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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6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해결책(제3자 변제가 해결책일까마는)이 발표되자마자 미국은 쌍수 들어 환영했다. 당시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미국이 한미일 공조에 얼마나 목말라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과 일본 둘 사이의 관계를 진전시켜 나가는 걸 권장한다. 한국과 일본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에게 가장 중요한 2개의 동맹이며, 한일 관계 강화는 우리의 공동 목표를 향한 진전으로 이어진다.”

 

- 3월 6일 미 국무부 대변인 네드 프라이스의 발언 중 발췌

 

국무부 브리핑의 첫머리에 나온 발언이다. 미국은 앓던 이가 빠진 듯 신나서 떠들고 있는 거다. 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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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 프라이스. 사진 출처 링크

 

“야, 네들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 응? 저 중국 때려잡으려면 네들 힘이 필요하단 말야.”

 

이런 느낌으로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고 있는 거다.

 

각자의 계산법

 

이후 이어지는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한미일 3자 관계는 자유롭게 열려 있는 인도 태평양이라는 공동 비전의 핵심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토록 많은 시간을 들여 이 핵심 동반자 관계에 초점을 맞춰 왔다.”

 

주목해야 하는 단어들은 바로 이것.

 

‘한미일 3자 관계’, ‘인도 태평양이라는 공동 비전’

 

한미일 군사동맹과 對 중국 포위망을 의미하는 것. 외교적으로 돌려 까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당장 미 상원 의원 모두가(여야 가리지 않고) 이 징용 문제 해결에 쌍수 들어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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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리시 상원의원. 사진 출처 링크

 

"최근 한국과 일본 간 합의는 양국 협력 및 미국과의 3국 공조에 광범위한 혜택을 약속하는 중요한 조치이다.“

- 미 상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제임스 리시 상원 의원의 발언 중 발췌

 

미국의 정치인들 모두 한미일 삼국 공조(군사동맹이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한미일 관계에 목매달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긴, 군사력으로는 세계에서 두 손안에 꼽을 만한 두 나라가 아닌가? 이 두 나라와 함께 동북아 지역에 군사동맹을 만든다면, 동북아시아의 NATO가 탄생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런 건지 유럽연합(EU)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과 일본은 EU에 매우 중요하고 전략적인 유사입장국이다. 한일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국제질서에 기반 한 규범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 지역을 촉진하는 데 있어 핵심축이 될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유럽연합이 환영한다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이들은 지금 눈앞에 러시아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중국도 같이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시아에서 제 2전선을 열어줄 수도 있는 군사동맹이 생긴다면, 당연히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

 

지소미아 맛집, 한반도

 

지금의 상황은 정확히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GSOMIA :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파기 때와 정반대 분위기이다.

 

(지소미아의 의미와 일본이 체결 4개월 만에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은 채 우리 정보만 받아 가고 있는 건 논외로 치자. 지소미아 협정. 이걸 바라보는 주변국들의 반응만 봐도 이게 누가 원했던 건지, 누구한테 이익인지를 알 수 있다)

 

"양국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고 지역 안정 및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 수단이다."

 

- 2019년 7월 일본이 수출 통제를 시작했을 무렵 미국 국무부의 입장 표명

 

"부임 직전까지 (태평양 사령관으로) 지소미아 성사를 위해 노력했기에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나는 지소미아가, 한·일 간 군사협력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믿는다. 미국과 한국, 일본의 국방·안보 관련 정보 공유 역량이 향상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이나 일본이 양국 간 문제로 이 합의를 파기하려고 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울 것이다."

 

-2019년 8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 중 발췌

 

자국이 아닌 타국의 군사협정에 대해 이 정도로 ‘정치적인’ 발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무부의 의견은 그나마 완곡하게 돌려서 말한 것이지만,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아예 대놓고,

 

“그 협정 우리가 성사 시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네 이거 파기하면 우리... 상당히 빡 칠 거야.”

 

라고 말한 거다(2010년부터 한일 두 나라를 압박해서 지소미아를 체결시키려고 미국이 엄청난 공을 들였었다. 한국 정부도 사안이 사안인 만큼 언론에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처리하려다 된통 난리가 났던 게 지소미아다. 이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지소미아 파기 이후의 미국은 완전히 ‘빡’이 쳤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엘리엇 엥겔은,

 

“지역 안보 위협에 대한 공동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해, 미 동맹국 간 힘든 과정 끝에 체결됐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종료 결정을 내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결정을 매우 걱정스럽게(concerned) 바라보고 있다"

 

라고 대놓고 말한 거다.

 

미국 국무부도 지소미아 파기 철회를 말할 정도가 됐다. 자, 여기까지 보면 뭔가 ‘쎄’ 한 느낌이 올 거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군사협정에 대해 미국은 왜 나서는 걸까.

 

미국은 제3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지소미아에 엄청나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자.

 

“우리는 가만있는데, 체결하라는 쪽에서 이 정도로 몸이 달아올랐다면... 이거 자기들한테 좋은 거지. 우리한테는 별로 좋은 거 아닌 거 같은데?”

 

한국 일부 언론은 지소미아가 1) 조약이 아니라 협정이기에 큰 무게감이 없다는 점, 2) 일본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34개 국가와 지소미아를 체결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큰 문제가 아닌데 호들갑을 떤다고 말하고 있다. 근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역사적으로만 보더라도 해방 이후 일본과 맺는 첫 번째 군사협정이다. 식민 지배를 했던 나라와 손잡고 전쟁을 준비하자는 건데, 이게 이성적으로는 몰라도, 정서상으로 쉬운 문제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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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더 큰 문제는 지소미아 너머에 있는 ‘무언가’다.

 

급한 건 미국이었다

 

거꾸로 한번 생각해 보자. 위안부 합의,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독도 관련 문제. 이런 산적한 현안들을 건너뛰고 미국과 유럽, 일본까지 나서서 한국과 형식상으로 ‘좋은 관계’를 맺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좋은 관계가 어떤 ‘조약’이나 ‘협정’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덜컥 지소미아 정상화를 말했다(이제는 말도 안 나오는 게 외교라는 게 하나 주고, 하나 받는 건데, 계속 뭔가를 퍼주기만 하고 있다. 그걸 국내에서 하면 환영할 일이지만... 이게 뭐냐?).

 

미 국무부 대변인은 바로 논평을 냈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이 역사 관련 사안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고무적으로 여기며, 이러한 긍정적인 조치를 한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낸다.”

 

미국 입장에선 겨우 2016년 11월(지소미아 체결 당시)로 돌아간 거로 볼 수 있을 거다. 자, 그러면 미국은 왜 이렇게 급한 걸까.

 

미국은 하루빨리 한국과 일본 사이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

 

“아니, 과거는 이제 흘려보낼 때도 됐잖아? 지금 당장 중국 놈들이 저렇게 치고 나오는데... 응? 야야, 얼른 서로 악수하고... 아니, 씨바 여기서 왜 침을 뱉냐고!!”

 

미국은 몸이 달아올라 한국과 일본이 악수하고, 얼른 ‘군사협정’을 맺고, 빨리 ‘한미일 군사동맹’을 만들려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왜 하필 지금이냐는 거다. 한일 지소미아가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게 2010년 일이다. 그때는 물밑 협상으로 이리저리 아이디어를 굴리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한일 사이를 어르고 달래고 있다. 한국의 멱살을 잡고 흔든다고 해야 할까? 미국의 입장은 한일 양국의 민족적 감정이나 과거사에 대해는 어쨌든 뭉개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거다.

 

미국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미국은 하루빨리 군사동맹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게 궁극적인 목표다.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 한판 싸움을 붙겠다고 덤벼드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을 거다. 군사동맹까지 가려면 한세월인데, 또다시 과거사에 발목 잡히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5년을 까먹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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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그리고 들어선 윤석열 정부. 과거사를 뭉개버린 후에 일본으로 건너가서는 ‘통 크게’ 지소미아 정상화를 외치고 왔다. 이게 뭘 의미할까?

 

과거사 문제 정리 → 지소미아 정상화 → 한미일 군사동맹

 

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1단계에서 모든 걸 롤백해서 버틴 거였고, 윤석열 정부는 정권 잡은 지 1년 만에 지소미아 정상화까지 왔다. 여기서 핵심은 한미일 군사동맹이 결성되고 났을 때의 상황 인식이다. NATO가 만들어진 이유는 ‘소련’이란 빨갱이를 때려잡기 위해서였다. 지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의욕적으로 만든 지역 안보 동맹체, 그러니까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나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3개국 안보협의체)는 전부 중국을 때려잡기 위해 만들어진 거다. 그럼 한미일 세 나라를 묶은 동맹은 뭘 상대하는 걸까? 마찬가지다. 역시, 중국.   

 

대통령의 생색 비용은 얼마인가

 

윤석열 정부는 이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름을 등에 짊어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충분히 피할 수 있고, 아니 피할 수 없더라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명분’이 있는 불구덩이다. 국민감정이나 여론도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달려든 이유가 뭘까?

 

지금 윤석열 정부의 행보를 보면,

 

“조만간 전쟁이 일어난다.”

 

라는 어떤 확신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이렇게 폭주할 수가 없다. 국익만 놓고보면 한미일 군사동맹은 한국 입장에서는 안 하면 안 할수록, 늦추면 늦출수록 좋은 거다. 미국 입장에서는 쿼드나 오커스를 말하지만, 그 참여국의 충성도나 군사력을 믿기는 애매하다. 지금도 인도는 몽니를 부리고 있고, 호주의 군사력은 신통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탐스러운 먹이다. 군사력은 이미 세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고, 경제력도 막강하다. 이런 나라를 묶을 수만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땡큐일 거다.

 

문제는 한국을 상대로 뭘 주고 ‘어떻게’ 묶냐는 거다. 윤석열 정부는 이 타이밍에 스스로 팔다리를 묶고 미국과 일본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 모르는 ‘뭔가’를 확인한 후 이렇게 움직였다는 해석은 어려울 거 같다.

 

윤석열 정부 1년을 겪으면서 이제 그 ‘패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시다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은 딱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다. 

 

“기마이 부렸네.”

 

일본어 기마에(氣前)가 한국에선 기마이로 변했다. 한마디로 선심 쓰듯 돈을 펑펑 쓰는 거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자기 돈으로 돈을 쓴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팔아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 제대로 기마이를 부린 거다. 일본은 아무것도 준 게 없는데, 알아서 갖다 바쳤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한 23분간의 모두발언을 들어보면 그의 ‘세계관’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경제와 안보를 위해 한일 관계 회복에 나섰다고 했다. 그의 입장에서 ‘회색 지대’는 보이지 않는다. 즉, 세상 모든 게 적 아니면 아군인 거다.

 

외교란 게 많이 가져가면 51, 적게 가져가면 49라는 개념이 윤석열에겐 없다.

 

그렇기에,

 

“내가 기마이 한 번 부리면, 일본도 알아서 잘해 줄 거야.”

 

라는... 정말...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개인과 개인간에 윤석열이란 사람은 이렇게 신뢰를 쌓아 검찰 내에서 '큰형님' 소리 들으며 신뢰를 얻었을지 모른지만 지금 무대는 그야말로 세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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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외교부

 

더 무서운 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필터가 ' 적 아니면 아군' 하나밖에 없는 거다. 구한말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에 세상을 피아로만 바라보는 사람이 최고 결정권자로 앉아 있는 거다. 당장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달려가는 지금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중국을 버려야 한다면, 최대한 늦추는 게 맞다. 또한, 미국과 일본에 붙어야 한다면 우리가 얻어내야 할 최대치를 얻어내고 붙어야 하는데, 그건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기마이를 부렸기에 불가능하게 됐다.

 

여기서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 미국에게 붙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달려가게 된 계기가 뭐냐는 거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국이 한국에게 어떤 구체적인 사인을 보냈을까? 아니면, 미국이 한국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던 걸까? G7에 초대받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중대한 ‘계시’ 같은 게 있었을까?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냥... 국운이란 게 존재한다면, 향후 몇년간은 대한민국의 국운(國運)이 여기까지인 거 같다.

 

그렇게 납득하자.