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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하고 아름다운 명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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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윤석렬, 윤, 굥, 윤통, 석열이형, 엉덩이 탐정, 좋빠가, 대통령 아저씨, 윤짜장.

 

그간 우리는 대통령 윤석열을 다양한 호칭으로 불러왔다.

 

'명명(命名)'. 생물이나 사물에 이름을 붙임.

 

나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골몰해왔다. 무엇이라고 부르냐, 즉 호명의 행위는 그 대상의 정체를 규정하는 매우 본질적 문제기 때문. 그를 ‘굥'이라 부르는 사람과 ‘윤짜장'이라 부르는 사람이 떠올리는 윤석열의 모습은 매우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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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 하야쿠 이케

 

좋빠가(아, 르게) 역시 마찬가지. 그를 좋빠가라 부르는 사람은 그가 마빡을 까고, 대동강맥주 포스터에서나 어울릴법한 시원한 표정으로 삿대질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우리 대통령이 개구쟁이 내 동생도 아닌 마당에, 지금처럼 이름은 하난데 별명은 여러 개인 상태로 국정을 보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명명은 곧 가치에 대한 평가다. 호칭이 통일되지 않는다는 것은 가치 평가가 통일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국론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국론이 분열되어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북괴가 쳐들어올 수 있으므로 또한 국가 안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고민에 기름을 쌔리 붓는 사건이 최근에 발생했으니,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이 찜 쪄먹은 ‘큰돌이 사태'다. 

 

포항의 한 시장에 방문한 김건희 여사께서 어느 대게에게 ‘큰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시고 “팔지 마세요~”라고 말씀하셨다. 놀라운 것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여사께서

 

“제가 큰돌이를 구입을 할 수 있을까요? 가서 우리 대통령 아저씨…”

 

라고 말해 큰돌이를 찜기로 보내버린 것이다. 불쌍한 큰돌이의 생명이 찜기 안에서 yuji 될 수 없었음은 말해 무엇하랴. 

 

김건희 여사 _얘 이름 지어줘야 하는데…큰돌이!_ 포항 죽도시장에서 대게 '번쩍' (현장영상) _ SBS 0-3 screenshot.png

RIP 큰돌…

출처 - <SBS>

 

어떤 대상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는 사회 통념상, 큰돌이를 곧바로 찜 쪄먹는 모습에 나는 큰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모기를 잡는다고 생각해보자. 누구도 살생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그 미물을 잡을 때도, “자, 너는 지금부터 앵앵이야. 앵앵아. 너를 짓눌러 족쳐줄게~”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 섬뜩하지 않겠는가?

 

하물며 대게, 그냥 게도 아니고 큰 게인데. 대체 이 심오한 퍼포먼스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고민이 깊었고, 쉽사리 답을 내릴 수도 없었다.

 

다만 내가 붙잡을 수 있었던 희미한 가닥이 있다면, 호칭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심오한 문제라는 것. 대게 한 마리(그것도 곧 찜기로 들어갈)에게도 호칭이 필요하다는 것. 하물며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그에 걸맞은 호칭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이다.

 

하여 나는, 명명 철학적 원리와 미래지향적 관계에 입각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호칭을 제안, 아니 통일하고자 한다.

 

오늘부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호칭은 ‘윤가놈’으로 통일한다.

 

구국의 대승적 결단, 윤가놈

 

질문이 많은 줄로 안다. 

 

왜 윤가놈이냐, 니가 뭔데 그걸 정하느냐, 윤가놈이 무슨 뜻인 줄 아느냐,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 고작 그걸로 되겠냐 등등.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보자.

 

우선 이 대승적인 결단에는 배경이 있다.

 

2023년 3월 6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잠꼬대 같은 해결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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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무대신이 간지 이빠이나게 해결책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의회신문>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2013다61381, 2013다67587, 2015다45420)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경색된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우리 정부의 그런 대승적인 결단에 대해서 일본 측이 일본 정부의 포괄적인 사죄 그리고 일본 기업의 자발적인 기여로 호응해 오기를 기대합니다.”

 

대충 우리가 맞은 것도 맞고 아픈 것도 맞지만, 대승적인 결단으로 깽값도 우리가 낼 것이니, 천황폐하께서 어여삐 여겨 주시옵소서..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대승적인지 대국적인지를 못해서 총이라도 맞아본 놈들처럼 결단에 집착하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자. 내 마음을 가장 타지마할(touch my heart) 한 부분은 “미래지향적 관계’, “미래로 가는 한일 관계’다.

 

일본이 뜯고, 한국이 뜯기는 관계. 그런 미래. 아무리 대구리를 굴려 생각해봐도 그런 미래는 단 한 가지뿐이다.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 그러니까 우리가 이미 겪어본 미래. 바로 '일제강점기'다.

 

‘나라 팔아먹는 쌍노무 자식들’이라느니, ‘친일파 호로들’이라느니 하는 점잖지 못한 말들은 일단 넣어두자.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다만 나는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호칭을 ‘윤가놈’으로 통일해야 하는 당위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왜 윤가(家)놈인가

 

윤 대통령, 첫 3.1절 기념사서 _일본은 협력 파트너_‥양국 현안은 언급 안해 (2023.03.01_뉴스데스크_MBC) 0-9 screenshot.png

출처 - <MBC>

 

우선, 강제징용 발표를 한 건 박진 외교부 장관인데, 왜 박가놈이 아니고 윤가놈이냐는 기초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은 오른손을 45도 각도로 뺨을 내리친 뒤, 백스페이스를 눌러 네이버 검색창에 '윤석열 3.1절 기념사'를 검색해보라.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의 의중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문제는 남아 있다. 만약 누가 그것이 윤석열의 의중인지, 김건희의 의중인지, 천공의 의중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면, 나는 입 닫고 빵이나 먹을 수밖에 없다. 우리, 거기까진 가지 말자. 일단 대통령 직함을 달고 있는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

 

윤가놈. 건조하게 직역하면, ‘윤씨 가문의 남자’란 뜻이다. 여기서 ‘놈’은 상대방을 비하할 때 흔히 사용하는 왜놈이나 쌍놈의 ‘놈’과는 다르다. 나는 가치중립적 용어로 놈을 사용하는 것이니 오해하지 말고, 고소도 하지 말고 대승적으로 넘어가자.

 

그렇담 왜 윤놈이나 석놈 혹은 열놈이 아니라 윤’가(家)’놈인가. 그것은 이 사안의 엄중성, 역사성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어디 하루 이틀 된 문제인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50년, 근본적으로는 100년도 더 되었다.

 

말하자면, 인간의 수명을 뛰어넘는, 개인의 역사 이상의 역사적, 민족적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이 땅에 살아온 앞선 세대와 살아갈 세대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 이 정도 스케일의 문제는 한 개인이 책임을 질 수 없고, 개인에게 책임을 물릴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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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공원 강제징용 노동자 동상

출처 - <울산제일일보>

 

여기서 개인을 뛰어넘는 주체의 필요성이 대두되는데, 나이브한 사람들은 ‘윤석열 정권’을 들먹일지도 모르겠다. 틀렸다. 고작 4년짜리 정권이 이런 역사적인 일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못해도 성씨 하나, 가문 하나 정도의 사이즈는 나와줘야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이 결단의 공과는 윤석열이 아니라 윤가놈에게 주어지는 것이 맞다. 윤석열을 이 땅에 나게 만든 윤 씨 선조들과 앞으로 이 땅에 살아갈 윤 씨 후손들 모두에게.

 

가문이 연대 책임을 지라거나 연좌제를 부활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애초에 나는 이 결단에 대해 좋니 나쁘니 어떠한 가치판단도 하지 않았건희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서도 일어날 수도 없다.

 

다만 사안의 엄중함이 엄중함이니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용어로는 부족함을 느껴, 윤가놈이라는 용어를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윤씨 가문의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

 

우리, 새끼손가락 마주 걸고 약속하자. 이번 결정에 찬성하건 반대하건, 이 사안을 논할 때만큼은 굥, 좋빠가, 윤짜장 등으로 국론분열 하지 말자고. 잘해도 윤가놈, 못해도 윤가놈. 윤가놈으로 통일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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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이렇게 조롱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게 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찬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여러분들의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자, 이제 모두가 가슴을 펴고 한목소리로 당당히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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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놈! 윤가놈! 윤가놈!

 

P.S. 윤석열 대통령이 이 치밀한 논증을 피해 갈 방법은 없다. 그런 건 천공한테 물어도 안 나온다. 앞으로 그는 윤가놈이다. 불가역적으로.

 

아, 아니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창씨개명을 하면 된다. 하야시가 놈, 야마다가 놈.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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