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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가 시행된 지 2달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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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시각 8월 16일 IRA 법안에 최종 서명하는 바이든

 

인플레이션 감축법, 일명 IRA 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지 벌써 2달이 더 지났다. 그 기간 동안, 정치권이 잇따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뚜렷한 해법이 나오는 건 없었다. 정부의 고위급 실무진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미국 정부를 방문하여, 가지고 돌아온 결론은 "미국 측이 우리 대표단의 의견을 경청했다" 정도. 돌아오는 답변이라고 해 봐야 "한국의 분노를 잘 알고 있다" 같은 빈말뿐이었다. 

 

그 굉장했다던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48초 회담(?) 이후에도, 그 후 방한한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과 윤 대통령이 만남을 가진 이후에도, 추경호 부총리가 워싱턴DC에서 48초의 몇 배나 되는 무려(?) 8분이나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을 만나 IRA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이후에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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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기획재정부>

 

추 부총리 앞에서 선한 미소를 지었던 옐런 장관은 오히려 최근 

 

"한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IRA는 예정대로 시행될 것“

 

이라며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정부의 무능은 둘째치고, 미국이 이런 냉철한 반응만 보면 '정말 미국에 이렇게 우리 편이 없나' 싶은 생각이 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미국 내 IRA 비판 여론

 

IRA는 미국 내에서도 충분히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법이고, 정계는 물론, 관련 미국 기업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능한데다 뻔뻔하기까지 한 정부와 여당이 똥줄 타는 건 고소하지만(사실 똥줄 타는지도 모르겠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받을 것이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미국 내에서도 IRA에 대해 나오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영끌해 소개한다. 만약 딴지를 모니터링하는 정부 인사가 있다면, 자동차 업계의 고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상태이니 제발 참고하시라. 

 

1. 미국 자동차협회의 비판 목소리

 

날리면, 아니 바이든 행정부, 그리고 미국 민주당의 IRA 추진에 미국 내 가장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미국 자동차협회(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 AAI)다. AAI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의 완성차 업체는 물론,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같은 반도체 기업, 아르고, 앱티브, 크루즈 등 자율주행 스타트업 등 미국에 진출한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 98%가 가입해있는 연합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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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보젤라 AAI 회장

 

이들은 IRA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우리 측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그리고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의 주요 부품에만 혜택을 주도록 한 현재의 IRA보다 더 포괄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NATO 회원국 등 미국의 우방 국가들에서 생산된 원료와 부품, 자동차까지 혜택을 넓혀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산업협회가 무슨 힘이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AAI는 미국 재무부 주도하에 작성할 IRA 세부 지침 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당장 IRA 법 개정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 AAI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세부지침안 작성에라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을 테니.

 

(미국 자동차협회가 IRA를 비판하는 더욱 자세한 사정은 뒤에 이어가겠다) 

 

2. 공화당의 비판 목소리

 

미국 정치권에서도 IRA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대부분 공화당이 관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엄청난 예산을 수반해 치솟는 물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법안 이름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인데, 닉값을 못 하는 법이라는 것.

 

이들은 펜실베니아 대학교 분석을 인용해 IRA가 물가를 0.1% 낮추는 데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출처 링크). 더욱이 그것이 공교육, 육아 등 중산층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하고 추진할 일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먼 예산을 깎아내고 있는 모습이 어느 정부와 겹쳐 보인다. 

 

공화당은 11월에 있는 중간선거 이후 대대적인 IRA 개정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을 차지할 경우, 예산위원장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선거에서 공화당이 이길 경우, IRA 청문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와 부품 대외 구매 이슈를 살피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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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

출처-<린지 그레이엄 의원 홈페이지>

 

중간선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일이지만, 그리고 반대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의 속내는 석유 재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적의 적은 아군 아닌가. 우리가 선거운동까지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우리가 겪는 피해를 최소화해줄 마음이 없다면, 이런 공화당 의원들과 공조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3. 민주당 내 비판 목소리

 

IRA를 주도한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은 있다. 기아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가 지역구인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이 대표적인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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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얼 워녹 민주당 상원의원

웃긴 점은 IRA 법안 통과 당시 워녹은 찬성했다

 

그는 옐런 재무장관에게 '최대한의 융통성을 발휘해달라'며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고, 미국 내 배터리 생산 관련 조건은 2025년, 전기차 최종 조립은 2026년까지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IRA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시설 가동 시점이 20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우리나라 전기차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한 것이다.

 

4.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비판 목소리

 

한미 상호 간의 이해와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 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 매년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밴 플리트상' 시상식을 열고 있는 이 단체도 최근 이례적으로 한미 간 경제 현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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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번 회장

출처-<코리아소사이어티>

 

토마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 CSIS와의 화상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이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루려면 국내 입법(IRA)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IRA를 비판하는 속사정

 

앞서 언급한 석유 산업계, 공화당, 한국 자동차 회사 공장이 들어간(또 들어갈) 지역구 정치인, 그리고 코리아소사이어티 모두 IRA를 비판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이 간다. 그런데!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IRA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얼핏 생각하기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들이 비판적인 이유는 세세하게 따져보면,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IRA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차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는 42종으로 집계되지만, 당장 내년부터 IRA의 조건에 부합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는 단 8대에 불과하다. 

 

1. 테슬라 모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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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테슬라 모델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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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포드 머스탱 마하-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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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포드 F-150 라이트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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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리비안 R1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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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폭스바겐 I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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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쉐보레 볼트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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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닛산 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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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전량 생산되고 있고, 신차 가격도 보조금 지급 요건(세단은 5만 5,000달러 미만, SUV·픽업트럭은 8만 달러 미만)을 충족하고 있다. 그 외는 IRA의 혜택을 누릴 조건이 안 된다. 

 

IRA에서 적극적으로 저격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탈 중국'을 하는 건 아직 쉽지 않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케미칼과 동맹을 맺고 있고, 포드는 SK온, 에코프로비엠 등과 협력관계지만, 소재를 조달하는 포스코와 에코프로비엠에 '약한 고리'가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원자재 제련 작업을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고, 에코프로비엠은 배터리 원자재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참가로 배터리 원자재 제련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은 탑이다. 중국이 일찍부터 전기자동차에 투자하며 배터리 분야에 투자한 이유도 있지만, 배터리 원자재 제련 과정에선 굉장한 독성물질이 많이 나오는데 일반적인 선진국에서는 여러 노동법 때문에 이런 제련 공장을 세워 가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국은 아직까진 인권보다는 경제력 발전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를 적극 육성하는 게 유용한 점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의 자동차 업계에서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만나느라 분주하다. 최근 포드의 CEO 짐 팔리가 극비리에 방한해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났고, GM 측 고위 임원들도 IRA 대응을 위해 우리나라의 배터리 업체들과 원자재 수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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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CEO 짐 팔리

 

미국 내에서도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법이라면 대응해볼 만한 일 아닐까. 서초동에서든 청담동에서든 술 마실 궁리만 말고, 누구와 술 마실지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욕 한인타운에서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 소주 한잔하고 벌게져 나와서,

 

“(도리도리) 에... IRA에서... 미국이... 그... 전기차 법을 가지고다가... 있지 않습니까? 에?... 우리를 제외하기로... 그렇게 했고, 그런데...”

 

이런 장면이라도 연출해보시라. 미국 한복판에서 미국 정치인들에게 빅엿을 날리는 발언이나, 기시다에게 찾아가 만남을 애원하는 것보다 지지율에 훨씬 도움 되지 않을까 한다.

 

 


 

뱀발

 

지난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우리와 일본 자동차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이에 정부가 얼마나 무능하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딴지 첫 기사를 썼다. (‘IRA가 바꾼 한·일 '전기차'판 : 무능한 외교는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가’ 링크)

 

이후, 주변에서 상당히 많은 연락을 받았다. 대부분은 IRA가 얼마나 많은 피해가 우려되는 법인지 알게 됐다는 반응이었다. 일부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은 "누구 하나 나서서 해주지 못하는 말을 다 쏟아내줘서 속이 다 시원하다"며 격려해줬다. 이분들과 ‘꾸준히 기사를 써서 뉴스공장 출연도 노려보라’는 애청자 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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