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지난 11월. 광화문역에는 촛불을 든 중고생들이 있었다. 

 

ce21939c12725e147b6f34e2ca1079db.jpg

 

촛불중고생시민연대. 2017년 박근혜 탄핵 집회 당시 결성된 이 단체는, 회원 3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을 대표해 정권을 비판하고, 학생 권익을 지키는 활동을 해왔다. 현재 대한민국 청소년 이슈에 있어서, 목소리를 내는 거의 유일한 단체다.

 

윤석열 퇴진 집회 이후, 그들은 어른들의 눈 밖에 나게 되었다. 가장 적극적인 건, 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전 부서를 동원해 그들의 약점, 허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12월27일,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해산되었다. 서울시의 조준 사격에 맞아 순식간에. 하지만 조용히 사라지기엔 억울한 부분이 많다. 중고생 연대 활동을 '정치적'이라 규정지으며 지원을 끊은 서울시. 학생들에게 해묵은 종북몰이를 하는 언론들과 여당 정치인들. 조금만 들여다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어른들의 못난 몽니가 가득하다.

 

본지, 중고생 시민연대 단체 대표 최준호 씨를 만나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 사회가 지금 이 학생들에게 어떤 어른들인지.

 

dsdsd.JPG

 

6267584f2f3fd4e0e1e598b20a9a0753.jpg

 

금성무스케잌 (이하 '금') : 요새 인터뷰 많이 다니나?

 

최준호 (이하 '최') : 주로 유튜브 채널에서 섭외가 많이 온다. 언론 단독 인터뷰는 딴지일보가 처음이다.

 

금: 많이 바쁜지?

 

최: 그렇다. 여러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다 보니. 좀 전에도 서울시 최후 발언 요청 공문이 도착해서 처리하고 왔다.

 

금: 무슨 내용인가?

 

최: 11월22일. 서울시에서 첫 공문이 왔다. 비영리 민간단체(촛불중고생시민연대) 직권 취소 처분 검토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금: 취소 처분 검토라면, 아직 해산이 결정된 건 아닌가?

 

최: 문서 이름이 ‘직권 취소 처분 사전 통보’. 그러니까 직권 취소 전, 사전 통지 개념인 거다. 법리적 판단이 아닌 행정처분이기 때문에. 아무리 완벽한 해명을 해도 해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 서울시에서 문제 삼은 부분은?

 

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2조 3항. ‘사실상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의 지지 그리고 그 반대 목적’ 조항 위반이다.

 

금: 단도직입적으로. 서울시에서 지적한 조항에 해당하는 활동, 한 적 있나?

 

최: 없다. 정권에 대한 비판은 시민사회의 당연한 자정 작용이다. 또한 특정 정당을 찍읍시다 한 적 없다. 누구를 낙선시키는 선거철도 아니고.

 

금: 통보 이후, 서울시의 다음 액션이 있었나?

 

최: 단체 등록취소 검토를 목적으로 서울시 직원들이 찾아왔다. 날짜는 3일 뒤, 11월25일. 촛불 집회 이후로 민원이 들어왔다고.

 

금: 민원이 많던가?

 

최: 그런 자료만 골라왔더라. 정치적인 활동으로 엮을 만한 거로. 예를 들어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와 정책 협약식을 체결한 것. 

 

금: 교육감도 선출직이니까. 협약 내용은 뭐였나?

 

최: 전국 교육감 후보에게 학생들이 만든 교육 정책을 보냈다. 공교롭게도 그중, 진보 교육감으로 불린 후보 두 사람만 답이 왔다.

 

해산이 결정되고,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해당 단체의 등록 말소 처분 원인을 지원법 제2조 3항으로 뽑았다. 그리고 그 예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선출직 후보인 서울시, 강원도 교육감과 정책 협약, 간담회 진행을 문제 삼았다.

 

금: 학생들이 만든 정책을 교육감 후보에게 전달하는 건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데.

 

최: 그걸 정치적 활동이라 하더라. 그날 서울시 직원이 SNS에서 찾은 사진을 가져왔다. 내 개인 활동을 추적해서.

 

금: 단체와 관련 없는. 최준호 대표의 개인 활동을 문제 삼았다는 건가. 무슨 사진이었나?

 

최: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의 비평화적 행보를 규탄하는 행사가 있었다. 기자회견 같은. 지인분이 주재하는 행사라 잠깐 들렀는데.

 

금: 발언 같은 건?

 

최: 전혀. 그냥 자리만 함께했다. 참석자 명단에도 없는, 단순한 방문. 이름을 부른 것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찾아냈는지 얼굴을 캡처했더라. 서울시 직원이 이건 특정 후보 반대 활동 아니냐고 묻더라. 내 개인 활동과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물었다. 뭐가 문제냐고.

 

금: 뭐라고 하던가?

 

최: 그냥 무시. 안 듣고 가더라.

 

1.jpg

 

돈줄을 끊어라

 

금: 미운털이 확실히 박혔나 보다.

 

최: 우리(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정부 여당의 타깃이 된 건 확실한 것 같다. 지난 10월 첫 집회 이후, 전방위적으로 공격 받고 있다. 

 

금: 예를 들면?

 

최: 지원금 회수.

 

금: 일단 돈줄부터 끊는다.

 

최: 너랑나랑(촛불중고생 연대 산하 동아리 단체)은 서울시 산하, 보라매 청소년 센터 지원금을 받는다. 얼마 전, 집행 지침 미준수로 지원금을 회수하겠다는 공문이 왔다. 

 

금: 근거는?

 

최: 우린 ‘예산 집행 지침’에 따라 ‘기관에 소속된 비상근 직원’에게 강사비를 지급했다. 그런데 보라매 측은 ‘예산 항목 안내’의 ‘외부 강사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진행 시’ 부분을 발췌해 ‘상근, 비상근’보다 ‘내부, 외부 강사’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걸고넘어졌다.

 

금: 꼬투리를 잡아서.

 

최: 그렇다. 근데 이상한 건, 작년에도 예산 집행 지침에 따라 지원금을 운용했다. 기관에 소속된 비상근 직원에게 강사비를 지급했고, 그땐 아무런 문제 없었다. 심지어 보라매에서 메일이 왔다. 단체 소속 비상근 대표의 경우, 강사비를 얼마 이상 책정하라는 내용으로.

 

금: 작년에는 문제없었다?

 

최: 촛불집회 이후로 같은 조항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 거다.

 

금: 경기도 교육청에서도 동아리 지원금을 환수한다고?

 

최: 중고생 촛불집회 참가 동아리를 대상으로 활동금 전액을 환수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와 여가부에서. 그리고 11월22일. 경기도 교육청에서 첫 환수 지시 공문이 왔다.

 

금: 이번 윤석열 정부 퇴진 2차 집회 이후 시점.

 

최: 그렇다. 환수 금액은 46만 원. 신문법 위반 과태료 1,000만 원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이건… 사실 더 악랄하다. 학생들 지갑을 터는 일이다. 

 

금: 교육청이 학생 삥을 뜯는다. 환수 근거가 뭐였나? 

 

최: 같은 레퍼토리다. 학생들의 정치적 활동. 

 

금: 그게 잘 먹힌다는 걸 깨달았구나.

 

최: 경기도 교육청과는 약정 중도 해지로 이미 논란이 있었다. 정치성을 띤 중고생 촛불집회 관련자(최준호 본인)가 <청소년 꿈의 학교>의 약정 대상자라고. 이건 2020년, 문화 예술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지원 사업 배제 건으로, 헌재 판례도 있는 내용이다. 개인의 성향을 단체와 연결 지어, 단체의 지원금을 회수하면 안 된다고.

 

금: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문제 삼는 거.

 

최: 맞다. 그들이 선택한. 중고생을 괴롭히는 가장 쉬운 방법인 것 같다.

 

억지도 적당히

 

KakaoTalk_20221229_203657740.jpg

 

금: 과태료 천만 원은 뭔가?

 

최: 정확하게 1,050만 원. 신문법 위반. 인터넷 신문 과태료 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1) 청소년 보호 책임자의 미지정 2) 등록연월일, 발행일, 편집인 등 필요적 게재사항 첫 화면 미표기 3) 신문 사업자 단체명을 등록 사항과 달리 표시해 신문 발행'이 이유였다.

 

금: 신문사 이름이?

 

최: <한국 청소년 청년 신문>. 아이러니하게도 이 신문은 서울시 지원 사업을 받아 만들어진 인터넷 신문이다. 청소년 중에 기자를 꿈꾸거나, 기사를 써보고 싶은 학생들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페이지다. 짧게 말하면 청소년기자 체험 공간.

 

금: 오, 좋은 프로그램이네.

 

최: 전화 한 통이면 충분히 수정 가능한 사항인데. 과태료를 바로 때려버렸다. 인터넷 신문에 과태료를 날린 게 서울시에서 3년 만에 처음이라고.

 

금: 과태료 부과 전, 사전 공지 같은 건? 수정 요청이라든지.

 

최: 없었다. 시청에 등록하러 간 날. 신문사 이름을 적은 접수증, 신문사 등록증. 이렇게 두 장 받고 나왔다. 등록했으니까 앞으로 이런 거 준비해야 한다. 라는 설명서, 아니면 이메일 하나라도 받았다면 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사항들이다.

 

금: 서울시에서 지적한 세 가지 중에 두 개는 그렇다 치고. 마지막 세 번째, '3) 신문 사업자 단체명을 등록 사항과 달리 표시해 신문 발행' 항목이 이해가 안 된다.

 

최: 사실 우리도 아직 모르겠다. 제일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신문사 등록할 때 신문사명이 <한국 청소년 청년 신문>. 제호대로 신문사가 만들어지고, 사이트에 이름과 로고를 걸었다. “제호대로 발행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라고 했더니, “이 인터넷 신문은 중고생 촛불 시민 연대에서 만든 거 아니냐, 그럼 신문사 이름은 중고생 촛불 시민 연대가 돼야 한다”고 하더라.

 

금: 그게 뭔 소리야.

 

최: 그래서 변호사님도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금: 놀라운 해석이다.

 

최: 그렇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졸하다.

 

금: 금액이 큰데. 어떻게 할 건가?

 

최: 과태료 통지서를 받고, 변호사님과 연결되기까지 시간이 있었다. 그때, 이런 상황이 발생해 도움이 필요하고, 주변에 많이 알려달라고 글을 올렸다. 집회 때마다 와주신 딴지 자봉단분들께도. 감사하게도 많은 시민이 후원 해주셨다.

 

금: 세상에는 멋진 어른들도 많으니까.

 

최: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다만 제일 걱정되는 건, 지금 당장 과태료 1,050만 원을 해결하더라도, 서울시에서 작년에 받았던 보조금까지 환수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에. 우리는 문제없이 잘 썼다고 말해도,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

 

서울시에서는 올해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으로,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지원한 보조금 1,600만 원에서도 부적정 집행이 발견돼 전액 환수할 예정이라 밝혔다. 문제 삼은 부적정 집행은 강사료, 홍보비, 물품구입비 등이다.

 

또 한 번 오세훈

 

금: 요새 잠은 잘 자나?

 

최: 못 잔다.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도 도와주는 시민분들이 있고, 또 지치지 않고 잘 따라와 주는 중고생 후배들을 보면 또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든다. 왔다 갔다 한다.

 

금: 어디서 제일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 같나?

 

최: 단연코 서울시다.

 

금: 서울시.

 

최: 모든 부서를 총동원해 공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 혹시 오세훈 시장 급식 세대인가?

 

최: 그렇다.

 

금: 오세훈 시장과 연이 많네.

 

최: 그렇다. 슬프게도. 연중에서도 악연.

 

금: 혹시 사이드 공격을 느낀 적은 없나? 관의 공식적인 압박 외에, 일반 시민 포지션을 취하면서 하는 공격도 있을 것 같은데.

 

최: 얼마 전에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 극우 집회 참가자들끼리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중고생 집회 사진을 보면 학생들 교복이나 얼굴이 나오니까 그걸로 학교에 항의 전화를 넣는 거다. 전화할 땐, “나 이 학교 학부모인데…”부터 시작하라는 지침이 있고. 포털 기사 댓글, 커뮤니티에 악의적인 글 작성은 기본. 전부 캡처해놨다.

 

금: 대응할 생각인지?

 

최: 지금 당장은 산재한 일들이 많아서. 내년 초에 형사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컨트롤타워 발동, 타깃은 메신저

 

금: 촛불집회 취재 당시, 사진을 찍을 때 계속 걱정된 부분이 있다. 학생들의 얼굴이나 교복이 노출되어 혹시 모를 고초를 겪게 될까 봐. 학생들이 기꺼이 기사에 사진 사용을 허락해주긴 했지만. 혹시 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나?

 

최: 공격이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금: 설계된 공격?

 

최: (끄덕임) 교육청에서 충분히 의지로 중고생들을 색출해서 공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구누구 교무실로 오세요."라는 방송 한 번이면, 학생들에게 엄청난 압박이 된다.

 

금: 그렇지. 학창 시절은 뭐든 예민할 때니까.

 

최: 촛불집회 하루 전까지 정부는 공문을 뿌렸다. 집회에 참석하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실제로 집회가 끝나고 학생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저를 건들고, 우리 단체를 건들고, 종북 몰이를 한다. 마치 불온한 단체인 것처럼 기사를 쓰고, 언론 플레이를 한다. 서울시, 교육부, 국민의 힘, 조선일보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너무나 전략적인 판단이다.

 

금: 컨트롤 타워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최: 그렇다.

 

금: 그럼 이야기 나온 김에, 최준호 개인을 향한 공격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중고생 촛불시민연대를 불온한 단체로 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최준호 대표를 고른 것 같다. 지금 나이가?

 

최: 25살.

 

금: 보수 여당에서 지적하는 게 나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 지난 성인이 중고생을 대표할 수 있냐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최: 중1 때, 중고생 연대를 만들고, 6년간 대표로 활동했다. 중고생 연대를 모체로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 당시, 중고생 촛불 시민연대가 탄생했다. 나는 상임 대표이자, 중고생 연대 시작에 있던 1기 선배로서 길잡이 역할을 할 뿐이다. 

 

금: 학생 대표가 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

 

최: 그렇다. 매년 중고생들이 직접 선출하는 학생 대표(현재 장인홍 학생)가 따로 있다. 그 친구가 사실상 중고생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YMCA, 청소년 기독교 연맹의 대표님도 연세가 지긋하시지 않나. 대표의 나이는 문제 될 것이 없다.

 

KakaoTalk_20221229_203857245.jpg

 

전가의 보도, 종북

 

금: 조선일보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통진당 카드.

 

최: 그렇다.

 

금: 일단 팩트체크부터. 통진당 가입 이력이 있나?

 

최: 없다.

 

금: 그럼 해당 기사. 어떻게 나왔나?

 

최: 그들(조선일보)이 말하는 시기가 2012년이다. 만 나이 14살 때. 최근 하향된 정당 가입 가능 연령 16살보다도 한참 어린 나이다. 일단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금: 당적을 둔 적도 없고, 둘 수도 없다.

 

최: 중고생 연대 활동 중이었고, 당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자는 것이 이슈였다. 가장 적극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했던 정당이 통진당이었다. 그래서 뭔가 같이. 뭐라 해야 할까. 

 

금: 콜라보?

 

최: (격한 끄덕임) 세련되게 콜라보레이션. 다시 말하면, 연대 사업. 

 

금: 당적은 애초에 팩트가 아니고.

 

최: 그렇다. 이슈가 맞아서 협업했을 뿐인데, 그 기록으로 종북 몰이를 한다. 당시에 뭐라고 직급은 받았다.

 

금: 직급명은?

 

최: 조선일보에서 청소년 비대위원장이라고 하더라. 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금: 통진당 직함이 아니라, 협의회의 어떤 직급인 건가.

 

최: 맞다. 그리고 만약 통진당에서, 혹은 대한애국당에서 활동했다 하더라도, 그게 공격거리가 될 수 없다.

 

금: 물론. 때마침 조선일보에서 단독 기사를 또 냈다. 혹시 봤는지.

 

최: 종북 강연 논란?

 

금: 조선노동당 대회를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나?

 

최: 없다.

 

금: 그보다 학생들이 그게 뭔 줄은 아나?

 

최: 그 기사 보고 나도 조선 노동당 대회가 뭔지 처음 알았다. 

 

금: 그랬겠다...전혀 다른 세대 이야기니까.

 

최: 나도 모르는 걸 더 잘 알더라. 조선일보는. 중고생을 위한 강연을 1년에 100회 이상 준비한다. 심리학자, 바리스타, 교수님 등 다양한 사람을 초빙해서. 그 중 딱 두 건을 찾아낸 거다.

 

금: 북한 관련으로.

 

최: 그렇다. 두 건 중 하나가 김련희 씨를 초대한 강연.

 

금: <다스뵈이다>에 출연하신 분.

 

최: 아, 그랬나?

 

금: 두 번 출연했다. 평양 시민으로서, 이남에 살고 계신 분.

 

최: 강연 주제가 흥미로워 중고생들과 같이 끝까지 들었다. 우리가 알던 탈북자와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 평양 중고생들은 어떻게 배우고, 생활하는지 이야기했다. 여기서 놀라운 건, 이 강연은 녹화, 녹음 어느 것도 없다. 사진 한 장 남아있다. 그러니까 조선일보 기자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알 길이 없는 거다. 김련희 강사가 조선 노동당이니, 북한 찬양을 고무하는 이야기를 했다느니. 이런 건 전부 그 기자 머리에서 나온 근거 없는 소설이다. 솔직히 북한 관련 소식은 종편에서 더 자주 들을 수 있지 않나?

 

금: 티비조선이나 채널A 주력 프로그램들이지.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이런 거.

 

최: 맞다. 거긴 매주 만나러 가더만. 왜 우리보고 그러나.

 

sds.JPG

 

가짜뉴스 생산지

 

금: 그리고 또 다른 종북 강연은 뭔가?

 

최: 기자 네 분을 초대한 강연. <머니 투데이>, <뉴시스> 기자, 대학생 언론 동아리 한 분, 그리고 지금 문제 삼은 <자주시보> 기자까지.

 

금: 초빙에 어떤 기준이 있었나?

 

최: 사실 기자 섭외가 너무 어려웠다. 당시에 아는 기자가 많지 않았다. 네 분이 응해준 것만으로 너무 감사했다. 그날 강연 주제는 ‘가짜뉴스’. 북한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식 뉴스를 뿌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이 두 개를 환상적으로 조합해 그런 단독 기사를 낸 게 아닌가 싶다.

 

금: 같은 논리라면 '김련희 씨, 다스뵈이다 출연.'도 거리가 되는데.  

 

최: 그렇다.

 

금: 김어준을 그런 식으로 공격하면 사람들이 "뭔 개소리야?"할 거다. 근데 최준호니까. 중고생 단체니까.

 

최: 뭐 모르는 애들이 세뇌당했다. 그렇게 연결이 되는 것 같다.

 

금: 그런 가짜 뉴스들은 적극적으로 반박해야 하지 않나? 반박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최: 정말 고민이 많은 부분이다. 보도 자료를 계속 내고 있다. 반박도 이미 했고. 그런데 기사 한 줄 안 나온다. 조선일보 기사에 적힌 것도 공식 해명이 아니다. 내용을 짜깁기해서 나갔다.

 

here.png

조선일보 단독 기사

 

금: 그럼 그 내용은 어디서?

 

최: 조선일보에서 대뜸 연락이 왔다. 우리가 서울시로부터 자료를 받았다. 거기 강연자 중에 범죄자가 강연했더라. 어떻게 학생들 듣는 강연에 범죄자를 초빙하냐. 조선일보 인터뷰는 악의적으로 나갈 걸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거절하는 편이다. 경찰처럼 범죄정보 조회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지금 말하는 그런 취지의 강연도 아니었다. 하고 끊었다. 그 대화를 사용했다.

 

중고생은 10.29 참사를 어떻게 보는가

 

금: 요즘 중고생의 빅이슈는 뭔가?

 

최: 솔직히 월드컵이 가장 컸다. 그다음이 10.29 이태원 참사. 

 

금: 아무래도.

 

최: 중고생 희생자도 있었고, 가까운 나이 때 희생자가 많았기 때문에. 특히, 추모 방식이 세월호 참사와 겹친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금: 어떤 점에서 그런가?

 

최: 201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4월16일이 되면, 학교에서 세월호 추모를 한다. 세월호 캠페인도 하고. 뭔가를 하는데...지난 8년간, 매우 병적인 수준으로 정치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 예를 들면?

 

최: 추모 행사는 열어야 하는데,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안전 사회 건설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 잘못 이야기 나왔다가 우리 학교 뒤집어진다. 그러니까 노란 리본만 나눠 줄게. 교복에 달고 있어. 그렇게 친구를 추모한다.

 

금: 추모의 좀비화.

 

최: 그렇다. 이번 이태원 참사 초창기에 보여줬던 정부 여당의 모습과 같다. 정해준 방식으로 신속하게 애도해라. 진상 규명 말하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고, 너희는 슬퍼만 해라.

 

금: 중고생들도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지?

 

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그래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렇게까지 한 거구나 하더라.

 

금: 아. 오히려 더 이해하게 된 건가.

 

최: 그렇다. 몇 년을 이 악물고 버텨 20살이 되었을 때, 그들이 어디로 가겠나. 서울 시민이라면 핼러윈 기간에 많은 친구가 이태원에 간다. 20대 입장에서 10.29 참사가 너무나 거대한 또래의 참사라면, 10대 입장에선 몇 년 뒤 우리 모습을 본 거다.

 

금: 꿈꾸던 세계에 대한 괴멸.

 

최: 놀러 갔다고 비난받는 일, 정부 여당의 무책임한 대응과 정쟁화. 중고생들은 이것을, 처음 겪는 '처참한 현실'이라고 표현한다.

 

금: 기억에 남는 학생의 말이 있나?

 

최: 우리는 중고등학생 때, 코로나로 집에 있어야 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껏 놀지 못할 것 같다. 노는 사람이 죄인이 되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 스무 살이 되면, 어디서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

 

금: 아무리 봐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 게 있나?

 

최: 바로 떠오르는 건. 이태원 참사 직후에 있었던 교육부 차관 주재 시도교육청 회의. 시도 교육청 담당자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IE003071628_STD.jpg

장상윤 교육부 차관

<출처 - 교육부>

 

"수능이 다음 주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학생들의 안전인 만큼 중고생 촛불집회 등 다수가 모이는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생 안전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

 

"교육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허위 사실은 엄정히 대응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금: 아… 기사로 봤나?

 

최: 그렇다. 당시 보수 매체 기자 분이 내용을 전달해줬다. 이걸 왜 나한테 보내주지? 놀랬다. 아마 그들이 보기에도 어이가 없었던 것 같다. 이 비극을 정치적으로… 심지어 교육부가 학생들을 상대로 쓴다는 게 끔찍하다. 그 타이밍에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니. 일단 촛불집회부터 막고 보자는 게 첫 번째였다는 거니까.

 

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최: 촛불집회 시작부터 지금까지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촛불 집회 때마다 학생들을 지켜주신 딴지 자봉단, 딴지일보, 박시영TV, 안진걸 소장님 그리고 집회에서 항상 우리를 보고 박수 치고, 응원해주시는 촛불 시민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가끔 서로 위로가 되기 위해, 탄압이 끝났을 때 우리 모습을 상상한다.

 

금: 어떤 모습인가?

 

최: 정부 여당의 공격이 멈추고, 우리가 지켜진다면. 정기후원을 받아 작은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 회의도 하고, 모임, 세미나, 동아리 운영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그곳에 감사한 분들을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 민주주의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모두 중고생 사회개혁 단체들이 튼튼하게 받쳐준다. 주요 사회개혁 의제가 나올 때마다 앞장서 의제를 이끄는 젊은 피의 역할을 한다. 반면 아시아권은 거의 없다. 한국에서 우리가 진보적인 아젠다를 끌어낼 수 있는 꼭 필요한 단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단체를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금: 건투를 빈다.

 

_DSF3282.jpg

 

사진: 고려명

 

<끝>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