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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앙꼬 작가와 딴지의 20년 인연

앙꼬 작가는 '딴지'와 인연이 있다. 무려 20년 전이니 기억할 독자가 많을까 싶은데, 앙꼬 작가가 대학생일 때, '앙꼬의 그림일기'를 연재했다. '만화창작과' 학생이던 앙꼬는 <테두리 청춘호>라는 동인지에 만화를 그렸고, 이 동인지는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지원하는 우수만화 동인지로 선정되었다.

 

<테두리 청춘호>에서 앙꼬가 그린 작품은 'The Life'로, 주인공은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 남성이다. 앙꼬 특유의 생략과 과장이 살아 있는 선과 매우 꼼꼼한 배경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다. 대사 대신 독백하는 듯하게 주인공 마음을 보여준다. 앙꼬의 작품성은 이때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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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의 누군가 우연히 <테두리 청춘호>를 봤다. 여러 작가 가운데 앙꼬 작가를 콕 찍어 작품 섭외를 의뢰했다. 그때 앙꼬를 선택한 편집자(설마 총수는 아니었겠지?)의 안목을 높게 평가한다. 이때가 2003년이었다.

 

‘열아홉’과 ‘나쁜 친구’. 아직 읽지 않은 독자라면 추천한다. ‘열아홉’은 청소년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내용이다. 반마다 불량한 친구들이 있었고, 그들의 행동에 겁을 먹거나, 그런 친구들과 어울리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2. 단편집 <열아홉>

단편집 <열아홉>을 보자. 작품 'The Life'는 학생 때 동인지 '테두리'에 실렸다. '엄마'와 '할머니'는 각각 상을 받은 작품이다. '열아홉'과 '찔레꽃'은 무크지 <새만화책>에 실렸던 작품이다. 

 

타이틀 작품인 '열아홉'은 뒤에 장편 만화로 나올 '나쁜 친구'의 프리퀄이자 시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단편이지만 강렬한 내용이다. 십대 청소년의 현재를 주인공 경진을 통해 보여준다. 앙꼬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작가가 일부러 비유와 은유를 의도하지 않지만,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삶의 본질을 건드린다.

 

주인공 경진은 '노는 아이'다. 사회에서는 이런 청소년을 '비행 청소년'·'불량청소년'·'일진'등으로 부르지만, 정작 경진과 그의 친구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담배 피고, 몰려다니며 또래 학생들을 폭행하는 등 우리 통념으로 불량청소년인 이들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어떤가. 쉽게 불량청소년으로 낙인찍고 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나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경진은 사고를 치고 다니는 자기 행동이 객관적으로 옳지 않다는 걸 안다. 그렇다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런 경진에게 아버지는 주먹을 휘두른다. 머리가 찢어진 채 피를 흘리며 맨발로 도망 나온다. 경진은 그를 위로하는 친구에게 말한다.

 

"지금 이렇게 우는 것도 그냥 우는 거야. 그냥 맞은 곳이 아파서... 그것 말고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게 너무 웃기다."

"아빠는 언제까지 나를 때릴까."

"난 언제까지 잘못을 할까."

 

그러자 친구가 말한다.

 

"너도 언젠가는 어른이 되겠지."

 

이 한마디에 담긴 의미와 무게는 남다르다. 경진의 독백 역시 자기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존재의 한계, 인식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아직 모든 것이 미숙한 청소년의 삶이 비균질하고 좌충우돌하는 건 자연스럽다. 폭력을 미화해서는 안 되지만, 폭력이 발생하는 청소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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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의 가장 큰 미덕은 작가가 관찰자의 시점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는데 있다. 불량청소년을 다루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곧 작가인 경우는 거의 없다. 관찰자의 시점은 명백한 한계를 보이지만, 주인공이 곧 작가라면 작품을 다루는 세계관이 달라진다. <홀리랜드>의 작가 코우지 모리도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길거리 싸움 만화를 그렸듯이 '어두운 세계'를 직접 경험한 작가의 작품은 자료 조사로 그린 만화와는 질감이 다르다. 

 

3. 장편 <나쁜 친구>

장편 <나쁜 친구>는 앙꼬 작가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열아홉>에서 고등학생 주인공의 방황하는 삶을 그렸다면, <나쁜 친구>는 시간이 흘러 주인공 진주가 서른 살이 되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중학생인 진주는 학교에서 '일진' 정애를 만난다. 정애는 어울리는 친구들과 후배들을 폭행하고, 밤이면 정애의 집이나 빈집, 폐가에 모여 술, 담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정애의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건달에다 자식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인간이다. 진주가 어울리는 '일진' 친구들도 하나같이 복잡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부모의 이혼, 가출, 가정폭력 등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가난하다는 점이다. 부모가 가난한 건 배우지 못했고, 물려받은 재산이 없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지 못했고, 이런 모든 것들이 악순환으로 이어져 빈민의 부모를 둔 자식들은 다시 빈민이 되는 구조적 한계에 놓이게 된다.

 

진주와 정애는 각각 아버지에게 폭행당하고, 가출을 결심한다. 둘은 이미 술집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여관에 머무르며, 밤에 술집에서 일하기로 한다. 그렇게 화장을 짙게 하고 술집에 나가지만 진주는 '진짜' 어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자 화들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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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 머물던 학교와 동급생의 세계는 우물 안 개구리가 바라보는 세계였음을 깨달은 것이다. 둘은 가출해서 잠시 행복했지만, 부모와 가족이 있는 집을 떠난 것을 후회한다. 그렇게 둘은 집과 학교로 돌아간다. 그러나 정애는 다시 혼자 가출하고, 학교로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갈 곳이 있었던 진주와는 다르게, 정애는 돌아가면 반겨주는 부모도, 집도 없었다. 철저하게 홀로 세상을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정애의 삶을 진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절실하게 깨닫는다. 진주 자신은 온전한 삶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지만, 정애는 과거의 그곳,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과 절망이 아우성치는 지옥 같은 과거의 시간에 지금도 묶여 있다. 진주는 정애를 찾을 수도, 만날 수도 없다.

 

이제는 은행원으로 일하는 학교 친구에게서 정애 동생 정희의 소식을 들으면서 진주의 절망은 더욱 커진다. 사창가에서 일하고 있다는 정애 동생. 우연히 버스에 오르는 정애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깊이 숙여 들키지 않으려 했던 자기 모습에서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 정애는 아직 '그곳'에 살고 있었다.

 

진주는 자기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이제 진주는 '그곳'에서 멀리 떠나왔으니까. 진주가 정애를 피하는 건 정애를 마주하기 두렵기 때문이다. 정애와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정애만 두고 자신만 밝은 곳으로 빠져나왔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 정애를 만나게 되면 떠오르는 어두운 과거에 관한 무의식적 두려움 등이 정애를 발견하고도 고개를 숙이고 외면하는 이유였다.

 

미국 작가 체스터 브라운의 작품을 보면, 작가 개인의 경험(성매매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렇게 작가 개인의 경험을 통해 표현하는 사건은 개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수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경험하거나 고민하는 내용이라는 걸 보편화·공론화하는 의미가 있다.

 

즉, 앙꼬 작가가 자기의 과거를 그렸다고 해서, 그것이 단지 개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동시대 개인들의 기억과 공감을 끌어내는 의미가 있다. 그런 면에서 작가주의 만화는 리얼리즘 만화이며, 필연적으로 사회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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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작가 특집이 실린 월간 그래픽 노블 

출처-<교보문고>

 

4. 앙꼬 작품의 특징

작가주의 만화에서 형식(이미지)은 내용(서사)과 분리할 수 없다. 작가주의 만화가 아닌, 대중성을 강조한 만화의 경우, 형식(이미지, 그림)과 내용(서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양산형 만화는 이미지가 서사와 통일성을 이루지 못하고, 단지 서사의 도구로 쓰이는 경향을 보인다. 요즘 웹툰 만화의 큰 줄기를 이루는 로맨스 판타지 만화를 보면, 작가는 달라도 그림은 비슷하다.

 

그래픽 노블에서 그림은 독창성이 특징이다. 즉, 작가만이 가진 독특한 개성과 특징이 드러나는 그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극단적인 예로, 작가주의 만화(그래픽 노블)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글자가 전혀 없이 그림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박건웅 <꽃 1부>,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사랑의 바다>, 요리스 메르텐스 <베아트리스> 같은 작품은 텍스트(문자)가 전혀 없지만, 독자는 서사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이미지를 읽을 수 있다.

 

원론으로만 보면, 만화에서 문자(텍스트 기호)는 이미지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의미가 보다 선명해진다. 스콧 맥클라우드가 <만화의 이해>에서 말한 '생략의 원리'에 따르면, 이미지의 생략(만화 선의 간략화)은 곧 독자의 상상력 향상을 일으킨다고 했다. 만화에서 이미지의 생략과 함께 텍스트의 생략 역시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앙꼬 작가의 작품은 이미지와 텍스트(문자 기호)가 온전히 융합한다. 그의 공식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는 <The Life>는 지문(독백)만 있고, 만화의 칸에 주인공이 직접 발화하는 말풍선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형식미(그림)는 매우 뛰어나서, 스무 살을 막 넘긴 청년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앙꼬 작가의 작품에서 서사를 말하기 전에, 그림 자체를 말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앙꼬 작가의 작품에서 그림을 꼼꼼하게 읽을수록 재미와 즐거움이 커진다. 앙꼬의 작품은 서사의 개성도 뛰어나지만, 그림 한 칸 한 칸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작가의 변태적(?)일 정도로 집요한 펜선을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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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앙꼬 작가의 이력

앙꼬 작가는 '딴지일보'에서 데뷔했으니, 딴지일보 독자들은 퍽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딴지일보가 픽해서 연재한 만화들은 대부분 히트를 친다. 최근으로 치면 압듈라 작가의 "까면서 보는 해부학(링크)"이나 갈로아 작가의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링크)" 등도 엄청나게 히트했다). 2017년에 앙꼬 작가는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나쁜 친구>로 '새로운 발견상'을 받았다. 한국 작가로는 최초 수상이다. 이 상은 말하자면 칸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에 해당할 정도로 대단한 상이다.

 

2003년에 딴지일보에 <앙꼬의 그림일기>, 2004년에 야후의 비주얼 뉴스에 <앙꼬와 진돌이>를 연재하면서 작가로 발판을 만들어 간 앙꼬 작가는 2004년 자신의 첫 단행본을 출판한다. <테두리 청춘호>를 제작한 <새만화책>의 김대중, 조경숙과의 인연으로 <앙꼬의 그림일기>도 <새만화책>에서 나왔다.

 

2003년, 앙꼬 작가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지원하는 공모전에 단편만화 <엄마>를 출품해 금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에서 단편만화 <할머니>로 최우수 졸업작품상을 받았다. 이 해에 SICAF에서 상을 받은 작가는 대상 이두호, 작품상 <호두나무 왼쪽 길로> 작가 박흥용, 단편만화상 <사랑은 단백질>의작가 최규석 등으로 한국 최고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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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 최경진 작가

출처-<한겨레>

 

앙꼬 작가의 활동 경력

2002년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 입학.친구가 원서를 대신 넣어주었다. 만화동아리 '테두리'에 들어갔고, 만화회지에 처음 만화를 그렸다. 만화회지를 보고 '딴지일보'에서 연락이 온다

2003년 딴지일보 '앙꼬의 그림일기' 연재

2003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제작지원 공모전 단편만화 금상 수상 - '엄마'

2004년 1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창작과 동인지 '테두리' 발간. 부천만화정보센터 출판지원 우수만화동인지 선정. 

2004년 야후 비주얼 뉴스 '앙꼬와 진돌이' 연재

2004년 11월 단행본 '앙꼬의 그림일기' 출간, 새만화책

2004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

대상 이두호, 작품상(장편&연재만화상), (만화스토리상) 박흥용 '호두나무 왼쪽길로', 단편만화상 최규석 '사랑은 단백질', 최우수 졸업작품상 앙꼬 '할머니'

2006년 '새만화책' 1호 '열아홉'

2006년 '새만화책' 3호 '찔레꽃'

2007년 단편집 '열아홉' 출간

2008년 '새만화책' 5호 '스쳐가는 바람'

2010년 용산 참사 다큐멘터리 만화 -내가 살던 용산 '상현이의 편지' 작품

2012년 '나쁜 친구' 발간

2012년 '나쁜 친구' - 첫 장편만화 -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

2013년 살북 6호 '만화를 그리지 못했습니다'

2013년 '삼십 살' 출간 - 만화 일기

2015년 '섬과 섬을 잇다' 장애인 농성장 취재 만화 - 광화문 인터뷰

2016년 '나쁜 친구' - 프랑스에서 번역 출간

2016년 3월 브뤼셀 만화박물관 갤러리관에서 한국만화 최초 앙꼬 작가의 '나쁜 친구' 공식 전시

2017년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앙꼬 작가 '나쁜 친구' 황금야수상 최종 후보

2017년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앙꼬 작가 '나쁜 친구' 새로운 발견상 수상 - 한국만화 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