키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윤통이 이새끼 저새끼 준스키를 불러주었을 때, 그는 꽃이 될 수 있다. 꽃이 되지 않으면? 잣이 되는 것이다.

 

아아. 이준석은 꽃이 될 것인가. 잣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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