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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가끔씩 국민들을 과학기술분야의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 이번 달은 사드 도입 논란이 커지는 바람에 전 국민이 탄도미사일, 우주로켓, 요격미사일 전문가가 된 ‘로켓의 달’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몇 년 내로 달에 태극기 꼽는 게 가능해질듯?


벗뜨~ 뉴스와 온갖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사드 찬반 측의 기술적인 설명이 상호간에 유리한 점만 부각되어 다소 왜곡되고 있다. 정말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어떤 효과를 지니고 있을까? 약간 유치하지만 발그림과 함께 심층적으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1. 탄도미사일에 대한 이해


많은 이들이 탄도미사일이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맹렬하게 로켓을 연소하면서 표적 근처까지 날아간다고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의 로켓이 연소하는 시간은 전체 비행시간에서 초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권(주로 20km 이하의 고도)에서는 공기저항 때문에 로켓의 연소가 끝나면 대기마찰로 급격히 감속되어 추락하지만, 그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는 사실상 진공상태이므로 로켓 연소가 끝나도 거의 100% 관성을 유지하면서 포물선으로 최대한 멀리 날아간다. 이것이 탄도미사일의 핵심 원리이다.


스커드 미사일(300km 사거리)은 발사 후 1분간 로켓이 연소한다. 30km 고도에 이를 즈음에 엔진이 정지하고, 속도는 마하 5 가량이 된다. 이후 미사일은 2분 간 관성으로 상승하면서 고도 93km까지 도달한다. 이때 속도는 차츰 느려져서 마하 4가 채 안 된다. 다시 지구 중력에 끌려서 포물선으로 추락하는 미사일은 3분 간의 비행(추락?)을 통해서 차츰 가속하며, 지면에 충돌 시 속도는 마하 5를 넘어선다.


탄도미사일은 로켓 엔진의 연소가 끝날 때의 최종속도가 중요하다. 만약 300km 사거리의 스커드 미사일이 10여 초 간 더 연소했으면, 40km 고도에서 마하 7 정도에 이르고 사거리는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다. 또한 도달고도 역시 2배 가까이 상승해서 150km 고도까지 올라간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의 연소시간과 비례해서 연소 종료 시 최종속도가 증가하고, 약간의 속도증가로도 사거리와 최대고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2.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탄도미사일들의 정체


북한은 다양한 탄도미사일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거리 100km 정도의 프로그 미사일부터 시작해서 300km, 500km, 1,000km, 2,000km, 3,000km+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실제로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미사일은 몇 개 안 된다. 사거리 100km 정도의 탄도미사일들은 빼고, 300km급 이상만 따져보기로 하자.


1) 스커드 미사일 (사거리 3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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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모니터를 재면서 발편집으로 만들었다.


평양-원산 라인 정도에 스커드 미사일 차량을 위치시키면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핵, 미사일 등을 발사하기 전에 우리 군이 이를 먼저 탐지해 선제타격 한다는 개념)에서 미사일 발사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너무 휴전선 근처로 배치되면 발사하기도 전에 저지당할 가능성이 높고,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고려하면 굳이 휴전선 근처에서 발사할 필요도 없다.


사거리 300km의 스커드 미사일은 실질적으로 수도권을 모두 포함한 중부권을 사정권에 넣고 있다. 서울에 스커드를 쏠 필요성은 별로 없다. 휴전선 인근에 배치한 사거리 100km급의 미사일로도 충분히 공격할 수 있고, 북한이 새로 배치 중인 고체연료식 신형 미사일의 정확도 역시 뛰어나서 아무 곳이나 떨어지는 멍텅구리 탄도미사일보다 전술적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유사시 사거리 300km급 스커드 미사일로 중부권의 군사요충지, 전략목표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스커드 미사일의 정확도라는 게 그다지 신통찮아서 도시나 군공항 등의 거대한 표적을 주요 목표로 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스커드 미사일을 약 600여 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거리 300km급이 절반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2) 스커드 미사일 (사거리 5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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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거리 500km급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 평양-원산 라인에서 발사하면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다. 300km 스커드가 남한의 중부권, 100km급 미사일들이 수도권과 휴전선 인근의 남한 북부권을 공략한다면, 500km 스커드는 중부와 남부권을 공략할 수 있다. 만약 대구, 광주, 부산 등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진다면 사거리 500km급 스커드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작 개전을 하면 킬체인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어서 탄도미사일 발사대가 점점 북쪽으로 밀려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부산 등의 남해 인근 지역에 대한 공격이 어려워진다.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 발사대를 위치시키면 아무래도 영공 문제로 격파가 어려워지며, 그럴 경우 500km 스커드는 중부권까지 공격할 수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서 개전 초기에 주로 사거리 300km의 스커드를 소모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차츰 전선이 북상하고 킬체인이 원활하게 돌아갈 무렵에는 사거리 500km의 스커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부지역에 대해서는 사거리 500km급 스커드가 유효하므로 초기부터 사용할 것이다.


3) 로동 미사일 (사거리 1,0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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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사거리 1,000km급의 로동 미사일이다. 북한은 이러한 로동미사일을 약 200~300기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동미사일은 중국과의 국경 인근에 배치해도 한반도 전역을 넘어서서 일본 일부까지도 사정권에 넣고 있다. 얼마 전에는 로동미사일을 최대사거리가 나오는 약 40도 가량의 탄도미사일 궤적이 아닌, 더 높은 고각으로 발사하는 실험도 했다고 한다. 이것은 한반도에 고고도방어미사일이 도입되더라도 이를 회피하는 가능성을 높일 기술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서)


위 그림들에는 2차원적인 사정권만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이라는 물건은 2차원적인 물건이 아니다. 실제로 발사하면 로켓이 연소하는 동안은 어느 정도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최단거리 역시 어느 정도 멀어진다. 대체적으로 탄도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중 유효사거리는 스펙의 50% 이상으로 보면 적당할 것이다. 액체연료식 탄도미사일은 중간에 엔진을 정지시킬 수 있으므로, 발사각도와 로켓모터 연소시간 조절을 통해서 사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반면에 고체연료식 탄도미사일은 한번 연소하면 중단이 불가능하므로 오로지 발사 각도를 통해서 사거리를 조절한다.



3. 사드(THAAD)의 요격 범위


사드는 원래 사거리 1,000~5,500km 사이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요격을 하게 개발된 물건이다. 스커드처럼 사거리가 짧은 탄도미사일은 그간 패트리어트 미사일로도 충분히(?) 요격해 왔지만, 그보다 사거리가 긴 미사일을 상대하기 위해 사드가 나타났다.


여기서 상기해야 할 점은 사드는 ‘고체연료식 1단 로켓’이라는 점이다. 스커드와 로동미사일은 모두 액체연료식 로켓이며,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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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드, 로동미사일은 사거리에 따라서 연소종료 고도‧속도가 증가한다. 반면 사드는 조금 특이하다. 속도가 꽤 빠른데도 고도와 사거리가 꽤 짧다. 사드는 직접 충돌식(Hit-to-Kill) 요격미사일이므로 어느 정도 운동에너지를 보존한 상태에서 표적에 명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드를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처럼 사용하면 최대 사거리가 1,000km는 거뜬히 넘는다.


위 스펙에 나오는 수치는 사드가 표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최대 고도와 범위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200km 거리에서 고도 140km를 비행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요격가능 범위는 3차원적인 거대한 돔을 형성하고 있고, 그나마 사드의 로켓 모터가 연소를 종료하고 요격체가 분리된 40km 이상의 고도에서나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드는 고체연료식 로켓이다. 발사하면 1단 로켓의 고체연료가 몽땅 연소하기 전에는 엔진을 멈출 수가 없다. 사드는 최대사거리가 중요하지 않고, 머리위로 떨어지는 탄도미사일만 요격하면 되니까 발사각도가 다소 높다. 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연소시간에도 불구하고 최대속도인 마하 8까지 급속히 가속하고 단분리(stage separation)를 하며, 요격체(Kill-Vehicle)가 분리되어 운동에너지를 유지한 채 표적을 향해 접근한다.


요격체는 다소 특이한 소형로켓이라고 보면 된다. 후방으로 연소하여 전방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는 게 아니라, 측면에 여러 개의 로켓이 있어서 진행방향만 급격하게 바꿀 수 있다. 표적을 향해 나아가는 힘은 1단 로켓이 담당하고, 분리 뒤에는 표적과 거리를 좁혀가면서 세밀한 궤도를 수정하는 역할만 한다.


사드의 요격체는 40km 이상의 고도에서 분리가 되므로, 사드는 40km 이하의 고도까지 내려온 탄도미사일에 대해서 요격할 수 없다. 또한 요격체가 분리되고 맹렬한 속도로 상승하면서 표적을 향해 궤도를 또 수정해야 하므로 분리 시점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요격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요격체의 운동에너지는 고도가 높아지면 차츰 낮아지므로, 역시 고도가 너무 높아지면 표적과의 상대속도 차이를 좁히기 어려워서 요격 확률이 계속 낮아진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드는 고도 40~140km에 있는 타겟을 명중할 수 있으며 범위는 200km이다. 하지만 이것을 거대한 돔으로 보자면 실제로는 발사지점 바로 앞쪽 상공, 고도 70~120km 정도에 타겟이 위치할 때 가장 요격 확률이 높다.


필자의 그림 솜씨가 형편없기에 3차원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다. 2차원 그림에 상상력을 더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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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수도권 방어를 주목적으로 포진했을 때 위치와 방어범위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이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들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려면 저런 위치가 적합할 것이다. 사드는 뒤로 날아가는 표적을 요격하는 건 조금 애매하다. 주로 정면, 또는 바로 위에서 낙하하는 표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또한 측면 각도 역시 어느 정도 넘어가면 요격 확률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공대공 무기의 일반적 특성).


그러나 수도권에 대해서는 사드의 유효고도 이하에서 날아다니는 사거리 100km 이하급의 미사일들이 있어서 굳이 압록강 변에서 쏘는 스커드를 요격할 이유가 줄어든다. 북한도 정말 궁지에 몰려서 미사일 발사대가 압록강 변으로 쫓겨나지 않는 이상 서울을 향해서 스커드를 쏠 일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수도권의 방어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들이 맡고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비록 고도 15~17km, 범위 5~10km의 좁은 구역만 방어가 가능하지만, 서울에 몇 개 포대, 수도권 주요지역에 몇 개 포대만 배치해도 어느 정도 거점 방어가 될 수 있다.


사드는 당초 짧은 사거리의 미사일이 아닌, 사거리 1,0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에 적합하게 설계됐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가 된다면 수도권을 대상으로 패트리어트와 연계해서 다층방어망을 구상하는데 사용되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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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사드를 유력한 후보지인 대구-경북 지역에 배치했을 경우다. 보시듯 사드의 방어범위가 남한의 중부권을 커버한다. 위에 표시된 지역 상공으로 고도 140km 이하를 날아가는 표적이라면 요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500km 사거리의 스커드가 저 범위를 지나가면 최대고도가 사거리 이내이므로 모두 요격시도가 가능하다(하지만 저 범위에 이미 낙하중이고, 고도가 40~50km이하까지 내려왔다면 요격이 불가능하다).


그림으로 설명하긴 약간 애매하지만, 대구 지역에 사드를 배치하면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에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에 대해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연계해 다층방어망을 구성하기 조금 힘들다. 그보다 더 전면에 배치하면 유리하지만, 대구에 배치하면 500km 사거리의 스커드에 대해서 남한 중부-남부를 방어하기 쉽고, 사거리 1,000km의 로동미사일이 낙하하는 단계에서 남한 중남부를 방어하기 유리하다.


패트리어트 미사일들은 주로 수도권 지역에 포진해 있다. 주요 표적 역시 수도권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부권 이남은 스커드 미사일들에 대해서 사실상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다. 사드의 배치는 이러한 방어 공백을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기도 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드가 한반도에 전개가 된다면 대구가 아닌, 약간 더 위쪽이면서 평택을 방어하기도 용이한 충북 청주-오창 정도의 지역에 되지 않을까 싶다. 전자파 문제와 지평선 문제도 겹쳐서 중부권 산악지대가 거론되기도 하는데, 충주 정도면 그 조건을 충족하기도 한다. 운용주체인 주한미군이 자신들의 방어를 1차적으로 고려할 것이 예상되므로 사드가 방어거점에 대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지점인 바로 아래쪽 지역을 선호할 수도 있다. 측면에 위치하면 아무래도 요격이 조금 까다롭기 때문이다.


원래 사드는 1,000km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대상으로 개발되어서, 사거리 300~500km급 스커드 미사일은 요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반도 전장상황을 고려하면 수도권과 중부권에 떨어지는 300km 스커드는 다소 상대하기 어렵지만, 중부-남부를 향해 날아오는 500km 스커드와 로동미사일은 꽤 좋은 표적이 될 것이다. 사드의 원래 목표는 패트리어트와 연계하여 다층방어망을 만드는 것이지만, 한반도 상황에서는 수도권은 패트리어트, 중남부는 사드가 방어를 분담하는 형국이 된다. 그나마 배치 위치에 따라서 평택 정도의 미군기지에 대해서 제한적인 다층방어망을 구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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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몇 가지 그림을 곁들여본다. 탄도미사일의 사거리에 따른 도달 고도와 궤적을 설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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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각 사거리별 탄도미사일에 대해 패트리어트-사드-SM3 미사일이 어떻게 다층방어망을 구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인데, 살짝 수정해서 사드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범위를 표시해 놓았다.


원래 사거리 300~500km의 탄도미사일은 비행고도가 낮아서 사드로 요격시도를 안 하고, 낙하속도 역시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패트리어트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경우, 발사지점이 비교적 가까워서 사거리 500km의 스커드의 예상궤적을 고려하면 사드가 개입할 여지가 많은 편이다. 로동미사일은 사드에 최적화된 표적이 될 것이다.


지난해에 북한이 로동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해서 사거리를 줄이는 실험을 했다. 이것은 사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며, 고각 탄도궤적을 그리면 사드가 요격하는 구간의 통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 고유의 사거리는 크게 줄어든다. 로동미사일은 원래 1,000km 사거리의 미사일인데 그것을 500km 스커드처럼 사거리를 축소하면서 사드의 요격범위를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목적이 크다. 요격 성공률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지는 미지수이지만.



4. 사드 배치의 실질적인 문제점들


사드와 탄도미사일들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충 열거해봤다. 모든 방어무기들의 효용성이란 게 실제 상황이 닥치기 전에는 미지수이기에 사드의 효용성도 항상 도마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이란 로켓의 연소를 종료하고 관성으로 비행하는 도중에는 상당히 평탄한(?) 궤도를 그려서 요격 가능성을 추론하기 쉬운 편에 속한다. 불안정한 대기권의 요소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드는 오랜 개발을 거쳐서 100km 이상의 우주권에서 탄도비행을 마치고 낙하하는 작은 표적물을 여러 차례 요격하는 실험을 끝마쳤다. 이는 어떠한 탄도미사일도 모두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사거리에 따라서 낙하속도가 차이 나는 것만 고려하면 충분히 탄도미사일 요격 성능을 갖췄다는 반증이 된다(불발, 시스템 오류, 결함과 불량품 문제는 빼고 정상작동 했을 때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전장상황에서 사드가 수도권까지 방어하기엔 조금 애매하다. 중남부권 이남을 향하는 일부 탄도미사일들에 대한 효과 문제도 있다. 물론 탄도미사일 방어망을 갖추지 못한 중남부권 주민들은 자신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므로, 역차별의 해소를 환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드는 매우 비싼 무기이다. 1개 포대를 구성하는데 1조 원 이상이 소요되고, 포대에 배치된 사드의 총 숫자는 고작 48발이다. 그런데 사드가 상대해야할 북한의 탄도미사일 숫자는 무려 900~1,000기에 이른다. 미사일에 무엇이 탑재될지도 의문이다. 그냥 고폭탄이 장착될 수도 있고, 생화학탄이나 핵폭탄이 탑재될 수도 있다.


사드는 아마도 유사시에 남한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중에서 극히 일부분만 요격하려 할 것이다. 왜냐면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고, 동시에 여러 발이 날아오는 상황에선 방어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는 민간인들을 보호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탄도미사일들은 명중률을 생각해 민간 전략표적에 우선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사드는 한 발당 110억 원이지만 스커드는 한 발에 10~20억 원에 불과하다)


사드로 한반도 전역을 방어하려면 최소한 3개 포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144발 vs 1,000발이다. 커버하는 면적이 넓어진다고 해도 모든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지 않은 게 문제다. 미국 역시 한반도의 민간인들까지 보호하기 위해 예산을 써가면서 사드를 한반도에 전개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의 최우선 방어목표는 수도권 이남의 미군 기지들이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이다(미군 기지들 역시 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의 1차 표적이다).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과의 외교군사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점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드 미사일 자체는 중국과 별로 관련이 없다. 이런 문제로 인해서 사드 찬반론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정작 사드가 한반도에서 요격 기능을 수행할 때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있는지 분석하는 건 별로 없다.


된다 안 된다가 아니라, 때로는 ‘어느 정도 되긴 하는데’에서 시작하는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드 배치로 인해서 중국의 경제 보복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사드 배치로 방어가 가능한 예상 표적들의 안보적 가치를 한번 비교해보면 배치 손익을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최선의 탄도미사일 방어법은 탄도미사일을 아예 발사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일단 발사된 탄도미사일에 대해선 ‘확률’이라는 불확실성이 붙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엘랑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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