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인, 농인.
듣는 사람(청인. 기구의 도움으로 청력으로 의사소통 가능)과 들을 수 없는 사람(농인. 소리만으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 한 경우)을 나누어 부르는 말 입니다.
제 아들은 농인은 아닌데 청각장애가 있습니다. 보청기를 끼면 들립니다. 어릴 땐 그저 말이 좀 늦게 터지는 건가 했는데, 이 녀석이 소리 나는 책을 잘 보다가 귀에 가까이 대고 가지고 놀더군요. 부랴부랴 병원에 찾아갔을 땐 이미 청각이 많이 상해서 아주 큰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상태였죠.
잘 키워보고 싶어서 못된 짓도 많이 했습니다. ‘물’이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물을 주지 않고, 시늉으로 하면 혼내고, 소리를 느끼게 한답시고 아이 손을 가져다가 제 입에 대고 한 시간씩 반복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녀석은 슬픈 눈을 하고는 저를 멀리했었죠.
어느 날인가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들으러 갔는데, 강사님이 ‘여기 청각장애 있으신 분 손들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 엄마들 몇 분이 손을 드십니다. 강사 분이 “제가 여기 청각장애 엄마들 다 울려보겠습니다.” 하시더니, 제가 아들 어렸을 때 말 가르친다고 하던 행동을 똑같이 하시더군요. 금세 엄마들의 눈시울이 붉게 변하더니 눈물이 방울졌습니다.
집은 지옥이고 청각장애 학교는 천국이었대요. 수화로 대화할 수 있는 학교에서는 일원이 되는데, 집에서는 겉도니까요. 명절에 기숙사에서 집에를 오면 엄마가 친척들에게 보이기가 싫어서 돈 만 원 주고 나가 놀다오라고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통곡이 이어지더라고요. 충격이었습니다. 내 새끼를 지옥에서 키우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억눌린 마음에 말을 더 못했겠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저도 하염없이 눈물이 났습니다. 미안해서, 내 새끼한테 미안해서.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죠.
청각장애가 있는 엄마들끼리 모이면 어찌나 수다를 떠는지 모릅니다. 수화로 잘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은연중에 장애인을 ‘나보다 못한 사람’으로 깔보고 있었구나 하는 것도 이때 느꼈습니다. 이분들이 나보다 더 훌륭한 부모인데 말이죠.
강사님이 다시 묻기를,
“내 아이가 청인이길 바라셨나요? 농인이길 바라셨나요?”
그에 엄마들은 농인이길 바랐답니다. 소통하길 원했겠죠. 나중에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라는 일본만화를 봤는데, 더 이해가 되더라고요. 내 아이가 소리를 듣는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안도감과 나와 다른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느끼니까요.
‘수화를 꼭 배워야 겠다’고 다짐을 했더니 강사님이 나중에 수화는 안 배우셔도 된다고, 이해하시는 마음만 가지시면 된다고 하시긴 했는데, 부모 욕심은 참 끝이 없습니다.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제 행복이 아니라 아이 행복이어야 하겠죠.
아이가 저에게 삶을 태도를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아들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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