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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수 배달 센터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에 택배 일을 하고자 했을 때 일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지 알 방법이 거의 없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인터넷 검색에 의지했다. 그런데 '택배'를 키워드로 정보를 찾다 보니 유독 생수 배달을 홍보하는 글이 많이 보였다. 일반 택배와 생수 배달을 비교한 글을 보았는데,

 

'생수 배달이 일반 택배보다 상차(분류작업을 끝내고 물품을 적재함에 싣는 과정)가 편하고, 시간 소요가 짧다.'

 

'생수 배달이 물품 규격이 일정하여 상차가 편하다.'

 

'일반 택배는 수입의 극대화가 어렵고, 생수는 가능하다.'

 

등등이 눈에 띄었다. 둘 다 경험해본 자로서 이번 기회에 인터넷 홍보 글들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생수 배달 홍보 글 대부분은 생수 배달을 실제로 해본 사람들이 아니라, 배달업에 입문하고자 하는 초보자들의 일자리를 알선해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이들이 작성한다. 그렇다 보니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실제 업무와는 큰 차이가 있다. 사실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약간의 두려움은 있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고 혹여 기대와는 다르더라도 생수 배달이 체질에 맞아 열심히 일하고 계신 기사님이 무척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험을 놓고 판단해 보면 인터넷 글들엔 잘못된 정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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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적인 부분에 있어 가장 잘못된 정보를 먼저 짚어보겠다.

 

"생수 배달이 일반 택배보다 상차가 편하고 시간 소요가 짧다."

 

생수 배달에 최적화된 신체 구조를 타고났거나, 노련한 경력자가 아닌 이상 이 말이 진실이 되기는 쉽지 않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250팩 기준 상차 시간은 2시간 정도이고, 300팩은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였다. 일반택배는 간선 차량만 제때 오면 물량이 300개든 400개든 길어야 1~2시간이면 충분히 마칠 수 있다. 생수는 간선 차량을 기다릴 것 없이 센터에 준비된 생수를 가져와서 싣기만 하면 되는 상태로 되어 있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실 이건 해보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택배는 행낭(택배 물품이 작은 상자)도 많고 생수만큼 무거운 물품이 많지 않다. 내 기준 한 달 5개 미만으로 오는 이형화물(크고 무거운 물건)을 택배기사들은 소위 '똥짐'이라고 하는데, 똥짐이 한꺼번에 많이 오더라도 상차를 모두 마쳤을 때 적재 중량 1톤을 넘어가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생수는 1팩 기준 2리터 생수 6개, 84팩만 실어도 적재중량 1톤이 넘어간다.

 

그렇다. 나는 이점이 참 힘들었다. 2kg짜리 생수 6개 한 팩이 너무너무 너무나 무겁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 남자는 직접 해보기 전에는 이걸 깨닫지 못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20대 남자에게 2리터짜리 생수 한 팩을 드는 게 몹시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작 12kg 드는 것을 힘들고 어렵다고 말하는 순간 중요한 부분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솔직히 남자라면 한 번쯤 어머니나 여자친구를 대신해 그 정도 무게를 들어주고선 '이 정도는 새끼손가락으로 들어~' 하고 농담 섞인 허세를 부려본 적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12kg 생수 300팩을 옮겨보기 전까지 부릴 수 있는 허세다. 어쩌면 나처럼 200개가 넘어가는 순간, 아니, 이것도 허세일 수 있겠다, 100개만 넘어가도 그때부터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생수는 물건 자체가 무겁다는 치명적인 기본 조건 외에도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 생수 배송이 일반택배보다 배송 권역이 아주 넓다는 것이다. 일반택배는 배송 권역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데 반해 생수 배송은 생수를 먹는 집만 들러야 하니 배송 가구 수가 일반택배보다 적을지라도 배송하는 시간이 일반택배보다 배로 길 수밖에 없다. 베테랑 생수 기사를 기준으로 1시간 동안 최대 10~12집을 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한 집에서 물 한 팩만 시키는 때도 많아 개수가 줄어드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처음에는 내가 초짜라 14시간 이상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베테랑 생수 배송 기사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다니며 일하는 시간의 평균을 내보니 다들 기본 10시간 이상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취업 알선 블로그의 휘황찬란한 글을 보고 생수 배송을 시작했다. 일반 택배의 장점에 비해 생수 배송의 장점을 많이 써놓았기에 문외한이 보면 혹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특히 생수 배송에서 '수입의 극대화'라는 말이 특히 눈에 띄었다. 하지만 진짜 수입을 극대화하려면 택배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 '집화'를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집화는 한꺼번에 쌓여있는 택배를 걷어오는 일이다. 인터넷 쇼핑몰로 스티커를 파는 사람이라고 치면, 그날그날 고객에게 보내야 할 스티커들을 포장해 송장을 출력해 붙여두면 택배기사는 그걸 한꺼번에 가져와 터미널로 보낸다. 그러면 그렇게 한꺼번에 쌓아둔 물건들 한 건 한 건이 다 돈이 된다. 내가 소속되어 있던 대리점에서 수수료를 뗀 평균 일반 배달 물건 한 개 수입이 750원이라고 치면 집화 배달 물건 한 개 수입은 500원이었다. 금액 차이가 조금 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배달 물량을 한 건 한 건 고객의 집 앞까지 배달하는 수고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택배에서 수입의 극대화라고 하면 집화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생수 배달은 집화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시간도, 적재함 공간도 여유롭지 않고, 오로지 생수만 배송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센터는 주로 땅값이 저렴한 외곽에 있기 때문에 기름값도 많이 나온다(나 같은 경우 센터로 출근하는 거리가 32km였고 센터에서 배송지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40km였다). 기름값은 3일에 7만 원 정도 들었고, 하이패스 비도 한 달 기준 보통 5~8만 원 정도 산정되었다. 생수 기사도 택배기사와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6일 일하니 한 달에 24일 근무한다 치면 차를 굴리는 데만 한 달에 60만 원이 넘게 드는 셈이다. 물론 소장에게 가는 대리점 수수료가 없어 생수 한 건에 900원을 온전히 받았지만,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큰 수익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일을 하며 물어보고 다닌 것을 토대로 계산해 보면 생수 기사님들이 버는 돈은 보통 월 450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기름값을 포함한 이런저런 비용들을 다 빼면 실제 통장이 꽂히는 돈은 300대 후반이라고 생각하는 게 평균 아닐까 싶다.

 

생수배달_출처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물론 생수만의 특별한 장점도 있기는 하다. 그것은 뭐니 뭐니 해도 물을 분실하거나 잘못 배송하더라도 기사가 물어줘야 할 금액이 일반 택배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일반 택배의 경우 그 안에 든 물건이 무엇이냐에 따라 집안 기둥이 휘청일 수도 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명품이든 귀금속이든 직접 방문해 사지 않고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은 비싸 봤자 에비앙이다. 기본 단가가 낮기에 위험부담이 절대적으로 적다. 업무 일정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업무대행자(용차)를 미리 구하고 쉬어야 하는 일반 택배와는 다르게 대부분 생수 센터의 경우 다음날 쉬고 싶으면 미리 말만 하면 된다. 센터 내엔 휴가자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스페어(대기) 기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생수 배송은 일반 택배처럼 물건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낮아 일반 택배처럼 구역을 담당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고 또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 스페어 기사가 많다. 출근 시간도 큰 장점이다. 내가 있던 곳은 보통 오전 12시부터 9시까지 아무 때나 출근해도 상관이 없어서, 일을 일찍 시작해 빨리 끝내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굳이 이렇게 생수 배달에 대해 자세한 글을 쓰는 이유는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정보가 조금은 편파적으로 보여서다. 대부분의 정보는 생수 배달 취업을 알선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써내는 글에서 나온다. 생수 센터는 보통 지도에 나와 있지 않고 연락처를 알 방법도 없어 소개비, 알선비를 주고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처음에 이런 중개인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으려 했지만 보통 생수 취업 알선비가 최소 100만 원부터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엄두도 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선 어느 정도 돈이 든다지만 이건 다시 생각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실제로 정보력이 좋은 기사들은 센터 전화번호를 수집하고 센터에 직접 찾아와 그 자리에서 취업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시 알선비를 백만 원 넘게 쓰느니 얼굴에 철판 까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분이 있다면 약간의 팁을 드리고 싶다. 생수 일자리를 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생수 배달로 취업하고자 하는 택배회사 고객센터로 문의를 하는 거다. 그렇게 문의하면 생수 센터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리하여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직접 생수 센터에 가서 일을 하겠다는 의지만 보이면 된다. 이미 말했듯 택배차를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고, 일이 힘들다 보니 이탈자도 많아서, 일하겠다는 사람을 거부하는 생수 센터는 없다.

 

무식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결과 하나는 확실한 방법도 있다. 바로 내가 일반택배로 이직할 때 썼던 방법이다. 생수 기사든 택배기사든 일하고자 하는 직종의 기사님들을 어쩌다 보게 된다면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다. 조금 낯부끄럽긴 해도 확실한 방법이다. 생수 기사 시절 택배 일자리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전화번호를 드린 분 중에 아직도 일자리가 났다며 전화 주는 분들이 계신다. 일단 뿌려놓고 기다리면 일자리는 나오게 되어 있는 것 같다. 택배 관련 인터넷 카페들도 있다. 그곳에는 생수뿐 아니라 일반 택배에 관한 글도 자주 올라오니 그곳에서 일자리를 찾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