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0. 지난 1편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가능한 드라마 본편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2편과 3편에서는 드라마의 내용에 대해서도 조금씩 언급해 나가려고 합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본편을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은 본편 감상이 끝난 뒤 이 글을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 명작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새로운 즐거움이 있는 법이지요.

 

maxresdefault.jpg

 

1. 넷플릭스는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 2 제작을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웬즈데이가 돌아옵니다. 시즌 1 후반부 전개가 마음에 들었던 분들도 그렇지 않았던 분들도 우선은 모두 시즌 2가 제작된다는 사실을 함께 기뻐합시다. 영상을 잘 보시면 웬즈데이가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리는 착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2. 이제 당당히 이렇게 부를 수 있어서 기쁜 웬즈데이 시즌 1의 인기를 상징한 것 중 하나는 누가 뭐라 해도 웬즈데이의 댄스 신일 겁니다. 드라마 본편을 모두 시청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영상 혹은 이 춤을 누군가가 따라 춘 영상은 한 번쯤 인터넷에서 보게 됐죠.

 

 

스마트폰의 보급은 많은 사람의 손에 인터넷과 카메라와 영상편집기를 동시에 쥐여 주었습니다.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작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제가 속한 세대는 마음에 드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감상문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고, 저는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성장기를 스마트폰과 함께 한 세대는 영상물의 마음에 드는 장면을 스스로 재연출해 공유하게 되었죠. 우리의 다음 세대는 어떻게 창작물을 즐기고 그 경험을 공유하게 될지 벌써 기대되네요.

 

3. 웬즈데이 시즌 1 본편 영상에서 웬즈데이가 춤을 출 때 나온 노래는 미국의 락 밴드 “the Cramps”가 1981년에 발표한 그들의 두 번째 앨범 “Psychedelic Jungle”에 삽입된 히트곡 "Goo Goo Muck”입니다. 웬즈데이는 평소 음악을 들을 때 가장 거대했던 아이팟의 300배쯤 되는 부피의 축음기를 사용하는 고풍스러운 취향의 소유자인 만큼 웬즈데이 기준에선 ‘신나는 최근 노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본편의 이 장면은 당연히도 DJ가 사운드를 담당하는 무대가 배경이며 이 장면 전후의 선곡도 매우 현대적입니다만, 기타 리프의 첫 음부터 40년 전에 녹음된 것이 느껴지는 이 곡의 인트로가 나오는 순간 작품의 시공간이 순식간에 웬즈데이의 취향으로 바뀌는 듯한 착각이 들죠. 작품 분위기에 걸맞은 매우 훌륭한 선곡이었습니다. 심지어 잠시 숨었다가 나타나는 웬즈데이의 순간이동 안무도 가사 중 일부에 맞춰져 있죠.

 

4.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21세기의 창작물 소비자들의 ‘창의력’이 발휘됩니다. "Goo Goo Muck”은 원작 안에서는 완벽한 선곡이었지만, 틱톡에서 웬즈데이 댄스 챌린지를 즐기려는 10대들에겐 조금 다른 비트가 필요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많은 곡으로 여러 시도를 한 끝에 2022년 연말의 전 지구적 집단지성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레이디 가가의 블러디 메리 Bloody Mary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원곡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원래 블러디 메리는 웬즈데이 댄스 챌린지에 사용되는 것보다는 훨씬 느린 곡입니다. 이 곡의 특징적인 한 부분을 빨리 재생하면 틱톡을 비롯한 짧은 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웬즈데이 댄스 챌린지에 참가하기 매우 적절하다는 것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밝혀진 것이죠. 덕분에 레이디 가가의 원곡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재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5. 일이 이렇게 진행되면 레이디 가가 본인조차도 이 거대한 시대사적 조류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레이디 가가 본인이 등판한 웬즈데이 챌린지를 감상하시겠습니다.
 


그리고 이쯤에서 다시 넷플릭스가 공개한 시즌 2 제작 발표 영상을 보시면, 우리가 진정으로 ‘제작진과 팬이 함께 작품을 만드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실감하실 겁니다.

 

 

6. 소비자가 콘텐츠를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소비하게 된 시대인 만큼 저작권에 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작권이란 참 묘한 권리여서, 저작권자가 괜찮다고 허용하면 실로 많은 일이 가능해지고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레이디 가가의 블러디 메리를 원곡 중 일부만 빨리 재생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것 자체는 레이디 가가 측이 마음만 먹으면 그런 행동을 한 사람에게 피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명백한 권리침해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반응하는 음반사 혹은 기획사도 아직 있기도 하고, 그건 권리자의 당연한 권리 행사이기도 합니다.

 

wednesday-ht-gmh-221209_1670605614041_hpMain_16x9_992.jpg

출처-<abcNEWS>

 

그러나 레이디 가가 측이 우선은 이 현상을 묵인했기에 수천 만 명의 사람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즐길 수 있게 됐고, 이후엔 심지어 레이디 가가 본인이 그 새로운 창작의 일부가 되기도 했죠. 인터넷에 범람하는 영화 ‘리뷰’를 표방한 편집 영상들은 영화 홍보의 중요한 창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15분 만에 줄거리를 다 봤으니 티켓값은 아꼈다는 심리를 유발해 영화 제작사가 다음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파산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소비자가 창작물을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사회의 입구에 서 있고, 팬들도 행복하고 제작자도 행복할 타협점을 찾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단계라 봐야 할 겁니다.

 

7. 웬즈데이 챌린지에 참가한 레이디 가가 보다는 훨씬 작지만 흥미로운 형태로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괜찮아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2015년에 일본의 한 트위터 유저가 도라에몽이 드럼을 치는 장난감이 X JAPAN의 명곡 쿠레나이 紅에 맞춰 드럼을 치는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로 완벽한 비트에 감탄하면서도 권리자의 요청으로 조만간 영상은 지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놀라운 반전이 있었죠. 원곡 작곡자인 요시키가 이 트윗을 리트윗한 겁니다. 덕분에 이 영상은 당시에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아직도 인터넷상에 남아서 누군가의 추억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다시 들어도 정말 박자가 완벽하네요. 혹시 이 장난감에 영감을 얻어 작곡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8. 물론 이런 모든 시도가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멜리사 헌터 Melissa Hunter라는, 주로 드라마 방면에서 활약 중인 작가가 있습니다. 최근작으론 디즈니 플러스의 쉬헐크의 각본에도 참가했고, 최근 결혼도 하셔서 얼마 전에 출산도 하셨더군요(축하합니다). 이 분의 커리어를 보면 10년 쯤 전에 특이한 이력이 하나 나옵니다.

MV5BNmUwZTlkM2QtMjdhOC00YjgzLTg1ZmMtZTlhZDZkOWI3YmY4XkEyXkFqcGdeQXVyNjA3NDc0Mjk@._V1_FMjpg_UX1200_.jpg

출처-<imdb>

 

Adult Wednesday Addams 2013-2015 (13개 에피소드)

그렇습니다. 3년간 2개 시즌에 걸쳐 ‘성인이 된 웬즈데이 아담스’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시도는 이미 1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독립자본에 의한 프로젝트였기에 아담스 패밀리 정사에 기록되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팬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했고 호응도 뜨거웠던 시리즈였습니다.

 

9. 멜리사 헌터가 제작자/주연/각본가인 Adult Wednesday Addams는 말 그대로 성인이 된 웬즈데이가 취직도 하고 바에서 연애 비슷한 것도 하는 내용이기에 시대적으로는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것도 할리우드판 인맥인지 단역을 포함해 쟁쟁한 출연진들이 등장하죠. SNL의 Heidi Gardner와 아주 잠깐이지만 앤트맨의 쿠키영상에도 등장했던 Anna Akana가 우선 눈에 들어오는군요. 시즌 1 제작비 약 2천 달러(당시 환율로 대략 2백만 원), 시즌 2 제작비 약 2만 달러(약 2천만 원)로 제작된 독립 웹 드마라 출연진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영화에 청운의 꿈을 품은 청년들이 너도나도 할리우드로 모여드는 이유 중 하나겠죠.


Screen+Shot+2018-10-15+at+5.48.26+PM.png

 

 

10. 멜리사 헌터의 Adult Wednesday Addams는 원래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지만 특히 웬즈데이가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큰 목소리로 성희롱성 발언을 하는 이른바 ‘캣 콜링’을 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에피소드가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큰 주목을 받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바이럴을 타야 하는 법이지요. 아마 이 에피소드 요약본을 보신 분은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그 후 저작권자 측에서 점잖게 접촉을 해 오고, 멜리사 헌터는 영상물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내리게 됩니다. 모든 패러디 시도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사례라 하겠죠. 2018년에 공개된 본인의 인터뷰도 확인해 보시죠(한글 자막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11. 멜리사 헌터의 Adult Wednesday Addams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넷플릭스판 웬즈데이를 보고 미소 지었을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MV5BOWE5MzYxNWMtNzE1Zi00NjA4LTkyNjItZjg3YmE4Zjg2NzE3L2ltYWdlXkEyXkFqcGdeQXVyMjQ0MDgxOTY@._V1_FMjpg_UX800_.jpg

출처-<링크>

 

멜리사 헌터판 시즌 2의 한 에피소드는 웬즈데이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완벽하게 관에 들어간 자세로 잠을 자던 웬즈데이가 눈만 번쩍 뜨고 주위를 돌아보는 명연기를 멜리사 헌터 본인이 선보이는 명장면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웬즈데이가 양호실 침대에서 깨어나는 장면이 딱 이 느낌으로 연출됐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넷플릭스판 제작진들이 멜리사 헌터판을 참고했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장면의 유사성은 우연한 일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담스가의 아이들은 관 속에서 잠을 잔다는 설정은 원래 유명하고, 평생 관 속에서 잠을 잤을 아이들이 침대에 눕게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서 연출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 비슷한 연출을 하게 됩니다.

 

12. 드라마 웬즈데이가 한국에서 화제를 모았을 때 가장 먼저 나온 말은 ‘해리포터 느낌이 난다’였습니다. 거기까진 많은 사람이 동의했지만, ‘해리포터의 연출을 참고한 것인가’라는 명제가 나오면 전선이 확대됩니다. 자고로 오랜 팬덤과 신흥 대형 팬덤의 싸움 만큼 불붙기 좋은 건 없고 21세기 팬덤계의 태산북두 해리포터 팬덤과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아담스 패밀리 팬덤의 정면충돌은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2022-2023시즌 겨울을 뜨겁게 달궈줬을 핫한 소재였으니까요. 다행히 아직 서로 감정싸움까진 하지 않는 걸로 보입니다만. 참고로 저는 드라마 웬즈데이가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의 연출을 크게 참고하진 않았다고 봅니다. 다만 두 작품이 다루는 배경 소재가 유사할 뿐이지요.

20221223502484.jpg

 

 

13. 드라마 웬즈데이와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의 유사점을 언급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은 특색있는 각 기숙사에 배정된 아이들이 경쟁하고, 기이한 스포츠 경기로 싸우기도 하고, 때가 되면 댄스 파티를 열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 재확인 교차검증을 하곤 한다는 것인데, 이건 두 작품의 배경이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영미권의 이른바 보딩스쿨이기에 나타나는 유사성입니다. 영화 ‘부산행’이 크게 흥행하면서 이후 좀비 영화들은 크든 작든 부산행의 영향을 받게 됐지만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만들었을 뿐 KTX라는 열차를 만든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0b71b90f2af314e4deab0fd5a0653f5f.jpg

 

14. 현 메타 구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의 전기영화에 가까운 영화 ‘소셜 네트워크’ 초반부에 남자 주인공이 여성에게 차인 분풀이로 자신이 재학 중인 하버드대 각 기숙사의 여성 사진들을 모두 긁어모은 다음 랜덤하게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고 ‘어느 쪽이 더 예쁜지 고르게’하는 페이스매쉬 Facemash라는 사이트를 순식간에 만들어버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페이스북은 바로 여기서 시작한 서비스로, 방구석 루저들이 여성들 외모 평가를 기숙사별로 해 보려다가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 셈이죠. 기숙사가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인 건 심지어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한 전기영화인 소셜 네트워크도 공유하는 특징입니다.

MCDSONE_EC037.jpg

 

 

15. 소셜 네트워크의 주요 반동인물인 윙클보스 형제는 실존인물입니다.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렸고 주커버그에게 아이디어를 뺏겼다며 소송을 하는 친구들이죠. 이들은 작품 내내 한국인 입장에선 웬 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선배들의 온갖 가혹행위를 버티는 기이한 짓을 벌이는데, 이들이 들어가려 노력하는 것이 이른바 ‘파이널 클럽’이라고 불리는 명문가 자제들의 사교 클럽입니다. 하버드뿐만이 아니라 이른바 영미권 명문 보딩스쿨엔 엄격하게 가입 자격을 제한하는 폐쇄적인 사교클럽이 아직도 실존합니다. 그 중엔 역대 미국 대통령이 가입했던 클럽도 있을 정도죠. 웬즈데이에 등장하는 까마중회가 네버모어판 파이널 클럽이 아닐까 합니다만, 남녀 공히 가입이 되는 걸로 봐서 창작물 쪽이 훨씬 진보한 집단으로 보이네요. 참고로 이런 사교 클럽이 있는 학교는 역사가 깊어서 같은 클럽에 부모와 자녀가 대를 이어 가입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제이비어 소프가 웬즈데이의 부모도 까마중회 소속이었던 점을 지적하며 웬즈데이도 자격이 있다고 말한 건 이 맥락에서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다운로드.png

 

16. 이니드 싱클레어가 작중 엄청난 열의를 가지고 참가하는 포 컵은 조정 경기인데, 이것이야말로 보딩스쿨 학생 스포츠의 꽃이라 할 만한 종목입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학 간 정기전인 옥스퍼드와 캐임브리지의 정기전 중에서도 템스 강에서 펼쳐지는 양 대학의 조정 경기는 그냥 ‘보트 경주’라고 하면 이 경기를 말할 정도로 권위 있는 경기지요. 이 정기전의 영향을 받아 이후 각국의 사립 명문대도 대학간 정기전을 펼치게 됐고, 이것의 한국 버전이 잘 아시는 연고전/고연전입니다.

4213_186654_5139.jpg

 

참고로 소셜 네트워크에 등장하는 윙클보스 형제는 실제 조정 선수이기도 합니다. 영화 마지막에 베이징 올림픽에 출천했다는 자막이 나오지요. 실로 보딩스쿨의 클리셰를 다 모아둔 것 같은 형제들이군요. 이렇듯 꼼꼼히 살펴보면 드라마 웬즈데이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는 보딩스쿨을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에서도 쉽게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웬즈데이와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의 유사성은 같은 소재를 다르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겁니다.

 

17. 포 컵 대회의 우승팀이 가져가는 우승 트로피는 유러피언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컵 디자인을 참고로 한 걸로 보입니다. 이 트로피의 별명은 큰 귀라는 뜻의 ‘빅 이어’입니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작명법이죠. 이니드는 작중에서 기쁜 나머지 이 트로피를 안고 자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장이고 가장 열성적으로 참가한 멤버이니 다른 팀 멤버들이 허락을 해 줬나 보군요.

 

FjlPKBKXoAAz0u_.jpg

출처-<트위터>

 

18. 북미의 내셔널 하키 리그 NHL의 우승 트로피는 ‘스탠리 컵’이라는 트로피인데, 우승팀 멤버들은 다음 우승팀이 결정되는 1년 사이 적어도 하루는 자신의 집에 스탠리 컵을 보관할 권리를 가집니다. 보통 이날 큰 파티를 하곤 했는데, SNS의 시대가 열리고 나선 각종 인증샷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포 컵이 비슷한 방식을 취했다면 이니드가 가장 먼저 그 권리를 행사했을 수도 있겠군요.

 

<

 

프렌즈에서 챈들러를 연기한 매튜 페리는 아이스하키 팬으로도 유명한데, 친분이 있던 선수의 스탠리 컵 파티를 자택에서 열어준 적도 있습니다. 영상 03:47에 사진이 나옵니다. 그나저나, 프렌즈 주연다운 뷰를 자랑하는 집이네요.

 

 

19. ‘까마중’은 조금 생소한 단어지만 일단은 식물 이름입니다. 한국에도 있는 한해살이 풀로 독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다른 많은 약재가 그렇듯 잘 사용하면 약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블랙 나이트셰이드 Black Nightshade 라고 하지만 작중에선 그저 ‘나이트셰이드’라고 가장 많이 불립니다. 이 식물의 독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고, 작중 중요한 사교 클럽의 이름도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1787455102.jpg

 

 

20. 드라마 웬즈데이의 한국어 자막은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했습니다. 다만 영상물 번역도 시류를 타는지라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닌 저와 의견이 다른 점이 한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결정적인 것이 Nightshade가 들어간 단어를 ‘까마중 독’ ‘까마중회(클럽이란 의미)’로 번역하느냐, ‘나이트셰이드 독’ ‘나이트셰이즈’로 번역하느냐였습니다. 제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신중히 고민한 뒤 후자를 택했을 겁니다. 이쪽이 훨씬 하이틴 드라마의 느낌이 나죠. 하지만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자막 판은 역시 ‘까마중 독’ ‘까마중회’가 결국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나 합니다. 다음에 드라마 웬즈데이를 감상하실 땐 저 단어들을 ‘나이트셰이드 독’ ‘나이트셰이즈’로 바꿔서 받아들여 보시기 바랍니다. 조금 다른 분위기로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끝-

Wednesday-Ending-Explained.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