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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초등학교 1, 2학년들에게 발생하는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폭력예방법이 아닌 별도의 제도로 진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제안에 경기도교육청 임태희 교육감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조만간 시도 교육감들을 대상으로 법률 개정을 위한 공론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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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폭력의 피해 부모입니다. <아빠가 되어줄게> (지난 연재물 링크)저자이자, 이제는 <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를 운영하며 학교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깊숙이 개입한 입장에서 이번 조희연 교육감의 학교폭력 인식에 대해 미력하나마 제 생각을 밝히고 싶습니다. 

 

1.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미성숙한 존재인 것은 공감합니다만 그들의 학교폭력 행위를 단순히 사회화 과정으로 치부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들이 집단으로 흉기를 이용하여 협박하고 위협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속해서 피해 학생에게 언어폭력을 하여 등교를 거부한 사례도 있습니다. 단순히 사회화 과정으로 치부하기에는 피해 학생의 상처가 너무 큽니다. 언어폭력을 비롯한 신체적 폭력 행위는 사회화 과정으로 치부할 것이 아닙니다. 폭력을 사회화 과정으로 치부하는 순간,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오히려 폭력을 부추기는 행위와 같습니다.

 

이는 조희연 교육감이 현재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만약 조희연 교육감 주장대로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학교폭력 행위를 미성숙한 사회화 과정으로 치부한다면, 이미 성장한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은 학교폭력 예방법이 아닌 형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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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2023년 국민일보 기사 갈무리>

 

2. 학교폭력의 처리 과정이 처벌 위주로 진행된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현재 학교폭력 시스템은 처벌 위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강력 범죄에 해당되는 폭력이라도 가해 학생들은 학폭위에서 그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고작 생활기록부 기재, 학교 봉사, 사회봉사는 불이익이 아니라 당연히 가해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입니다). 더욱이 가해 학생들이 학폭위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거짓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면 그때부터 가해 학생들은 선도의 대상이 아닌 교화의 대상으로 전환됩니다.

 

강력 범죄에 버금가는 가해 학생들을 강제 전학 보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가해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학생들은 폭력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가해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고 학교에 다니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지니는 현 학교폭력 시스템을 가해 학생들의 처벌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는 교육감의 비현실적인 인식에 그저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3. 전근대적인 사고로 학교폭력의 기준을 재단하려는 인식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부 학교 관리자·교사·관료들은 학교폭력을 과거에 소위 말하는 일진들의 신체적 폭력 행위를 기준으로 인식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범위와 유형은 갈수록 확대되고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신체적 피해만이 학교폭력이 아닙니다. 사이버상의 사이버 블링과 SNS, 메신저를 이용한 허위 소문, 따돌림과 악플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무분별한 악플과 조롱으로 극단적인 시도를 한 연예인도 많으며, 여전히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괴로워하며 지옥 같은 일상을 겪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가해와 피해, 방관의 끝없는 악순환 _ KBS 스페셜 “교실 속, 거짓말 같은 이야기” (KBS 120318 방송) 0-28 screenshot.png

출처-<KBS>

 

신체적 폭력은 눈에 보이는 상처라서 회복 과정을 확인할 수 있지만, 정신적 피해는 눈에 보이지 않으며, 오직 피해 학생들만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입니다. 그 지옥을 알고 계십니까? 상대 학생을 우롱하고 조롱하는 것은 신체적 폭력 못지않은 학교폭력입니다. 피해 학생의 상처와 고통의 크기를 그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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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출처-<일요신문>

 

4. 학교폭력의 갈등을 일부 학부모에게 원인을 돌리는 인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물론 학교폭력 피해 부모들이 과도하고 민감하게 대응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이 왜 그렇게 대응하는지 이유를 교육청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22년 서울시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건수의 45.5%가 '학교폭력이 아니다'라는 통계를 근거로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천만 시민의 교육정책을 관장하는 교육감이라면 표면적인 학교폭력의 통계 수치만 봐야 할 것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학교폭력이 아닐 수 있음에도 왜 부모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는지 이유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혹시나 학교폭력의 처리 과정에서 학교와 교사들이 중립을 위반하거나,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와 교사들이 은폐·왜곡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피해 부모는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불신이 있습니다. 여전히 발생한 학교 폭력을 방관하고 모른척하는 일부 교사도 있으며, 일방적으로 피해 학생에게 참으라고 강요한 사례도 있습니다. 오히려 가해 학생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교사도 있었습니다. 학교폭력의 갈등을 학부모의 대응에서 이유를 찾을 것이 아닙니다.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학교와 교사가 피해 부모와 불필요하게 갈등을 일으킨 것은 아닌지 전반적인 현재의 프로세스를 점검해야 합니다. 학교폭력 갈등 해결을 위한 주체인 교육청이 학교폭력의 갈등을 학부모에게 원인을 부여한다는 것은 책임 회피이자, 본질을 왜곡하는 인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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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이낸셜 뉴스>

 

5. 여전히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교육과 선도로 교화할 수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폭력은 사회적인 문제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학교폭력의 가해 학생들을 교육과 선도로 교화할 수 있다는 교육 당국의 안일한 인식에서 시작합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은 현재 학교폭력 예방 및 처벌 시스템의 맹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더욱이 학폭위에서 선도 조치 받았던 가해 학생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기보다, 2차 가해를 통하여 또다시 피해 학생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학교폭력을 선도 위주가 아닌 교화 위주로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현재의 학교폭력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현재의 시스템을 고수하겠다는 뜻입니다.

 

23년 새해 벽두부터 학교폭력을 예방하고자 심사숙고하여 발표한 제도 개선이 고작 이 내용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실망을 금치 못합니다. 학교폭력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교육 당국의 인식 개선입니다. 여전히 사회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는 일부 교육 당국 고위 관료들과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교화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부 교육 전문가의 인식 문제가 결국에는 불신과 불공정을 야기합니다.

 

가해와 피해, 방관의 끝없는 악순환 _ KBS 스페셜 “교실 속, 거짓말 같은 이야기” (KBS 120318 방송) 0-13 screenshot.png

출처-<KBS 갈무리>

 

이에, 조희연 교육감께 당장 현실에서 학교폭력 예방하고자 해야 할 일들을 학교폭력 피해 부모로써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22년도에 발생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지속 추적 관리하시기를 바랍니다

 

피해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자는 뜻이 아닙니다. 적어도 학교와 교사는 피해 학생의 학교폭력 상처를 위로하고 보호해 주어야 할 도덕적·사회적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오로지 혼자 상처를 감내하고 있습니다.

 

22년도에 발생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추적 관리하시기를 바랍니다. 피해 학생들이 상처를 잘 극복하고 있는지, 혹시나 학교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지속해서 관심을 표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심을 보여야 할 책임을 각 학교의 상담 교사에게 미루지 마십시오. 해당 담임 교사가 진행하면 되는 것이고, 그래 봐야 10분 내외의 시간입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자퇴하는 이유가 가해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학교폭력 처리 과정을 겪으면서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실망감,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불신이 큽니다. 피해 학생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받으며 학교를 떠납니다. 지속해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에게 관심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학교의 교사는 학생들에게 영향력이 큰 존재입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 관심의 표현 하나가 때로는 피해 학생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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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갈무리>

 

2) 발생한 학교폭력을 은폐하거나 사안을 축소하려는 학교 관리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어야 합니다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 관리자 의중에 따라 학교폭력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엄연한 폭력임에도 학교 명예를 운운하며 사안을 축소하려는 학교 관리자들이 있습니다. 교육청은 학교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향후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 임의로 축소, 왜곡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고 공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조처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학교 관리자들이 바라보는 학교폭력의 인식만 달라져도 학교와 교사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3)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장학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장학사는 학교에서 정리된 사안 조사를 토대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간사의 역할을 합니다. 학교폭력 장학사는 기존 학교의 교사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조사한 사안 조사가 불완전하거나, 각각 상반된 주장일 경우, 학교에 관한 재조사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폭력 장학사는 그러한 권한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반된 사실 확인서를 토대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될 경우, 학폭위 결과를 예단할 수 없습니다.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장학사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장학사와 관련하여 작년에 한 상담 사례가 있습니다. 지방의 학교폭력 장학사가 집단 따돌림 문제로 학교를 방문하여 가·피해 학생 양측과 함께 면담하였습니다. 극적으로 화해하고 갈등을 해결하였습니다. 학교폭력 장학사가 책상에 앉아 학교에서 전달된 서류만으로 판단할수록 갈등은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각 학생을 직접 만나서 그들의 억울함을 들어야 하고, 그들의 부모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만약, 조희연 교육감이 학교폭력의 처리 과정을 화해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장학사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합니다. 부디 현재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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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BS>

 

4) 학교폭력 예방 교육은 생활화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1년에 2번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학교폭력 예방 교육은 어떻습니까? 몇 년 동안 반복했던 철 지난 동영상을 보여주고, 학교폭력은 나쁜 것이라고만 이야기합니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실질적인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따분하고 졸린 시간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교육은 정례 교육이 아닌 일상화된 교육이어야 합니다. 거창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 강사가 필요치도 않습니다. 매주 한 번씩 월요일마다 담임 교사가 수업 시간 전에 5-10분씩만 학교폭력에 대한 이슈에 관해서만 이야기해도 학생들에게는 큰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실질적인 학교폭력 예방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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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출처-<일요신문>

 

5) 교사는 학부모와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입니다

 

현재의 학교폭력에서 학교와 교사는 기계적 중립을 취합니다. 기계적 중립이 무엇입니까? 해당 사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고, 발생한 학교폭력에 자신들은 제3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학교폭력 피해 부모는 학교와 교사에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녀가 다시금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상처를 치유해 주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와 교사는 어떻습니까? 피해 학생의 상처를 방관하고, 피해 부모의 억울함을 극성맞은 부모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교사들이 이러한 인식으로 피해 부모를 대한다면, 절대 부모와 신뢰를 회복할 수 없습니다.

 

부모들과 신뢰 회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교육청에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교육 당국의 정책은 미흡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예방 활동을 위한 예산과 인력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해 당장의 교육 인프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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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현장인 학교, 선생님을 크게 신뢰하지 못 하는 학생들

출처-<단비뉴스>

 

무엇보다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지역의 교육장과 교육청 고위 관료들은 책상에 앉아서 보고서로 학교폭력 현실을 인식할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피해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도 참석하여 현실을 인식하고, 개선점을 찾아 공론화해야 합니다.

 

피해 부모 수백 명과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피해 부모가 원하는 것은 가해 학생들을 처벌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 자녀가 다시금 학교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들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피해 부모의 요구사항을 외면하거나 방관하는 일들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제도로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생각보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해 학생 학부모와의 불신의 원인을 찾고, 신뢰 회복을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저 역시 학폭 피해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말씀드렸습니다.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부디 조희연 교육감께서 이 사안을 인지하시고 보다 실질적인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 소장 이해준

(1) 후불제장례전문회사 주식회사 직장(www.ziczang.com, 24시간긴급장례의전센터1599-9093) 대표
(2) [학교폭력 부모바이블 1] & [아빠가 되어줄게] 저자
(3) [이해준학교폭력연구소] 소장 https://blog.naver.com/leehaejune_lab)
(4) 유튜브 [이해준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