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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미식회 첫 방송 때부터 황쌤이 강력하게 밀던 아이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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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슨 바로 건대구.

 

황쌤 : 이걸 포를 떠서 회로 먹으면 정말 맛있어.

 

근병 : 말린 걸 회로요? ㄷㄷㄷ

 

황쌤 : 글쎄 그렇다니까. 정말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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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란 무릇, 살아있는 생선을 즉살해 피를 잘 빼고 일정 기간 숙성해 먹거나, 소금에 절여 수분을 빼고 초절임해 먹는 정도까지로 알고 있던 근병의 수산물 세계관에 큰 혼란이 다가왔다.

 

말린 생선을 회 떠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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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될까...?

 

대구가 그은 선 : 바다빵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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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지 안 되는지 일단 해봐야 알일. 늦지 않게 주문부터 넣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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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퇴근길을 반겨주는 택배 한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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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열기 좀 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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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죵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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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그로테크스한 외형. 흡사 박물관 박제 동물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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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성 어종인 대구는, 겨울에 맛이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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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입이 커서 대구(大口)다. 클 뿐만 아니라 턱이 강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어서 죽은 놈이라고 방심하고 잘못 집어 올리면 피보기 십상. 이 물고기가 크고 강한 턱으로 진화해온 건 다 이유가 있다. 

 

이 녀석은 먹이 활동만 잘하면 1미터 이상까지 몸을 불리는데, 진짜 닥치는 대로 처묵는 바닷속 푸드파이터다. 대구를 손질하다 보면 위장에 채 소화되지 않은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게, 새우, 조개 같은 딱딱한 것들도 위장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걸로 봐서는 걍 눈에 뵈는 건 다 쓸어 먹는 듯. 아마 얘들이 수중 먹방 콘텐츠 찍으면 실버 버튼 정도는 한 달 안에 떼놓은 당상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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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서교동 춘자대구탕

 

이것저것 잘 먹어서 몸을 불렸으니, 그의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희고 담백한 대구살은 탕으로 제격이다. 대구는 한식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에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의 유구한 역사가 있다. 서, 북 유럽권에서는 대구를 '바다의 빵'이라 부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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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특히 아이슬란드 같은 척박한 땅에서 바다에서 잡힌 대구는 소중한 식량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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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대, 영국이 신식 트롤선들을 앞세워 아이슬란드 앞바다로 밀고 들어와 대구를 싹쓸어 가기 시작했다.

 

"귀선은 아이슬란드 해역을 침입했다. 당장 그물을 거두고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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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니꺼 내꺼가 어디 있냐! 우리도 대구 맛 좀 보자!"

 

"이새끼들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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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친 아이슬란드 해양경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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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리로 영국 트롤선 그물을 찢어발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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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해양경비대와 영국 해군이 생선을 두고 벌인 이 전투가 바로 대구전쟁(Cod Wa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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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에 제대로 스크래치가 난 아이슬란드는 영국과의 국교단절 선언, 나토 탈퇴 카드를 꺼내 들며 초강수를 두었다.

 

미국 : 야야 왜 그래 생선 가지고 싸우지마아

 

아이슬란드 : 야 멕시코 애들이 니네 앞바다 와서 느그 좋아하는 굴 싸그리 쓸어간다고 생각해 봐. 느그 같으면 빡이 치냐 안치냐.

 

나토 : 그건 그렇치...

 

아이슬란드 : 아무튼 이번에 우리 앞마당 펜스 제대로 안 쳐주면 나토고 뭐고 다 때려치울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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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국과 나토의 중재로 영국은 아이슬란드가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가지는 200해리를 인정하게 된다. 이후 1982년 유엔은 전 세계 바다에 영해 기선으로부터 200해리 바다의 배타적 경제 권한을 연안국에 부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리 시간에 배운 '배타적 경제수역'의 시작이다. EEZ는 대구가 그은 선 인것.

 

대구전쟁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교훈은 하여튼 힘 좀 쎄다고 남의 밥그릇 함부로 건들면 좋된다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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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나토와 유엔이 나서야 할 정도로 좋나 맛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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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러하다.

 

왜 말려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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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안쪽을 만져보니, 두툼한 살밥이 제법 탱탱하고 말랑하게 잡힌다. 어떻게 모양을 잡아 회를 썰지 그림이 그려지긴 하는데. 반건조 생선을 날로 먹는다는 접근이 낯설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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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생선을 말리는 것은 저장을 위한 수순이다. 냉장과 유통 인프라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 바로 먹지 못하는 생선은 건조나 염장으로 수분을 제거해 미생물의 증식을 차단하는 방법이 유일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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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하지만 미식의 측면으로 접근했을 때 수분 제거는 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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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 목적이 아니더라도 횟감에 소금을 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 이는 생선살에 들러붙은 소금으로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살 안쪽에 수분과 불순물을 뽑아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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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이 빠져나간 자리에 생선의 고유한 향과 맛을 내는 것들이 단단하게 결집하여 식감과 풍미가 한층 더 깊어진 회를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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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저장이 아니라 수분이 많고 담백한 대구살을 좀 더 맛있게 즐기기 위해 말린 것이라 생각해 본다면, 건대구회는 꽤나 흥미로운 도전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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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보다 보니 얘 좀 멋있게 생긴 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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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식회장님 컨펌까지 완료.

 

상위 호환 노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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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에 등장한 전주 출신 대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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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고양이들이 다 몰려들기 전에 얼른 올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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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퇴근 유지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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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베 딴지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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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링크

 

엘베 설치하는 그날까지, 좋댓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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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작가님 : 이게 정말 회가 될까요??

 

저도 그게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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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그냥 탕이나 끓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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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놈을 해체해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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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을 빡시던트하게 세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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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보니까 눈도 예쁘게 생기고 정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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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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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횟감을 떠내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꼬릿살을 먼저 확보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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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달리 안쪽은 촉촉하다. 반에 반에 반건조라고 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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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뼈 안쪽에 골이 찰랑찰랑 가득 차 있다. 탕 끓이면 이제 다 죽었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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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릿살에 껍질을 잘 벗겨내서, 불로 지지면,

 

 

햐 이게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알 것도 같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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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박사가 발명한 레이저 빔을 맞고 몸이 개미만 하게 작아져서 촉촉하게 잘 마른 거대한 노가리를 입안 가득 우적우적 씹어먹는 그런 맛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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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하고 고급스러운 안쪽 살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 나오고 불이 닿은 겉 부분은 오족오족 좋은 식감을 내면서 풍미가 폭발. 생맥 2000cc를 선 자리에서 단숨에 때려 마실 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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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 리허설 잘하고 있나? 회 맛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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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맑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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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맛은 확인했으니 이제 탕을 끓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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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줄줄 새어 나오는 게 이건 뭐 쫑없는 뒤돌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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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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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탕 밑 국물은 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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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끓을 동안, 파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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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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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국물을 위해 콩나물 대가리는 모조리 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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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작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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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무육수에 대구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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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이 우러나오면 콩나물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 후, 불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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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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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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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디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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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테스트 결과, 다진 마늘을 굳이 넣지 않아도 밸런스가 다 잡혀있음. 오직 파와 콩나물 토핑으로만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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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숙제 검사받으러.

 

 

퇴근!!

 

건대구 스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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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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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겨울 바닷가 매달려 있다가 서울 와서 꼬리까지 잘려버려서 빡친 대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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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를 그만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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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방송에 투입될 몸통 살. 전날 테스트했던 꼬릿살은 애들 장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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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덕하게 베어든 아미노산이 손끝에 묵직하게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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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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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육미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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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리와 턱살이 내는 국물 역시도 어제와 차원이 다른 영역을 내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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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 담그기만 했는데도 국물 맛이 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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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질한 몸통살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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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턱살을 우렸더니 대구가 마르면서 몸 안에 머금은 짠 기가 국물에 나와서 자연스럽게 간이 된다. 소금 간도 빼기로 결정.

 

건대구 온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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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국 사수를 위해 냄비 앞을 지키며 거품을 걷어내고 있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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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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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출석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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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 이야 냄새 죽인다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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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 이게 겨울에 기가 막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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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국물 거의 나왔는데, 맛 좀 보시겠어요?

 

황쌤 : 아냐. 이미 맛이 보이는데 뭘. 들어가서 먹을게요. 진짜 리액션을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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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사전 시식 주인공은 저스트 텐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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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자님 : (오물오물) 우와 간장 안 찍어도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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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시작된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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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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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건대구 전국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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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리는 이미 다 끝내놓고 생방에선, 토치질 그림만 보여주고 썰어서 바로 들어가기로 했었는데. 생방송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화면이 언제 주방으로 넘어오는지 담당 PD님도 모르고 작가님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르고 천공 건진 선생들도 모르는 상황. 그저 토치와 대구를 들고 헛 불질을 하며 하염없이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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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대기로 토치 입구가 너무 과열되어 잠시 꺼두려고 어리버리 타고 있는 사이, 별안간 넘어온 화면.

 

PD : 기자님!! 토치 토치!!

 

근병 : 우엉?

 

PD : 퐈이아아아아아!!!

 

근병 : 우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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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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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거 대강 썰고 가지고 와요. 먹고 싶으니까 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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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날도 반쯤 정신 놓고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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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오... 잘 숙성한 육고기에서 나는 육즙이 있네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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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쵸... 어제 드신 건 꼬릿살이고 지금 드시는 건 몸통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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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오오... 국물에서는 생대구탕하고 북엇국 중간 맛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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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쵸... 어제 거는 꼬리살로만 국물 빼고 오늘 거는 대가리랑 턱뼈를 같이 우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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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리 두목님도 보통 입맛은 아니다.

 

건대구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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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후, 기다리고 계시던 손님을 대접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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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한 미식가, 변상욱 대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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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도작가님 : 금요일 고정해 주시면 매주 이렇게 맛있는 거 대접해 드릴 수 있는데 기자님...ㅎㅎ

 

황쌤 : 금요미식회 따로 코너 독립해달라 해볼까요? 하하하

 

변기자님 : 아니 그러니까, 나는 맛있는 거만 먹고 다니고 싶은데 말이에요.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딴지 편집부, 어설픈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필진으로 기자로 버텨온 고난과 오욕의 7년. 내가 여기서 배운 건 하나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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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오시면 드리려고 뽈살하고 가마살 따로 챙겨놨습니다 기자님. 아시죠? 딱 두 점 나오는 그 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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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자님 : 하참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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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찾아와 쐐기를 박는 류밀희 기자

 

변기자님 : 가마살 이게 참 맛있는 부위인데...

 

류기자님 : 선배님! 소식 들었어요. 금요일 고정 축하드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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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렇게, 금요일 새코너 <미디어 감찰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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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건대구 게이트'로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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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방 미식회도 고정 출연 중이신 감찰반장님.

 

다음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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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 : 금성무스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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