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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1) 처음에 이기다가

 

2) 러시아의 물량과 공세에 밀려 위기에 빠졌다가

 

3) 다시 역전하고 있다

 

이제 다시 우크라이나가 이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황이 변화하는 배경에는 물론 미국의 개입이 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조국을 지키려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상수가 있다. 이 사람들은 정말로 푸틴의 지배를 받느니 전쟁터에서 죽겠다고 작정한 걸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전황을 미국의 입장에서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즐거운 비명

 

전초에 러시아의 공세를 우크라이나가 성공적으로 방어해 내고 러시아군을 늪에 빠트리자 서방세계는 환호했다. 미국은 러시아라는 위협이 자국군의 피 한 방울 흘리는 일 없이 붕괴하는 파티에 참석하게 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랜드리스 법안을 통과시키고 우크라이나인이 미제 무기를 들고 미군 대신 싸워주는 흥겨운 영화를 관람하는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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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당시 루즈벨트가 시행한

랜드리스(무기대여법)관련 만평

출처 - 링크

 

2) 희망 회로

 

그런데 미국의 무기 지원이 어째서인지 별달리 빠르지도 화통하지도 않다. 랜드리스 법안 통과 시기를 부활절 휴가를 이용해 미루는 등 이 핑계 저 핑계 잘 댔으나... 사실은 영화가 너무 재밌는 나머지 두 시간짜리를 반지의 제왕마냥 세 시간짜리 영화 트릴로지로 감상하려 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장에 오래 붙잡혀 있을수록 더 철저하게 붕괴된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승전을 철석같이 믿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무기는 정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지원해 주며 승전이 지연될수록 좋다. 물론 그동안 우크라이나인들이 흘리는 피눈물은 강을 이루게 되겠지만, 그들은 미국인이 아니잖은가. ^^

 

3) 발등의 불

 

러시아가 이빨과 발톱이 빠진 사자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사자는 덩치만으로도 개를 깔아뭉갤 수 있다. 그리고 한 번 사냥에 실패한 사자 역시 생각이란 걸 한다. 계속된 공세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위기에 몰아붙였다. 미국과 영국이 만면에 웃음을 짓고 확신한 대로, 러시아라는 맹수는 키이우 대공세에 실패한 시점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그때 러시아의 거시적인 운명이 정해진 건 맞겠다. 하지만 어디 맹수가 화살 한 발 꽂혔다고 그냥 죽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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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희망 회로는 우크라이나가 이길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미국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늦었다. 무기가 무슨 오늘 던져주면 내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운용법을 학습하고 훈련하고 실전에서도 전적을 쌓아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데 그게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니다.

 

4) 그래서 지금...

 

현재 하이마스와 같은 미제 고급 무기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재역전승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미래를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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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동 대구경 다연장 로켓포 하이마스

 

그럼 미국은 무엇을 얻었는가? 아무래도 <망했어요> 아이템을 두 개 얻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미국은 과거처럼 구원자나 칩입자, 적극적인 설계자가 되는 길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우-러 전쟁에서 미국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안전한 조정자가 되고자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재주는 우크라이나가 넘고 꿀은 미국이 먹으려고 한 건데, 그 결과는...

 

5) 망했어요1

 

결과적으로 보면 미국은 빨리,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했다. 전쟁이 이렇게 장기화될 줄은 몰랐겠지. 우-러 양쪽 다 포기를 모른 채로 말이다. 미국은 결국 장기적인 세계경제 위기를 눈 뜨고 방치한 꼴이 되고 말았다. 미국과는 상관없는 사태이긴커녕 미국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다. 중국이 코로나 패스. 러시아는 패스를 받아 슛 - 전쟁. 후지산.. 아니 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까지 미국은 그 강력한 힘을 행사하지 않았다. 막대한 낭비고 손해다.

 

6) 망했어요2

 

미국이 총 대신 꿀통을 냅다 집어 든 순간, 미국 내부에서는 즉시 우려가 튀어나왔다. 그 우려란 '이제 한국과 일본, 대만 같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우산을 얼마나 믿겠느냐?'라는 것이었다. 핵우산은 적대국의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대신 자동적으로 핵보복을 해준다는 개념인데, 당연히 동맹국들이 핵개발을 하지 않은 데 대한 보상이다. 하지만 세계의 경찰이라 한들, 강력 범죄 현장에 출동해 총을 꺼내들지 않은 경찰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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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도 아니고 미국에 의무를 지울 수 있는 나라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의지를 확인하기에는 좋은 무대다. 각자도생하려는 동맹국들의 몸부림을 막을 명분이 희석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세계는 중세를 향해간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각 국가는 독립된 중세의 성채가 되어야 할 운명인데 하필 한국 옆에는 중국이라는 공룡이 있다. 이 공룡 성질이 매우 좋지 못하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운은 꺾인 것이 아니냐?' 세계적인 전망이기도 하고 중국의 확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미국이다. 로마제국은 국운이 꺾인 후 붕괴하기까지 400년이 걸렸다. 그러고도 동로마제국이라는 시즌 2를 이어나갔다. 미국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 사실이라 한들, 그 과정은 매우 길고 완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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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리아누스 장성은 로마제국의 완성인 동시에 한계이자, 우하향의 시작이기도 했다. 로마는 제국의 안팎을 가르는 벽 안에 갇혀 고유의 동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마가 지중해 세계의 패자이자 중심이라는 사실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았다. 세계가 성채화된들 미국 역시 그러할 것이다. 트럼프처럼 정신 나간 황제는 로마에도 있었지만 그걸로 제국이 무너지지는 않았다(조금 흔들리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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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르메니아 그리고 대한민국

 

로마제국의 숙적이자 불구대천의 원수인 파르티아 옆에는 아르메니아라는 소국이 붙어있었다. 아르메니아는 문화적, 역사적으로 파르티아와 밀접한 관계였다. 그러나, 아니 그렇기 때문에 아르메니아는 파르티아를 가장 경계했다. 조국을 멸망시키고 흡수할 제1순위 후보는 파르티아였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는 현명하게도 로마와 피를 나눈 동맹국이 되었다. 손자병법에 '원교근공(遠交近攻 먼 곳과 사귀고 가까운 곳을 때림)'이라는 말이 있다. 역사가 증명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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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00년경 동지중해.

노란색이 파르티아, 그 옆에 옆에 아르메니아.

출처 - 링크

 

로마는 중동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파르티아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아르메니아의 좋은 친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로마는 파르티아의 수도 크테시폰을 세 번이나 함락했지만 끝내 파르티아를 정복하지 못했다. 파르티아는 사산조 페르시아로 교체되었고 로마는 결국 사라졌다. 그런데 아르메니아는 아직도 살아있다. 최근에 아제르바이잔에게 심하게 얻어맞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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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비약이겠지만 복잡한 맥락을 쳐내고 단순 대입하면 한국-미국-중국의 관계는 아르메니아-로마제국-파르티아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나는 한국의 선택지가 미국이냐, 중국이냐에 대한 답은 명백히 정해져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86 정치인들의 낭만적인 친중 감성, 큰 그림이 전혀 보이지 않는 현 정부의 왔다리 갔다리 외교는 모두 위험하다. 차이는 있다. 전자는 답답하고 후자는 정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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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은 미국을 버릴 수 없고, 버려서도 안 된다. 명확한 기준의 토대 위에서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해..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