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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 대통령의 으름장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대통령실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이 막 핵 보유하자고 설레발친 게 아니라... 어허! 사람들이 말이야. 우리 NPT 탈퇴 안 한다니까! 그러니까 대통령 말은 확장억제를 강화하자 뭐 그런 거야."

 

이게 대통령실의 해명이다. 이 해명을 듣고 진지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해 봤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달래주기 위한 강경 발언"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

 

등등으로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해 봤다. 이때 걸리는 게 미국이었다. 당장 생각나는 게 『한미 원자력 협정』이다. 간단히 말해서 미국이 한국에 박아놓은 족쇄다. 한미 원자력 협정의 목적은,

 

"너네 핵무기 가질 생각 꿈도 꾸지 마."

 

이다. 1956년부터 협정을 체결하고, 한국의 원자력 사용과 연구에 족쇄를 걸어 놨다. 2015년에 개정 협상을 완료하고 2035년까지 협정은 이어진다.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도 양국 합의로 허용이 된다(미국은 대만과 핵 협정도 체결하고 있다. 대만도 1980년대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미국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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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채널A 갈무리>

 

이 모든 것의 총합은, 미국은 한국이 핵무기를 가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거다(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무장을 말했다. 아무리 ‘전제’를 했다곤 하지만, 이 이야긴 분명 외교적으로 이야기가 나올 터이다(비공식적으로도 무조건 한 번은 이 이야기가 나올 거다).

 

이런 ‘부담’을 알면서도 핵무장이란 무리수를 뒀다면,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 기껏해야 대내적인 이미지를 확보하고자 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외적으로 북한에 ‘압박’이 될 수는 없을 것이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그 어떤 영향력이나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지 못하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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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Jtbc 갈무리>

 

2. 동북아가 걱정스러운 미쿡

 

툭 까놓고 말해서 미국이 ‘핵확산’에 대해서 가장 우려하는 지역이 바로 동북아시아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분명 한국도 핵을 가지려 한다. 한국이 핵을 가진다면 일본도 핵을 가지려고 할 거다(일본과 한국은 이미 준 핵보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나 일본은 핵을 보유하고자 별짓을 다 할 거다(일본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이외에 유일하게 플루토늄의 생산과 보유가 인정된 국가란 걸 아는 이들은 많이 없다. 이걸 이야기하려면 몬주 고속증식로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이건 나중에 기회 되면 이야기하겠다.).

 

한국과 일본이 핵을 가진다면, 당연히 대만과 베트남도 핵을 가지겠다고 덤벼들 터란 게 국제사회의 예측이다. 핵 도미노가 이어진다는 거다.

 

일각에선 한국이 핵 보유를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의외로’ 제재가 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부정적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더 난리를 칠 게 눈에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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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SIA SOCIETY>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국제원자력기구)가 2004년 한국을 사찰한 적이 있다.

 

"한국은 2000년 1월부터 3월 사이에 최소 3차례 이상 레이저 농축 실험을 했다. 그것도 아주 극비리에 말이다. 이때 0.2그램의 농축 우라늄을 제조했는데, 농축도는 최고 77%에 달했다."

 

2004년 8월,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IAEA에 자진 신고했고, 다음은 아주 ‘난리’가 났다. 유럽 일각에서는 이 사안을 UN 안전보장 이사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대체로 ‘뜨악’한 거였는데, 가장 크게 반응한 건 역시나… ‘일본’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한국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는 연구 실험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의 공식 논평이다. 상당히 돌려서 말했지만, 행간을 잘 살펴봐야 한다.

 

"너희 핵무기 만들려고 한 거 아니지? 뭐 실수라고 하는데… 어쨌든 너희 잘못인 거 너희도 잘 알고 있지?"

 

라고 돌려 까는 거였다. 여기에 경고도 이어졌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호소도 히로유키는,

 

"한국 과학자들의 우라늄 분리 실험에 대한 국제 원자력기구의 조사를 면밀히, 아주 면밀히 주시할 겁니다."

 

정부 대변인의 공식적인 논평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었지만, 정치인들이나 학계, 여론은 달랐다. 북한에 이어 한국까지도 핵 개발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의구심, 한발 더 나아가 만약 한국이 핵 개발에 들어간다면 일본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핵 개발을 했으니 남한도 핵 개발에 뛰어들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국의 핵 개발 시도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거였다.

 

"저색희들 저거 핵 만들 수도 있어."

"예전에 한 반 만들려고 했잖아."

"인도, 파키스탄 봐봐. 전쟁하던 애들인데 눈 안 돌아가겠어?"

 

이런 상황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판세나, 기류 변화에 따라 제재가 의외로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섣불리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한 국가의 ‘핵무장’이라는 건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란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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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두 폭발실험

출처-<위키피디아>

 

3. 윤 대통령의 설레발

 

자, 문제는 이 중요한 사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도 쉽게 내뱉었다는 거다. 대통령이 내뱉고, 뒤이어 대통령실이 해명, 혹은 부연 설명을 첨부하는 건 국내 정치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다. 전쟁 혹은 핵과 같은 전략무기와 관계된 사안은 외국도 주시하는 부분이다. 이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만약 이런 발언을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고도의 정치적인 계산 끝에 나와야 한다. 즉,

 

"이 발언을 통해서 북한을 압박하겠다."

 

혹은,

 

"이를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를 구체화한다."

 

등등의 계산이 있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이런 고차원적인 계산보다는 더 낮은 ‘속내’가 보인다. 그 증거가 바로 대통령실의 해명과 부연 설명이다. 계산기 두드려보고 내지른 거였다면, 이후의 파장도 예측했어야 하는 게 맞다. 아니, 그 이전에 점층적으로 올라가는 발언의 강도를 생각해 보자.

 

"지지율이 잠시 오르니까, 계속 강하게 밀고 나가는 건가? 지지율 올라갈 거라 믿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대내용’, 정확히 말하자면, ‘국내용’이기 때문이다. 말은 거창한 ‘핵 공유’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고, 전쟁 발언 역시 아무런 실익이 없다.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전쟁하겠다고 말하는데, 그게 좋게 보일 리가 있겠는가? 물론, 북한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북한은 중국도 우습게 보며, 내일이 없는 벼랑 끝 외교로만 30여 년 버틴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 ‘전쟁 위협’이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결론은 간단하다.

 

"나는 전임 정권과 다르게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대통령이다! 안보에 있어서만은 내가 확고한 의지가 있다!"

 

라는 걸 천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무인기 때문에 체면이 손상된 건 알겠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국내용 발언이 외교적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걸 윤석열 대통령이 깨달아야 한다. 만약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한다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어떤 전략무기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에서 지금 발언은 상대 국가와 주변국에 하나의 ‘재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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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4. 뇌순남

 

이 자리에서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만들지 말아야 한다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이미 ‘준 핵보유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저색희들 마음만 먹으면 1년 안에 핵무기 만들 걸?"

"무슨 소리야 6개월도 걸리지 않을 거야."

"하긴, 빨리빨리의 민족인데..."

 

이미 2004년에 한 번 겪어보지 않았던가? 나름 인정받던 한국이었지만, 유럽과 일본에서는 가자미눈을 뜨고 한국을 노려봤다. 미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의 핵 보유를 반대하고 있다. 물론, 국가의 생존을 위해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판단을 내릴 때는 이렇게 가볍게, 막무가내로 말하진 않는다.

 

무인기 때문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건 이해하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발언에 대해서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 의미는 알고 발언해야 한다. 이제까지 대통령 자리를 거쳐 간 많은 대통령이 꾹꾹 마음을 눌러 담으며 핵무장에 대한 언급을 왜 자제해 왔는지, 그 의미를 알아야 한다. 그 발언 하나하나가, 이때다, 하고 치고 나가고 싶은 주변 국가에 '재료'로 쓰여져 한국을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으로 옥죌 게 뻔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