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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위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 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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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의 산별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약 9만여 조합원들의 투표 결과 93%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 안이 가결되었습니다. 8월 23일 서울 시청을 시작으로 8월 25일 대구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했습니다.

 

저도 금융권에 종사하는 노동자로서 파업 투표에 참여했고, 총파업 결의대회에도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시청광장에 모여서 7시부터 9시가 넘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는데 결의대회를 전후하여 당연하게도 언론들의 보도는 부정적이기만 했습니다. 특히 "평균연봉 1억 원대의 귀족노조"라는 타이틀로 금융노동자들이 본인들 욕심을 위해서만 파업한다는 뉘앙스의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특히나 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인식이 세계에서 거의 바닥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동조합, 그리고 단체행동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질 테니 이번 금융노조가 파업을 결의하게 된 이유와 상황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금융노조의 이번 산별 협상안은 크게 임금 5.2% 인상·점포 폐쇄 중단·주 36시간 4.5일 근무·공공기관(국책은행) 혁신안 폐기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1. 임금 5.2% 인상

 

평균연봉 1억 원대의 귀족노조라고 불리지만 사실 이는 임원들의 급여까지 포함하여 계산한 평균입니다. 실제 직원들의 임금 수준은 7,000만 원 수준입니다. 이 역시 적은 것은 아니나 타 기업들 대비 낮은 임금인상률에도 “귀족노조”라는 프레임으로 금융종사자들의 임금 인상에만 유독 엄격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올해 물가상승률 6%를 고려해 물가 상승률에 맞는 임금 인상률을 제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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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올 상반기 몇 차례의 산별 교섭에서 사측이 1% 미만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하였고, 그 외 금융노조가 제시한 34개 안건들을 모두 거부하면서 협상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아 총파업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사실 임금인상률이 가장 큰 안건이지만 다른 안건들에 비해 협상이 용이하다고 봅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하는 금융권입니다. 그러나 금융사는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에 사용하는 비용보다 임원들의 성과금과 주주 배당금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5.2% 임금 인상이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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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뉴스를 접할 때면 금융지주들이

잘나가는 기업 이미지를 챙긴다는 인상이 듭니다.

지주사 간에 경쟁도 있으므로 수치와 순위, 이미지는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파업하는 노동자들은 

귀족노조로만 치부하는 듯합니다. 기분 탓일까요.

출처-<매일경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금융권 임금 인상률이 1~2%대였습니다. 노조 측에서 이보다 높은 인상률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특수상황을 비롯해 각종 대내외적인 이슈들로 결국 낮은 인상률로 협상이 된 것입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사측에서 조금만 더 적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한다면 제시한 것보다 낮은 인상률로 타결될 것이 분명합니다

 

2. 점포 폐쇄 중단

 

지난 5년여 사이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1,000개 가까이 감소하였으며 시중은행의 직원들 역시 올 상반기에만 1,400여 명이 감소하였습니다. 은행 업무 중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비대면 업무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금융소외계층이 존재합니다. 점포가 줄어든 지역에서는 수익성 기준의 점포 수 관리보단 금융소외계층과 금융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점포 폐쇄 중단을 요구한다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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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매일경제>

 

사실 점포 폐쇄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금융소비자들입니다. 당장 체감하기에도 예전에 비해 은행 점포가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낄 겁니다. 점포 폐쇄에 따라 한정된 점포에 고객이 집중됩니다. 직원들은 과도한 업무들로 고객 응대가 더욱 어려워지고 고객들의 대기시간 등이 늘어나는 등, 사측의 욕심으로 직원과 고객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물론 점포 폐쇄는 시대의 흐름이긴 합니다. 모든 산업에서 인력을 대체하고 비대면 서비스 등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사기업임에도 공공기관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적 위주의 무조건적인 통폐합보다는 금융 공공성과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3. 주 36시간, 주4.5일제 근무

 

이제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예전에는 은행 문 닫으면 은행원들이 퇴근한다고 하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영업시간 이후의 업무들이 더 많고 어렵지만, 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이니...

 

이런 이미지나 선입견 때문인지 주 36시간 근무와 주 4.5일제 근무를 도입하면 은행의 영업시간이 단축되어 이용자들이 불편할 거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근무 시간을 줄이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몇몇 은행은 9시부터 6시까지 창구를 열고 영업합니다. 또는 오전 이른 시간에 영업점 문을 여는 점포를 운영합니다. 해당 점포의 은행원들은 하루 2교대로 근무합니다. 이처럼 주 근로 시간과 근무 일수가 줄어들면서 은행의 고용 증가, 영업시간 탄력화 및 영업시간 연장 등으로 전보다 양질의 서비스와 금융의 공공성을 개선할 계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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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물론 이 과정에서 임금에 대한 부분이 이슈로 남아있을 수 있겠으나 이 부분은 제도 시행이 선행된 후 논의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4. 산업은행법 개정 전까지 산업은행 부산 이전 중단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산업은행법’이라는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데, 동 법에서 ‘산업은행의 위치는 서울특별시로 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산업은행을 이전하려면 법률개정이 필요한데 이 같은 법률개정 없이 시행령 등의 변경으로 편법을 통해 실익 없는 국책은행 이전을 무리하게 시행하는 터입니다. 

 

현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에 대한 긴축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방으로 이전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지역의 청년 채용 등 지역발전에 얼마큼 기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지역발전을 위한다면 현재 있는 지방은행들의 육성에 더 집중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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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금융노조의 제시안들은 무조건 임금 인상을 5.2%로 올리고 주 36시간을 도입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이 같은 안건들을 사측에 제시하고 사측과 함께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노동환경 등을 발전시키고자 함입니다. 실제로 작년과 재작년도 임금인상 요구안과 별개로 협상은 2%대에서 타결되었기에 무조건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 주 5일제 근무도 공공기관과 금융권에서 먼저 시행 후 전 산업으로 확대하였습니다.

 

이러한 요구사항에 사측은 협상 의지 없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만 거듭 표명하여 총파업에 이르게 되었다고 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실제 파업까지는 가지 않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총파업을 진행한 뒤 몇 번의 파업 위기가 있었으나 결국은 파업까지 가지 않고 노사가 타협점을 찾았었습니다(편집자 주: 이 글은 8월 31일에 작성되었습니다. 사측은 노조 측의 34개 요구안을 모두 거절했고, 9월 16일 오늘 금융 노조는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총파업이 예고된 9월 16일까지 아직 2주간의 시간이 남아있는데 노조도 사측도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협상이 결렬되어 파업을 진행하게 된다면 가장 민감한 산업은행 조합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2016년 시중 은행 중심의 저조한 참여율을 거울삼아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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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사실 결의대회에서 얼마나 많은 직원이 참여하느냐가 파업에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참여율을 나타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울과 대구 총파업 결의대회 때 생각보다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여 총파업일 전까지 사측과의 협상에서 이점을 강력하게 어필하지 않을까 합니다.

 

현 정부에서 임금인상을 자제하라는 언급이 있고 난 뒤 기업들은 해당 발언을 핑계 삼아 임금인상이라는 안건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입니다. 현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노사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관련된 언급이나 개입을 자제하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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