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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사이비 종교 실체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오픈과 동시에 영화, 시리즈 통틀어 실시간 1위. JMS를 시작으로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중앙교회의 만행을 총 8회차에 걸쳐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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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넷플릭스>

 

 

나는 길거리 목사다. 빈민운동가로 살아가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호주로 도망, 택시 운전기사를 하며 살아가기도 했다. 그 과정을 딴지일보에 연재해 책을 내기도 했고(시드니 택시 기사의 문화 관찰기: 백인 사회의 뒷모습(링크)), 살아온 삶이 워낙 굴곡져 있는 지라 그 와중에 JMS 수료자들(완전히 탈출한 것은 아니니 이 정도 표현이 적당한 듯하다)과 오랜 시간 유대관계를 맺기도 했다.

 

우린 꽤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언듯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일반 기독교인들과 비교했을 때, JMS 수료자들은 ‘종교’에 임하는 태도와 목적이 순수했다(물론 이 사람들은 정명석이 그런 행동을 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누구의 전도를 받거나, 새로운 만남을 위해 입적한 것이 아니었다. 성경을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젊은 시절, 이리저리 방황하다 순간의 판단 실수로 미끄러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정도가 옳은 표현이겠다. 

 

이상한 교주를 신봉하는 사람들. 그 종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리 눈에는 어리석고 나약한 사람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일은, 평소 강인하게 잘 살아온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는 안 빠질 것 같은데?

 

혹은

 

도대체 어떻게 저런 종교를 가지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위해, 조금 글을 보태본다. 

 

네 가지 유형

 

내가 만났던 수료생들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1. 도피형

 

"정명석은 나쁘지만,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위 신념을 지켜주는 다른 유사종교로 이전하는 유형.

 

#2. 무관심형

 

"다 귀찮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어떤 이유에서든, 종교에 관한 관심을 끊고 스스로 냉담자의 길을 선택하는 유형. 

 

#3. 방황형

 

입단 초기에 겪는 일반적인 방황과 달리 계속해서 고뇌하는 유형.

 

#4. 연구형

 

신학, 심리학 같은 학문을 통해 자신의 종교적 경험을 정리하는 유형. 바람직하지만 가장 드물다.

 

다행히 나와 관계 맺었던 사람들 모두 연구형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빠지게 되었나?

 

하늘의 명령을 따르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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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넷플릭스>

 

감옥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두어 놓는 곳이다. 그러나 비록 감옥에 갇혀 있더라도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권 헌장이 규정하는 ‘양심의 자유’다.

 

이와 반대로 몸은 자유롭지만, 주체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교리에 갇힌 신도들이다. 이들은 정신적 감옥 안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나'에게 그곳(나의 안식처)으로부터 하루빨리 빠져나오라고 말하는 외부인은, 내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일 뿐이다.

 

신자들은 매일 교리를 통해 내가 옳음을 증명한다. 바깥세상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나에 대한 믿음, 옳은 것을 믿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세상의 탄압을 이겨낸다. 어긋난 종교적 신념을 더욱 두텁게 다지면서. 

 

확고한 믿음으로 뭉친 신도와 그걸로 부족해 '맹신'을 부추기는 교주.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현되는 순간, 종교는 내 의지로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 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해석을 할 수 있는 능력. 교주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특히 타고난 종교적 감각으로,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이 개설된 것처럼 말과 행동을 한다. 교주들이 보이는 일률적 성질. 바로 자신만의 논리와 세계관에 갇힌 자폐적 성향이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처럼 과격하거나 거칠지 않다. 자신이 가진 무공감성을 십분 활용해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거나, 냉정하고 이성적 판단력을 지닌 상담사를 자처하면서 인관관계를 장악해 나간다.

 

아직 그곳에는

 

지금은 그곳을 빠져나온 전직 JMS 신도들의 후일담을 한 번 보자. 

 


 

1. 그나마 다행이다 

 

내 모든 것을 걸었던 JMS에서 나온 지 1년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중학교 때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했던 시절부터 무려 13년을, 그곳에서 지냈기에…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밥을 넘기지 못하고, 2주간 시체처럼 가만히 방 안에 누워있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새벽에 깨어 있을 때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내가 잘못 오해해서 믿음을 저버리고, 지옥에 가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다가 다시 피해자들의 수기를 찾아 읽었다. 내가 속은 것이 맞나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절망하고 괴로워하고. 한 달, 두 달이 지나니 살은 목숨, 또 살게 되더라. 그리고 하루하루 살다 오늘에 이르렀다. 직장을 구하고, 평생 연락 않던 친구들을 찾아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더 늦지 않게 나왔다는 것. 20대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는 걸 위안으로 삼고 있다.

 


 

2. 삶의 기쁨이 사라진 나날들

 

교회를 나와 힘든 점이 있다. 항상 하나님과 대화하며 기쁨을 누렸는데, 내 삶에서 하나님을 버리니 잡생각이 들어 머리가 지끈거린다. 주변에서는 정상(?)적인 종교를 다시 가져보라고 하는데. JMS를 나오면서 신에 대한 믿음을 모두 버렸다.

 

20대를 허비하고 어떤 경력도 없이 30대가 되어 버린 나. 지금 많이 힘들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행복에 대한 글을 찾아 읽는데 생각보다 극복하기 쉽지 않다.

 

뻥 뚫린 이 가슴과 머리를 다시 다른 것들로 채우고 싶다. 힘들었던 기억은 지워버리고.

 


 

3. 외로운 탈출

 

우리 부부는 '축복' 가정이다. 나는 빠져나왔지만, 우리 아내는 여전히 '교회'를 다닌다. 아내는 나에게 볼일이 있다고 집을 나서지만, 수요 예배를 나가는 눈치다. 처음엔 제지해볼까 생각했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재미없는 나와, 빡빡한 살림살이만 보고 살면 집사람이 힘들 것 같아서.

 

JMS 교회를 다니는 사람은 뇌가 없는 좀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혼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난 아내의 열심에 태클 걸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지금, 우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덜 불편해졌다. 솔직히 말해, 그렇게라도 자위하지 않으면 가정을 유지할 수가 없다.

 

“전쟁도 평화도 내게서 온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욕을 퍼붓고 싶지만, 얼마 전까지 “이런 말씀을 할 수 있는 분 이라니!” 하면서 나도 감격하지 않았나. 왜 빨리 아내를 데려오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도 여러 번 시도했다. 작년 6개월 정도.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사실을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해봤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스스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다.

 


 

4. 아직 그곳에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몇 년 동안 JMS를 떠나 있었다. 그리고 한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다. 왜냐고 묻는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뒤 불행한 일들이 거듭되었기 때문이다. JMS를 떠난, 나의 죄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나올 때 들었던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세상으로 나가면 얼마 못 가 죽는다. 주님을 떠나서 얼마나 잘 사는지 보자.”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피해 숨어 지냈다. 지금 생각해보니 죄책감과 두려움이 컸던 것 같다. 세상에 나가 겪은 풍파는 JMS를 떠나 발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나약한 생각에 휩싸였다.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더라.

 

아직 그곳에는 얼마 전의 나와 같은 생각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5. 나는 배신자

 

JMS를 떠난 지 두 달이 지났다. 탈출 후 초창기에 겪은 격분의 시간은 끝이 났다. 나를 비롯해 함께 나온 친구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신 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나가겠다고 말했을 때, 나와 형제처럼 지내던 JMS 친구들은 충격을 받고 모두 나를 떠났다. 그들에게 말했다. 나를 믿어줘서 고맙고, 지금까지 함께 보냈던 좋은 추억만 가지고 나가겠다고.

 

지금 전화를 걸면, 욕을 먹는다. 그들에게 나는 호도 당해 신념을 저버린 인간이니까. 하지만 그들에게 시간을 되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이제 진실을 알았기에 더욱더.

 

나는 수용소의 포로와 같았다. 아직도 사랑하는 벗들이 그곳에 갇혀 있다. JMS에서 만난 친구들을 생각하면 고요했던 마음에 파도가 친다. 그들을 따뜻하게 안고, 이제는 수용소에서 벗어날 때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곳에 있는 동안 소중한 것을 많이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그 소중한 것들을 다시 찾아나갈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피부에 내리쬐는 한 줄기 햇살이 소중한 지금이다. 

 

JMS에 있는 나의 벗들. 조만간 그들을  세상 밖에서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

 


 

족보있는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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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천지 유튜브>

 

한국 기독교계 소수파 교단인 여호와의 증인, 안식일 교인, 모르몬 교인은 주류 기독교인보다 더욱 철저하게 율법을 따른다. 그들의 교리는 간단하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율법을 따르는 것이 어렵지 않다.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교리를 주창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미국인들이 만든) 신흥종교의 특징이다.

 

JMS에도 족보가 있다. 20세기 들어와 종교적 천재성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발휘해, 사람을 끌어 모으는 능력을 지닌 교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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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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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교 조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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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이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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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정명석

 

이들 모두가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다. 이런 유형의 인물이 지속해 배출되는 것은 보수 근본주의인 한국 체질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음 편에서는 문선명 이래 내려온 정명석(JMS)의 교리, Bible Pornography를 한 번 다루어 보고자 한다. 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지만, 살면서 지치고 힘들 때, 언제 어떻게 마수가 뻗칠지 모르니 훑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똑똑하다는 검사며 PD들, 그리고 지금도 몸담고 있는 소위 수많은 명문대생과 각계 각층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결코 멍청해서 거기에 빠진 건 아니니 말이다. 

 

 

 

<다음 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