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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두손 두발 모아 간절하게 기다렸던 사람입니다. 제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던지, 선거 당일 날 기표소에서 손을 발발발 떨다가, 그만 2번이 아니라 1번에 도장을 찍어버렸지 뭐에요. 물론 온 나라의 도사들이 축복하는 윤통 당선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표를 바로잡지는 않았지만요. 헤헤.

 

아무튼, 제가 지난 100일간 꾸준히 지켜봤는데요. 이 사진은 좀 에바쎄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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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요즘 좌파들이랑 MZ세대가 개거품을 물고 달려든다는 그 사진이요. 물론 저는 좋았어요. 일찍이 윤통께서 탁현민 같은 “정치적 쇼"는 안 하겠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국사를 논하느라 카메라는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일하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모습... 뭐랄까. 진정성의 쓰나미가 느껴졌달까요.

 

특히 센타에 서서 전화 받으시는 여성분이 좋았어요. 저 살아 있는 표정. 왜 사진작가들이 모델한테 “카메라 잡아먹어!” 하잖아요. 이날 회의가 ‘비상경제민생회의' 였다는데, 카메라뿐 아니라 민생도 잡아먹을 저 기세! 저 저분 알거든요. 기자 출신이고, 대통령실 대변인이시잖아요. 항상 기자들과 바쁘게 소통하는 자리니까 사진에서도 저렇게 전화를 받고 계신 것이겠죠?

 

그리고 대통령 맞은 편에 앉은 파란셔츠, 안상훈 사회수석님. 이분도 좋았어요. 왜 문학에서 그런 표현 있잖아요. ‘우리는 P의 말을 숨죽여 들었다’ 이런 거. 저는 그게 문학적 표현인 줄 알았는데, 저 표정 보세요. 진짜 숨을 안 쉬고 있어요! 얼굴이 시뻘게!! 제 친구 중에도 꼭 사진 찍을 때 숨 안 쉬는 바보놈이 있는데, 그런 건 당연히 아닐테고. 대통령 말씀을 애타게 기다리며 들숨 날숨조차 잊은 게지요.

 

그 외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에서 영감을 얻은 르네상스적 구도, 사진 센타 자리를 내줬음에도 자신이 주인공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윤통의 확신의 센터상, 무려 기획재정부 장관의 얼굴을 잘라 먹는 호방함 등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오늘 본론은 그것이 아니니 이만 줄이도록 할게요.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 그리고 뭐든 까는 좌파들이에요. 80년대라는 둥, 조선이 아니고 북조선이라는 둥, 비단 이번 사진뿐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진정성 터지는 사진을 올릴 때마다 물어 뜯을 거에요. 지지율에도 당연히 좋지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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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 현장에 구경나온 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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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足掌, 임금님의 발. 족발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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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잉크로 일하는 윤통

 

그래서 제가 대통령실 지원을 결정했어요. 아쉽게도 대통령실 지원시 가산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극우 유튜버나 일베 경력은 없어요. 하지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기획과 연출, 사진과 영상,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두루 재능을 갖춘 홍보 전문가라 할 수 있죠.

 

대학교 다닐 때, 조별과제 ppt는 항상 제가 만들었구요, 찍사라고 하죠. mt가도 사진은 항상 제가 찍었어요. 행사요? 저희 큰아버지 고희연 때 기깔나는 연출로 동네 어르신들 어깨춤을 40분 내내 멈추지 않게 만든 게 바로 저에요.

 

뭐 저의 연출, 기획에 관한 썰을 풀자면 아라비안 나이트가 될 것 같으니 이쯤 하고, 제 실력을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처음 사진으로 돌아가 봐요. TPO라는 말 들어보셨죠? 패션 용어인데 옷을 입을 때는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맞게 입어야 한다는 거에요.

 

우리 연출 업계에도 그런 명언이 있는데요. 연출 기획 업계의 국제적 거장 ‘시바사키 생쑈키' 센세의 말씀인데, 사진이든 행사든 연출에는 GPO가 중요해요. 자, 다시 한 번 반복해요. 

 

Goal(목적)

 

Place(장소) 

 

Occasion(상황)

 

이렇게 세가지 요소에요.

 

자, 그럼 GPO에 맞게 위 사진을 연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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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역사는 룸에서 대국적으로 이뤄지는 법. 이렇게 바꿔놓으니까 원본보다 훨 낫죠? 배경을 강남 룸방으로 바꿨을 뿐인데 우리 윤통 인물이 확 사는 것 같네요. 물 만난 물고기 같달까?

 

목적: 강남 민생 투어

 

장소: 강남 룸살롱

 

상황: 소맥을 말 것인가, 양주로 달릴 것인가 고뇌하는 대통령과 티 안나는 법인세 인하 방안을 고심하는 참모진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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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냄새가 그리워‘ 검찰청으로 돌아오셨다는 우리 윤통. 윤석열 정부 내각은 검사 출신이 많고도 많다지요? 뭐니뭐니건희 해도 검사하면 짜장이지요. 마침 우리 윤통께서도 윤짜장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가지고 계시구요.

 

목적: 윤통 점심식사

 

장소: 중국집

 

상황: 짜장이나 간짜장이냐를 두고 고뇌하는 대통령과 국론분열의 주역인 부먹-찍먹을 두고 고심하는 참모진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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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연출이 윤통의 삶에 근거한 리얼리즘 작품이었다면, 이번에는 미래 지향적인 연출, 즉 퓨쳐리즘을 시도해 보았어요. A급 전범을 참배해도, 우리 영공을 침해해도 일본은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이웃이니까요.

 

목적: 왜교

 

장소: 야스쿠니 신사 앞

 

상황: 야스쿠니 앞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데울 것인가, 차게 마실 것인가 고뇌하는 대통령과 신사 참배를 관습으로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참모진들.

 

어떤가요, 이 정도면 합격점이죠?

 

저, 바라는 것도 많지 않아요. 대통령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할 거니까 워라벨도 걱정 없고, 돈도 뭐 조금만 주셔도 되요. 요즘 보니까 국유재산 폭탄세일을 하는 것 같은데, 이러쿵 저러쿵, 우리가 남이가! 하면 일개 대통령실 직원인 저에게도 떨어지는 것이 있지 않겠어요? 우리 윤통께서 또 그렇게 통이 작으신 분은 아니니까.

 

아무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 결정되면 바로 출근 가능하니 아삽으로 연락 부탁드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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