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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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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위는 오래 전부터 죽어도 쌌다는 시대에, 시를 접할 일이라곤 드라마 주인공이 화장 고치듯 꺼내드는 시집 제목을 검색해 볼 일밖엔 없는 요즘에, 그래도 시를 읊어주는 영화라도 드물게 만나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아니면 윤동주마저도 영화의 도움 없이는 떠올리기 어려워진 지금을 외려 서글퍼해야 할까.

어찌되었든 시를 만나 좋다. 시는 죽어도 싸다지만, 시 만큼이나 죽어도 싼 것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라지만.




<동주> 적정 관람료

(9000원 기준)



인상


+2220원 


윤동주의 시와 삶에 대한 구체적(!) 시선 : 200원 


또한, 이제껏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송몽규의 발견 : 250원 


이들의 격렬하고 화사한 청춘 : 180원 


그를 천천히 교살해 간 역사에 대한 분노 : 150원 


오래 된 종이책처럼 따뜻한 흑백 화면 : 50원 


흑백이었기에 가능했던 회화적인 화면들 : 80원 


그 그릇에 담겨 나오는 시 : 100원 


그 시를 입구 삼아 들어가는 마음의 길 : 100원


윤동주 역 강하늘의 연기도 좋았다만 : 100원


가장 인상적이었던 송몽규 역 박정민의 연기 : 120원


일본형사 역 김인우 등 조연들의 연기도 탄탄 : 100원


이 모두를 품는, 연민과 시정(詩情) 어린 연출 : 150원


역사-청춘 간의 긴장을 극대화시킨 구성 및 편집 : 100원


그로 인해 가능해진, 막판의 ‘정서적 반전’ : 80원


인물들을 줄곧 사람 눈높이에서 지켜보는 ‘방구들 쇼트’로 인해, 인물들은 하나의 상징이 아닌 한 명의 인간일 수 있었다 : 80원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것을 끌어내는 미술 및 세트 : 80원


특히, 밤 장면에서 호롱불, 남폿불, 성냥불 등의 ‘자연조명’의 활용 : 50원


그리고 음악 : 70원


요컨대, 천만 골드러쉬가 지배하는 지금이기에 더욱 빛나는 영화 : 180원



인하


-330원



후반, 역사에 대한 직설적 발언들이 주는 이물감 : -120원 


즉, 좀 더 간접적이고 함축적인 방법으로 표현되었더라면 훨씬 깊은 울림이 있을 수 있었던 일본 군국주의 비판 : -100원 


언뜻언뜻 눈에 밟히는, 배우들의 ‘요즘 사람’스러운 연기 : -80원 


윤동주의 갑작스런 서울말 구사가 주는 위화감 : -30원 



적정관람료 : 9000원 + 2220원 - 330원 = 1089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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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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