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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래와 같은 기사가 나왔다고 해보자

 

[단독] 청와대 리모델링 공사, 김정숙 여사 가까운 지인이 맡았다

-김정숙 여사와 김장김치 나눠먹는 사이인 모 지인의 남편 업체가 공사

-업체 "김정숙 여사 몰라, 세종청사 설계 경험으로 계약"

 

[단독] 김정숙 여사, 12억 청와대 관저 리모델링사 대표 대통령취임식 초청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사 대표 김정숙 여사 초청으로 참석

-보름 뒤 관저 공사 수의계약, 대표 "그냥 궁금해서 참석"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두 달 후 위의 기사가 터졌다고 상상해보자. 어렵냐? 그럼 이건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 "퇴근하면서 보니 다른 아파트 침수 시작" 발언 논란

-후보 시절엔 "산불 나면 청와대 있더라도 헬기 타고 와야"

-"내가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이건 비교 대상이 있어서 상상이 그리 어렵지 않다.

 

대통령 부부, 코로나 속 '파안대소' 논란… 일부 네티즌 비판 글

-지난 19일 하루에만 확진자 22명 늘었는데 20일에 靑 오찬 행사 강행

-네티즌들 "영화 '기생충'서 서민들 폭우맞고 이재민됐는데 부자가 저택 정원서 파티한 격"

-野 "국민과 동떨어진 靑의 파안대소… 확진자 급증했는데 행사 미뤘어야"

 

'세월호' 컵라면과 '코로나19' 짜파구리

문재인 대통령 부부 '기생충' 제작팀과 짜파구리 먹은 다음 날 '코로나' 확진자 수 346명으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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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월간조선>

 

이재오 "청와대, '짜파구리 파티' 하다가 코로나 확산"

-박지훈 "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 감독과는 먹을 수도"

-이재오 "먹을 때 먹어야지 아무 때나 먹나?"

 

[朝鮮칼럼 The Column] 청와대의 '짜파구리 헌정'이 보여준 것

고기 넣은 짜파구리는 위선과 차별의 아이콘 부유층 꼬집는 기호

메뉴의 함의 이해 못하고 호기심 자극 아이템에 눈길… '문해력' 수준 드러낸 건가

 

[동서남북] '청와대 짜파구리'와 '황제 컵라면'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 무한대로 끌어올린 文 정부

-코로나엔 낙관론으로 질주… 靑·政에 과속방지턱 전무

 

[기자의 시각] 짜파구리와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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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미나리로 만든 짜파구리 준비 중"은

조선일보 기자께서 친히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문화를 이용하지 말라고 했던 

본 기사의 기자는,

이번 칸 국제 영화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영화인들의 만남을 어떻게 봤을까?

출처-<조선일보>

 

"코로나 사망자 나왔는데 靑은 짜파구리 파티" 정부에 억대 소송

 

'기생충 짜파구리' 논란 文과 다른 소통 행보 이어가는 尹…극장서 '칸 수상' 송강호 만난다

-코로나19 사망자 나왔는데 기생충 팀 청와대 불러 논란

-대통령실 아닌 직접 극장 찾는 윤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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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대통령실>

 

조선일보에서 문재인과 짜파구리로 검색한 결과의 극히 일부분이다. 귀찮아서 다른 매체는 찾아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굳이 찍어 먹어봐야 윤석열인지 된장인지 알 수 있는 건 아니잖은가. 세상엔 그냥 딱 보면 아는 것도 참 많다.

 

지금은 향후 2년간 큰 선거가 없어서 보수언론도 "제발 쫌!"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지만, 선거 코앞에 다가와 봐라. 언제 그랬냐는 듯 '그래도 내 새끼'를 찾을 테니 말이다.

 

 

2. 내가 어제 바지에 똥을 쌌는데 후속보도를 안 해준다

 

내가 전날 먹은 모둠물회가 탈이 나서 바지에 똥을 쌌다. 딴지일보가 특종 내지는 단독을 친다. 하지만 마사오란 인물은 아무런 뉴스 가치가 없다. 그럼 고작 SNS에서 내 지인이란 것들이 날 놀려먹는 걸로 몇 번 소비되고 그 뉴스는 조용히 묻힌다.

 

만약 내가 바지에 똥을 싼 것이 사회적 반향과 여론의 움직임을 끌어내려면 타 언론사들의 follow-up이 뒤따라야 한다. 마사오의 평소 식사 습관, 건강 상태, 학창 시절 교우관계, 패션 감각, 여자관계, 전과기록, 부모·형제와의 관계, 사돈의 팔촌의 직업, PC 하드 명세 등등에서 자극적인 소재가 나오면 "어느 중년 아재가 바지에 똥 쌌다"는 하나의 사실은 국민 보건과 국가안보의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이대로 좋은가"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우리는 몇 년 전 생생하게 그 현상을 목격한 바 있다. 바로 조국 일가 사건 때였다. 혹자는 말한다. 아직도 "언론 탓"이냐고.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좋은 답변은, 쌩 노가다를 뛰어서 앞서 얘기한 매체들의 follow-up(후속보도)을 수치로 비교-계량하는 것일 테지만 난 그럴 능력도 없고 그럴 생각조차 없기에 그냥 느낌적 느낌이라 치고 주장할 뿐이다.

 

하지만 '느낌적 느낌'이 '계량된 수치'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언론매체가 단순히 클릭 장사에 매몰될 경우엔 수치가 유용하겠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른 문장과 그에 따른 이미지를 파는 언론 특유의 성질을 감안하면 그 기사 행간에 숨은 '악의'는 느낌적 느낌으로 파악하는 것이 훨씬 유용할 테니 말이다.

 

<'대입용 보고서' 돈 주고 대리 작성 학생·학부모 선고유예> 같은 기사를 보고 많은 이들은 "그럼 조국 일가는?"이란 의문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저 뉴스에 등장하는 학부모는 그 누구도 세상을 향해 '입바른 소리'를 한 적이 없다. 따라서 저 기사는 그저, 입시에 미쳐 돌아가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조촐하게 조망할 뿐이다.

 

하지만 조국은 다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기 마련이다. 훤칠한 외모에 강남 사는 금수저, 서울대 법학과 교수라는 화려한 날개를 달고 좋은 세상을 꿈꾸자고 주장해왔다. 그러니 대중들은 날개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의 '추락'에 환호작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여흥으로 즐기던 인간의 취향은 한반도 거주민들이라고 비껴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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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그리고 이를 놓칠 리 없는 보수언론은, 평소 파업 현장이나 집회-시위 현장에서 '국민 감정법'이니 '헌법 위에 뗏법'이니 하며 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피를 토하던 논지를 후딱 뒤집어 '내로남불'이라는 국민 감정법의 총아에 날름 올라타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로마 시대 콜로세움 현장을 생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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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3. 조선일보와 조선일보는 서로 자주 싸운다

 

어제의 조선일보와 오늘의 조선일보가 싸우는 모습은,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런 신문이 대한민국 1등 신문임을 자처하는 데에서 진정한 심각성이 있다. 보수지나 경제지가 곡학아세하는 것보다 더욱 나쁜 것은 기본도 안 지키며 받아쓰기 중계에만 급급한 게으른 환경이다. 어느 한 미친놈이 적극적으로 사고 치는 것보다 그를 둘러싸고 "잘한다. 잘한다." 부추기거나 침묵함으로써 그런 환경 조성에 일조하는 것이 더 나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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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의 조선일보가 일관되게 사랑하는 이들이 쫌 있다

특정인의 시점을 철저히 반영한 일러스트

출처-<링크>

 

언론개혁법이니 뭐니 하는 건 단순히 결과를 약간 바꿀 뿐 근본개선책은 되지 못한다. 이 땅에선 이미 정론(正論)이란 것이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 대다수가 그런 것엔 관심도 없고 문제의식도 없는 데다가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에게도 그런 걸 가르치지 않는데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질 리 만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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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조선일보는 싸우지만

두 조선일보 마음에 품은 생각은 같다

출처-<뉴스타파>

 

더군다나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을 찍었다"는 반푼이들까지도 들쳐업고 가야 하는 길이기에 더더욱 험하고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이를 어쩐다? 정녕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다 죽어야 할 운명인 걸까?

 

요즘 딴지마켓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거의 혼자 짊어지고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딴지가 흰쌀밥에 고깃국은커녕 피죽으로 연명하면서 어떻게 정론(正論)지로서 시대적 소임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밀어주자. 쫌.

 

... ...

 

... 응?!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내가 더 걱정된다고? 우리 마사오, 요즘 살림살이는 어떻냐고? 괜찮다. 다들 티는 안내지만 아무리 망해도 쪼오오오오기 밑에 마사오가 있다고 안심하잖냐. 내가 아무리 망해도 "쟤"보다 낫다할 때의 "쟤"를 맡은 이상, 언제까지고 여러분의 안심을 책임지겠다. 나만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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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면 찌른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