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gfdfeseses.JPG

2016년. 2월 17일 애플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식 입장




2015년 12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동부에 위치한 샌버나디노 시 발달장애인 복지, 재활시설 ‘인랜드 리저널 센터’. 이곳에서는 샌버나디노 보건국 소속 직원들이 송년 행사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중엔 파키스탄계 미국 국적자인 사이드 파루크가 있었다. 행사를 진행하던 중 파루크가 화가나 밖으로 나갔고, 잠시 후 복면을 쓰고 방탄조끼와 소총으로 무장한 2명이 행사장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결국, 14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로 이어졌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된 총기난사범은 사이드 파루크와 부인 타스핀 말릭으로 밝혀졌다.


사건 초기에는 단순하고 우발적인 총기 사건으로 판단되었으나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이 부부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였으며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아 계획된 테러로 밝혀졌다. 이 사건의 후폭풍은 정치권과 인종차별, 총기 등의 사회문제로 번져나갔다. 사건 직후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입을 모아 강력한 총기 규제를 촉구했고, 공화당의 원펀치 도널드 트럼프는 “인간 생명에 존중이 없는 지하드(이슬람 성전) 신봉자들의 참혹한 공격의 희생자가 될 수 없으며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막가파식 발언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의 비판까지 불러일으켰으며, 이슬람 단체의 반발도 불러일으켰다.


sanbernardino_crimescene_120315getty.jpg


2016년으로 넘어가며 추모와 수습, 정치 사회적 공방으로 이어지던 사건은 2016년 2월 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내 이슬람 사원을 방문해 “무슬림도 미국 구성원이며 무슬림 사회가 일부 소수 폭력적인 세력으로 인해 비난받고 있다. 내가 무슬림 사회를 향해 하고 싶은 두 단어는 Thank You다”라고 말해 다시 화두가 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을 겨냥한 말이었다. 그리고 잠잠하던 이 사건은 현지시각 2월 17일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유는 바로 ‘애플’ 때문이었다.




2016년 2월 17일


FBI에겐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사건 범인 사이드 파룩의 아이폰5C가 있었다. 정확하게는 ‘잠겨있는’ 아이폰 5C. 하지만 FBI는 증거 입수 2개월동안 아이폰5C에 담겨있는 그 어떤 정보도 보지 못했다. 잠겨져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잠겨있는 아이폰의 일련의 숫자로 풀 수 있으나 암호입력이 5차례 틀리면 다음 입력까지 1분을 기다려야 하고 9차례 틀리며 1시간, 그리고 10번이 넘게 틀리면 아이폰에 담긴 모든 내용으로 자동으로 삭제된다. 이에 FBI는 자체적으로 암호조합을 대량으로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애플이 아이폰의 암호 인식이 12분의 1초가 걸리도록 복잡한 연산장치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었다. FBI가 암호입력 프로그램을 돌린다 하더라도 1초에 12개밖에 입력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알파벳 대문자, 소문자, 숫자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 이를 푸는 데는 프로그램을 졸라 돌린다 치더라도 144년이 걸린다.


이에 FBI는 결국 2017년 2월 17일 법원의 명령을 받아온다. 미국 연방 치안법원 판사 셰리 핌이 지난해 12월 FBI가 요청한 내용에 대해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 용의자 사이드 파룩의 아이폰5C에 담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애플이 수사당국에 ‘합리적인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암호 입력이 10번 이상 틀려 정보가 삭제되는 것을 무력화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 외부 입력 도구를 사용해 비밀번호 입력을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있도록 할 것, 암호를 틀리더라도 기다리는 시간이 없게 할 것등을 포함하는 판결. 판결이 나온 직후 화제 된 것은 애플이 아니라 바로 ‘모든 영장법’이었다.




모든 영장법 All Writs Act


연방 치안법원이 판결을 통해 ‘애플아, 애플아 FBI를 도우렴’이란 명령을 할 때 근거가 된 법은 무려 200년 전인 1789년 조지 워싱턴의 서명으로 제정된 '모든 영장법'이었다. 이 법은 국가기관이 공권력을 집행하는 근거로 많이 활용돼 왔다. 이를테면 정부가 특정인의 통화기록을 추적할 때 통신회사에게 도움을 주도록 한다거나, 신용카드 회사들에게 고객 정보를 공개하도록 할 때 주로 이 법을 동원했다.


landscape-1455728304-old-books.jpg


이 법이 개인정보를 터는 단골 레시피가 된 이유는 1977년 미국 정부와 뉴욕 전화회사 간 소송에서 대법원이 ‘모든 영장법’이 판사들에게 고객 정보 제공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줄곧 '모든 영장법'은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지속 되어왔다. 그리고 법이 만들어진 지 정확히 227년이 지난 2016년 2월 17일, 연방 치안법원은 ‘모든 영장법’을 근거로 ‘애플이 FBI에게 협조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판결을 내린다.


그리고 애플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성명을 발표한다.




A Message To Our Customers


우리 시간 2월 17일 저녁, 애플 홈페이지게 게시된 애플 CEO 팀 쿡의 서한이 등장한다. 팀 쿡이 아니 팀 쿡의 보좌관이, 아니 애플의 법무팀을 썼을지 모를 이 서한은 ‘고객들에게 드리는 글 A Message To Our Customers’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길고 구구절절한 이 메시지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모두 읽어봐도 좋다. 하지만 간단하게 요약해보자면 이렇다.


(중략)

구체적으로 FBI는 몇몇 중요한 보안 장치들을 피할 수 있는 새 아이폰 운영체제를 만들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취득된 아이폰에 설치할 수 있도록 말이죠. 잘 못 사용될 경우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이 소프트웨어는 누군가가 취득한 모든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FBI는 이 도구를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건 분명합니다. 명백한 백도어를 만들어 보안 장치를 건너뛸 수 있는 iOS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 도구가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런 식의 통제가 이뤄질 거란 장담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중략)

정부가 'All Writs Act(모든 영장법)'을 아이폰의 잠금을 더 쉽게 해제하는 데 활용한다면, 그건 모든 사람의 기기에 담긴 개인정보에 접근할 권력을 갖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중략)

우리는 미국민주주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국심을 바탕으로 FBI의 요청에 맞서겠습니다. (중략) FBI의 선의를 믿지만, 정부가 우리 제품에 대한 백도어를 만들 것을 우리에게 강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요청이 우리의 정부가 보호해야 하는 완전한 자유와 해방의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합니다.


한줄요약 : FBI의 선의는 믿지만, 고객정보 보호를 위해 FBI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다.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FBI가 법원을 판결(명령)을 가지고 애플에 요구하는 것은 정확히 말해 백도어가 아니다. iOS에는 백도어가 없기 때문에 FBI의 잠금 해제 기술적 지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안 우회가 가능한 새로운 iOS 업데이트를 만들어 배포한 후에 증거물 아이폰5C에 설치해야 한다. 백악관 대변인 조시 어니스트가 “오직 테러범의 아이폰5C만 뚫어 달라는 거다”라고 말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법원 명령에 100% 동의하고 잠금장치를 열어야 한다. 그 사람들(애플)은 도대체 자신들이 누구라고 생각 것이냐?”고 말하는데 콧방귀도 뀌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일단 FBI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보안 우회 iOS를 만들어 배포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회 iOS를 제작과 배포는 사이드 파룩의 아이폰5C뿐만 아니라 전세계 iOS 이용자들도 해당될 수 있는 공식적인 선례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팀 쿡 역시 "일각에서는 아이폰에 한 번만 백도어를 설치하고 나서 지워버리면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이는 디지털 보안의 기초를 무시한 발언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전자서명을 위해 필요한) 키는 암호화된 시스템을 열 수 있는 정보의 조각이다. 일단 이러한 정보가 알려지거나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소스코드가 드러나게 되면 이후에는 얼마든지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이 선례는 누군가에 의해 혹은 어떤 조직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임과 동시에 이후 같은 요구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단초의 마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한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1977년 대법원 해석에 의해 ‘모든 영장법’이 고객 정보 제공받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해 왔듯이 말이다.




국가의 요구 vs 업계와 사용자의 지지


애플은 일단 법원의 요구에 불복했다. 이에 따라 판결 5일 이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의 제기를 하게 되면 공식적인 법정 다툼에 돌입하게 된다. 영국 BBC는 애플이 이번 불복을 통해 업계와 사용자 다수의 지지를 얻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일단 전 세계 모바일 OS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구글(안드로이드)의 수장인 순다 피차이가 애플의 불복에 조심스럽게나마 지지 의견을 내놨다.


FAEFA.JPG


석 줄 요약 : ‘수사당국과 정보 요원이 범죄와 테러리즘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나 기업에게 이용자들의 기기나 데이터를 해킹하도록 요구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깊고 공개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에 MS의 CEO 사티아 나델라 역시 MS CLO(최고법률책임자) 브래드 스미스의 발언을 언급하며 조심스런 견해를 내놓았다.


111111.jpg


한 줄 요약 : ‘이런 중요한 이슈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이 필수적이다’ ->리트윗!


오랜 기간 FBI를 비롯한 수사기관들은 ‘국가 안보’라는 이유를 들어 줄기차게 정보 제공과 정보 제공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요청해왔다. 그럴 때마다 애플은 ‘이용자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확보하는 건 우리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이유로 거부해왔다. 사실 FBI는 자체 개발한 백도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도어를 가지고 있어도 사용하지 못했던 이유는 애플의 ‘전자서명’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FBI는 해당 아이폰 내에 백도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 네트워크 장비업체 주니퍼네트웍스가 제공하는 방화벽 제품에 탑재된 일부 운영체제(OS)에 백도어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쟁점은 백도어를 심은 배후가 누구냐였고, 보안 전문가들은 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일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 NSA가 피드쓰루라는 스파이툴을 통해 주니퍼 OS를 파고드는 데 사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어떤 정부 건물에라도 침입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훔친 것이나 마찬가지”라 말했다.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관계자의 말은 이번 케이스에 맞춰 바꿔보면 이렇다. 


"어떤 사람의 집에라도 침입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훔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밌는 건 외국정부의 개입 가능성까지 놓고 수사하고 있는 기관이 바로 FBI란 사실이다. FBI는 iOS 백도어를 요청하고 있는 동시에 주니퍼 OS 백도어의 배후를 수사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114명의 무고한 생명을 잃은 테러에서 시작된, 하지만 알고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이 논쟁은 이제 종착역이 멀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기관의 요청에 단호히 불응하고 동종 업계가 지지를 보내는 이 광경은 낯설다. 지난해 10월 국민 메신저란 닉네임이 붙은 카카오가 6일 1주 단위로 검찰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공하는 감청영장을 협조 재개 방침을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더욱 낯설다. 용의자가 아닌 단체방 참여자의 대화명과 전화번호는 블라인드 처리된다고 강조했지만 낯설기는 매한가지다. (이미 2014년 6월 노동당 부대표 수사 과정에서 대화 상대 등 총 2,368명의 대화명, 전화번호 등이 다음카카오를 통해 검찰에 제공됐다)




결국 애플이 승자다.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다. 이 말 하려고 아침부터 소쩍새는 전후 사정 정리하고 복기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확인된 건 2가지다. 하나는 알고 보니 애플의 잠금은 풀기 졸라 어렵다. 또 다른 하나는 애플이 이용자의 정보 보호를 대변하기 위해 그것도 국가를 상대를 한판 붙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이렇게 바꾸 볼 수 있다. 애플이야말로 '꿀보안' 기술 업체다. 그리고 애플은 이용자의 권익을 졸라 보호하는 친소비자 기업이다. 요렇게...


apple_tim_cook.jpg


애플은 졸라 똑똑한 기업이다. 제품을 멋들어지게 기획하고 잘 만든다. 그걸 또 잘 포장해 졸라 잘 판다. 고가 정책을 꾸준히 고수하면서도 시장에서 웬만하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잡스 생전 애플을 대변하는 키워드는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즈, 아이패드 등이기도 했지만, 그 유명한 '프레젠테이션'이기도 했다. 아이폰을 대표하는 문구는 다름 아닌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말한 'One More Thing'이었으니 어느 부분에서든 졸라 징하게 잘한다고 보믄 되겠다. 잡스를 이은 CEO 팀 쿡의 커밍아웃도 그러했다. 애플은 2014년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에 임직원이 참가한 모습과 틈틈히 애플의 로고,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모습을 담아 공개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팀 쿡이 비지니스 위크지에 기고를 통해 공식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혔고, 2015년에도 임직원의 샌프란시스코 성소수자 축제 참여 동영상을 공개했다. 자연스럽게 애플의 제품엔 자유라는 기본적 가치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된다. 특허 송에서 져 벌금을 토해내도, 해외 법인을 통한 탈세로 비난을 받고 또 벌금을 토해내도, 비중 없다 싶은 해외 고객들의 사후처리는 안중에 없어 지탄의 대상이 되어도 그들은 여전히 웬만하면 1위다. 시가 총액도, 현금보유율도, 시장 점유율도 모두 1위다. (시가 총액은 알파벳과 1~2위를, 시장 점유율에서는 삼성과 1~2위를 다툰다) 커뮤니티에서 애플의 가십을 올려 매출이니, 주가니 걱정하는 이들은 한심의 아이콘이 된다. 쓸데없이 '애플 걱정'이나 하고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애플이 제아무리 잘났더라도 감히 FBI의 요구를 받아들인 연방 치안법원의 판결에 어찌 그리 쿨하고 단호하게, 게다가 신속하게 불복을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앞서 언급한 카카오가 검찰의 요구를 받고 똥 씹은 표정을 하던 모습과 대조적으로 말이다. 답은 명확하다. '우리(애플)가 이긴다'는 자신감 때문이겠다.


애플은 명성에 걸맞게 골치 아픈 일들도 많다. 걸려있는 소송만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뿐만 아니다. 탈세, 제조 근로자 착취 등 악재 역시 산적해 있다. 애플의 탈세는 두 개의 아일랜드 법인과 하나의 네덜란드 법인을 끼워 마치 샌드위치와 같다는 의미로 '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로 불리우는 고도의 방식이다. (하지만 서서히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지난해 말 이탈리아에 탈세 혐의로 한화 4천 84억 원을 토해 냈다) OEM 제조 근로자 착취 이슈는 가장 중요한 시장 '중국'이 걸려있음으로 대표가 공장에 방문하고, 임금을 인상하는 등 졸라 신속하게 처리한다. 특허 소송에서 패하면 정해진 벌금을 토해내고, 또 다른 소송을 통해 토해낸 돈을 메꾸기도 한다. 일례로 2015년 애플은 삼성과의 '핀치 투 줌'(두 손꾸락으로 확대 축소하는) 특허 소송에서 5억 4천 800만 달러를 받았다. 기쁨도 잠시 2016년 버넷X가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페이스타임, 아이메시지, 주문형 VPN(가상사설망)에서 고의로 특허 침해) 6억2,560만 달러를 토해내라는 배상 판결을 받았다. 뭐 이런 식이다. 그러면서도 시가총액은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과 1~2위를 다투고 있고, 현금 보유액(2015년 11월 기준)은 2,055억 달러로 2위 마이크로소프트 1,079억에 비해 압도적 1위다. 애플이 현재 새롭게 건축하고 있는 본사 캠퍼스(Campus 2)를 보라. 여전히 아무 문제 없다. 없던 자신감도 후끈 달아오를 기업이라는 말.


Screen-shot-2012-08-24-at-10.35.57-PM-700x385.png

단돈 6조원 짜리 Campus 2


그렇다고 자신감만으로 국가기관의 명령에 자동으로 불복을 선언할 수는 없었을 일. 애플이 법원의 판결이라는 빅 이슈를 당면하자마자 신속하게 불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랜 기간 정보 공개 및 정보 공개 기술 지원 요구에 대한 논란의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을 통해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이겠다. 이미 법원의 판결을 예상한 뒤 애플이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면 자신들을 먹여 살려주는 이용자들에게 환호받을 것이라 것, 설사 법정 공방에 들어가더라도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이용자들의 환호는 곧 기업과 제품에 대한 선호로 이어질 것이다. 법정 공방에서의 승리는 그야말로 경쟁업체들이 '넘사벽'으로 인정할 만큼의 이미지를 구축을 가능케 할 테고, 설사 패한다 하더라도 끝까지 고객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장엄하게 산화한 일종의 훈장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바닥에서 하드웨어로는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지 못한 구글과 시장에서 '지못미' 수준의 MS가 애플에 비해 소극적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싸움에서 발을 빼면 욕먹을 테고, 발을 담그자니 재미가 쏠쏠하지 않다는 계산 말이다.


애플은 이미 이겼다. 전 세계 언론들이 이 사안을 모두 대서특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개무시 당하는 우리나라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소작 거리로 바쁜 필자도 이러고 있으니 말 다했다. 애플은 전세계 잠정적 고객들 포함한 모든 고객들에게 국가의 명령에도 단호하게 이용자 정보 보호를 기치로 들고 일어서는 기업으로 우뚝 솟았다. 그것도 반나절 만에...


기업의 이미지에 데미지를 입힐지 모를 '테러의 위협과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인 기업'이라는 여론에 대해서도 대충 어느 정도일지 판단이 섰을 것이다. 뜬금없이 어젯밤에 터진 일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왔던 논쟁이기 때문이다. 이기면 초대박이요, 져도 상한가를 치는 상황인것이다. 


본 필자는 기업으로서 애플을 높게 평가한다. 성공과 승리를 위한 것이라면 주저 없이 판단하고 시행하는 그 무시무시함도 기업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덕목이라 판단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애플에게 있어 이번 승부수는 히든카드를 기대하며 던진 배팅이 아니라 이미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들고 치는 포커다. 노래 제목으로 표현해보나면 '성공 오브 애플 Feat. 에뿌비아이 & 법원'정도로 해 볼 수 있겠다.


애플의 성공을 위해 국가와 국가기관이 나서 의도적으로 협조했다고는 볼만한 정황도 없고 그럴 리도 없겠다. 다만 애플의 성공을 위한 판을 까는데 일조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판에 불을 지핀 애플이야말로 '장사꾼 오브 더 장사꾼'. 애플의 이번 배팅이 소비자의 권익과 프라이버시 보호와 지덜의 성공 중 어디로 향해있는지 이번 불복 선언을 결정한 애플의 임원이 아닌 이상에야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두가지를 모두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는 것이고, 동시에 옳은 결정이라는 것이다. 



gessdfe.JPG

애플에겐 테러범도 소중하다는 느낌의 잡스런 워딩.


불복한 애플은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을 거쳐 미국 대법원 항소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떠날 예정이다.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진 후 도착 하게 될 종착지는 둘 중 하나다. 애플이 이기든지, 국가가 이기든지. 국가가 승리하면 이 선례를 바탕으로 백도어가 됐든, 또 다른 방식이 됐든 손쉬운 방법으로 개인 정보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패배하면 늘(?) 그래왔듯 비밀리에 개인정보를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법정공방의 승패를 떠나 전리품의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애플이 승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우리 역시 기업이 국가와 국가기관에 명령에 감히 도전장을 내미는 낯선 광경에서 오는 쾌감을 느낀다. 불복한 대가로 검찰에 소환되고, 압수수색을 당하고, 꼬불쳐 놨던 비자금이 뽀롱나고, 대표가 수염을 기르고, 닝겔을 꽂고, 휠체어를 타고 등장해 앓는 소리하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없을 것이므로 더욱 흥미롭다.


최종 판결과는 무관하게 애플은 이미 승자다소비자 권익, 인류의 정보 보호를 위한 아이콘이라기보다는 일단'애플'이라는 기업으로서 말이다.




그래.

애플, 니덜 짱 먹어라.





 



너클볼러

트위터 : @kncukleballer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