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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편입니다. 그런 만큼 오덕들의 세계로 더 깊게 들어가보겠습니다. 

 



1. 레어 산호의 세계

 

오덕질이 길어지면 희귀한 산호를 찾게 됩니다. 이런 산호를 레어(Rare)산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레어 코랄이라고 하든지, 희귀 산호라고 하면 되는데 왜 이런 말을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산호는 같은 종이라고 해도 유전적 소인과 환경에 따라서 색상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똑같은 종이라고 해도 색상이 다양하거나 더 선명하거나 화려하면 가격 차이가 크게 납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오덕들은 이 레어 산호에 엄청나게 집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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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상을 지닌 머쉬룸 산호. 

붉은색 혹은 푸른색 단색인 동종에 비해 

수십 배 비싼 몸값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Reef2Reef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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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다채로우면서도 

색의 경계가 명확한 찰리스 산호. 

역시 가격은 어마어마합니다.

(이미지 출처 - Cornbred Corals)

 

하지만 이 역시 부질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가격 차를 감내하기에는 각 산호의 개체 차이란 너무나 미묘하고 보편적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덕질을 정말로 오래하다보면 레어 산호에 대한 집착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산호의 색상은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고정된 인자인 유전적 소인조차도 극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좋은 환경에서 정석을 지키며 사육한 산호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된 색상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기르던 산호들이 아름다운 색상을 내고 바닷속만큼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군체를 확장해 가는 모습은 이 취미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희열의 하나입니다.

 



2. 프랙(Frag)의 세계

 

여기서 말하는 frag은 fragment를 줄인 것입니다. 산호를 잘게 조각낸다는 의미쯤 되는데요. 산호는 군체 생물이기 때문에 작게 조각을 내어도 결국 하나의 군체로 성장하게 됩니다.

 

단지 자르고 자리를 잡을만한 기질에 강제로 붙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오덕 레벨에서 산호의 번식법으로 아주 선호되는 방식입니다. 90년대부터 이미 산호를 잘라서 판매하거나 나눠주는 오덕들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더 늘어난 상태입니다. 물론 업자들도 당연히 잘라서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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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식으로 잘라서 기질에 붙여놓은 산호를 

프랙이라고 부릅니다.

(이미지 출처 - Cherry Corals)

 

그런데 이 프랙은 장사라고 아주 백안시하는 오덕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오덕들 간에 돈이 오가는 일이다보니 분쟁도 많고 논쟁도 많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개인적으로는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산호 채취에 대한 수요가 일부나마 감소하여 산호초 보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취미를 지속하게 하는 경제적 원동력이 될 수도 있구요. 또한 작은 수조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다양한 종류의 산호를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3. 해수어의 세계

 

산호 이야기의 한 꼭지로 해수어 얘길 한다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짧게나마 설명드리겠습니다. 산호 수조에서 사육이 가능한 해수어는 정해져 있습니다.

 

일단 산호를 먹는 물고기는 안 됩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해수어들이 산호를 먹거나 산호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무척추 동물을 먹는 물고기의 상당수가 산호를 식단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죠. 

 

따라서 무척추 동물과 공생하거나(크라운피쉬), 초식이거나(서전피쉬), 그나마 산호를 건드리릴 확률이 적은 무척추 동물을 먹는 물고기(일부 엔젤피쉬)를 주로 길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물고기들을 리프 세이프 피쉬라고 하는데, 기실 100% 산호에 세이프한 경우는 드뭅니다. 따라서 복불복의 심정으로 고기를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산호 수조에서 많이 기르는 물고기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옐로우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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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옐로우탱

(이미지 출처 - 필자 블로그)


탱(Tang)이란 칼을 뽑을 때 나는 소리를 의미하는 의성어입니다. 분류학상으로 양쥐돔과(Acanturids)로 분류되는 물고기들의 통칭입니다. 이 녀석들은 꼬리에 가시가 있는데 다른 물고기를 공격하거나 자신을 포식자로부터 방어할 때 이 가시를 씁니다. 평소에는 누워 있다가 자극을 받으면 곤두서버리는 가시인데요, 이 모습이 칼을 뽑는 것 같아서 탱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꼬리 가시가 외괴의사들이 사용하는 수술용 칼(스칼펫) 같다고 이를 가진 물고기를 서전피쉬(Surgeonfish)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옐로우탱은 이름 그대로 몸 전체가 밝은 노란빛이며 하와이에 주로 분포합니다. 체형이 아주 특이하고 얼굴이 귀여운데다가 산호 수조의 주적(!)인 해조류도 잘 먹어서 매우 사랑받는 어종입니다. (좀 사납다는 게 단점이기는 하지만 이건 모든 탱들에게 공통점이니 넘어갑시다.)

 

탱들은 야생에서는 수십 마리 이상이 큰 무리를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떼를 지어 돌아다니면서 하루 죙일 해조류를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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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는 무리를 이루어 바다거북을 잡아먹기도...

하는 게 아니라 거북의 등껍질과 몸에 붙은 이끼나 작은 벌레 따위를 잡아먹습니다. 

일종의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뒤쪽에 보이는 눈이 노란 놈들은 콜탱이라고 불리는 놈들인데 역시 하와이 특산종입니다.

(SolentNews에서 Telegraph에 제공한 이미지)

 

그런데 이런 놈들이 수조에 들어가면 동종은 물론이고 형태가 비슷한 타종(주로 동속의 물고기)에게 아주 공격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ㅠ이건 초식성 어종들에게 흔히 보이는 현상인데요. 좁은 수조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하려는 본능 때문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탱 종류를 합사하려면 아주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2) 블루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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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탱 (이미지 출처 - 필자 블로그)


'니모를 찾아서'에 나왔던 도리가 바로 이 물고기입니다.

 

짙은 푸른색의 체색에 활과 같은 무늬가 아주 인상적인 물고기입니다. 그나마 성격이 순한 편이고 먹이 적응도 쉬워서 아주 인기가 있습니다. 게다가 수질에 대한 적응력도 매우 강합니다.

 

다만 백점병이라고 불리는 외부 기생충 질환에 취약한데 획득 면역이 잘 형성되는지 이걸 곧잘 털어내고 살아갑니다.

 

여기서 잠깐, 블루탱의 성격은 어떨까요? 니모를 찾아서에 나왔던 도리 같을까요?

 

얘는 똘끼가 좀 있습니다. 일단 잠을 잘 때 바위 틈 같은데 들어가서 누워서 자구요. 식탐이 엄청납니다. 게다가 유영방식도 좀 정신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방팔방 돌아댕기는 게... 아마 이런 블루탱의 모습을 보고 도리라는 캐릭터에 반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3) 플레임 엔젤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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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임 엔젤피쉬 (이미지 출처 - 필자 블로그)


옐로우탱과 더불어 하와이 특산종입니다.

 

해수어는 붉은색이 매우 드뭅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붉다 못 해 불꽃 같은 붉은색을 내기 때문에 수조에 넣으면 아주 좋은 포인트가 됩니다. 몸통의 줄무늬도 예쁘고요.

 

다만 상당한 확률로 산호를 먹거나 건드릴 수 있어서 복불복 성격이 좀 있습니다. 참고로 오덕들은 옐로우탱, 플레임 엔젤, 블루탱을 묶어서 산호어항 신호등이라고 부릅니다.

 

 

 4) 파우더블루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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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더블루탱 (이미지 출처 - 필자 블로그)

 

'그린 듯한 모습'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해수어입니다. 특히 얼굴의 배색은 정말로 사람이 그린 것 같지요.

 

하지만 이쁜 외양에 비해서 사육 난이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특히 수조가 좁으면 제대로 살아가지 못 합니다. 따라서 난이도에 대한 경험이 천차만별입니다. 제 경우에는 큰 수조에서 한 2년 잘 키웠더랬습니다.

 

그런데 생긴 것과는 달리 성격이 그야말로 흉포 그 자체라 타 어종과의 합사에는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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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서 거대한 무리를 이룬 모습

(이미지 출처 - Reef2Rainforest)


 

 5) 퍼큘러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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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때문에 유명해진 퍼큘러 크라운

(이미지 출처 - 필자 블로그)


'니모를 찾아서'의 니모와 니모 아빠가 이 종입니다.

 

이 녀석의 학명은 Amphiprion ocellaris이며 진짜 퍼큘러라는 종명을 가진 놈은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사람들은 이 놈을 퍼큘러 크라운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대부분은 니모로 부르지만요.)

 

말미잘과 공생하는 종류로 말미잘이나 말미잘을 닮은, 즉 촉수가 길고 하늘거리는 산호를 같이 넣으면 말미잘에 부비부비하는 물고기를 보는, 오덕들의 로망 하나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녀석은 말미잘에 대한 친화도가 크라운피쉬류 중에 가장 낮습니다. 한 마디로 안 부빌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4. 마치며

 

마지막으로 이 취미 자체에 대해서 간단히 논해 보겠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취미가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저변이 넓은 취미도 있고 좁은 취미도 있지요. 산호나 해수어를 사육하는 취미는 저변이 상당히 좁은 편입니다. 결코 저변이 넓다고 할 수 없는 관상 수생 생물 사육이라는 취미에서도 마이너한 축에 들어갈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매력은 확실합니다. 무언가를 통제하는 데에서 오는 재미, 그리고 수많은 난관들을 헤쳐가며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에 걸쳐 나만의 바다, 나만의 산호초를 완성해 가는 재미를 아직 저는 다른 취미에서는 느껴보지 못 했습니다.

 

게다가 저변이 좁기 때문에 이 취미를 하는 동호인들 간의 결속력도 장난이 아닙니다. 물론 그 정도가 심해서 패거리 문화로 흐르기도 하지만... 뭐 그건 세상사 다 그런 것이니 꼭 여기만의 문제인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저변이 좁은 취미를 한다는 동지의식 같은 것 때문인지 취미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맺게 됩니다. 현실적인 이해 관계가 아닌 취미를 동기로 만난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꽤나 재미도 있고 신선합니다.

 

취미 자체만 보면 완전히 히키코모리스러운 취미같은데 실제로는 사람 만나고 이야기 하고 때때로 술잔 기울이는 재미가 따라오는 취미이기도 합니다.

 

몇 개의 글로 이 취미에 대한 모든 것이 다 전달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화학과 산호의 석회화를 비록한 미시적 생리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거까지 하다가는 글의 흥미가 크게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큰 날개 하나가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글을 써 보겠습니다.

 

그저 여러분들께서 이런 취미를 즐기는 오덕들도 있다는 것, 그리고 오덕이 될 수만 있다면 비용이나 노력이 아깝지 않은 취미라는 것 정도만 알아주시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마지막으로 제가 찍은 사진들 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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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운영하는 수조들입니다. 하나는 집에서 하나는 직장에서 운영중입니다. 직장 수조는 아무래도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기에 조초산호들만 때려 넣어 놓았구요. 집 수조는 와이프와 아들 놈 취향에 맞춰서 촉수도 크고 하늘거리는 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쁘게 셋팅하는 재주가 없어서 좀 어지럽기는 합니다.

 

아래는 제가 길렀었거나 기르고 있는 산호와 물고기들의 사진들입니다. 설명없이 사진들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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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호는 먹이를 노예로 만든다

2. 산호의 생존전략

3. 산호의 색깔

4. 금수저 산호도 있다?

5. 산호를 키우는 물





스탄


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