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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10.29 참사 관련 기사 기획과 취재로, 마지막으로 시장에 다녀온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연재 기사가 미뤄짐을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해당 기사 취재 및 촬영은 10월 6일에 이루어졌음을 알려드리며, 다시 또 연재가 더뎌지더라도,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주의

 

근육병아리는

 

요리에 관한 어떤 정식 교육도 받은 적 없으며

 

 오직 유튜브와 만화책으로만 수련 중인

야매 수산인으로,

 

 기사에 담긴 그 어떤 레시피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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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엔 슬픈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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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우리 서해는 꽃게의 황금어장이었다. 해마다 봄과 가을, 알과 살이 가득 찬 꽃게가 포구마다 넘쳐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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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해마다 기승을 부리는 중국어선의 불법 어업 탓에, 서해 꽃게의 씨가 마르기 시작했다. 우리 바다에 들어와 도둑 어업을 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어민이 쳐놓은 그물을 통째로 훔쳐 가기까지 한다. 진짜 큰 문제는 산란기를 맞은 꽃게나 아직 여물지도 않은 치어까지 남획한다는 거다.

 

해양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중국 어선의 서해 5도 꽃게 어장의 불법 어업행위는 사선을 넘나들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서해 꽃게가 워낙 맛과 상품성이 좋은 탓이다. 홍철없는 홍철팀 처럼, 꽃게 없는 꽃게철이 잦은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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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의 친구 꽃게는, 어느새 큰맘을 먹어야 만날 수 있는 전설의 외식 메뉴가 되어버렸다. 2002년, 전설이 되어버린 한 햄버거 광고에는 이 슬픈 광경을 오롯이 목도한 신구 선생님의 한탄 섞인 절규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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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진정 게 맛을 알긴 아는 거냐고.

 

게 맛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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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은 보기 드문 꽃게 풍년이다. 장마가 늦고 길어진 탓에 꽃게가 자랄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빗물이 바다에 많이 흐르면, 꽃게의 먹이인 플랑크톤이 크게 증식한다. 8월 금어기 동안 꽃게들이 바닷속에서 무럭무럭 자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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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각류 경매는, 선어 경매 직후에 일찍 시작하는 편. 평소보다 일찍 시장에 들어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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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매인들의 움직임이 뭔가 좀 쎄하다. 물차 곁을 떠나지 않으면서 거래처와 여기저기 통화를 끊이지 않는다. 입하량이 시원찮은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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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나케 엉클보스가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 본다.

 

엉클보스 : 오늘 꽃게 어제 절반도 안 들어왔네. 날씨가 안 좋았구만.

 

햐 큰일이다. 오늘 꽃게 파티한다고 다들 벼르고 있는데.

 

근병 : A급 예상 낙찰가는?

 

엉클보스 : 얼마나 살 거야?

 

근병 : 10kg 한망.

 

엉클보스 : 음...기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엉클보스. 몇 마디 나누고 전화를 끊는다.

 

엉클보스 : 꽃게 경매장가서 파란 잠바 아저씨를 찾아.

 

근병 : 그게 누군교?

 

엉클보스 : 오늘 니 꽃게 사줄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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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파란 잠바~ 파란 잠바~

 

파란 잠바 사내와 블랙잭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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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같이 다시 내려온 경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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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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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파란 잠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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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파란 잠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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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찾는 둘리처럼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중, 시작되어버린 경매.

 

일단 입찰대 뒤로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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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혹시 당신이...

 

근병 : 사장님... 혹시..?

 

파란 잠바의 사내 : 응..??

 

근병 : 보스가 보내서 왔습니다.

 

파란 잠바의 사내 : 아 10kg? 거 뒤에 딱계쇼.

 

뭔가 마약거래를 하는 거 같지만, 아무튼 일단 파란 잠바의 사내를 찾았으니 안심이다. 사장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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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이 적어 경매가 급속도로 치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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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걱정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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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잠바 사내의 손은 눈보다 빠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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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발을 위에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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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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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블랙잭 테이블 뒤에 달린 갤러리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응원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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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손에 넣은 가을 제철 A급 수꽃게 10kg.

 

파란잠바맨 만세!!

 

꽃게 군단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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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부대 이동인 만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에도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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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해치지 않게, 산지에서 집게 발을 미리 끊어서 올라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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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위로 놓으면 버둥대면서 친구들에게 넥슬라이스를 날리기 때문에, 반드시 뒤집어 놔야 서로에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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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 탑승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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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성질이 나서 발을 치켜세우던 녀석들이 얼음을 채우자 바로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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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가 빠지지 않게 테이핑을 빡시던트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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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 순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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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서해바다에 있던 애들이 난데없이 서대문구 충정로에 안착. 압도적인 신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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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의 제철은 특이하게도 일 년에 두 번이다. 가을은 수꽃게의 계절. 겨울을 앞두고 먹이활동이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 그럼, 암꽃게는 노느냐? 왜 가을에 유독 수꽃게의 상품 가치가 높아지는가?

 

이는 꽃게의 산란 주기와 관련이 있다. 암꽃게는 산란을 앞둔 봄에 제철을 맞는다. 맞다. 간장 게장 오픈 때 주르륵 흘러  나오는 그 군침 도는 황금빛. 봄에 암꽃게를 이길 자, 아무도 없다.

 

하지만 여름내 산란을 마치느라 약해진 껍데기를 벗고, 빠진 살들을 채울 겨를없이 암꽃게들에게 가을은 너무 빨리 다가온다. 뭘 열심히 하기에 만사가 귀찮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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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꽃게에겐 사정이 다르다. 지쳐 쉬고있는 암꽃게를 찾아 성난 집게발을 놀리며 온 바다들 헤집고 난리부르스를 춘다. 그렇게 가을 바다에는 깝치다가 그물에 걸리는 어리석은 남자들이 늘어난다. 9~11월 수꽃게의 어획량이 급증하는 이유. 

 

암꽃게들이 열심히 알을 낳을동안 일찌감치 탈피를 마쳐 수꽃게의 껍질은 가을에 한껏 단단해진다. 정력발랄한 발정기를 위해 여름부터 때려마신 플랑크톤 쉐이크는 모두 몸으로 몰빵되어 벌크업 꽃게가 된다. 맛이 없을 수가. 괜히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꽃게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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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지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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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따뜻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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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남자 구실은 다하고 왔는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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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쪄진 꽃게 1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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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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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웅장해지는 사실은 아직 반도 안 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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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와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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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손님들이 밀려오면 정신없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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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 없이 2중대 훈련소 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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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김 식은 1중대 해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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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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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의 압도적 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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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폼 베개마냥, 살이 꽉꽉 들어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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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빠른 오픈 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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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은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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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팀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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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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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와인 콜키지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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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대, 장렬히 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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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팀과 벙커팀이 본격 자리를 잡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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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타이밍에 2중대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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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선생님 보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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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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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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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후에 뵙겠습니다.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이번엔 또 다른 선생님을 소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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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랩계의 거성. 김수미 선생님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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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밥이 유난히 좋은 녀석들은 따로 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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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히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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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된 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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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로 목욕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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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고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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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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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짜고 달고 맵고 맛있는 맛이 나는 건 모조리 때려 넣은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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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벼 존나 비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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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장이 완성되어갈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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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님 등장.

 

총수 : 뭐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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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칠라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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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철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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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 잔재주가 많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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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자연스러운 장갑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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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풍 양념게장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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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그렇게 했냐 시불럼아

 

먼가 좀 뻑뻑한 거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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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 가득 꽃게찜과 맵싹한 게장 맛에 기분 좋아진 두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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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 다음엔 랍스타 쪄 먹자! 너 랍스타도 할 줄 알지?

 

근병 : (한 번도 안해봄) 쌉가능 하죠.

 

운영실장 : 라..랍스타...?

 

뭐 대충 때려찌면 되겠지...

 

딴지의 사명

 

대한민국에는 3대 도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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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남성들의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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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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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밥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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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도둑 잡는 건 딴지의 사명 아닌가. 오늘은 밥도둑까지 검거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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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 이야 그럴싸하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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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룩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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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뇸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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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각류를 날 것으로 염장하여 삭혀먹는 방식은, 동서고금에서 거의 유일한 한식의 조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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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딱딱한 껍질안에 흐물거리는 살을 굳이 날로 먹는다는것은 시각적으로든 위생적으로든 유리할 게 별로 없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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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 세계에는 해산물을 염장시켜 만든 다양한 식재료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간과 풍미를 더하는 소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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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힌 단백질 조직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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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재료로서 요리에 참여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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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메인 메뉴가 되는 간장 게장은 인류 음식 문화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마도, 민물과 바닷물을 가리지 않고 소형 갑각류가 풍부하게 잡히는 자연환경과 김장독 장 발효에 수많은 데이터를 가진 인문환경이 만들어 낸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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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도둑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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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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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근병 오마카세 마무리는 역시,

 

탄수화물.

 

게살 + 내장 + 참기름 조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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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 소스로 간을 맞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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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소금으로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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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딴지 주방.

 

다음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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