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 기념(?!)으로 북한에서 저수지 발사 SLBM 사진을 공개했다. 처음 든 생각이 <붉은 10월>이었다. 이때 망명한 소련 SLBM을 호수에 숨긴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두 번째 든 생각은,
“하... 진짜 이렇게 할 거냐?”
였다.
북한이 이번에 호수에서 쏜 걸... 편의상 SLBM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잘해봐야 이동식 발사대에 올린 SRBM. 즉, 중거리 탄도탄 정도다.
그동안 SLBM, 즉 수중에서 발사하는 핵미사일의 무서움에 대해 여러 번 다룬 바 있다.
우리도 SLBM이 있다 1: 일단, SLBM이란 무엇이고 왜 무서운가(링크)
우리도 SLBM이 있다 2: 핵무기 개수는 왜 중요한가(링크)
우리도 SLBM이 있다 3(完): 북한은 있고 한국엔 없어서 생기는 문제(링크)
이걸 여기에 대입하면,
“북한이 이제 호숫가에도 잠수함을 숨겨놓고 발사한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 수 있을 것이다. 근데, 이건 앞에서 말한 수중 발사의 이점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리는 ‘바보 같은’ 짓이다. 일반인이 보기엔,
“야, 저거 진짜 무섭겠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군사적으로 그리 큰 위협은 아니다.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다
수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포착’하기 어렵다는 거다. 레이더파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건 힘들고,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공력’을 들여야 한다. 그렇기에 망망대해에 흩뿌려놓은 전략 잠수함은 모래사장 위에 뿌려놓은 바늘 같은 존재가 된다.

2021년 9월 도산안창호함에서 수중 발사 시험 중인 SLBM.
국내 독자 개발로, 한국은 7번째 SLBM 보유국이 되었다.
출처 - 국방과학연구소
자, 그렇다면 저수지는 어떨까?
“저수지도 물 아닌가? 그럼 탐지하기 어려운 거 아닌가?”
우선 생각해 보자. 저수지에 잠수함을 집어넣을 바보는 없다. 왜? 그 비싼 돈 들여 만든 잠수함을 앞뒤 꽉꽉 막혀있는 저수지에 집어넣을 놈이 어디 있는가? 같은 값이면 동해에 띄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그럼 저수지에는 뭘 집어넣은 거야?”
잘해봐야 대형 바지선에 미사일 올려놓거나, 정말 미친 척하고 수중 발사 시스템(이거 개발할 돈이 있다면 잠수함을 한 척 더 찍어내겠지만) 같은 걸 만들어서 저수지에서 발사했을 거다. 이렇게 되면 저수지 발사 SLBM은 크게 3가지 약점이 생기게 된다.
하나씩 살펴보자.
머리카락이 보인다
머리카락은 말 그대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거다. SLBM이 무서운 이유는 항구를 떠나는 순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물론, 잠수함 자체의 소음 문제 때문에 발각된다면... 그건... ).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저수지에서 발사한다? 이런 발사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저수지 근처에다 길 닦아 놓고, 기자재 옮기고 해야 한다. 위성사진으로 북한을 살펴보다가,
“어? 저기에 왜 새 길이 뚫려있지?”
하고 집중 감시하면 미사일을 쟁여놓은 호수를 발견할 수 있다. 미사일 정도 되는 걸 준비하는데, 그냥 사람이 배낭 메고 등산하듯이 움직이진 못한다. 하다못해 바지선 사이즈의 물건이 움직인다. 이거 발견하기 위해서 눈 빠지게 위성사진 봐야 할 누군가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보내야겠지만, 이게 생각 외로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귀찮을 뿐이지.

지난 2019년 12월,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북한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당시 전문가들은
엔진 시험대 위에 전에 없던 화물용 컨테이너가 등장함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 재개를 추정했다.
우편번호가 보인다
수중 발사 SLBM 이란 게 그냥 아무 곳에나 쑤셔 박아 넣고 쏘아 올리는 게 아니다. 수심도 맞아야 하고, 적당한 넓이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조건을 하나하나씩 제거하다 보면 여기에 맞는 호수나 저수지 찾는 게 그리 쉽지 않다. 가뭄 들어서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다가 미사일 갖다 놓을 순 없지 않은가?
호수 크기는 적당한데, 수심이 얕은 경우엔 어떨까? 이렇게 조건을 하나씩 지워 보면 쓸 만한 호수나 저수지 얼마 없다. 북한에 호수나 저수지가 2,000개가 될까 말까 하는데 이 중에서 이런 조건 다 갖춘 크고, 넓고, 깊은 저수지나 호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이걸 첫 번째 항목과 비교 교차하다 보면, 대번에 어디에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미사일은 평안북도 태천에서 쏴 올렸다. 인근 지역에 발사가 가능한 호수를 찾는 거, 일도 아니다.
평안북도 태천군 일대.
출처 - 구글 어스
Winter is coming
겨울에 기온 내려가면 물은 언다. 즉, 겨울철에는 이게 쓸모가 없다는 거다. 바다는 얼지 않기 때문에 1년 365일 전략잠수함을 감시하기 위해 뛰어다니지만, 저수지는 당장 겨울이 오면 얼어버린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보자. 10월 10일에 북한이 이 저수지 발사 SLBM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만약 이게 북한이 준비하는 필승 카드였다면, 이렇게 쉽게 사진을 공개했을까?
“야, 우리도 이제 저수지 발사 SLBM이 있어!”
이렇게 말하면서 자랑하고 싶어서? 아니다. 이건 자기들 눈에 봐도 ‘뻘짓’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예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당장 대한민국의 감시자산들은 바빠지기 시작했고,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
말 그대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대단한 뭔가가 나온 거 같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위협보다는 한없이 ‘귀찮음’에 가까운 게 이런 일이다. 북한이 언제부터인가부터 핵 무력의 다종다양화를 선언하며, 이런 짓을 계속해서 벌이고 있다. 냉전 시대처럼 열차에다 미사일을 올려놓고 쏜다든가, 하다 하다 저수지에 핵을 올려놓고 쏘는 짓을 할 거라 위협(?)하고 있다.
뻘짓체인
이런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선빵 맞고 다 털리기 싫어!”
라는 거다. 북한은 핵 빼고는 상대해 줄 만한 게 거의 없다. 해, 공군력에 있어서는 이미 한국에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핵이 무너진다면? 북한은 무너지는 거다. 문재인 정부 시절만 하더라도 압도적인 힘으론 겁만 주고 전략 용어는 바꿔가며 웃는 척이라도 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는 이제 대놓고 킬체인이란 말을 쓰면서 북한이 핵을 쏠 수 있는 타이밍을 빼앗겠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러다 보니 정치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했던 거다.
“너희들이 우리가 미사일 발사하기 전에 먼저 타격한다고 했지? 오냐 해 봐! 우리가 미사일 발사하는지 한 번 까봐!”
원래 킬체인이란 건 적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할 때 먼저 때린다는 건데, 언제부터인가 북한은 연료탱크를 앰플화 해버리고(북한 미사일의 대다수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데, 이 연료 주입 시간이 꽤 길다. 이때를 노렸는데 아예 연료탱크를 교체하는 방식이 나와 버렸다), 고체연료가 하나둘 등장하더니, 기차에 실어 미사일을 쏘고, SLBM을 발사하고, 이제는 저수지에다가 놓고 쏘고 앉아 있다.

북한을 절대 무시하는 게 아니다. 북한은 자신의 핵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다. 핵무기를 한 방에 다 털려 버리면, 그다음이 없다는 걸 북한은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역시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다 담아선 안 되지. 자고로 투자는 분산투자야!”
라는 식으로 나오는 거다.
미사일 발사 준비과정을 포착해 쏘기 전에 먼저 때린다는 게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킬체인의 핵심 요소다. 그런데 이 준비과정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한미 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또 우리의 킬체인 능력을 상당히 의식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다.
- 대한민국 합참공보실장 김준락 대령의 브리핑 중 발췌
시기가 시기고 정권이 정권인 만큼(?) 앞으로 이런 류의 뉴스가 많아지고 북풍(?)또한 거세 질 게다. 이런 위협을 국내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쓰는 예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에 예상되는 지점이 많다. 독자분들의 뉴스 해석을 돕기 위한 설명 정도로 봐주기 바란다.
즉, 앞으로 북한과 관련된 뉴스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우리는 이렇게 또 하나의 ‘귀찮음’을 떠안게 됐다.
대북 정책 변화로.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