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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소련 통치자들에게 남한과 북한은 계륵 같은 존재였을 지도 모른다. 냉전 시절 내내 미국은,

 

"한·미·일 3국은 원팀이 되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한국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하나로 묶이는 걸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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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중인 브레즈네프(소비에트연방 공산당서기장)와 리처드 닉슨(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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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5월, 평양을 방문한 이후락(중앙정보부장)과 북한 김일성(주석)

출처 - <연합뉴스>

 

1970년대, 베트남 전에서 코너로 몰린 미국은 데탕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결과 1972년, 미국과 중국은 수교를 맺는다. 위 흐름에 맞춰 한국 역시 7.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나름 분위기를 맞추는 듯 보였다. 지금 돌아보면 위 성명은 박정희, 김일성 독재 체제를 더욱 견고히 하는데 활용됐지만 말이다.

 

미국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미·일을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고 싶었다. 1990년대 말, 한·미·일 원팀 프로젝트를 재차 시도하기 위해 한국을 MD(미사일 방어) 체계로 편입시키려 했다. 일본은 자발적으로 미국 방어체계 안으로 들어갔고, 일본과의 교류를 재개한 한국 정세를 살핀 미국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대중의 친교와 윤석열의 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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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8일, 도쿄 영빈관 정상회담을 앞둔 김대중(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일본 총리)

출처 - <한겨레>

 

"지금 김대중 정부가 일본에 꽤 친화적인가 봐."

 

"북한이 미사일 쏘고 핵 개발도 하는데 어쩔 수 있겠어?"

 

"이번에 한일 월드컵도 같이 개최한다더라!"

 

문화 개방, 한일 월드컵 개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까지. 미국 정부가 보기에, 그 당시 김대중 정부는 역대 대한민국 정부 중 가장 일본 친화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결단'이라는 명목으로 오므라이스 식당을 찾는 지금의 윤석열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 인식은 그의 자서전에 잘 나와 있다.

 

"나는 일본이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미래를 보라고 조언했다. 그것은 과거를 직시해야 가능하다."

 

실제로 일본 오부치 총리는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말했다. 어쨌든, 이렇게 한일관계 개선에 앞장섰던 김대중 대통령도, MD 체계를 권하는 미국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우리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를 할 거다."

 

위 발언은 미국 주도 MD 체계에서 빠지기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개발 중인 천궁 미사일이나 앞으로 나올 L-SAM 같은 무기들을 준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때 김대중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북한을 힘으로 압박하는 것보다 포용 정책을 기반으로 외교적으로 해결해 봅시다. 냉전 시절에 수십 년간 군비 경쟁을 했지만 지금 결과가 뭡니까. 똑같이 휴전선 그어놓고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난감했다. 한미일을 묶을 절호의 기회였는데, 김대중 정부는 잽싸게 미국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갔다. 미국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법하지만, 대한민국 국익 면에서는 군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나무랄 데가 없는 판단이었다.

 

적국이 한창 불을 뿜고 올라가는 시점부터, 정점 고도에 올랐을 때 치는 미국식 MD체계는 한국에 불필요한 방어법이었다.

 

미국: "북한 애들이 대륙간 탄도탄 개발 중이래!"

 

한국: "엥? 대륙간 탄도탄을 종심 짧은 한반도에서 쏜다고?"

 

미국: "으응... 가능은 하지 않을까?"

 

미국의 우려대로 북한에서 남쪽으로 대륙간 탄도탄을 발사할 수는 있다. 하지만 탄도 미사일을 고각 발사하면 미사일 자체에 부담을 주게 되고, 내구성이 떨어져 미사일이 날아가다 도중에 부러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은 한국보다 일본, 괌, 미국을 노리는 것이라 보는 게 맞다.

 

미국: "백번 양보해서 타깃은 우리라고 쳐. 그렇다고 너네는 미사일 안 맞을 것 같아?"

 

휴전선에서 부산까지 길어봐야 3~5백 킬로미터. 북한의 방사포나 단거리 탄도탄이면 도달하기 충분한 거리였기에 한국 정부는 미국이 말하는 대륙간 탄도탄에 대한 과대한 해석을 따르지 않았다.

 

솔직히 한국 정부의 논리는 어느 나라도 반박할 수 없었다. 김대중 정부의 결단은 미국, 중국 간 대립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만약 MD 체계에 편입되었다면, 곧바로 중국의 대응이 있었을 것이다. 사드 배치할 때만 봐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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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신형 ICBM 화성 17호

출처 - <조선중앙통신>

 

X 되는 건 한국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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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스키야키 식당에서 친교 만찬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총리 부부

출처 - <뉴시스>

 

한미일 군사동맹은 미국에 무조건 남는 장사다. 북한에 대적하겠다고 군사 강국 세 나라가 힘을 합친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이 동맹체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중국, 러시아 견제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으면 좋아할 나라, 미국 다음으로 유럽이 되겠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그들에게, 동쪽에 제2 전선을 펼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은 손 안 대고 코 풀 기회를 주는, 기특한 나라다.

 

이제까지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도발할 때마다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은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은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은 왜...?

 

북한이 불장난을 치면, 미국과 일본은 북한을 핑계로 군비를 증강하고, 평화헌법 족쇄를 풀고, 국민들 눈을 돌릴 수 있는 나름 유용한 카드였다. 여기까지는 중국과 러시아도 큰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한··일 동맹은 이야기가 다르다.

 

"북한 놈들이 좀 막 나가는 게 있어. 미국이랑 한국 연합 훈련하고, 미국이랑 일본 따로 훈련하는 거, 거기까진 오케이. 근데 니들 셋이 뭉치는 건 아니지 않니? 우리 선은 넘지 말자."

 

한미일 동맹 체계가 만들어지는 순간 동북아 지형에 확실한 대립 구도가 완성된다.

 

한·미·일 VS 북·중·러

 

이 상황을 고대하는 미국. 약간 떨떠름하지만 그래도 미국과 손잡으면 손해 볼 것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 이 상황에 끼이는 순간 X 되는 건 한국뿐이다.

 

일본은 명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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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영토분쟁 지역

출처 - <세계일보>

 

일본의 경우, '중국'이라는 시장이 못내 아쉬워 최대한 중국과의 충돌을 피해 왔다. 하지만 언젠가는 중국과 피할 수 없는 마찰 상황이 올 것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아마 대만 문제가 그 시작. 어떤 형태로든 일본은 대만 영토 문제에 개입할 것이다.

 

미국 전략 문제연구소(CSIS)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예상한 워(war)게임 결과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이때 별 관련이 없는 것 같은 한국과 일본이 게임에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주한미군 전투 비행대대 몇 개가 차출되고, 일본의 경우 아예 대놓고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 기지를 포함한 미군 시설들이 개전 초에 중국의 공격을 받아 피해를 볼 것이란 예상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중국명 오위다오) 열도 영토 분쟁, 러시아와 북방 4개 섬(쿠릴 열도)을 놓고 영토 분쟁 중이다. 한··일 군사동맹을 맺고, 북·중·러와 싸워도 일본은 (그게 똥이든 밥이든) 할 말은 있다. 반면 한국은 왜 끼여서 개고생을 자처하는지 의문이다.

 

한국이 영토 분쟁(?)을 하는 나라는 일본인데, 일본을 곁에 두고 중국, 러시아와 굳이 충돌할 이유가 없다. 까놓고 말해서 일본은 강제로 한··일 군사동맹을 맺더라도 손해 볼 거리가 전혀 없다. 궁극적인 목적은 아시아권역에서 자신들의 지역 패권을 완성하는 것이기에. 미국과 손잡고 블록을 형성하는 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국익을 내던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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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반도체 공장 시찰 중인 바이든-윤석열

출처 - <대통령실 제공>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영토분쟁이 심각해 동맹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한국이 어정쩡하더라도 한··일 공조에 발을 들이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그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의 외교·안보 목표는 지역 패권 장악이 아니지 않은가?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외교관계 복원을 희망하며, 미국이 짜놓은 판으로 뛰어가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같은 노련함이나 외교적 전략이 보이지 않으며, 그 선두에는 윤석열이 섰다.

 

국익을 위한 계산기는 치워두고, 형님이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대령하는 대한민국 정부. 누구의 나라이며 누구를 위한 선택을 하고 있나.

 

좀 더 들어가 보자.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