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근육병아리는
요리에 관한 어떤 정식 교육도 받은 적 없으며
오직 유튜브와 만화책으로만 수련 중인 야매 수산인으로,
기사에 담긴 그 어떤 레시피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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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회사가 나에게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주방에서의 연재 9개월. 그 고난과 오욕의 세월을 뒤로하고 드디어 마침내,
화려한 조명이 근병을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뻥이다.
실은 몇 달 전까지 마을회관 마냥 옹기종기 모여 정겹고 소박하게 꽃게나 쪄 먹던 4층 주방이,
세계 슈퍼챗 1위 블록버스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겸손스튜디오로 풀세팅 되었는데,
뉴스공장 금요미식회 첫 방송을 앞두고 겸손공장팀의 카메라 조명 세팅 일정과 딴지일보팀의 오마카세 촬영 일정이 겹쳐, 방송 조명 아래서 회를 썰게 된 것이다.
참고로 근병이 겸손공장에 갑자기 투입 된 건 일주일 뒤인 금요미식회 2회 방송부터. 이 땐 내가 다음 주에 출연하게 될 줄 모르고,
와 조명짱이다 기사 사진 쨍하니 잘 나오겠어 개이득.
이런 속 편한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다.
"아 내일 출연하시는 셰프 신가보구나. 리허설하러 오신 거예요?"
"아?.. 저는 그냥... 딴지 직원입니다."
새로 딴지에 합류한 겸손공장 스텝분들이 주섬주섬 꺼내고 있는 근병의 요리도구들을 바라보며,
"근데... 왜?"
라고 되물었지만,
차마,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면, 글쎄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딴지 전체 회식을 했는데... 죽돌이 모사를 꾸며서... 총수님이 그럼 너는 참치를 썰어라... 이러쿵저러쿵해서 어쩌다 보니 여기서 회를 썰고 있습니다."
라고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게요..."
히든 스트라이커
그러고 보니, 내가 우리 대통령 각하 덕분에 이 연재를 하며 먹고살고 있구나... 하는 의외의 자각과 함께, 아무튼 회식 준비 시작.
오늘 코스의 히든 스트라이커, 쪽파.
파와 양파의 교잡종인 쪽파는 철분, 비타민 A 비타민C를 만땅으로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향을 내포하고 있어 문화권을 넘나들며 다양한 요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게다가 이 멋진 녀석은 강력한 살균력까지 탑재되어 날생선과 곁들여 먹기에 농심안성맞춤. 특히 쪽파가 고등어나 전갱이처럼 등푸른 생선의 기름과 입안에서 섞이면, 그 풍미가 나로호처럼 우주로 치솟게 되는데,
기사링크
근육병아리의 방구석 오마카세 : 가을 녹진 특집 - 시장 조사 편
쪽파 + 등푸른 생선 = 쪽파 맛이 섞인 등푸른 생선
이 아니라,
쪽파 + 등푸른 생선 = 제3의 존맛탱구리
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성된다.
전갱이목 전갱이과인 '대형 전갱이' 방어 풀코스에 이곳저곳 야무지게 투입될 예정.
단무지와 초생강까지.
향신 3총사 스탠바이.
방어 언박싱
읏쌰
잠들어 있는 녀석을 깨워보자.
육중.
꼬리를 끊어도 대형 연어 박스 뚜껑 위에 넘쳐나는 체장.
6시 내고향 리포터 짤.
전면 삼각근 단련 짤.
유튜브 썸네일 짤.
포토타임을 마치고, 마음을 경건하게 다잡은 후 집도에 들어가 보자.
메쓰.
기가 똥을 때리는 상태.
화려한 조명에 영롱하게 빛나는 방어의 아련한 눈빛.
피 잘빠진 핑쿠빛 속내.
기름이 쭈압쭈압, 두툼한 뱃살.
이리보고 저리봐도 초울트라에이급 횟감이다.
뱃살 쪽에 칼이 들어갈 길을 잘 만들어 놓고,
정신을 집중해서 칼끝을 뼈에 밀착 시켜 서서히 뱃살부터 발라내어 보자. 내가 스시에 인생을 건 미스터 초밥왕도 아니고 급할 거 없다. 잠깐만 칼이 헛돌아도, 1cm당 뱃살 5000원어치가 뚝뚝 떨어져 나간다. 나한테 중요한 건, 살을 최대한 두툼하게 떠서 직원들이 한점이라도 뱃살을 더 먹는 것.
방어의 턱
다음은 턱주가리 적출.
옆 지느러미를 기준으로 라인을 따면 삼각형 모양의 살덩어리가 나오는데,
바로 이것이 방어의 턱이다.
복습을 해보자.
기사링크
근육병아리의 방구석 오마카세 : 참치는 못 참치 - 해체 편
유선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생선은 배쪽 살이 두껍고 단단하다. 외압과 수온으로부터 중요 기관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기관인 심장과 아가미는 앞 턱 쪽에 전진 배치되어 있다. 다른 부위는 좀 다쳐도 어떻게든 회복하며 살 수 있지만, 앞쪽에 손상이 오면 물속의 생선은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희박해진다.
그래서 머리 쪽으로 갈수록 뱃살은 더 두껍고 단단하게 진화되어 왔다. 이것을 미식의 관점으로 바꿔보면, 앞쪽으로 갈수록 기름지고 맛있어진다. 참치 뱃살 블럭의 번호가 빠를수록, 맛있고 비싼 게 바로 이런 이유.
누군가 당신을 참치집에 데려가 혼마구로 가마도로(참다랑어 턱 뱃살)를 주문한다면, 조심하자. 그냥 사줄 리가 없는 부위다.
하지만 착하고 마음 따수운 근육병아리는 고생하시는 딴지 패밀리들에게 그냥 뚝뚝 떠드림.
싸늘하다
손님 돌아누우실게요.
스무쓰하게 잘나가는 칼에 잠시 흥분한 찰나.
뼈 위쪽을 타고 가던 칼이 잠깐의 방심으로 뼈 밑으로 처박힘.
하지만 걱정 마라. 칼은 눈보다 빠르니까.
밑장에 잘못 들어간 칼을 빼서 다시 앞쪽부터 아귀에게 한 장, 정마담에게 한 장...
이럴 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순조롭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 중요. 어차피 여기가 노량진이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를 테니...
그리하여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10KG 대방어 하프 필렛.
그리고 없었다
나머지 반쪽은 2부 손님들을 위해 다시 잘 아이싱 해두고,
1부 준비 시작.
방어를 횟감으로 손질할 때는,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렇게 큰 방어는 '방어사상충'이라 불리는 선충이 살 속에 기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연산 대방어에 사상충이 기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바닷속 먹이 사슬 속에서 오랜 기간 몸집을 불리기 위해선 몸에 기생충이 끼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
내장이 아닌 살 속에 기생하는 방어사상충은 고래회충처럼 사람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진 않으나, 복통을 일으키기도 하고 뭣보다 드럽게 징그러워 식욕을 한방에 삭제시키므로 충이 있거나 있었던 흔적이 있는 곳은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주로 꼬리 부분이나 혈합육 부위 같은, 충이 파고들기 좋은 연한 부분에서 발견된다.
경험적으로, 방어를 고를 때 뱃살이 두껍고 단단하며 같은 길이의 방어들보다 몸이 두툼한 녀석들이 충이 나올 확률이 적긴 한데(영양분을 뺏기지 않고 몸을 잘 불렸다는 의미이므로). 사실 이건 복불복이다.
살밥이 좋다고 방심하지 말고, 마지막 한 점을 썰어낼 때까지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보아야 한다.
탈피
크고 아름다운 등살.
손잡이를 만들어서,
좌악 밀고 나간다.
뱃살도 아까맹키로,
좌아악.
다음은 궁극의 턱살.
피타고라스의 기상으로 턱뼈를 타고 삼각형을 그은 후,
잡아째면,
방어회 끝판왕 부위, 턱살 손질 완료.
욕나오는 맛
커팅 돌입
일단은 크게.
한 면은 먹기 좋게.
다시 면을 따서 넓게.
부위별, 용도별로 등살 3열을 채운 뒤.
블럭을 바꿔,
뱃살 턴.
다음 열을 차곡차곡 채워보자.
얇게 뜬 뱃살을 괜히 한 번씩 접어두면,
뭔가 그럴싸해보이는 느낌적인 느낌을 연출 할 수 있다.
이 타이밍에 등판하는 감태.
이 부직포처럼 생긴 것의 정식 명칭은 가시파래인데, '감태'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독특한 향과 풍미가 있는 고오급 식재료. 뭣보다 이 선수의 가장 최대 강점은,
회랑 같이 내놓으면 졸라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색도 이쁨.
마지막으로 감태가루가 토핑된 턱살 커팅.
지저분하게 감태 가루를 묻혀가며 굳이 턱살을 맨 마지막에 써는 이유는,
감태 자르느라 까먹었기 때문이다.
대방어 풀코스 한 접시 완성.
첫 시식의 영광은 언제나 촬영 요원.
근병 : 워떻습니까?
금성무스케잌 : (맛있으면 인상 씀) 하...ㅆ...
욕 한 건 아니겠지...
넓게 썰어둔 등살을 감태 위에 올리고,
고추냉이와 쪽파, 그리고 초를 친 밥을 올려
돌돌돌 말아주면,
함 무봐.
금성무스케잌 : ㅆ....ㅆ.....
욕한 거 맞네.
1부 : 딴지만복래
아무튼 욕 나오게 맛있는 거 같으니,
접시를 마무리하고, 식사벨을 울려보자.
주변에서 도사리고 있던 두목님.
첫 점은 역시나 본능적으로 기름진 뱃살.
총수 : 으오오오오 진하다 마시써!!!
총수 : 뭐해 빨리 다들 뎀벼
첫 주자는 4층에서 아이템 회의 중이던 겸공 팀.
총수 : 얘가 가끔 이렇게 회 썰어 줘. 근데 얘 기자다? 우하하하
그러는 사이 2층 팀 합류.
감태말이 속도전.
마끼 못 드신 분~
식구가 느니, 단체급식 속도 따라잡기가 겁나 빡세짐 ㄷㄷㄷ
재빨리 다음 코스 진입.
총수 : 얘 또 기술 들어간다.
겸공 작가님들의 뜨거운 취재 열기.
겉면을 살짝 익힌 대뱃살.
다 죽여버릴 심산.
캔 테잌 마이 아이즈 오브 유.
완성.
움직이기 시작하는 저스트텐밀리
체험 딴지의 맛.
요즘 고생이 많으신 겸공 오디오 감독님.
그렇게 화기애매한 분위기 속에 1부 마무리.
2부 : 편집은 밥심
바로 2부 시작.
2부 손님들은, 전날 녹화 뜬 다스뵈이다 편집하느라 식사 때를 놓친 벙커 피디님들.
부위별로 다시 세팅.
한결 차분해진 주방.
꼬불쳐둔 증류 소주도 한 잔씩 나감.
식당은 한가할 때 가야 대접받는 법.
취향별 마끼 서비스.
근병컬리 로켓배송.
오늘도 밤을 새야하는 피디님들을 위한 스페셜 안주야식.
쪽파, 초생강으로 센터를 잡고
돌돌돌
꾹꾹이
짜잔.
심혈을 기울인 커팅.
다소 터프한 부리이소베마끼 완성.
그렇게 그날 벙커 피디님들은...
담양의 향기에 취해 다스뵈이다 편집을 마쳤다고 한다.
글 : 근육병아리
사진 : 금성무스케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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