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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떤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계속 간다. 이재명 대표가 쓰러질 때까지. 대통령실 메시지는 수사기관의 그것과 같다. 영장을 직접치고 있다. 헌법정신과 삼권분립을 명백히 훼손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탄핵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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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고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있을 때, 이게 어떤 무뢰한들의 무리한 강행인지에 대해 글을 쓰고자 마음먹었다. 취재를 위해 여의도 주변의 많은 여야 보좌진들과 기자들을 만나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마주한 현실은 예상과 너무 달랐다. 이재명 대표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삼인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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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국민의힘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그렇게 생각하는 민주당 내부 사람들과 기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내가 짬밥을 헛먹었구나 싶었다. 그들은 꼭 이 말을 덧붙였다.

 

‘이번엔 진짜다. 이재명 대표가 구속될 것 같다. 검찰이 확실한 걸 쥐고 있다더라’

 

집착과 광기에 가까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이제 와서는 그의 혐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대체 그가 뭘 잘못했는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확실한 건,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무언가 잘못해 계속해서 수사를 받고 있는 현직 야당 대표 이재명’이라는 이미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그럴 수 있다. 그게 진짜 노림수일 것이고. 그런데, 정치로 밥 먹고 사는, 정치가 직업인 여의도 바닥의 사람들이 근거 없이 저런 입소문을 물고 다닌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일이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했던가. 세 사람만 호랑이를 봤다고 하면, 없던 호랑이도 있는 것이 된다. 한두 사람이 만드는 가벼운 말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그 소문이 '떠서' 국회 회관을 배회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힘을 갖게 된다. 무책임하고 자극적인 뜬소문 몇 개로, 나만 빼고 모두가 이 말도 안 되는 표결에 동의하고 있는 것 같은 소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소외감을 느낀 자는 외로워진다. 외로워지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문다. 검찰의 무뢰한 수사가 대통령실의 헌법 유린이 버젓이 자행되는데도,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다.

 

여의도 레버넌트 : 지옥에서 돌아온 자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고 실형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5년 전부터 들었다. 당장 나무위키만 들어가 봐도 어쩜 그렇게 의혹들이 많은지 놀라울 따름이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에서 이렇게까지 다양하고 양적으로 많은 공격을 받은 정치인은 없었다. 이재명 대표는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정치인이다.

 

당 대표가 된 지금과 비교하면 그 온도가 확실히 많이 달라지긴 했다. 그 시절엔 김부선과 불륜도 살아있는 이슈였고 SBS는 조폭과 연루 의혹까지 다뤘다. 내연관계가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신체검사까지 받았다.

 

‘'이재명 거기에 점은 없다"

 

라는 검사 결과가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걸리던 때였다. 지금 돌아보면 이게 실화인가 싶은 촌극이지만, 당시엔 다들 진지했었다. 불과 5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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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문파’라는 이름을 차지한 무리가 이낙연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당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밀었던 후보는 당내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결국,

 

“문재인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을 찍어야 한다”

 

라는 우주대폭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내며 ‘윤파’로 진화했다. 대단한 인간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당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던 때도 있었다. 그때 이재명이 당 내외로 받은 십자포화의 양과 질은, 실제 10분의 1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이재명은 살아남아 역대 최고 지지율(77.7%)로 당 대표에 당선되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민주당 구성원 중 많은 이들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를 하는 편이다. 그 사실만 놓고 보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재명 대표에 대한 생각이 한 발짝 나아갔다고 좋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검찰은 여전히 멈출 생각이 없다. 수사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향하고 있다. ‘사법 사냥’이다. 검사 60명을 투입해서 모든 것을 털고 있다. 압수수색은 보도된 것만 330건이 넘었다. 바꿔 말하면 이 정도 털었는데도 검찰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검찰 역사상 가장 나노 단위로 한 인간을 털었는데도 미세먼지조차 나오지 않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살아온 삶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세상일은 모두 작용과 반작용이다. 이런 식으로 정부의 수사력이 몰빵되고 있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가. 그 사이 구석구석에 진짜 수사가 필요한 곳에는 빵꾸가 훌렁훌렁 뚫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검찰의 수사 공백을 피해 다니며 '갓재명!'을 외치고 있을 이런 저런 잡범들, 많을 것이다.

 

조용한 '단합'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구속 체포동의안 표결을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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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려면 299명의 과반인 150표를 넘겨야 한다. 민주당 의석 수는 169석이고 민주당과 너무 멀어진 양향자 의원을 제외한 무소속 6명,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을 포함하면 대충 짱구를 굴려도 175석은 확보되니 정의당,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을 빼고도 가결표가 과반을 넘기기에는 현재 국회의 구성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 불 보듯 뻔한 결과'라는 것. 무기명으로 투표하는 이번 표결에서 민주당 내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 혹은 국민의힘 내에서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누군지 특정할 순 없겠지만, 결과에 나타난 숫자만으로 그 의미가 이렇다, 저렇다 해석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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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빗나갔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보좌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찬성 139표, 반대 138표. 민주당(169석)보다 31표가 적게 나왔고 친민주당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의원과 소수정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민주당 내 이탈표는 최대 37표에 달한다.

 

민주당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결과가 나올 것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본 회의에서 중요한 표결이 있을 때마다 원내의 지도부는 치밀하게 표 계산을 한다. 결과가 불 보듯 뻔했던 이번 표결에서는 섬세하게 계산을 안 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이탈표가 많이 나올지는 예상을 못 했던 건 확실해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 총의를 모았고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강조했다(의원총회란 무엇인가. 같은 정당의 국회의원들끼리 다 같이 모여서 하는 회의다). 이러한 분위기로 미뤄볼 때 일부의 이탈표는 감안하더라도 최소 160표 이상의 반대 표결이 있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짐작했던 것 같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 밖.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반대표를 던졌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렇다고 해도 놀라운 지점은 그 사람들이 소문 하나 나지 않고 이렇게까지 조용하게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단합이 잘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많이.

 

77.7% : 민주당은 건강하다

 

거기까진 인정하자.

 

기다렸다는 듯, 민주당의 혼돈을 다루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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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민주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예측과, 향후 이재명 대표 체제가 아니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서 다가오는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분석글도 포털을 채우고 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31~38표의 배반표가 민주당 전체를 흔들 수 있을 만큼 많은 표인가. 다들 숫자에 주목하고 있지만, 비율로 따져보면 169명의 민주당 의원들 중에 38표는 22%에 불과하다. 당내에서 22%가 주류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이상한 일인가? 그리고 22%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민주당은 분당될 것이고 비대위 체제로 가게 된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져야 하는가.

 

지금 당장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 비주류 혹은 ‘비윤’으로 분류되는 의원들 비율을 계산해 봐도 22%는 넘게 나온다. 의석 수가 6명인 정의당에서조차 모든 의원이 같은 의견을 갖는 건 드물다.

 

의원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나는, 이재명 대표와 뜻을 함께하지 않는 의원들이 당내에 22%나 존재한다는 사실이 크게 놀랍지 않다. 아니, 어쩌면 더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존재하는 건 오히려 건강하다고 해석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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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과거로 돌려 이해찬 대표 시절의 최고위원 명단을 보자. 박주민, 박광온, 설훈, 김해영, 남인순 의원이다. 지금 당원들이 그렇게 분개하는 소위 ‘수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지도부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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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 시절을 보자. 김종민, 염태영, 노웅래, 신동근, 양향자 의원이다. 이런 의원들이 민주당의 지도부에 있던 시절도 있었다.

 

이재명 대표와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당내에서 이렇게까지 조용하고 일사불란하게 단합된 표결을 했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지도부를 차지하고 있던 의원들의 면면과 비교해 볼 때, 그들의 일사불란함은 지금의 이재명 지도부와 민주당을 흔들 만큼의 영향력이 있지 않다. 문제는, 22%의 수치를 부풀려 침소봉대하고 이를 통해 당을 흔들어보려는 언론과 외부세력들이다.

 

비명계 의원들의 사무실로 당원들의 항의 전화 혹은 문자가 빗발치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이 많다. 그렇다면, 평당원 박지현이 이런 식으로 당 대표를 공격하는 건 괜찮은 건가? 당원들의 의사 표현이라는 점에서 보면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당원들의 문자폭탄만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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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표결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흔들릴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역사상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서 당선된 대표다. 22퍼라는 숫자에 이리 호들갑 떨기 전에, 이재명 대표에 당선될 때 지지율은 77.7%였다. 이 수치를 두고서는 왜 아무도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지 보고도 못 본척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는 당원 대부분이 지지하는 철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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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당이 걱정이 된다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 대표 시절을 떠올려보자. 그때는 같은 당에 박지원, 안철수, 주승용, 김한길, 조경태, 등등 말하기도 입이 아프다. 누군가는 문재인 대표 시절 2015년~2016년 1년을 ‘지옥의 1년’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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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표 시절 새정치민주연합은 바깥에서 ‘봉숭아학당’이라고도 불렀다.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대표를 흔들기 위한 내외부 세력이 엄청나던 시절이었다. 문재인 대표 시절 실제로 당이 쪼개졌다. 당시엔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것처럼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토대를 마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그래도 괜찮다. 현재의 민주당 지도부가 흔들리고 당황하고 내부 분열이 일어나, 분당이니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느니 하면서 내부 분열의 연기를 피우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다.

 

그걸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거나

 

지금 당을 흔드는 것 외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이거나

 

어차피 이대로 있어도 공천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지금의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 이건 과거에도 그랬다. 그러니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에 찬성 표결을 한 의원들의 수를 인정하고 상수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보여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자리에서 내려가고 자신의 공천 혹은 공천권을 달라는 것이다.

 

검찰에서 호언장담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계속해서 국회 본회의 표결에 올라올 것이라고. 아마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 높다. 그때마다 매번 ‘부결’ 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에 당당히 수사 받으라는 말도 국회를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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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맡같지 않아도 여러 사람이 떠들어 대면 그럴싸하게 들리는 법이다. 잘 생각해보자. 한번 부결된 체포동의안을 계속 올리는 검찰은 괜찮고, 국회에서 그걸 매번 부결시키는 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거라는 말이 이치에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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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번 투표 결과치를 흔들며 누가 당을 흔들려고 하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의 전략은 앞으로도 늘 한결같이 남은 임기 동안에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줄기차게.

 

기억하자. 큰 숫자는 22%가 아니다. 77.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