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확인했듯 재난은 그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드러내는 법이다.
크게 보아 두 가지가 있겠다.

출처-<민중의소리>
대표적으로 신천지나 전광훈의 난동이 그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콧방귀도 안 뀌어지는 소위 ‘마스크 대란’은 제조업 강국답게 빠른 조처로 쉬이 해결했지만, 신천지나 전광훈 따위의 지랄에 우리 사회는 필요 이상의 자원을 쏟아부으며 해결에 애를 먹었다.
또 다른 하나는 재난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언론’이다. 일테면, 백신주사를 맞고 다리가 “폭발했다”는 외국 사례를 보도한 조선일보의 행태 같은 것 말이다. 초유의 펜데믹 상황을 질서정연하게 통제하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에 어떻게든 초를 치고자 하는 ‘악의’를 담은 기사가 연일 도배되었던 것을 떠올려 보라.

이태원 참사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번 참사의 한복판엔 ‘천공’과 ‘언론’이 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사이비란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뜬금 없다 생각하는가? 함 따져보자.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 두 가지
1. 천공과 대통령 부부
용산구청장도, 용산경찰서와 서울청 나아가 경찰청도, 행안부도 열성적으로 집중한 업무는 시민들의 ‘안전 예방’ 조처가 아니라 대통령실과 대통령 사저 경호였다.
대통령 경호 업무와 시민 경비 업무는 담당 부처가 아예 다르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에 첨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웬 걸,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군중 통제에 돌릴 수 있는 기동대 경력 중 많은 수가 (집회도 없던) 서초동 사저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짱 박혀 있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물론 오직 이 사실 하나만이 원흉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꽤나 강한 심증을 갖고 있는 것은, 한동훈의 보여주기식 ‘실적’을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느라 마약 단속에 방해가 될 게 뻔한 경비인력을 뺐다는 것이지만, 이건 국정조사 같은 것으로 밝혀야 할 영역이겠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분명하다.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기 싫다며 용산에 대통령실을 만든, 도무지 그 어떤 논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윤석열의 기괴한 결단, 그거다.
그리고 우리 모두 짐작하다시피, 그 결단은 ‘천공’이라는 어느 기이한 무속인의 훈수와 매우 높은 확률로 일치하고 있다. 죽어라고 사과 한마디 없는 것이라든지, 저 멀리 영국에까지 조문하러 가놓고 조문도 스킵한 사람이 매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다닌다든지(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니라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거다), 일국의 대통령이 하는 행보라기엔, 아니, 일반적인 시민이 생각하기에도 도무지 상식과 다른 행보가 연일 벌어진다. 이상한 뉴스를 보고 천공 유튜브를 보면 기가 막힌 싱크로율을 보인다고 느끼는 건 과연 나뿐일까.
이른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약 1년간의 연구 끝에 공약 철회에 대한 사과까지 하며 백지화시킨 걸 떠올려보면, 국가원수가 국민의 품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발상과 행위 자체는 박수받을 일이겠으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고 그 아름다운 취지보다 공익적 관점에서 현실의 해악이 더 크다면 무르는 게 맞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거다.
윤석열이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지 6개월. 대통령이 살갑게 국민에게 성큼 다가왔다고 터럭만치라도 느껴지시는가. 빵 사러 돌아댕기는 영부인 치맛자락 끄트머리를 본 것 말고 뭐가 있나.
2.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언론
언론의 문제도 살펴보자.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인파·군중 관리라고 하는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개발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드론 등 첨단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해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제도적 보완도 해야 한다.“
첫머리에 사죄나 최소한 유감 정도는 당연히 나와야 하는 자리에서 마치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지만(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시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여튼 그건 둘째치고.
나는 영어 근처에만 가도 혀에 가시가 돋는 병에 걸린 사람이라 첨엔 영어 공포증이 돋으며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iCloud)처럼 무슨 첨단 IT 관련 뭐시긴가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는 그냥 ‘군중 관리’를 뜻하는 말이더라. 띠발...
그럼 언론은 나 같은 까막눈을 위해,
“국민 여러분,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는 뭔가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군중 관리, 인파 관리를 뜻하는 겁니다. 괜히 저 XX들이 말만 잣나게 어렵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야! 대통령! 하나 마나 한 소리 집어치우고, 우리나라는 민주화운동의 나라이자 촛불시위로 대통령까지 끌어내린 나라야. 그래서 군중 통제 기술은 세계 탑티어급이라구! 나아가 너가 용산으로 기어처나오는 바람에 그 동네엔 애시당초 드론을 띄울 수도 없으니 결과적으로 니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틀린 거 아냐? 한 글자도 안 맞아. 이 띠발 XX야”
라고 알려줘야 할 것 아닌가. 아니 초등학교 때 봤던 받아쓰기 시험에 아직도 미련이 많은 건지 뭔 놈의 뉴스들이 해설이나 평가는 일절 없고 받아쓰기만 하냐고. 이게 어디 하루 이틀 문제인가. 도무지 바뀌는 게 없다.

지난 8월 8일 아리랑TV 문 모 기자라고 하는 사람은
대학생 때 치어리딩 동아리를 못 든 게 한이 됐나
취재하러 가서 응원이나 해대고 말이지
지난 10월 31일, 월요일 자 KBS 9시 뉴스를 보고 난 큰 충격을 받았다. MBC 뉴스데스크를 본 후 이어서 봤기 때문에 두 보도국의 방향성을 더욱 또렷이 비교해볼 수 있었다.
참사 당일이랄 수 있는 30일 뉴스엔 경찰청에서 주는 자료만 가지고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통제의 한계’만 주야장천 떠들던 KBS는 이튿날인 31일,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자 아주 충실히 발맞추는 모습을 보인다. ‘애도’와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사연으로 절반을 채우고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망언 꼭지(2분 31초)와 민주당 서영석 의원 회식 꼭지(1분 56초)를 나란히 배치한다. 가히 ‘기계적 중립’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그래서 난 KBS 보도국장이 기계공학과 출신인가 했다. 찾아보니 아니었다. 암튼 이는 MBC 뉴스데스크가 서영석 의원 회식 뉴스를 여야의 대응 속에 20초 남짓 소개한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순간이다.
또한 KBS는 <주최 없는 축제 매뉴얼 어떻게?...“일본도 4년 걸려”>라며 코로나 이전인 2017년, 2018년, 2019년 핼로윈데이 때는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도로와 교통을 통제했는지는 외면했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언론이, 정부 비판을 해외 언론들에 외주를 준 듯한 모습이다. 못난 자식이라도 밖에서 맞고 돌아댕기면 속이 쓰리니 뚜까패도 내가 뚜까팬다는 게 인지상정일진데, 쟤들은 왜 정부 욕을 굳이 외신의 입을 빌어서 하고 자빠진 거지?
더 끔찍한 사실
그렇다.
“대한민국의 민족정론지는 딱 둘이 있는데, 하나는 딴지일보이고 또 하나는 BBC korea다”란 말이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닌 것이다. 천공 탓할 거 없다. 윤석열 탓도 아무 의미 없다. 모르고 뽑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국힘 탓도 아니다. 일종의 빌런 같은 거다. 저렇게 살려고 태어난 존재들이다.
이태원 참사 자체보다 더 끔찍한 건 “제 발로 술 먹으러 놀러 갔다가 죽었는데 왜 애도해야 하느냐”는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인간들이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가늠할 수 없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윤석열 국정지지율 긍정 평가를 굳건히 떠받치고 있는 대략 30% 정도가 그런 류의 인간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 싶다.
즉, 대한민국 전체 구성원 중 삼분지 일은 지능이 낮은 것은 물론 인성도 말종이란 뜻이다.
따지고 보면 인성을 포기하고 학벌 만능주의로 채워진 공교육의 실패, 재벌과 권력에 순치된 언론, 나라를 팔아먹어도 국힘 찍는다는 영남패권주의, 기득권 이익으로 똘똘 뭉친 강남 3구 등등 여러 층위가 복합적으로 떠오르지만, 여하튼 결론은 같다.
내일 당장 이 나라가 망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 사회 구성원의 30%가 “놀러 가다 죽은 애들” 운운하는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 말이다.
영어든 스페인어든 중국어든 널리 쓰이는 언어를 하루 빨리 배워둬야겠다. 대통령이 '크라우드 매니지먼트'라고 말하면 우와, 하고 박수치며 받아쓰기만 하는 언론들 사이에서, 여차하면 내 가족은 내가 지키려고 튀어야 하니 말이다.
띠발. 통장에 돈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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