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23년 1월 24일 뉴욕의 공매도 전문 투자사인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가 홈페이지에 100여 쪽 짜리 보고서 하나를 공개했다. 제목을 자극적으로 잘 뽑았다.

 

'아다니 그룹: 어떻게 세계 3번째 부자가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기를 치고 있는가?('Adani Group: How the world's 3rd richest man is pulling the largest con in corporate history?)'

 

종업원 10명도 안 되는 회사가 이 보고서를 발표하자 인도 최대 기업의 주가 총액 중 절반이 넘는 1,500억 달러(1,500억 원이 아니다. 1,500억 달러.. 원화로 대충 180조 원이다!!!) 가량이 공중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골리앗이 아주 제대로 나가떨어진 터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 기본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자

 

공매도가 뭘까? 일반적인 주식투자는 싼값에 주식을 산 뒤 비싸게 팔아서 돈을 번다. 하지만 공매도는 이것과 반대이다. 비싸게 팔아놓고 나중에 싸게 산다. '이게 무슨 이상스러운 소린가?' 생각하신다면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오늘은 3월 8일이다. 악재가 발생하리라 예상하고, 내가 소유하지 않은 기업 주식을 6개월 후인 9월 8일에 (예를 들어) 10만 원을 받고 넘기겠다는 계약을 맺는다. 9월 8일이 도래했다. 실제로 그 기업에 악재가 발생해서 주가가 6만 원까지 떨어졌다면 나는 시장에서 6만 원에 주식을 산 후 당초 계약에 따라 매수자에게 10만 원을 받고 넘길 수 있으므로 4만 원의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다. 현재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미래에 판다는 의미에서 공매도(空賣渡, short selling)라고 한다.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미래에 주가가 내려가는 쪽에 돈을 거는 투자 방법'이라고만 이해해도 충분하다.

 

뉴욕의 공매도 전문 투자회사인 힌덴버그 리서치도 잠시 알아보자. 이 회사는 여러 가지 주식 투자 방법 중 공매도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이다. 2017년 설립 이래 16개 기업을 심층 조사했다. 후에 이들 기업 주식을 공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을 고수하고 있다.1) 2020년 10월 당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전기차 트럭 제조회사인 니콜라(Nikola)에 대한 조사 보고서로 일약 명성을 얻었다. 힌덴버그는 니콜라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투자자를 속이고자 다양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사 결과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졌다. 대표적이고 코미디 같았던 사실은 언덕길에서 트럭을 굴려놓고는 전기로 주행하는 듯 조작한 것이었다. 시장에서는 '전기 트럭'이 아니라 '중력 트럭'이라는 비아냥거림이 한동안 유행했다.

 

마지막으로 아다니 그룹과 그 창업자인 가우탐 아다니(Gautam Adani)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우탐 아다니는 1962년 6월 구자라트주의 아마다바드에서 평범한 섬유 유통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이아몬드 유통업 중심지인 뭄바이에서 다이아몬드 유통업으로 제법 많은 돈을 버는 등 젊은 시절부터 사업수완이 뛰어났다. 이후 귀향하여 1988년 무역 회사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Adani Enterprises)를 설립한다. 이 회사가 현재 아다니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

 

자신과 동향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당시에는 구자라트 주지사, 2014년 이후에는 인도 총리)의 비호 속에서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조달하여 항구·공항·발전소 등 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했다. 최근 2, 3년 사이에 주가가 폭등하면서 아마존 설립자 한때 제프 베이조스를 제치고 전 세계 2번째 부호 자리에 등극하기도 했었다(올해 초에는 3위였다가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 공개 후 순위가 뒤로 밀리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 재정이 부족한 인도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가 대신 인프라를 건설해주는 착한 민간 건설업체'인 셈이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인도 최대의 기업을 일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김우중 회장(대우그룹)이나 강덕수 회장(STX그룹)과 비슷한 면이 있다. 물론 이 두 인물에다가 정경유착이라는 토핑(topping)을 듬뿍 얹어야만 아다니 회장으로 바뀐다.

 

20230308_110829.jpg

출처-<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2. 100여 쪽의 보고서 한 단락 요약

 

주요 주장은 대략 서너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① 아다니 그룹은 모리셔스를 비롯한 다양한 조세회피 지역에 역외펀드(off-shore fund) 설립 후 이들 각 사가 아다니 그룹 주식 가격을 조작했다.

 

② 이렇게 부풀려진 주식 가격을 근거로 자사주를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막대한 부채를 끌어왔다.

 

③ 이렇게 도입한 부채 규모가 회사의 사업 성과에 비해 과도하다. 최근 2, 3년간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주가(株價)는 최대 85% 이상 하락해야만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것이다.

 

④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아다니 그룹은 회계 부정·주가조작·증권법 및 외환관리법 위반·탈세·자금세탁 등 다양한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

 

힌덴버그는 약 2년에 걸친 치밀한 조사를 거쳐 보고서를 완성했으며, 아다니 그룹 주식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다고 공표했다2). 실제로 아다니 그룹 지주회사인 Adani Enterprises를 포함하여 대표적인 7개 계열사의 주가를 분석해본 결과, 최근 3년간 최대 20배 이상 주가가 상승(예 : Adani Total Gas)하는 등 급격히 가격이 뛰어올랐다.

 

noname02.jpg

아다니 그룹 7개 상장사의 최근 1년 및 3년간 주가 변동

출처-<힌덴버그 보고서 일부를 Bloomberg.com에서 재인용>

 

3.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 아다니 주식

 

1월 24일 이후 아다니 그룹의 주요 계열사 주식은 그야말로 지옥행 급행열차를 탔다. 187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인도의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하락을 시현하며 2.3(금)까지 불과 며칠 사이에 최대 58%나 주식가격이 내렸다. 전체 회사 주가 총액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보고서 공개일인 1월 24일 기준 상장된 계열사 9개 기업의 주가 총액 합계는 19.2조 루피 내외였다. 2월 3일에 기업가치 절반가량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10.1조 루피까지 내려앉았다.3)

 

noname03.jpg

2023년 1월 24(화) 보고서 발표 후 2.3(금)까지 주가 총액 변화

출처-<The Indian Express, '23. 2. 7 기사>

 

아다니 그룹에 비상이 걸린 건 당연했다. 1월 30(월), 아다니 그룹은 무려 413쪽에 달하는 반박문을 발표했다. 힌덴버그측이

 

'이미 대중에 공개된 정보들을 선택적이고 조작적으로 제시하여 그릇된 주장을 하고 있다'

 

라는 게 반박문의 주요 내용이다. 힌덴버그는 보고서 말미에 아다니 그룹에 묻는 88개의 공개 질의를 덧붙였다. 하지만 아다니는 반박문에서 이에 관해 꼼꼼하게 답변하기보다는

 

'힌덴버그는 인도에 대한 공격을 가했다'

 

라며 민족주의 정서에 호소하는 방법을 취했다. 아다니측은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힌덴버그는 오히려 아다니를 한껏 조롱하는 의견문을 발표했다(이 글을 쓰는 3월 초 시점까지 아다니는 힌덴버그에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소송을 환영한다. 기왕이면 (재판과정이 투명하며, 재판과정에서 다양한 기업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밖에 없는) 미국에서 소송하자'

 

힌덴버그의 보고서 발표 시점도 절묘했다. 아다니 그룹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하는 시점에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결국 아다니 그룹은 주가의 급락 속에 유상증자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10(금)까지 아다니 그룹의 주가 총액은 회복하지 못하고 횡보를 거듭했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고자 아다니는 2월 초에 약 11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조기상환 했음에도 상장사의 주식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금융시장도 아다니 사태에 화들짝 놀랐다. 크레딧스위스나 씨티그룹 등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더 이상 아다니 그룹이 발행한 채권을 적격담보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보유 중이던 아다니 그룹 일부 계열사(Adani Green Energy 등) 주식을 전량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noname04.jpg

23. 2. 10(금) 기준 아다니 그룹 주가 총액

1천억 달러 이상을 잃었다. 132조 원이 넘는다.

출처-<Bloomberg.com>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분석에 따르면 아다니 그룹은 총 2조 루피(U$ 240억 달러) 가량의 부채를 보유 중이다. 이중 약 40%인 8,120억 루피(U$ 96억 달러)가 은행 대출이고 나머지가 채권 등 다른 금융부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권 부채 중 거의 대부분은 인도 국영 은행의 대출이다. 아다니 그룹의 폭주 기관차 같은 확장 기세에 부담감을 느낀 민간 은행들은 대부분 아다니 그룹에 대출해주지 않거나 부동산 담보를 잡은 후에 소액을 대출해 주었다. 반면 국영은행들은 호구 짓을 한 셈이다.4)

 

심지어 바로다 은행(Bank of Baroda. 약 5,400여 개 지점과 5만 2,000여 명 직원을 보유한 인도 2위 국영은행)은 공개적으로 '아다니 그룹에 계속 대출하겠다'라는 발표까지 했다. 주가가 절반이나 박살 난 기업에 국영은행이 나서서 대출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한다는 게 믿기지 않겠지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 '어메이징 인디아'이다. 아다니 그룹이 모디 총리와의 친분을 이용해 알게 모르게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국영은행들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5)

 

4. 국회의장님 제발 호부호형을 허하소서

 

아다니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업이다. 1988년에 현 회장인 가우탐 아다니가 창업한 기업으로 자수성가해서 성공한 인도 기업의 상징과도 같다. 오죽하면 힌덴버그 보고서가 나오자 마힌드라 기업 총수인 아난드 마힌드라는 아다니 사태를 인도 경제에 대한 음모론이라고 제멋대로 규정하고는 대뜸 국뽕 가득한 뜬금포 트윗(twit)을 날렸겠는가?

 

20230308_144134.jpg

'인도에 대항하여 도박을 걸지 말라

(Never, ever bet against India)'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인연 덕분에 아다니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짐작하는 사실이다. 이를 인도인들은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를 꺼린다.6) 오히려 온갖 역경을 뚫고 고속 성장의 길에 들어선 인도 경제의 발자취와 아다니 기업 성장의 발자국을 동일시하면서 인도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민족 기업' 이미지를 품고 있다. 아다니의 성공이 곧 인도 경제의 성공이고 이것이 곧 힌두교도들이 잘 먹고 잘사는 힌두트바(Hindutva, 힌두교 우월주의 사상)를 구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다 보니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 보수주의 색채의 집권 세력인 인도인민당(BJP)과 장단이 가장 잘 맞는 인도 재벌이기도 하다.

 

인도 제일의 인프라 기업의 주가가 반토막이 났는데 인도 정치권이 가만히 있으면 이상할 것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아다니와 모디 총리의 유착관계를 밝히라는 요구했다. 

 

"인도의 증권감독국(SEBI)은 여태까지 뭐 하고 있었냐?"

"집권당 무서워서 눈치 보느라 아다니 그룹의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 안 하고 있는 거냐?"

 

라면서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70%를 훌쩍 넘나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대한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는 집권 BJP(Bharatiya Janata Party, 바라티야 자나타당)는 크게 당황하지 않는 듯하다.

 

noname01.jpg

가우탐 아다니(왼쪽)와 나렌드라 모디(오른쪽)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The Wire, 2018. 7. 17>

 

의회에서 야당이 아다니와 모디를 결부하는 발언을 할 때마다 BJP 의원들이 벌 떼같이 달려들어 고함을 지르면서 야당 의원의 발언을 방해한다. 국회의장은 BJP 소속 의원들의 소란을 제지하기는커녕 야당 의원에게 '시간 내에 발언이나 빨래 끝내라'라며 독촉한다. '아다니'라는 이름을 의회 발언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지한 것도 모자라 의회 속기록에서 아다니라는 이름이 모두 지워진 것이 언론의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허탈해진 야당 의원들은 강력히 항의했지만 무용했다. 국회의장의 제지 때문에 한 야당 의원은 아다니를 아다니라 부르지 못하고 대정부 질문 내내 Mr. A라고 칭하면서 연설을 마쳤다.

 

 

noname05.jpg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는 

누구나 알지만 말하기 꺼리는 문제를 일컫는 영어 관용구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아다니 그룹은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차입금을 끌어왔는가? 이 순간 '그렇다'라고 답하기는 어려우나 방증은 있다. 실제로 힌덴버그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로 모리셔스에 위치한 역외펀드의 대부분은 보유 자산 중 작게는 89% 많게는 100%가 오로지 아다니 그룹사 주식이다. 게다가 이들 펀드는 모두 1개의 지주회사 소속이다. 수상한 냄새가 아주 솔솔 풍기고 있다. 일부의 경제평론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폐쇄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인도 기업 중에서 아다니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한 기업이었다'

 

면에서 '주가 조작'보다는 '의결권 보호' 즉, 기업 전체에 대한 통제력 유지 차원에서 역외펀드를 운용했으리라 추측한다. 실제로 이 모든 역외 펀드는 가우탐 아다니의 친형인 비노드 아다니가 설립하고 직접 운영에 관여했다는 것이 힌덴버그의 주장이기도 했다.

 

noname06.jpg

모리셔스에 소재한 수상한 역외펀드들 명단

 

5. 아니 왜 형이 거기서 나와? 갑자기 등장한 조지 소로스

 

힌덴버그 보고서가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아다니 주요 상장사 중 일부는 실제로 힌덴버그가 주장한 85%가량의 가치 하락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등장한 한 사람이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다. 그는 2020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힌두 국수주의 국가(Hindu nationalist state)'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2023년 2월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컨퍼런스(Munich Security Conference)'에서

 

'모디 총리와 아다니는 밀접하게 연결된 동료(close allies)로서 그들 둘의 운명은 연결(intertwined)되어 있다'

 

고 발언하면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아다니가 망하면 모디의 정치생명도 끝날 거라는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지만 그 나라 지도자는 민주주의자가 아닌 거 같다'

 

는 말도 덧붙였다(돌직구 두 방).

 

인도 언론들은 다시 한번 벌집 쑤셔놓은 듯했다. 소로스가 1992년 영국의 파운드에 대한 공격을 통해 영국중앙은행을 털어먹은 것부터 시작해서 옛날 일을 다 끄집어내어 그를 악마로 묘사하는데 열을 올렸다.

 

'인도의 경제가 성장하니까 소로스 같은 투기꾼이 인도를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다'

 

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그가 탐욕스러운 투자가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시진핑,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 같은 '문제적 인물'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해온 자선가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시진핑이나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레벨의 인물로 평가받고 있음을 애써 감추고 있다.

 

noname07.jpg

아다니 토탈 가스는 

한달 사이 주가가 79.6%나 빠졌다.

출처-<Times of India, 23. 2. 24 기사>

 

뉴욕에 소재한 작은 공매도 투자회사가 던진 돌멩이로 인도라는 연못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애써 그 현실을 외면하려 하고 있다. 더불어 아다니에 대한 공격은 인도에 대한 공격이라도 되는 듯 민감하게 반응한다. 식민지 시절부터 뼛속 깊이 새겨진 서구 세계에 대한 열등감이 불쏘시개가 되어 '화르륵' 불타오르는 모양새이다. 여기에 소로스라는 '국경 없는 투기꾼'까지 가세하면서 아다니 사태는 점점 더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내용도 흥미진진해져 가고 있다. 인도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정·재계 거물들이 등장하는 이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벌레스크 연극(burlesque, 저급한 풍자와 해학이 있는 희가극[喜歌劇])은 언제 어떻게 끝을 맺을까?

 

<'쿠마르의 인도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1) 회사 이름은 1937년 5월 6일, 미국 뉴저지주에서 36명의 사망자를 발생케 한 힌덴버그 비행선 화재 사고에서 따왔다. ‘인재(人災)가 더 큰 재앙을 만들어내기 전에’ 공개하여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까놓고 얘기해서 공매도 투자로 돈벌이하는 회사이다.

 

2) 인도의 증권거래법상 아다니의 주요 계열사처럼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의 경우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은 총발행주식의 75%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힌덴버그 보고서의 주장에 따르면, 아다니 그룹과 총수 일가는 동 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모리셔스 등 조세회피 지역에 역외펀드를 만들고 이들이 시중에서 거래되는 25% 중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주식거래를 통해 주가 부풀리기에 나선 후 해당 가격을 근거로 대출받은 거액을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타 계열사에 대여하는 방식을 지속해왔다는 것이었다.

 

3) 원래 아다니 계열사였던 7개 사 및 2022년에 인수·합병한 2개의 시멘트 회사인 암부자 시멘트(Ambuja Cements)와 어소시에이티드 시멘트(Associated Cements Co., Ltd.)를 포함하여 총 9개 회사를 지칭한다. 한편, 인도에서 가장 유력한 영문 TV 채널 중 하나인 ND-TV도 얼마 전에 인수했는데 그 회사까지 포함하면 아다니 그룹의 주요 상장사는 총 10개 회사이다.

 

4) 아다니 그룹에 대한 대출 규모를 공개적으로 밝힌 은행들의 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인도에서 가장 큰 국영은행인 State Bank of India가 총 2,700억 루피(U$ 34억 달러)로 가장 많은데, 이는 SBI의 총대출잔액중 0.8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펀잡내셔널뱅크(Punjab National Bank)와 바로다은행(Bank of Baroda)와 같은 국영은행도 각각 700억 루피 (U$ 8.8억 달러) 수준의 대출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5)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와 같은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 기관들도 서둘러 분석보고서를 냈다. 일단, 양 기관 모두 아다니 그룹에 대한 인도 은행권의 대출 규모는 ‘은행권의 신용도에 중대하게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① 대부분의 대출이 담보부 대출이며, ② 수백 개의 아다니 그룹 계열사에 분산되어 있고, ③ 국영은행의 경우 대출 규모가 조금 더 크겠지만 민간은행의 경우 규모가 좀 더 작을 것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피치(Fitch)는 아다니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국가신용등급(sovereign rating)은 BBB- with stable outlook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계 은행이 아다니에 대한 대출을 줄이게 되면, 해당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 인도의 국영은행이 추가적 대출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는 했다. 

 

6) 2014년 총리 선거 운동 당시 나렌드라 모디 당시 후보는 아다니가 제공한 아다니 그룹의 전용 제트기를 타고 인도 전역을 누비고 다니며 선거 유세를 했고 이는 인도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모디가 총리에 취임한 이후 아다니 그룹이 중요한 인프라 입찰에 나설 때마다 인도 정부는 알아서 입찰 조건을 아다니에게 유리하게 바꿔주었고, 인도 경찰들은 알아서 경쟁기업에 온갖 종류의 혐의를 뒤집어씌워 압수수색을 해줬다. 물론 입찰 조건 변경과 경쟁사에 대한 수사 착수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인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