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근혜 정부 도돌이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은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무섭게 ‘애도 기간 6일’을 선포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 박근혜 정부의 수많은 참사로부터 진화한 건 국민 안전이 아니라, 저들의 입막음 수법과 면피용 수단밖에 없었던 건 아닌지, 참담한 마음이다.
따져보기에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사회적 참사, 이에 관한 발언과 대처를 상기해보자.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정부 출범 14개월 만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씨앗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가 좌초돼 넘어가고 있던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나타나지도 않았다. 오후 5시가 지나서야 푸석푸석한 얼굴, 초점 흐린 눈동자로 나타나 한 말이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였다. 이 한마디로 당시 최종 지휘·통제권을 가진 행정부 수장이 사태에 대해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들이 배 안에 갇혀 배와 함께 침몰하고 있어서 배를 인양하지 않는 이상, 배 안으로 구조자가 들어가서 아이들을 꺼내 오는 방법밖엔 구조 수단이 없다는, 기본적인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출처-<뉴스타파>
이후 희생자 가족들이 머물던 진도 체육관에서 보인 박 전 대통령의 태도, 7시간 동안 무얼 했는지 묻는 야당과 국민 여론에도 되레 큰소리치던 자세, 나중에는 진실규명을 요구하던 세월호 유가족들을 되려 핍박했던 태도, 참사 발생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보상금 얘기를 꺼내며 재빨리 덮으려 했던 태도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어떤 말을 했는지도 우리는 기억한다. 대표적인 막말러,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는 2015년에,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말자, 돈도 시간도 많이 든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
이라 주장하는가 하면, 이듬해에는 세월호 관련 진상규명 요구에
'하다 하다 세월호 7시간을 따지나'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여전히 공직자로서, 지금은 레고랜드 사태로 나라 경제를 말아먹고 '조금 미안하다'고 한 그 사람 맞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한 달이 한참 지나 카메라 앞에서 눈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눈물을 짜면서 내놓은 대책은 "해경 해체" 였다.
- 2015년 5월 20일~6월 메르스 대유행 참사
코로나19 이전에 2015년 6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유행 참사가 있었다.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도 열흘 동안 전혀 정부 차원의 감염병 대응이 없었다. 열흘이 지나 스무 명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고서야, 당시 여당에서 메르스 대책 마련 당·정·청 협의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묵살했다. "현 단계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메르스 사망자와 확진자는 각각 36명과 186명이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이례적으로 많았다. 그래 놓고 당시 정부는 동물원에 갇혀 있는 낙타를 감금하는가 하면, 국민들이 일생 한 번 보기도 힘든
"낙타 고기를 먹지 말라"
는 주의를 내렸다.
- 2016년 9월 12일 경주 지진
천재지변 또한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9월 12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해도 박근혜와 청와대 사람들은 대책 회의조차 없었다. 지진이 발생하고 15분이 지나서야 국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그리고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지진을 언급했다.
당시 기상청 지진 대응 매뉴얼에는 ‘밤에는 장관 깨우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던 게 나중에야 밝혀졌다. 대응이라는 게 아예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 2016년 9월 말~10월 6일 태풍 차바
2016년 9월 말 한반도 남쪽을 강타한 태풍 ‘차바’는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수준의 호우와 강풍으로 부·울·경과 제주 지역에 큰 피해를 안겼다. 해운대 마린시티 등 초고층 건물이 물에 잠겼다. 파도가 한 대학 건물을 덮쳐 유리창을 깼다. 1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90세대 19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이 당시 박근혜 정부는 기상정보가 돈이 돼야 한다며 날씨·기후·재난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상청 앱을 중단해버렸다. 피해를 얼마만큼 최소화하느냐는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갈린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이 밖의 참사로는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직사로 쏜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정부는 책임 없단 식의 대응을 했다. 사후에 빠른 사과도, 사죄도 없었다. 사건 발생 한참이 지나서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적 비난이 거세져서야 마지못해 ‘엎드려 절 받기’ 식 사과를 했다. 그렇게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차곡차곡 쌓아가던 박 전 대통령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알고 있다.
그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 삼았던 문재인 정부가 재난재해를 대하던 태도, 사고를 대하는 태도는 어땠는가? 포항지진·고성산불·구제역과 조류독감 방역·코로나19 방역까지.
문재인 정부와 비교할 생각은 없다. 문재인 정부는 다만 정부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들을, 당연하게 처리했을 뿐이다.
2. 용산 집무실 나비효과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동안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자. 재난재해와 사회적 참사 큰 것만 벌써 두건이 터졌다(본 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나 나토 정상회담 등 외교 참사는 차치하자).
- 8월 8일 집중호우로 인한 서울 신림동 반지하 거주 일가족 참사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고, 경찰 700명의 경호를 받으며 용산과 서초동을 하루 두 번씩 오가는 윤 대통령의 루틴은 이날도 어김없었다. 낮 12시 45분 기상청에서 호우경보를 발령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빗속을 뚫고 퇴근했다. 다음날 폭우로 인한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는

"내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이 물이 들어차더라고…"
라며 남일 구경하고 온 듯 말했다.
밤새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 시내 여기저기가 침수되고, 수도권 각 지역의 피해 발생 상황이 속보로 뜨는데도, 윤 대통령은 다음날이 돼서야 긴급대책회의를 했다. 밤새 재택근무를 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전화로 이야기하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었다고는 하나,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집중호우로 인해 일가족이 숨진 현장에서는 반지하 방을 들여다보며 ‘얼척 없는’ 발언을 해댔다. 물이 빠르게 들어차서 미처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변을 당했다고 내내 뉴스가 쏟아졌는데도, 고인들이 "주무시다 그랬구나"라는 말을 너무도 당당하게 아무렇지 않게 했다.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본 포항 보리밥집에 들어서서는, 하소연하는 주인은 건성으로 대하고는 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여기가 원래 테이블이 있는데네…"라는 흰소리가 나온 것도 어이가 없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던 대통령실은
참극 현장을 홍보에 썼다
3. 윤석열 정부 10.29 이태원 참사
최근 몇 년간 이태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10월 마지막 주말이면 핼로윈 축제가 열렸다. 거리두기가 풀리고는 드라마 영향으로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견가능했던 곳이다. 불과 2주 전, 지난 15~16일 이틀간 약 100만 명이 모이는 ‘이태원 지구촌축제’도 열렸다. 헬로윈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였으나 안전사고는 없었다. 1천여명에 이르는 구청 직원을 비롯해 다수 경찰이 투입돼 질서·안전 유지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까닭이다.
그곳에서 말 그대로 사람이 선 채 사람들에 눌려 숨이 막혀 죽었다. 156명이다. 대부분 꽃다운 청춘들이. 보행자 동선 통제를 한다든가,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하게 한다든가, 예년 해오던 식의 관리·통제만으로도 충분히 참사를 막을 수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행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가장 빨리 한 일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인 유가족을 상대로 혼란이 없도록 빠른 대처를 한 것도 아니고, 당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대처도 아닌, 재빨리 6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정한, ‘애도’를 핑계로 일체의 언로를 막는 일이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는 자는 "경찰 등과 같은 병력 배치가 왜 없었냐?"는 질문에
"경찰 배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는 말을 내쏟았다. 더불어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용산구청장은
"주최자가 없는 행사여서 안전관리 매뉴얼이 없다"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
이라는 둥,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는 아무말 대잔치를 했다.


국민들은 이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도로교통법 제6조, 그리고 관련 대법원 판례를 찾아내는 터인데 말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조(국가 등의 책무)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ㆍ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
①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天災), 사변(事變),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
1.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事物)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
2. 매우 긴급한 경우에는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필요한 한도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것
3.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
도로교통법 제6조(통행의 금지 및 제한)
① 시ㆍ도경찰청장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구간(區間)을 정하여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이 경우 시ㆍ도경찰청장은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도로의 관리청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② 경찰서장은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우선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후 그 도로관리자와 협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의 대상과 구간 및 기간을 정하여 도로의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③ 시ㆍ도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은 제1항이나 제2항에 따른 금지 또는 제한을 하려는 경우에는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사실을 공고하여야 한다.
④ 경찰공무원은 도로의 파손, 화재의 발생이나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한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히 조치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필요한 범위에서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을 일시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윤 정부는 사고 발생 하루 만에 시민단체 대응 문건을 만들어냈다. 사람이 죽었는데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의 입이나 틀어막으려는 수법. 많은 기시감이 들지 않나?
윤석열 정부의 위험 관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막을 수 있었고, 얼마든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고도 키웠다. 국민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 국정 최고 책임자의 무관심과 무능력 때문에.

4. 예년만큼 하지 않은 경찰
현재 최종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이나 윤희근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아닌, 말단 이태원 파출소에 책임을 떠넘기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듯하다. 이 또한 현장 실무자들의 반감으로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태원 파출소 근무 경찰들이 재빠르게 아침 라디오 방송에 나와 실명으로 반박과 증언을 하니, 지금 상황에선 일선 경찰 몇 명 경질하고 책임 묻고 끝날 거 같지도 않다.
실제 경찰 내부 여론을 파악한 결과 이상민 장관, 윤희근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청장은 옷 벗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금 언론에 나와 가장 적극적으로 인터뷰하면서 강력하게 이상민 장관의 사퇴, 윤희근 청장의 사퇴를 외치며 경찰에 책임을 묻는 권은희, 황운하 의원이 모두 경찰 출신이라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거기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던 검경 수사·기소권 분리를 윤석열 정부 들어서 시행령 개정으로 무력화하고, 경찰국을 31년 만에 부활시켜 경찰에 안겨준 모욕감도 한몫하고 있을 터이다.
그래서인지 참사 발생 이튿날부터 경찰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언론과 접촉하며 누구보다 먼저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사퇴를 거리낌 없이 말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시스템이 개판이 됐다’고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이들은
"혼잡경비 대책을 세웠어야 하고 용산경찰서장은 자기네 경찰병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니 서울청과 서울시에 경비병력 충원요청을 하고 대책 회의를 해야 했다"
고 말한다.
실제 타종행사나, 신년 해돋이같이 군중 운집이 예상되면 경찰에서는 시민들의 생각을 뛰어넘을 정도로 세세한 대비책을 세워서 대응해왔다고 한다. 순차적인 대응책이 먹히지 않으면 최종적으로는 경찰 몸빵을 해서라도 군중의 밀집을 막는 방안까지도 계획에 넣을 정도다. 이런 계획들이 이번엔 전부 사라졌다. 왜? 청와대 안 들어가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겨 출퇴근하는 VIP 때문에. 시시때때로 예정에 없는 출타를 하는 김건희 씨 경호 때문에.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 시절,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당분간 출퇴근한다고 했을 때부터 경찰 내부에서는 "용산경찰서는 노 났다!"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무리 없이 대통령 경호 업무만 잘 해내면, 용산경찰서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음 해에 경무관 승진이 뻔하니까. 청와대 시절, 각종 집회 시위와 행사의 혼잡경비 잘하고 또 청와대에 머무르는 대통령이 외출할 때, 경호를 무리 없이 잘 해내면 어김없이 경무관으로 승진하는 종로경찰서장처럼 말이다.
경찰에서 경무관 승진은 어마어마하게 치열하다. 검찰에서 검사장 승진 경쟁은 댈 것도 아니다. 검사는 겨우 2,400명이지만, 경찰은 15만 명이다. 거기다 순경공채부터, 경찰대 출신들까지 모두가 승진 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검사장은 한국에서 서울대 갈 때 경쟁률이고, 경찰의 경무관 승진은 중국에서 북경대 들어갈 때 경쟁률이라고 이해하면 좀 쉬울 것이다.
관록 있는 경찰들은 이번에 용산경찰서나, 서울경찰청에서 핼러윈 기간 이태원 혼잡경비 대책이 없었던 이유가 관할경찰서 관심이 전부 VIP 출퇴근길 경호에만 쏠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통령실도 용산구에 있는 터에 대통령 경호에 따른 경찰의 피로감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걸로 모든 원인을 돌릴 수는 없다. 혼잡경비는 경비부서에서 기동대 경찰관이 투입되므로, 사실 용산경찰서장이나 서울경찰청장이 정신 차리고 예년에 하던 대로만 했어도 될 일이었다.

왜 안 했을까. 누구의 지시였을까. 사고 4시간 전인 6시 34분에 이미 압사 우려에 따른 시민의 신고가 있었다. 그 뒤 4시간 동안 수차례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말단 지구대는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이 기본이다. 적어도 당일 출동만 했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태원 파출소 경찰들은 제한된 인원으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어서 현장에 출동할 수가 없었다. 예년처럼 서울 경찰청으로부터 인력 지원이 없었던 터다.
누가 태만했거나 저지했을까.
5. 최종 책임자
지난 8월 폭우로 인한 참사가 벌어졌을 때 윤 대통령이 집에서 대응을 지시했다는 발표가 쏟아지자,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인사들은 일제히 언론에 나와
"청와대에는 관저에서 1분 거리에 위기관리센터가 있었다. 전국 240여 개 시군구를 연결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청와대에 있었으면, 매뉴얼에 따라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청와대와 용산의 차이,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이 정도다.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 단 하루도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라며.

11월 2일, 일본 극우파 정치인 아소 다로조차
검은 넥타이를 매고 방문한 날,
대한민국 대통령은 밝은 색 넥타이를 맸다
본인 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악의 공간을 선택한 것이다. 경험의 집합체인 청와대에 들어가 전 정부가 하던 루틴대로만 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다. 있는 시스템과 전례를 따랐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다.
하필이면 이태원 관할구인 용산을, 그것도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국방부를 내쫓고 그 자리에 들어앉아 벌어지지 않았을 법한 사고를 참사로 키웠으니 말이다. 대통령이 있는 공간 때문에 '관련 부처의 수장과 실무자들의 의식과 인식'까지 달라져, 이번 10.29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됐다고, 그 말을 할 수 없게 입막음을 하는 '애도 기간'은 내게는 너무나 이상하다.

- 삼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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